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투견의 세계

평생 싸우다 인간 입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아지 때부터 싸우는 기계로 훈련받는 ‘투견’. 평생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받으며 싸우는 과정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거나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참혹한 투견의 현실이 방송되어 동물보호법의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평생을 주인을 위해 싸우다 버려지는 투견들의 삶을 조명해본다.

한국의 투견 역사는 개화기 전과 후, 그리고 현재로 나뉜다. 개화기 전의 투견은 민족놀이로서 투견이고 개화기 후의 투견은 일본식 투견이며 현재의 투견은 불법 행위로 볼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조선왕조실록에 투견대회가 열렸다는 기록이 서너 건 나오지만, 개와 개가 싸우는 게 아니라 개를 풀어 날개를 꺾어둔 닭을 쫓는 사냥 경기로 여겨진다.

총기·마약 거래도

개화기 후 우리나라는 해외로 진출 중이던 일본 투견들이 거쳐 가는 중계지로 여겨졌고 주요 세력으로 자리 잡은 일본인들에 의해 일본식 투견이 자리를 잡아 민족놀이로서의 투견(닭 쫓기 경주)은 이 시기에 맥이 끊어졌다. 일제 강점기 당시 정착한 일본식 투견은 해방과 6·25 전쟁을 거쳐서도 그 명맥을 유지했고 1970년 9월 농림부의 허가 아래 사단법인인 한국도사견협회가 설립돼 전국 규모의 행사를 열기도 했다.

투견이 흥행 가도를 달리던 이 시기엔 일본의 유명 투견을 초청한 경기를 벌이기도 했는데 점차 판이 커지며 도박과 승부 조작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물애호가들이 투견 금지 운동을 벌이면서 이미지가 추락해 버렸다. 결국 급격히 음지로 숨어들어 ‘투견은 불법’이라는 인식이 세간에 퍼졌다.

1980년대까진 그럭저럭 양지에서 행해졌으나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의 개최 여파로 외국인들이 꺼리는 행위 중 하나인 투견은 자연스럽게 음지로 밀려났다. 이후 1990년대 투견에 대해 취재했던 한 방송사 기자가 투견과 연관된 조직폭력배들에게 위협 받은 내용을 공중파로 송출하면서 투견은 사실상 조직폭력배들이 얽힌 막장대회로 낙인찍혔다.

공중파를 통한 '확인 사살'로 완전히 사장된 투견은 20여년 만에 ‘민족놀이였고 합법이었다’ ‘소싸움과 다를 거 없다’ 등의 논리로 인터넷에 합법성과 정당성을 주장하며 재등장했다.

하지만 불법 행위인 투견에 대해 크게 다룬 한 TV 프로그램에 의해 다시 한 번 잠잠해졌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방송 직전까지 투견 관련 단체들로부터 항의와 고소 위협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 행해지는 투견은 지금도 거대한 범죄조직이 연루된 경우가 많다. 투견은 현장에서 총기, 마약 거래가 이뤄지기도 해 전 세계적으로 흉악 범죄로 다루고 있다.

투견만을 위해 개량해 낸 견종만 해도 상당하다. 개량된 시기는 투견이 한창 유행하던 18세기 말엽이며 개량에 박차를 가한 주요 사유는 아무래도 돈이 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투견의 견종 개량이 한창이던 당시에는 투견에 돈을 거는 행위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기여서 아직 사람들의 윤리관이 현대인과 상당히 달랐고 동물애호가들이 벌이는 운동도 없었기에 투견 판에 투입된 풍부한 자본을 토대로 적극적인 견종 개량이 이뤄졌다.

개싸움 돈 거는 도박 성행
훈련 약물 부작용 시달려
부상 입어 못 싸우면 식육

군용견으로 유명한 셰퍼드나 여우 사냥용 개로 알려진 닥스훈트 등은 투견의 견종 개량 과정에서 나온 일종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최고의 투견은 핏불과 도사견의 두 견종으로 압축된다. 세르비안 디펜스 독이나 불리 쿠타 등이 치고 올라오곤 있지만, 아직 이 두 견종을 능가하진 못한다. 오브차카도 투견 라인이 있지만, 도사견을 상대로는 저조한 승률을 보인다고. 미국에서는 인디언 자치구가 치외법권인 것을 이용해서 투견 판이 열린다는 소문도 있는데 인디언들의 개는 투견꾼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투견은 강아지 때부터 싸우는 기계로 훈련받는다. 어릴 때부터 짧은 쇠사슬에 묶이거나 철창에 갇혀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개와 교류할 수도,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도 받지 못한다. 투견업자들은 훈련을 위해 굶기거나 러닝머신 위를 강제로 달리게 하는 등 잔혹한 수법을 사용한다. 근육량을 늘리고 싸울 때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스테로이드제와 마약성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개에게 사회화 훈련이나 서열 훈련을 아예 시키지 않는 사례도 많은데 이는 투견의 성격을 인위적으로 거칠게 만들어 조금이라도 더 잔인한 경기를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훈련받은 투견들은 투견 도박장에서 한쪽이 죽거나 거의 죽을 때까지 싸운다. 싸우는 과정에서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져도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서열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대형견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를 바가 없다.

만일 그런 개가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 돌발행동을 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이런 개 주인의 경우 투견장 밖에서 애꿎은 남의 집 개를 물어 죽여도 벌금만 내고 입을 씻을 뿐 전혀 미안해하거나 놀라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사례가 많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투견에서 패해서 상처를 입거나 치사한 개들은 대부분 개장수에게 팔려가 개고기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 이런 이유로 개고기 취식 찬반 여부와는 관계없이 투견 자체 역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음지에서 법망을 피해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만큼 조직폭력배, 도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투견들은 운 좋게 구조되더라도 장애를 안고 살거나 약물 부작용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아간다.

투견 도박은 비밀리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어렵다. 한국인들은 필리핀에서까지 온라인 투견 도박장을 운영하다 적발돼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 한국에서 투견을 불법이지만 적발되더라도 그동안 불구속·벌금형으로 끝난 경우가 많다.

방지법 통과 미지수

게다가 투견업자로부터 개의 소유권을 박탈할 수도 없어 학대받은 개들이 다시 돈벌이를 위해 이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새누리당은 투견을 금지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문가들이 모여 투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도 열었다. 하지만 아직 투견방지법이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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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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