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간편해야 잘 나간다

소형화 제품 시대

작고 간편한 먹거리가 부상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정착, 개인 여가 활동 중시 경향 등 사회구조적 변화와 가치관 변화가 맞물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1인, 맞벌이가구 증가로 소량화·간소화
재료 손질 줄이고 작은 매장으로 수익성 높여

최근 소량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업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점포 역시 투자 비용은 적게 들면서 꾸준하게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콤팩트 매장에 이목이 집중된다. 간소하게 식사를 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햄버거, 샌드위치, 베이커리 시장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과점 시장이 2006년 1조7485억원에서 2014년 4조6818억원으로 4배 가까이 커졌다. 동기간 햄버거·샌드위치 등 시장은 1조9490억원에서 3조9026억원으로 3배 늘었다. 전체 외식시장이 1.5배 커진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이다.

도시락전문점의 인기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주력 메뉴를 3000 ~5000원대 판매하는 ‘한솥도시락’은 5년 전보다 5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쌀, 청양고추 등에 농산물 실명제를 도입해 ‘밥맛이 다른 도시락’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주문 후 조리 원칙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튀김도 바삭바삭하다는 것이 고객들의 반응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어린이층이나 프리미엄 도시락 수요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신규 고객층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시락 고공행진

한솥도시락이 최근에 출시한 ‘고등어조림 도시락’은 고등어조림과 2~3가지 밑반찬으로 구성되었으며 포실포실한 고등어 살과 뼈를 발라내 먹기 편하게 만든 점이 특징이다. 시장에서 고등어를 직접 사서 조림을 해먹게 되면 고등어, 채소 등 최소 1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또 장을 보고 조리하는 데 드는 시간도 최소 1시간 이상이 든다.


따라서 직장생활로 시간이 부족한 주부를 비롯, 간소하고 간편하게 밥을 먹으려는 1인 가구들 사이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5800원에 집에서 어머니가 해준 것 같은 매콤 칼칼한 맛의 고등어조림을 푸짐하고 알차게 먹을 수 있는 것. 고등어조림만 따로 구매가 가능해 반찬으로 찾는 손님들도 많다.

소형화 간편화 제품 수요 증가는 인구 구조 변화가 한몫한다. 먼저 1인 가구 증가다. 1인가구의 70%는 학생이나 취업이 늦어지는 청년들, 사회초년생, 결혼을 미룬 미혼남녀 등 20~30대가 34%, 60대 이상 고령층이 34%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층이 많아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안을 갖고 있다. 그리고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저소득층과 중소득층 분포가 많다. 맞벌이가구도 늘고 있다. 2014년 기준,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50% 가까이를 차지한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늘면서 맞벌이 가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1인 가구는 혼자서 간편하게 먹는 음식을 선호한다. 과일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적당한 크기를 선호한다. 식사도 적은 돈과 시간을 들여 간소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맞벌이가구는 부부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외식비, 편의식품비, 가사서비스, 의복관련 서비스 등 시간 절약형 서비스에 지출이 상대적으로 높다. 대신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는 신선식품이나 식료품비는 적다. 채소 등을 구매해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하는 대신 반 가공된 상품이나 완전 가공된 상품을 구매하거나 배달·포장이 느는 이유다.

음식점에서는 포장과 배달 매출도 높아지고 있다. 프리미엄 돈가스전문점 ‘하루엔소쿠’가 대표적이다. 작년에 일부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테이크아웃 제품을 전국 매장(일부점포 제외)으로 확대 실시했는데, 일본 정통돈가스와 우동, 메밀국수 포장이 가능해 오피스 세미나, 행사용 등으로 단체 도시락 주문으로 인기 행진 중이다.

하루엔소쿠는 두툼한 고기와 생빵가루, 고품질 튀김기름 등으로 만든 고품질 돈가스를 8000 ~1만원의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서울 압구정점은 돈가스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보쌈과 족발 전문점도 테이크아웃 등이 가능한 소용량 포장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동성 높인 제품

점포 운영에서도 소형화 간편화 추세가 뚜렷하다. ‘오징어와친구들’도 골목 상권에서 뜨고 있는 업종이다. 50㎡(약 15평) 규모의 매장을 창업하면 점포비를 포함하여 7000만원 내외에 가능하다. 부부가 밤늦게까지 장사하면 월평균 순이익이 1000만원 되는 가맹 점포도 많다.


산오징어를 기본으로 회와 물회, 오징어무침, 통찜, 튀김, 해물탕 등 다양한 오징어 요리를 내놓기 때문에 동네에서 가볍게 소주한잔 하려면 고객들이 주중과 주말 모두 몰려온다. 본사에서 신속하게 오징어 및 생선의 껍질을 벗기는 탈피기와 자동으로 오징어회를 썰어주는 세절기를 설치해준다. 또 본사에서 매일 오후 산지에서 수급한 오징어와 해물 등을 물차로 공급해줘 수산시장에 가야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기본 육수와 양념 등도 팩으로 공급받는다. 초보자도 충분히 창업이 가능한 이유다.

‘본초불닭발’은 창업 초보자도 쉽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본사에서 닭발 요리를 포함한 거의 모든 메뉴를 100% 손질, 조리한 후 완제품 형태로 납품하기 때문에 가맹점에서는 진공 포장을 뜯은 후 데우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 평균 33㎡(약 10평) 내외의 소형 점포로 창업하면 점포 구입 비용 포함하여 5000만원 안팎에 창업 가능하다. 홀 매출 50%, 배달과 테이크아웃 매출 50%를 올리는 전략을 펴면 일평균 50만원 매출은 거뜬히 올린다. 부부가 직원 한두 명 데리고 운영하면 월평균 순수익이 500만원을 훌쩍 넘는다.

1인가구, 맞벌이부부 증가와 고령화 등으로 소량 제품과 이동에 편한 외식업종의 전망이 밝다. 기존 점포에서는 가정간편식 판매를 위한 소용량 포장 상품을 개발하거나 타임마케팅 등 적극적인 판매 촉진 활동으로 매출을 높일 수 있다. 또 신규나 업종 전환 창업자들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큰 흐름을 읽어내고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간편식의 경우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으니 충분히 탐색하여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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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