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예비군 사건사고 백태

‘소리만 탕’ 공포탄 맞고 쇼크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예비군 훈련장의 사건·사고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곤 했다. 평소 총기나 폭발물을 다루지 않는 예비군들의 특성상 작은 실수가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역대 연도별 예비군훈련 사고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한다.

예비군훈련 사고 중 피해규모가 가장 컸던 사건으로는 1993년 6월 경기도 연천의 한 포병사격 훈련장에서 일어났던 폭발 사고다. 당시 훈련장에 있던 155mm 고폭탄 장약통 4개에 우연히 불이 붙어 옆에 있던 고폭탄 1발과 조명탄 2발이 터져 예비군 16명과 현역 장병 3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쳤다.

감추기 급급

이 사고에는 유명한 루머가 하나 있다. 거의 모든 루머처럼 일관된 내용은 없지만 주된 줄거리는 “포탄에 충격을 주면 터진다, 안 터진다”로 예비군들끼리 시비가 붙었다가 한 명이 대형 해머로 포탄을 내리쳐 터졌다는 것. '예비군들이 술을 먹었다든가' '술을 먹은 예비군 한 명이 남들 모르게 포탄을 대형 해머로 내리쳐 터졌다'는 등의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 루머는 너무나 널리 퍼져 정설처럼 취급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소문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이 군 사고 사례로까지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사고 이후 예비군 제도 운용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개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해당 여단장이 보직해임되고 장교 3명이 구속됐다. 

1994년 5월에는 경기도 미금시에서 시가지 전투 훈련을 받던 대학생이 동료 예비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시가지 전투를 하던 예비군들은 모두 공포탄을 받았으나 실수로 해당 예비군에게는 실탄 한 발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군 당국은 30m 앞에서 동료 예비군이 쏜 공포탄을 맞고 쇼크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체를 부검한 결과 몸에서 M16 실탄 탄두가 발견돼 허위 발표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같은 해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대구의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사격 훈련을 하던 대학생이 소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1999년 광주의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20대 예비군이 자신을 향해 총을 발사해 중상을 입기도 했다. 경기도 이천에서는 동원예비군 포 사격 훈련 도중 박격포 유탄이 산에 떨어지며 산불이 났다. 

2001년 5월에는 인천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수류탄 훈련 중 연습용 수류탄이 터져 예비군 한 명의 오른손 손가락이 부러졌는데, 해당 예비군이 2차 안전핀을 제대로 잡지 않아 발생했다. 그러나 문제의 연습용 수류탄은 규정과 달리 철제 외피가 없어 부상이 심했다. 

잊을 만하면…작은 실수 참사로 이어져
자살하거나 동료 총에 맞아 숨지기도
 

2004년 4월 강원도 인제군에서 동원예비군을 태운 버스가 언덕 아래로 추락해 3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치는 사건도 있었다. 2004년 4월 경기도 양주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다. 훈련용 전지 뇌관이 터져 예비군 참가자 4명이 팔과 다리,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2008년 5월 경기도 가평에서는 동원예비군 박격포 사격훈련 도중 포탄이 바위 등에 부딪히며 산불이 났다. 2011년에는 경기도 포천시의 한 교차로에서 군용 트럭이 중앙 가드레일을 받고 넘어지며 트럭에 탑승하고 있던 예비군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이다. 총기 난사 사건이라 불리고 있지만 불과 10초가량의 시간 동안, 정확히 조준 사격했으며 총알은 단 9발만 이용했다. 때문에 난사라기보다는 자신과 아무런 인간적인 연결 고리가 없는 사람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한 무차별 살인, 묻지마 살인 사건 성격이 강하다. 

2015년 5월13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내곡동의 예비군훈련장에서 사격 훈련 도중 한 예비군이 동료 예비군 4명에게 총탄 7발을 난사했다. 그는 총기 난사 직후 9번째 총탄을 자신의 이마에 쏘아 현장에서 자살했다. 그의 옷에서 유언과 범행 계획을 적은 유서가 발견됐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국방부로부터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사고 경위 등 현안을 보고 받고 재발 방지 대책을 모색했다. 


이번 사건은 위에 언급한 대로 예비군훈련 현장에서 안전관리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초로 예비군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만큼 사건 현장을 목격한 예비군들과 앞으로 훈련받을 예정인 예비군들에게 불안감 및 공포가 확산됐다.

실제로 사건의 여파로 예비군훈련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도 했다. 또한 예비군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확산됐다. 

국방부는 현역 복무 시절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전역자와 간부에 대해서 예비군 훈련을 제외하는 방향을 추진키로 했다. 다만 정신 병력 자체가 잘 인정되지 않고 본인이 숨기면 드러나기 어려우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도 많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심리적 및 심신으로 단 1%라도 문제 및 이상이 의심된 예비군들은 훈련이 제한되거나 면제를 받게 됐다. 

현역 복무 중에 정신질환 사유로 보충역으로 전역했거나 원래부터 보충역이었던 자라도 정신질환 기록이 있으면 훈련이 면제된다. 또 국방부는 예비군 사격장에서 사용하는 총기를 지상에 고정하는 틀과 안전고리를 지난해 12월 전 부대에 보급 완료했다. 2017년 이후에는 예비군 사격장의 사격통제관과 사수에게 총탄으로부터 보호되는 신형 방탄헬멧과 방탄복을 지급할 계획이다. 

돌발행위 조심 

최근 예비군 동원훈련이 강화되면서 여기에 불만을 가지는 예비군들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돌발행위에 대한 예방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의 안보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예비군 장병, 현역 장병들의 안전과 더 나아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다시는 이러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 무고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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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