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새누리당' 여권발 정계 개편 시나리오

갈라선 친박-비박 분당이냐 창당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제 갈라서는 일만 남은 걸까. 친박-비박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지 오래다. 전국위를 무산시킨 친박계의 움직임에 비박계는 혀를 내두르는 상황인 반면, 친박계는 비박계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성토한다. 이래서 내년 대선까지 함께 갈 수 있겠냐는 성토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 한 지붕 아래서 원수가 되어버린 두 계파의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담아봤다.

“새누리당은 노답입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의 이 넋두리는 작금의 당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위시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통해 총선 동안 빚어진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자 했다. 그러나 비대위·혁신위 추인을 위한 전국위가 열리는 날, 대다수의 친박계 인사들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비박계는 즉시 친박계를 겨냥하고 나섰다.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한지붕 아래
원수로 으르렁

앞서 17일 새누리당은 제4차 전국위 개최를 예고했다.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의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1시간가량 지연된 전국위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상임전국위원 52명 중 20명도 채 참석하지 않아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국위가 무산되자 회의장에서는 “그러니까 새누리당이 욕먹지!” “이게 뭐냐! 국민들 앞에 부끄럽지도 않나”라는 당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 있던 비박계 참석자들은 즉시 친박계를 비난했다. 전국위를 무산시키기 위해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무산 직후 정 원내대표 측에서는 “친박계의 자폭 테러로 당이 공중분해됐다”는 성토가 나왔다. 비박계 정두언 의원은 “동네 양아치들도 아니고… 아무 명분이 없다. 이런 패거리 집단에 있어야 되나”라며 친박계 인사들에 대해 맹비난했다.

당일 혁신위원장 추인을 받을 예정이었던 비박 인사 김용태 의원은 전국위가 무산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지난 17일) 전국위가 무산됐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나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국민과 당원께 엎드려 용서를 구한다. 지난 이틀간 우리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가졌었다. 그러나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세 번이나 국회의원이 되는 은혜를 주신 국민과 당원들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 나는 혁신위원장을 사퇴한다.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친박계)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
 

이혜훈 비대위 내정자는 참담한 심정과 동시에 친박계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무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이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빠졌다”며 “(새누리당이) 바뀌지 않으면 정권을 주지 않겠다고 (국민이) 강력히 경고했는데 이를 무시한 채 한 달이 지났다. 국민들이 다시 저희를 기다려주실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 내정자는 전국위가 무산된 이유를 ‘계파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지난 16일) ‘친박계가 누구(정 원내대표)를 밀어줬는데 왜 (비대위원 자리를) 우리한테 하나도 안 주냐’며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 내정자의 말처럼 친박계 초·재선 의원 20명은 전국위가 열리기 전날 ‘정직석 비대위·김용태 혁신위’ 출범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비대위·혁신위의 인적 구성이 비박계에 치우쳐 있다고 진단한 그들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김선동·김태흠·박대출·이완영·이장우 의원 등은 모두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성명서를 발표한 현장에서 김태흠 의원은 “계파 갈등의 부정적 인식을 씻을 수 있는 중립적인, 당내 인사가 아닌 외부인사 중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일부 비대위원은 총선 과정에서 실무 책임을 맡아 공천 파동의 책임을 면키 어려운 분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우 의원은 “당내 의견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인선했다는 데 문제가 있고, 그동안 당내서 편향적 시각으로 일부 계파에 앞장섰던 사람을 중심으로 했다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TK-PK 충돌
주도권 쟁탈

이들의 성토는 친무(친 김무성)계와 친유(친 유승민)계가 비대위원이 되는 것에 대한 작심발언이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번 비대위 인선에서 정 원내대표는 친무계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과 친유계인 김세연·이혜훈 의원 등을 내정했다. 앞서 김 의원이 말한 ‘공천파동’과 이 의원이 말한 ‘일부 계파’는 결국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말이란 해석이다.
 

이장우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지난 총선 패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지만 가장 책임이 무거운 사람은 당을 총 지휘한 당 대표”라며 “당 대표의 최측근들이 대거 (비대위에) 배치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총선에 정무적인 판단을 잘못해서 당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거 승리를 이끌지 못한 모든 책임은 당대표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해 김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총선 참패 정신 못차리고…"네탓" 공방
전국위 무산 결국 김용태 혁신위 사퇴

그렇다면 친박계는 왜 출범도 하지 않은 비대위·혁신위 행보를 우려하고 나선 것일까. 전국위 무산이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비박계를 압박한 이유는 앞서 정 원내대표와 내정된 비대위원들이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말들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 인사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했는데, 해당 비대위는 회의를 통해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를 마친 비대위원들은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유 의원을 포함한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복당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된다”고 일제히 말했다.

이러한 부분이 당 정체성을 현저히 훼손했다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전국위를 무산시킨 후 친박계 의원들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언급한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총선을 통해 밝혀진 것처럼 친박계가 주장하는 ‘당 정체성’은 ‘박근혜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점을 비춰봤을 때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와 그가 내정한 비대위원들이 해당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분당 불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새누리당이 ‘정신적 분당’을 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공천 막바지에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배제 압박이 한창일 당시, 친박계 내에서는 “의석수가 줄더라도 정체성이 통일된 당이 돼야 박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연장선에서 지금의 122석보다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통제 가능한 당을 만들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늦춰야 한다는 논리까지 온 셈이다.

길잃은 새누리
새판짜기 시작?

최근 강성 발언을 내고 있는 김태흠 의원은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며 “정당은 이념이나 목표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 대목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결국 비대위·혁신위를 무산시킨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 사퇴카드를 들고 나왔다. 김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내 본인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한 본인(정 원내대표)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 사퇴를 말하는 데는 친박계의 배신감도 한몫한다. 알려진 것처럼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지지를 업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럼에도 친박계를 비대위 인선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이다. 정가에서는 과거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오버랩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는 사퇴 압박에 한때 칩거에 들어갔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던 그는 KTX로 귀경 도중 지역구인 공주서 돌연 하차했다.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그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집권 여당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전국위 무산의 의미가 무엇인지 판단이 안 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상구가 안 보인다”
심화되는 계파 갈등

친박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정 원내대표는 반면, 비박계에게는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원내대표단을 친박계 인사 위주로 뽑았다며 ‘친박계의 새로운 하수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를 털어내고 입장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의 주인이 누군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위임받은 사람들이 함부로 얘기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청산의 대상, 혁신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원내대표를 누가 지명하거나 임명을 했나. 몇몇 사람들이 그런 소리(정 원내대표 사퇴)를 한다고 해서, 또 어떤 세력(친박계)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독려했다.

친박-비박의 끝을 알 수 없는 갈등의 이면에는 과거 3당 합당 때 있었던 TK·PK의 정서 충돌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즉 갈등의 기저에서 TK를 중심으로 한 패권주의와 PK의 민주화 정서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모체는 3당(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민자당)이다. 합당 당시 민자당에는 크게 민주정의계(민정), 통일민주계(민주), 신민주공화계(공화)의 3개의 계파가 생겨났다. 당이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지속·발전하면서 이들 계파도 함께 명맥을 이어왔다. 즉 지금의 친박-비박이란 계파 속에도 민정·민주·공화계가 섞여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비박계 내에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PK 세력이 많이 들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김무성 전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이 공화·TK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와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것이 지금의 계파 갈등이라고 정가는 관측한다.

과거를 보면
답이 보인다

갈등의 원천은 단순히 TK·PK라는 지역 기반이 아니다. 이들은 정서 상 큰 차이를 보인다. ‘부마항쟁’에서 알 수 있듯 PK 인사들에는 야성이 있다. 그런데 공화·TK가 패권주의를 내세우며 당을 지배하려 들자 반기를 든 것이란 해석이다. PK 인사들이 TK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익명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TK·PK 갈등에 대해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직 앙금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TK가 워낙 수구 쪽으로 가니 (PK에서) 정서적인 반감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용태의 작심발언

제4차 새누리당 전국위원회가 무산되자 혁신위원장에서 자진 사퇴한 김용태 의원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그는 성경 시편 1장 1-6절을 인용해 친박계를 비판하고 나섰는데, 이들을 사실상 ‘악’으로 규정한 모습이다.

그는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라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고 적었다.

이어 “악인은 그렇지 않음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그러므로 악인이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이 의인의 회중에 들지 못하리로다. 대저 의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고 덧붙였다. 자진사퇴를 밝힌지 하루 만에 올라온 글이라는 점에서 친박계를 직접 겨냥한 맹비난으로 보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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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