‘K-Y라인’ 엇갈린 행보 내막

‘순망치한’서 ‘각자도생’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사자성어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관계도 없었다. ‘김무성-유승민’은 비박계 투톱으로 불리며 서로 공조했다. ‘증세 없는 복지’가 정치권에 떨어졌을 당시 두 사람은 “불가능”이라 입을 모았다. 덩달아 비박계는 수에서 친박계를 압도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상생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경 지금과는 다른 ‘국회법 파동’으로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두 사람의 상보적 관계도 막을 내렸다.

김무성-유승민, 소위 ‘K-Y라인’이라 불리는 두 사람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을 신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 서로 힘을 합쳤던 모습과는 달리 1년이 지난 지금은 각자의 길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서울의 모 식당에서 측근들을 만나 ‘만찬정치’를 시작한 반면, 대학을 찾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강연정치’로 활동을 알렸다. 김 전 대표가 음지에서 기회를 노린다면 유 전 원내대표는 양지로 나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잠행하던
여권 두 잠룡

4·13총선 이후 여권의 두 잠룡은 잠행을 거듭해왔다. 김 전 대표는 간혹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마주칠 때 “총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비대위 문제로 내홍을 겪을 때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첫 의원총회에도 불참할 정도로 ‘자숙 모드’를 유지하는 모습. 여당에 대선 주자가 없다는 평도 김 전 대표를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

유 전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갖은 방해를 뚫고 당선된 후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침묵하던 그가 모습을 드러낸 때는 지난 4월19일. 바로 새누리당 대구시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다.

이후에는 다분히 복당을 의식한 행보였다. 그는 대구지역 의원들과의 회합도 자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유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 “자기 정치한다고 대통령을 더 힘들게 만들고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평소의 비애와 허탈감 같은 것을 전반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국회법 파동 당시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두 사람이 최근 활동을 재개하고 나섰다. 두 사람이 각자의 길을 간 지 1년이 흘렀고, 총선이 있은 후 한 달 반여가 지난 뒤였다. 촉매제가 된 것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이었다. 이를 전후로 두 사람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앞서 반 총장은 5박6일간 국내에서 일정을 보냈으며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겨 국내 정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졌다.

김무성 음지
측근과 만찬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서울지역 의원 다수와 만찬을 가졌다. 현장에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이종구, 정양석, 박인숙 의원 등 서울 지역 의원과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당 대표로 있을 당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 대표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제대로 독대하면서 얘기한 적이 없다”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러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가 나간 후 김 전 대표 측은 친목 도모 차원의 단순한 만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혁신을 앞두고 대선 후보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수장이 움직이자 친무(친 김무성)계 인사들의 잰걸음도 덩달아 빨라진 모습이다. 그간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던 계파 인사들이 최근 당 요직에 출마할 뜻을 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군현·강석호 의원이 당 중책에 도전한다. 김 전 대표 체제에서 두 사람은 각각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을 맡은 바 있는데, 이 의원은 국회부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여의도에서는 김 전 대표의 대권을 위한 ‘사전정지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을 떠나야 하는 국회의장과 달리 국회부의장은 당적이 유지된다. 때문에 국회부의장직은 정치적 발언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자리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10월경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도마 위에 올랐을 당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비박계 투톱 1년 만에 달라진 위상
반기문 방한에 여권 잠룡들 기지개

당시 정 부의장은 “역사 교과서 검정제가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인사들에 의해 집필·검정·채택이 이뤄진다면, 본래 의도했던 다양성·자율성·창의성 구현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맡게 되면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표 당선을 위한 세몰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의원은 당권 도전이 예상된다. 이미 나경원·이정현 등과 하마평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의원이 설령 당 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 입성을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현 새누리당 당헌·당규 상에는 최다 득표자가 당 대표, 이후부터는 선출직 최고위원이 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최고위원이 되면 김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김무성 호위무사’로 불리는 김성태 의원은 김 전 대표의 비공식 대변인이 된 모습이다. 최근 만찬 소식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이 달리자 김 의원이 직접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설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사회자가 ‘김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정이 됐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인적으로 볼 때 김 전 대표가 거의 속병이 걸리다시피 한 상황인 거 같다. 박근혜정부에서 선뜻 나서지 못한 그런 중요한 정책들을 당이 선두적으로 치고 나가서 총대를 메고 했는데 막상 돌아온 것은 당론으로 정한 국민공천제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아마 본인(김 전 대표)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 같다.”

유승민 양지
박근혜와 차별

그런 김 의원이 김 전 대표를 두고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표는)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는 각오”라고 말했는데 사회자가 ‘킹이 아닌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논란이 되자 김 의원은 보도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렇다’라고 한 답변은 그간 각종 인터뷰에서 답변을 시작할 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질문에 대한 ‘동의’와는 다르다”고 했다.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은 ‘미래혁신포럼’을 만든다. 여기에 이군현,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영우, 박성중 등 다수의 김 전 대표 측근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도 준회원으로 이름을 올린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해당 포럼이 김 전 대표의 ‘대권 캠프’가 아닐지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측근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대학 강연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유 전 원내대표는 서울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총선 이후 사실상 첫 공식석상이었다.


[K] 2선 퇴진에도 측근들 몰고 다녀
[Y] 잠행 풀고 강연정치, 차기 노리나?

강의 내용적으로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이목을 끌었다. ▲자유시장경제 ▲공화 ▲5·16이 그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강연 중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니다”며 “시장경제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력에 따른 계층 간 갈등이 적절히 통제가 안 되면 한국사회를 무너뜨릴 수준까지 나아갈 것”이라며 “총체적 국가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 ‘줄푸세’ ‘작은 정부·큰 시장’ 등을 호기롭게 외쳤음에도 오히려 계층 간에 양극화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말은 이러한 현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는 “한국사회 전체가 재벌의 인질이 된 것처럼 ‘재벌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논란은 잘못됐다”며 “재벌 대기업이 비실거릴 때는 꼭 도와야 한다고 하고, 세금도 깎고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체제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의미의 ‘공화(共和)주의’ 실현을 강조했다. 강의 초반 대한민국의 저성장, 사회적 불평등, 경제 양극화, 교육 불평등 등을 거론한 그는 “우리나라는 헌법 1조 1항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의 ‘공화국’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화의 뜻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5·16을 쿠데타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군사정권이 만든 당이 공화당”이라며 “사람들이 ‘공화’의 참뜻을 생각지 않고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즉 대한민국에서 공화주의가 ‘모든 시민이 주인’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뒤로한 채 ‘독재’와 연결되는 원인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과거 5·16은
군사쿠데타

과거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은 ‘상시청문회법’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다시 한 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특강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과 정확히 반대되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가습기 사건이나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나 어떤 사건이든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회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청문회를 해야 한다”며 “‘일 하는 국회’로 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지향점과 개혁 방향을 유감없이 드러낸 그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권 플랜’이 가동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현 경제정책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또한 20대 젊은 층을 상대로 한 강연이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총선 후 새누리당에게 던져진 최대 과제는 과연 20·30대 표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다. 즉 젊은 표심을 잡을 인물이 새누리당에 전무한 상태. 유 전 원내대표의 강연정치는 새누리당에게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는 행위이며, 그가 강조하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도 결국 젊은 층을 겨냥한 슬로건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는 특강 직후 기자들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최초' 법안 집중해부
19대 오명 씻기 ‘몸부림’

제20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했다. 개원 첫날 총 52건의 법률안이 국회사무처 의사국 의안과로 접수됐다. 

앞서 여야 지도부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의 오명을 씻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양은 많았던 데 비해 실속 있는 법안은 적었다는 게 지난 19대 국회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20대 국회는 과연 전과 다를 것인가. <일요시사>는 첫날 접수된 총 52건의 법안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의 수는 27명. 접수된 순서대로 박정, 배덕광, 이찬열, 이종배, 위성곤, 홍문표, 박영선, 박명재, 이채익, 황영철, 경대수, 신보라, 김광림, 이학재, 이명수, 김성태, 이완영, 이철우, 박남춘, 박맹우, 윤후덕, 노웅래, 김성찬, 원혜영, 남인순, 백재현, 박덕흠 의원이 그들이다.

그중 대표발의 법안의 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찬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총 10개의 대표발의 법안을 개원 첫날에 접수했다. 그 중 ‘고용정책 기본법’을 제외한 나머지 9개은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즉 기존의 법률안을 수정하는 내용이다.

고용·노동과 관련된 법률안이 3개, 교육 관련이 3개, 세금 관련이 2개다. 나머지는 혼인관계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라도 유전자검사에 의해 친생자가 아님이 증명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클린디젤자동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원 첫날 52건 접수…27명 발의
더민주 이찬열 10개로 가장 많아

이 의원 다음으로 대표발의를 많이 한 사람은 3개의 법률안을 발의한 이명수, 박남춘, 김성찬, 백재현 의원이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기업·산업 관련 기본법안 1개, 복지 관련 개정법률안을 2개 발의했다. 더민주 박남춘 의원은 고용·노동 관련을 3개 발의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습이다. 그중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전반적인 근로 실태를 파악해 공표하고, 그 결과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실적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기업·산업 2개, 환경 1개를 발의했고 더민주 백재현 의원은 지역·민생 1개, 기업·산업 2개 법률안을 제출했다.

대표발의를 2개 한 의원은 총 8명이다. 박영선, 박명재, 경대수, 김광림, 김성태, 이완영, 박맹우, 윤후덕 의원이 그들이다. 나머지 박정, 배덕광, 이종배, 위성곤, 홍문표, 이채익, 황영철, 신보라, 이학재, 이철우, 노웅래, 원혜영, 남인순, 박덕흠 의원은 각각 1개씩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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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