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친박계 배후조종설’ 진상

제2의 이한구? 드러나는 '친박본색'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와 친박(친 박근혜)계의 공조가 심상치 않다. 소통과 화합을 전면에 내건 정 원내대표는 중요한 결정 사항이 있을 때마다 친박계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이에 정 원내대표의 행보가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과 닮아간다는 평도 정치권에서 들려온다. 체질 개선에 나서도 부족한 시간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친박 패권주의’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정치권 전문가들은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 갈등을 보였지만 두 계파 모두 ‘정권 재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했다는 측면에서 패권주의로 단정 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계파의 이익만을 쫓는 모습이 친박계 내에서 보여 패권주의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지도부로 선출된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석-이한구
완벽한 닮은꼴

정 원내대표는 부인한다. 최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친박계 핵심이 정 원내대표에게 입김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며 질문하자 “가소로운 이야기”라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그는 당내에서 친박계로 통한다. 정 원내대표 자신도 이를 애써 감추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다. 취임 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전원이 친박이 되어야 한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에 당의 운영이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 가소롭다”고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과거 공천권을 행사했던 이한구 전 공관위원장과 닮아있다는 게 당내 시선이다. 이 전 위원장 역시 자신이 친박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내비치면서도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공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해당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이던 날 당사로 출근하는 길에 누군가와 통화하며 “저 남구(지역)에 그러면 생각하시는 것은 어떤 기준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요. 예. 실망 안 시킬 테니까”라고 말해 배후 세력을 의심케 했다.

공관위원이었던 홍문표 의원은 언론에 “(이한구 위원장이) 회의를 하다가도 갑자기 무슨 연락을 받거나 자기 생각이 뭐가 있다 싶으면 ‘오늘 회의는 여기서 그만입니다’라고 (회의를) 그만뒀다”고 말해 의혹을 제기했다. 배후 의혹은 공천 중 이 전 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서울 모처의 호텔에서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불거졌다.

친박계 대표단
물 건너간 혁신

결과적으로 이 전 위원장의 공천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고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 친박계가 ‘책임론’에 휩싸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책임론은 친박계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선출직 지도부에 대한 하마평이 나올 때마다 책임론은 비박계의 주된 레퍼런스가 됐고, 친박계는 이를 부담스러워했다. 특히 당권 욕심이 있는 친박계 입장에서 책임론은 반드시 잠재워야 할 요소다.

앞서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왔던 이유도 친박계 주류 쪽에서 먼저 책임론을 가라앉히기 위한 자숙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심’으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자숙하자”며 스스로 손발을 묶었다. 총선 후 친박계의 운신 폭이 좁아진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정 원내대표가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총선 참패는 ‘친박 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책임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표면적인 이유는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지만, 책임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친박계 책임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에 친박계 의원이 70∼80명 정도인데 모두가 (총선 참패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친박계가) 떼로 몰려다니면서 나쁜 짓을 했느냐. 덤터기를 씌워선 안 된다. 친박계 전체를 책임론으로 등치하는 것, 이를테면 ‘친박=책임’이라는 등식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내가 중립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친박과 비박 다 책임이 있는 것이지, 어느 계파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정 원내대표가 서서히 ‘친박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정 원내대표 당선 이후 친박계가 서서히 본인들의 목소리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단적인 예로 최근 친박계 내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거론되는 상황인데, 지난 원내대표 경선이 있을 당시 마땅한 후보조차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을 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원내대표단 친박인사로 전격 물갈이
비대위 겸직 두고 혁신위 무용론 대두

거론되는 후보들에는 이정현·이주영·홍문종 의원 등 직·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내비친 사람뿐만 아니라 원유철 의원(전 원내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4일 첫 당대표 경선 후보로 등록한 친이(친 이명박)계 심재철 의원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특히 원유철·이정현·홍문종 의원 등은 친박계 핵심에 속한다.
 

원내대표단이 꾸려질 때부터 계파 편향 얘기가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를 포함한 13명의 원내부대표단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강석진 의원은 최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코레일 사장 출신의 비례대표인 최연혜 당선인 또한 친박으로 통한다. 원내대변인에 추가 선임된 민경욱 당선인의 경우, 자타가 공인하는 진박 후보로 공천 당시 유승민계 민현주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공천권을 따냈다. 이러한 대표단 인선을 두고 하태경 의원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 원내대표단 인선”이라고 꼬집었을 정도다.

원내대표단은 자신들의 계파색 논란에 반발하고 있다. 수석부대표가 된 김도읍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사회자가 ‘이번 원내대표단 인선에 대해 친박 일색이다라는 비판이 나오더라. 어떻게 받아들이나’고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우리 정 원내대표께서 탈계파를 선언하면서 당선됐고, 우리 부대표단들도 보면 초선 의원들의 지역이라든지 전문성을 배려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꼭 친박계로 꾸려졌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기 어렵다.”

정진석 체제
친박 뜻대로

비대위 구성 문제는 친박-비박이 서로 이견을 보인 지점이다. 친박계는 ‘관리형’ 비대위를 내세운 반면 비박계는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했다. 물리적으로 전대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형 비대위가 세워진들 바꿀 수 있을 건 없다는 친박계의 현실론과 지금과 같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선 외부 인사를 데려온 혁신형 비대위 뿐이라는 비박계의 당위론이 서로 부딪혔다.

결국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현실론을 받아들였으며 비대위원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정진석 체제는 이제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이하 전대) 실무를 준비하는 일을 맡게 된다. 친박계의 당권 장악이 한층 수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문조사까지 간 끝에 나온 결과였다. 지난 10일 비대위 구성에 관한 당내 총의를 모으기 위해 정진석 지도부는 당선자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뒷말이 많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문조사가 의견을 모으기 위한 목적이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지에는 ▲관리형 비대위 ▲관리형 비대위+별도 혁신위 ▲진단형 비대위 ▲혁신형 비대위 ▲기타까지 총 5개의 보기로 이중 하나를 고르는 5지선다형이었다.

불만이 터져 나온 이유는 해당 설문조사가 사실상 친박계가 원하는 관리형 비대위로 가기위한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타’를 제외한 나머지 4개의 항목 중 ‘혁신형 비대위’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항목이 사실상 같다는 것이다.

“전대 늦춰라” 8월 연기 지시 있었나?
당·대권 결합론 부상…친박으로 통일?

즉 ▲당 지도체제 개편 ▲원외 당협위원회의 정비 등 지도부 시스템을 손봐야 함에도 혁신형을 제외하면 혁신의 주체가 차기 지도부 또는 비대위가 구성한 혁신위로 같다. 다시 말해 외부 인사 영입이 없는 나머지 3개 항목은 행위가 주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이름만 다르지 사실상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것이다.

불만이 터져 나온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비밀이 아닌 실명 공개를 전제로 한 설문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를 찍도록 유도했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일고 있다. 이는 특히 입지가 튼튼하지 못한 초·재선 의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혁신위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기자들 사이에서 존재한다. 최근 새로운 원내대변인으로 취임한 민경욱 대변인과의 질의에서는 몇몇 기자들이 과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맡았던 보수혁신위원회처럼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민 대변인은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에게 혁신위에서 결정한 문제를 다 받아들이도록, 수용하도록 하자는 그런 구체적인 방법까지 논의는 됐지만 결정된 건 없다”고 답해 부분 수용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혁신위원장으로는 김용태 의원이 선임됐는데, 이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소통과 화합을 위해 비박계인 김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힌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획기적인 혁신안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김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앉힌 것은 비박계에게 덤터기를 씌우기 위한 술수라는 견해도 있다.

결과적으로 혁신위가 ‘유명무실’해 질것이란 비관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행권한이 없는 특별기구의 성격이라서 정진석 체제의 입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친박계 핵심의 입을 통해 혁신위의 지위를 격하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총선 당선 직후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정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비대위와 혁신위는 문제 진단과 전대 관리의 역할로 한정하고 새 지도부가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자가 ‘혁신안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냐’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유명무실
혁신위원회

이처럼 혁신위의 지위와 역할에 의문부호가 달리자 정 원내대표는 수습에 나섰다.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혁신위는 단순히 이번 총선 패배에 대한 미봉책을 땜질하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향후 비대위·혁신위에서 정해질 ▲전대 날짜와 ▲당권·대권 결합 여부가 계파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친박계의 입김에 따라 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도 이때를 기점으로 명확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전대 시점을 늦추는 것이다. 앞서 예상됐던 7월보다 한 달가량 늦은 8월에 열리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확한 날짜가 잡히지 않았지만,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전대 시기가 늦어지면 질수록 ‘친박 책임론’이 잠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권·대권 결합론도 친박계 내부에서 얘기가 나온 만큼 향후 불씨가 될 예정이다. 새누리당 당헌에는 ‘차기 대선주자는 대선 1년6개월 전에 모든 선출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는 당권·대권을 분리시켜 놓은 규정이다.

이에 대한 폐지를 주장하는 친박은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음을 근거로 내세운다. 즉 인력난을 겪고 있으니 당권·대권을 함께 가져가 강력한 1명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박계는 그 1명이 당내 과반을 넘긴 친박계에서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나오는 최고위원회의 폐지론과 궤를 같이 한다. 즉 지금과 같이 9명(당대표 1명+원내대표 1명+정책위의장 1명+최고위원6명)이 정하는 집단식 의사결정 시스템은 비효율적이니 이를 당대표에게 몰아줘 과거 총재 시절의 강력함을 되살리자는 취지다.

‘범친박계 당직 장악→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전대 연기’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분명 친박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연 친박계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혹을 받는 정 원내대표는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총선 참패 후 한 달간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새누리당에 혁신의 바람이 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철우의 최고위 해체론

현재 새누리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최고위원회의다. 선출직 4명+지명직 2명에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까지 9명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과거 당 총재의 독단적 결정을 제어하기 위해 지난 2002년 탄생했다. 지금까지 당의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지만 반대로 많은 사공으로 인해 배가 산으로 가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중진으로 올라선 이철우 의원은 최고위원회의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당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선자 총회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이런 식으로 결론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집단지도체제는 안 된다. 차기 당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비대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최고위를 해체해야 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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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