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관피아' 논란

세월호 잊었나 ‘정신 못차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세월호는 대한민국 사회에 오랜 적폐가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낙하산 인사와 봐주기 관행은 더께처럼 쌓여 대한민국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피아 척결’을 선포, 재발 방지에 힘쓸 것임을 알렸다. 그러나 반성도 잠시, 전직 국회의원은 물론 세월호 부실수사 의혹으로 물러난 사람까지, 곳곳에서 청와대발 낙하산 인선이 이루어지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지난달 25일 임시주총을 열고 상임감사에 이성한 전 경찰청장을 선임, 비상임감사에 새누리당 조전혁 전 의원을 재선임한다고 결정했다. 두 사람은 에너지 관련 경험이 없어 "전형적인 낙하산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무 경험 전무

비단 경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 전 청장의 경우 세월호 부실수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력이, 조 전 의원의 경우 인천 남동을 출마를 위해 한전 사외이사를 그만뒀다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에 밀려 낙선하자 다시 돌아왔다는 점이 알려져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황이다.

이는 한전만의 일은 아니다. 총선 전부터 여러 곳의 감사 자리에 낙하산 논란이 있어 왔다. 일례로 김현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이 한국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로 선임됐는데,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라는 점에서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김기석 전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본부장은 신용보증기금 감사에 오르는 과정에 가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가 구설수에 올랐다. <부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본부장은 “(총선) 출마도 생각해 봤지만, 조금 늦음으로 해서 당에서 공기업을 맡아 보라는 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지난달 21일 성명서를 통해 이러한 김 전 본부장의 발언을 꼬집었다. 금융노조는 “김 전 본부장은 이번 인사가 ‘대선 보은 인사’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공기업을 대선 전리품으로 여기는 인식을 드러냈다”며 “부당한 낙하산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김 전 본부장 스스로가 낙하산 인사임을 인정한 꼴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뿐만 아니라 공기업 기관장 자리에도 낙하산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일 ‘사회공공연구원’의 김철 연구실장이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분석하고 <한겨레>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공기업 기관장 인선 중 4명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공기업 기관장·상임감사 친박계 수두룩
9월 대거 임기만료, 집단 낙하산 주의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정일영 전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성일환 전 공군참모총장, 한국동서발전 사장으로 임명된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대변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이 의혹의 주인공들이다. 지난 10일 더민주 한정우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들을 ‘낙하산 인선’으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올해 들어 주요 공기업 기관장과 상임감사에 16명의 낙하산이 자리를 꿰찬 것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임명된 인사 면면을 보면, 공공기관의 업무 특성과는 거리가 멀고 권력과는 가깝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거나 새누리당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던 인사들이 임기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밥그릇을 챙겼다.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은 국민들의 밥그릇을 챙기라고 있는 곳이지 권력의 밥그릇을 챙기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기관장 인선이 앞으로 줄을 이을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에 ‘집단 낙하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장 81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오는 9월에는 임기 만료되는 공공기관장만 22명에 이른다. 대한석탄공사, 서부발전, 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공기업은 물론 농어촌공사, 근로복지공단 등의 대형 공공기관의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된다. 낙하산을 노리는 이들이 군침을 흘릴 만큼 큰 장이 들어서는 형국이다.


아리랑TV는 최근 낙하산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대표적인 곳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5명의 사장 공모 지원자 가운데 김구철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을 사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가 김 상임고문을 내정해놓고 사장 공모를 진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 운영에 관한 지침 등의 규정에 따라 아리랑TV의 사장은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김 상임고문은 새누리당 박근혜 당시 후보를 다룬 <여풍당당 박근혜>라는 책의 저자라는 점에서 ‘보은 인사’라는 의혹에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앞서 KBS 보도국 재직 시절인 지난 2007년 제작비를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790만원을 횡령해 KBS에서 해임된 이력이 있어 도덕성 논란도 있다. 특히 지금의 인선이 ‘호화출장’ 논란으로 사퇴한 방석호 전 사장의 후임 찾기라는 점에서 김 상임고문은 더욱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문체부는 문제가 제기된 다음날 해명자료를 통해 김 상임고문이 사장으로 지명됐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곳곳에서 논란이 일자 국민의당은 최근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낙하산 금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원, 정당 지역위원장 등 정치인은 사임한 뒤 3년 내에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 등으로 갈 수 없도록 법으로 막는다는 게 골자다.

입김에 한자리

그러나 1300명이 넘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인선에서 정치인을 완전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또 일정 연봉 이상의 고액 공공기관장 인선에 제한을 둘 경우 과연 얼마의 연봉을 기준으로 할지, 내지 대선캠프 또는 대통령 인수위에 있었던 정치권 인사는 인선에 제한을 둘지 말지에 대한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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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