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안 팔리는 수입차 왜?

벌써 정점 찍었나 “거품 꺼진다”

[일요시사 사회팀] 박민우 기자 = 잘나가던 수입차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비와 탈세, 결함 논란 등 대형 악재들이 돌출했기 때문. 거기에 ‘강력한’ 국산 새 모델들의 속속 출시도 한몫 하는 모양새다.

수입차 150만대 시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수입차 등록대수는 총 147만8265대. 전체 등록 차량의 7%에 육박했다. 도로 위 15대 중 1대는 수입차란 얘기다.

매출 늘어도
즐겁지 않다

수입차는 2009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매년 10만대 이상씩 늘어 2014년 100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한해 국내서 팔린 수입차(승용차)만 24만3900대에 이른다. 전체 판매된 승용차(157만676대)의 16%를 차지했다.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도 늘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42.5% 상승한 3조14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11억원, 순이익은 872억원. 지난해 판매 대수는 4만6994대로, 전년 대비 33.5% 증가했다.

지난해 5만5441대를 팔아치운 BMW코리아는 지난해 전년비 25% 증가한 2조87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2352억원, 순이익은 46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11%, 131% 늘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전년보다 5.8% 증가한 2조8185억원을 냈다. 디젤 스캔들 여파로 영업이익(472억원)과 순이익(321억원)이 떨어졌지만, 판매 대수는 6만8316대로 전년보다 17% 신장했다. 포르쉐코리아와 FCA코리아, 한불모터스(푸조, 시트로엥 수입사), FMK(페라리·마세라티 수입사) 등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 실적이 향상됐다. 판매 대수 역시 늘었다.

수입차 관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차 효과, 물량 확보 등에 힘입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수입차 판매 대수는 20만∼25만대에 육박해 총 15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거침없이 성장하다 주춤…판매 줄어
업무용 등록 차량 과세 강화한 결과

잘나가던 수입차 시장.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계속되는 악재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안전 문제다. ‘수입차가 안전하다’는 얘기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12개 차종을 평가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산차 6종과 수입차 6종을 평가했는데, 수입차는 상위에 오르지 못했다. ‘안전한 차’ 최우수상은 현대차의 아슬란, 우수상은 쌍용차의 티볼리가 받아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달아 터지는 화재사건만 봐도 수입차 안전에 의문이 달린다. 자칫 인명 피해 등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차량 화재는 10건이나 된다. 자동차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차량 화재 10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9건에서 명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리콜이 늘면서 고객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리콜은 회사 측이 제품의 결함을 발견하고 보상해 주는 소비자보호제도다. 다른 말로 ‘결함보상’ ‘소환수리’라고도 한다. 기업으로선 자사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라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진 소비자 불안을 키우는 역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불안 불안~
심상찮은 리콜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수입차는 결함으로 인한 리콜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24만3000여대. 전년에 비해 24%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리콜 조치된 수입차는 2014년보다 73% 급증한 23만7000여대. 판매대수와 맞먹었다.

그중에서도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의 리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수입차 리콜대수는 2만6750대로 나타났다. 5908대를 리콜 중인 포르쉐가 가장 많다. 이어 한국닛산(5354대), 아우디폭스바겐(3763대), 크라이슬러(1953대), 한국도요타(1746대) 순이었다.

최근엔 벤츠, 렉서스, 재규어, 랜드로버 등 수입차 브랜드의 8개 차종 7025대에 대해 리콜 조치됐다. 리콜 이유로는 ▲재규어XE와 재규어XF는 연료 필터와 연료 공급 호스를 연결하는 부품의 결함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이보크는 엔진의 주 전기 배선 문제 ▲렉서스 IS250과 렉서스 GS300은 연료 압력센서 조립 불량 ▲벤츠 SLK200은 배선 설계의 문제 등이었다.

한국고객 무시
‘봉’으로 취급

아직까지 한국 고객을 ‘봉’으로 취급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소비자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의 A/S는 항상 제기되는 문제다. 비싼 돈을 주고 차량을 구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A/S가 주어져야 맞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이는 부족한 정비시설과도 오버랩 된다.

사고 처리가 가능한 정비센터는 180개밖에 안 된다. 수입차 등록대수(148만여대)를 감안하면 1개 센터당 약 8000대를 담당하는 셈이다.
 

수리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평균 수리기간은 8.8일로, 국산차(4.9일)보다 1.8배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긴급출동서비스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수입차 업체도 상당수다.

“전망 그리 밝지 않다” 비관론 고개
안전 불안 가중…차별 대우도 도마

국산차는 다 해준 개별소비세 차액도 버티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 적용을 받지 못한 고객에게 차액을 환급해 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밖에 렌트비·보험료 부풀리기, 베일에 싸인 수입원가, 선택 없는 풀옵션, 카푸어(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입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 만드는 할부 등도 한국에서만 심하다.

특히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빚은 폭스바겐은 유독 한국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섰지만, 국내에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부실한 리콜 계획서로 정부까지 농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색한 경영도 도마에 오르내린다. 자국 대주주에 파격적인 배당을 하면서도 국내 기부는 개미 눈꼽만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8개 수입차 업체의 지난해 배당금은 836억1000만원이었다.


벤츠코리아의 지난해 주주 배당액은 585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배출가스 스캔들의 주인공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160억1000만원, 포르쉐코리아 60억4000만원, 볼보자동차코리아 30억원 등이다.

반면 8개 수입차 업체의 기부금은 42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벤츠코리아 20억5000만원, BMW코리아 1억1000만원, 한불모터스 2억1000만원, 포르쉐코리아 1억5000만원 등이다. 문제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FCA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GM코리아는 기부금이 전혀 없었다.

수입차 업체들은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BMW코리아(175명), 벤츠코리아(168명),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167명) 등 지난해 8개 업체가 고용한 임직원 수는 749명이 전부였다.

꺾인 성장세
흐릿한 앞날

사정이 이렇자 수입차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7만3844대로 전년보다 4.3% 감소했다. 개인이 산 차량은 4만772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 늘었지만, 업무용 차량(2만6118대)이 18.9% 줄었다.

고가 차량을 업무용(법인·개인사업자 명의)으로 등록해 세금을 탈루하는 ‘무늬만 회사차’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결과다. 고가 수입차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같은 기간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33.5% 줄어든 4426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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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