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라인’ 엇갈린 행보 내막

‘순망치한’서 ‘각자도생’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사자성어가 이만큼 잘 어울리는 관계도 없었다. ‘김무성-유승민’은 비박계 투톱으로 불리며 서로 공조했다. ‘증세 없는 복지’가 정치권에 떨어졌을 당시 두 사람은 “불가능”이라 입을 모았다. 덩달아 비박계는 수에서 친박계를 압도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상생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경 지금과는 다른 ‘국회법 파동’으로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두 사람의 상보적 관계도 막을 내렸다.

김무성-유승민, 소위 ‘K-Y라인’이라 불리는 두 사람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을 신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서 서로 힘을 합쳤던 모습과는 달리 1년이 지난 지금은 각자의 길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서울의 모 식당에서 측근들을 만나 ‘만찬정치’를 시작한 반면, 대학을 찾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강연정치’로 활동을 알렸다. 김 전 대표가 음지에서 기회를 노린다면 유 전 원내대표는 양지로 나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잠행하던
여권 두 잠룡

4·13총선 이후 여권의 두 잠룡은 잠행을 거듭해왔다. 김 전 대표는 간혹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마주칠 때 “총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비대위 문제로 내홍을 겪을 때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첫 의원총회에도 불참할 정도로 ‘자숙 모드’를 유지하는 모습. 여당에 대선 주자가 없다는 평도 김 전 대표를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

유 전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갖은 방해를 뚫고 당선된 후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침묵하던 그가 모습을 드러낸 때는 지난 4월19일. 바로 새누리당 대구시당에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다.

이후에는 다분히 복당을 의식한 행보였다. 그는 대구지역 의원들과의 회합도 자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유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 “자기 정치한다고 대통령을 더 힘들게 만들고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평소의 비애와 허탈감 같은 것을 전반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국회법 파동 당시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지만, 유 전 원내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두 사람이 최근 활동을 재개하고 나섰다. 두 사람이 각자의 길을 간 지 1년이 흘렀고, 총선이 있은 후 한 달 반여가 지난 뒤였다. 촉매제가 된 것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이었다. 이를 전후로 두 사람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앞서 반 총장은 5박6일간 국내에서 일정을 보냈으며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겨 국내 정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졌다.

김무성 음지
측근과 만찬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서울지역 의원 다수와 만찬을 가졌다. 현장에는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이종구, 정양석, 박인숙 의원 등 서울 지역 의원과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당 대표로 있을 당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 대표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제대로 독대하면서 얘기한 적이 없다”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러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가 나간 후 김 전 대표 측은 친목 도모 차원의 단순한 만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혁신을 앞두고 대선 후보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수장이 움직이자 친무(친 김무성)계 인사들의 잰걸음도 덩달아 빨라진 모습이다. 그간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던 계파 인사들이 최근 당 요직에 출마할 뜻을 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군현·강석호 의원이 당 중책에 도전한다. 김 전 대표 체제에서 두 사람은 각각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을 맡은 바 있는데, 이 의원은 국회부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여의도에서는 김 전 대표의 대권을 위한 ‘사전정지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을 떠나야 하는 국회의장과 달리 국회부의장은 당적이 유지된다. 때문에 국회부의장직은 정치적 발언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자리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10월경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도마 위에 올랐을 당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비박계 투톱 1년 만에 달라진 위상
반기문 방한에 여권 잠룡들 기지개

당시 정 부의장은 “역사 교과서 검정제가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인사들에 의해 집필·검정·채택이 이뤄진다면, 본래 의도했던 다양성·자율성·창의성 구현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맡게 되면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표 당선을 위한 세몰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 의원은 당권 도전이 예상된다. 이미 나경원·이정현 등과 하마평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의원이 설령 당 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 입성을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현 새누리당 당헌·당규 상에는 최다 득표자가 당 대표, 이후부터는 선출직 최고위원이 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최고위원이 되면 김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김무성 호위무사’로 불리는 김성태 의원은 김 전 대표의 비공식 대변인이 된 모습이다. 최근 만찬 소식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여러 해석이 달리자 김 의원이 직접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설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사회자가 ‘김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시정이 됐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인적으로 볼 때 김 전 대표가 거의 속병이 걸리다시피 한 상황인 거 같다. 박근혜정부에서 선뜻 나서지 못한 그런 중요한 정책들을 당이 선두적으로 치고 나가서 총대를 메고 했는데 막상 돌아온 것은 당론으로 정한 국민공천제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아마 본인(김 전 대표)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 같다.”

유승민 양지
박근혜와 차별

그런 김 의원이 김 전 대표를 두고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대표는)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는 각오”라고 말했는데 사회자가 ‘킹이 아닌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논란이 되자 김 의원은 보도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렇다’라고 한 답변은 그간 각종 인터뷰에서 답변을 시작할 때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질문에 대한 ‘동의’와는 다르다”고 했다.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은 ‘미래혁신포럼’을 만든다. 여기에 이군현,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영우, 박성중 등 다수의 김 전 대표 측근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도 준회원으로 이름을 올린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해당 포럼이 김 전 대표의 ‘대권 캠프’가 아닐지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측근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대학 강연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유 전 원내대표는 서울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총선 이후 사실상 첫 공식석상이었다.


[K] 2선 퇴진에도 측근들 몰고 다녀
[Y] 잠행 풀고 강연정치, 차기 노리나?

강의 내용적으로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이목을 끌었다. ▲자유시장경제 ▲공화 ▲5·16이 그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강연 중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니다”며 “시장경제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력에 따른 계층 간 갈등이 적절히 통제가 안 되면 한국사회를 무너뜨릴 수준까지 나아갈 것”이라며 “총체적 국가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 ‘줄푸세’ ‘작은 정부·큰 시장’ 등을 호기롭게 외쳤음에도 오히려 계층 간에 양극화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말은 이러한 현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는 “한국사회 전체가 재벌의 인질이 된 것처럼 ‘재벌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논란은 잘못됐다”며 “재벌 대기업이 비실거릴 때는 꼭 도와야 한다고 하고, 세금도 깎고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체제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의미의 ‘공화(共和)주의’ 실현을 강조했다. 강의 초반 대한민국의 저성장, 사회적 불평등, 경제 양극화, 교육 불평등 등을 거론한 그는 “우리나라는 헌법 1조 1항이 말하는 민주공화국의 ‘공화국’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화의 뜻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5·16을 쿠데타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군사정권이 만든 당이 공화당”이라며 “사람들이 ‘공화’의 참뜻을 생각지 않고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즉 대한민국에서 공화주의가 ‘모든 시민이 주인’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뒤로한 채 ‘독재’와 연결되는 원인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과거 5·16은
군사쿠데타

과거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은 ‘상시청문회법’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다시 한 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특강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과 정확히 반대되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가습기 사건이나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나 어떤 사건이든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회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청문회를 해야 한다”며 “‘일 하는 국회’로 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지향점과 개혁 방향을 유감없이 드러낸 그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권 플랜’이 가동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현 경제정책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또한 20대 젊은 층을 상대로 한 강연이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총선 후 새누리당에게 던져진 최대 과제는 과연 20·30대 표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다. 즉 젊은 표심을 잡을 인물이 새누리당에 전무한 상태. 유 전 원내대표의 강연정치는 새누리당에게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는 행위이며, 그가 강조하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도 결국 젊은 층을 겨냥한 슬로건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는 특강 직후 기자들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최초' 법안 집중해부
19대 오명 씻기 ‘몸부림’

제20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했다. 개원 첫날 총 52건의 법률안이 국회사무처 의사국 의안과로 접수됐다. 

앞서 여야 지도부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의 오명을 씻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양은 많았던 데 비해 실속 있는 법안은 적었다는 게 지난 19대 국회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20대 국회는 과연 전과 다를 것인가. <일요시사>는 첫날 접수된 총 52건의 법안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의 수는 27명. 접수된 순서대로 박정, 배덕광, 이찬열, 이종배, 위성곤, 홍문표, 박영선, 박명재, 이채익, 황영철, 경대수, 신보라, 김광림, 이학재, 이명수, 김성태, 이완영, 이철우, 박남춘, 박맹우, 윤후덕, 노웅래, 김성찬, 원혜영, 남인순, 백재현, 박덕흠 의원이 그들이다.

그중 대표발의 법안의 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찬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총 10개의 대표발의 법안을 개원 첫날에 접수했다. 그 중 ‘고용정책 기본법’을 제외한 나머지 9개은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즉 기존의 법률안을 수정하는 내용이다.

고용·노동과 관련된 법률안이 3개, 교육 관련이 3개, 세금 관련이 2개다. 나머지는 혼인관계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라도 유전자검사에 의해 친생자가 아님이 증명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클린디젤자동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원 첫날 52건 접수…27명 발의
더민주 이찬열 10개로 가장 많아

이 의원 다음으로 대표발의를 많이 한 사람은 3개의 법률안을 발의한 이명수, 박남춘, 김성찬, 백재현 의원이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기업·산업 관련 기본법안 1개, 복지 관련 개정법률안을 2개 발의했다. 더민주 박남춘 의원은 고용·노동 관련을 3개 발의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습이다. 그중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전반적인 근로 실태를 파악해 공표하고, 그 결과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실적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기업·산업 2개, 환경 1개를 발의했고 더민주 백재현 의원은 지역·민생 1개, 기업·산업 2개 법률안을 제출했다.

대표발의를 2개 한 의원은 총 8명이다. 박영선, 박명재, 경대수, 김광림, 김성태, 이완영, 박맹우, 윤후덕 의원이 그들이다. 나머지 박정, 배덕광, 이종배, 위성곤, 홍문표, 이채익, 황영철, 신보라, 이학재, 이철우, 노웅래, 원혜영, 남인순, 박덕흠 의원은 각각 1개씩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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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