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5}

잠실권, 강남 메카로 뜬다!

잠실지역이 강남권의 신주거 및 상권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잠실의 유래는 조선초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하여 잠실도회(蠶室都會)가 설치되면서 잠실이라 불린 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명칭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잠실은 원래 섬이었던 것이 1971년 하안남쪽의 육지로 연결되는 물막이 공사로 인해 육지로 변한 것이다.

강남권 신주거·신상권 중심지로 떠올라
8·29대책 후 아파트·점포 시세 급반전

지금의 잠실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잠실 주공아파트가 대거 개발되고, 80년대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문을 열면서 서울 동부의 대규모 주거지이자 핵심 상권으로 떠오르게 됐다. 잠실이 대규모 주택 단지와 유통 시설로 변모하게 된 시기는 1970년대 후반 잠실 주공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되고 80년대에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들어서면서다.

70년대 후반 부상
교통·교육 요충지

남으로는 성남과 수원, 북으로는 남양주 방면과 하남 및 서울 도심지로 오가는 대중교통이 대부분 경유하고 지하철 2호선 및 8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까지 웬만한 상권이 갖추지 못한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9호선 연장선이 예정돼있는 잠실동, 삼전동, 서촌동은 한동안 강남 부동산의 중심지 역할을 할 지역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잠실아파트 1∼4단지는 준공 30년을 넘기지 못하고 재건축에 들어가 5층 규모의 저층에서 3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로 변신했고 1단지 엘스, 2단지 리센츠, 3단지 트리지움, 4단지 레이크팰리스로 이름을 바꿨다. 가구수도 단지별로 5000세대가 넘어 2만세대로 미니신도시급 고급주거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점을 노려 강남권의 유명학원들도 속속 이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래서 제2의 대치동 학원가로 불리며 도로변 양쪽이 학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저녁시간에는 학생들을 데리러오는 학부모들의 차로 붐비고 있다. 이처럼 1∼4단지의 입주에 힘입어 한동안 침체되었던 신천역 상권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신천역 상권의 점포 시세를 살펴보면 1층 50㎡ 규모의 매장을 기준으로 권리금 2억5000만원∼4억원선, 보증금 9000만원∼3억원선, 월세 400만원∼1400만원선 수준이다. 1층 83㎡ 매장을 기준으론 권리금 2억원∼3억5000만원, 보증금 7000만원∼1억4000만원, 임대료 340만원∼600만원 수준으로 서울시내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정부의 8·29 대책 발표가 난 지 두 달이 약간 넘은 지금 잠실지역의 아파트 분위기는 어떨까?
입주 2년차 아파트들의 전세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지만 잠실 일대 전세금은 요지부동이다. 2008년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규모 단지의 전세가격이 입주 당시보다 50% 이상 오른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오른 가격에도 재계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센츠(주공2단지 재건축, 5563가구), 엘스(주공1단지 재건축, 5678가구) 등 대단지 신축 아파트들은 올 8월부터 재계약 기간이 돌아왔지만 잠실 아파트 전세가격은 5월, 6월 소폭 하락한 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4단지 이어 5단지· 장미·미성 등 재건축 기대
제2롯데월드·향군잠실타워 등 굵직한 개발 호재도

당초 오른 전세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전세가격이 크게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고점 대비 1000만원∼2000만원 내리는 데 그쳤다. 지난 10월부터 재계약 기간이 도래한 잠실동 엘스 아파트 역시 109㎡가 2년 전보다 1억3000만원∼1억4000만원 오른 3억9000만원∼4억2000만원에 전세물건을 찾을 수 있다. 2008년 12월 당시 2억원∼2억4000만원에도 전세 계약이 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2배가 오른 것이다.

오른 차액만큼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은 일부 금액은 월세를 내는 방식으로 전세 계약을 연장하기도 했다. 엘스 아파트 109㎡의 경우 2년 전에 2억5000만원에 전세로 들어왔던 사람이 전세금을 1억원 올려주지 못하자 월 60만원의 월세를 추가로 내는 방식으로 재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진단 통과로 관심을 모았던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 8월 7건이던 거래가 3건으로 대폭 줄었다. 이 단지는 8·29 대책의 효과가 사실상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최근 다시 1000만원∼2000만원가량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올초부터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들썩이던 전셋값이 갈수록 크게 오르자 전셋값이 싼 곳을 찾아 방을 빼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110㎡ 전셋값은 올 초만 해도 2억7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1억원 이상 뛰어서 3억8000만원을 육박하고 있다.

폭등한 전세가격도 가격이지만 모두 3600여 세대 가운데 전세로 나온 집이 거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난해 말 극심한 부동산 침체 속에 세입자 모시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 역전세난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잠실의 경우 불과 반 년 남짓 만에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돼 수도권 전역으로 급격히 번지고 있는 전세난은 무엇보다 새로 입주하는 집이 크게 줄었고 게다가 뉴타운 등 도심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이사 수요가 크게 늘어 수요와 공급에 균형이 깨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천역과 더불어 잠실지역의 대표적인 상권인 잠실역 일대를 살펴보자. 잠실역 상권의 특징은 지하상권의 발달과 대규모 유통시설을 꼽을 수 있다. 잠실 지하상가는 비교적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등과 함께 대표적 지하상가 상권으로 꼽히고 있으며, 롯데월드는 대규모 유동인구를 창출하고 있다. 2005년 완공된 롯데캐슬골드 내 교보문고 등의 상가들도 유동인구 유입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잠실권역 일대는 이미 교통환경이 편리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하철은 물론 서울 도심, 수도권으로 뻗는 광역버스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올림픽대로 잠실 나들목이 차로 1분 거리로 올림대로는 물론 강변북로 등의 간선도로 진입도 편하다.

전셋값 상승 진원지
방 빼는 세입자 늘어

올림픽대로는 삼성동, 역삼동, 천호동 방면으로 이어지고 주변의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면 구리, 하남, 일산, 판교, 분당 등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 또 송파대로를 이용하면 잠실대교 방면과 문정동, 성남방향 이동도 수월하다. 주변에는 송파구청과 현대 아산병원이 자리하고 있고, 석촌호수공원, 롯데월드, 올림픽공원, 종합운동장, 한강시민공원 등 다양한 생활·문화편의시설도 넉넉하게 갖춰졌다.

또 잠실은 서울에서도 교육 환경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주변에 잠동초, 신천초, 잠실중, 잠실고 등의 학교가 있어 입주민의 자녀들은 걸어서 통학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인근 신천역 주변에는 학원들이 밀집돼 있어 우수한 교육 환경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8호선 환승역과 편리한 대중교통망과 도로망, 탄탄한 배후주거인구가 장점인 잠실역 상권이지만 상권 확장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다. 제2롯데월드 부지와 석촌호수로 인해 남쪽으로의 상권 확장이 어렵고 잠실주공5단지로 인해 잠실역 5·6번 출구 쪽의 지상 상권형성도 불가능하다. 3·4번 출구 쪽으로는 롯데월드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잠실역의 지상상권은 7·8번 출구 쪽의 업무지구만으로 한정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한동안 잠실역 지하상권 발달의 큰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지상 상권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78년도 준공된 잠실 5단지도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잠실역 지역은 화려한 고층 아파트촌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잠실권역은 잠실 주공5단지 이외에도 장미, 미성 등의 재건축 개발 기대감과 함께 제2롯데월드 건립, 향군 잠실타워 건설 등의 굵직굵직한 개발 호재가 풍부해 인근 상권이 거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그 중 가장 큰 개발 호재는 역시 최근 확정된 제2롯데월드 건립이다.

[이 현장 주목]
‘켄달 스퀘어’ 3500만∼6200만원(3.3㎡당)
‘잠실아카데미’ 950만∼5500만원(3.3㎡당)


제2롯데월드는 5∼11층 부대시설 9개동이 들어서는 100층이 넘는 건물로 이르면 2014년께 완공될 예정에 있다. 정부의 제2롯데월드 건설 허용으로 오는 2014년 잠실지역이 최대 쇼핑·레저 지역으로 부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변 상권과의 역학관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에 호텔과 면세점, 명품관 등을 건설할 예정으로 있어 주변 호텔, 백화점과의 경쟁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근에 있는 백화점과 호텔업계는 제2롯데월드 건설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상권이 잠실로 몰릴 경우 나타날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쇼핑타운에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의 명품관을 건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잠실 주변 상권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잠실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잠실 인근에 있는 일반 상권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 연구원에 따르면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하루 유동 인구가 5만명 정도 증가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잠실역 주변에 장미아파트, 미성아파트 등의 재건축도 추진되고 있어 이 일대의 부동산 지형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잠실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현장을 살펴보자. 먼저 대우건설이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11-4번지에서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의 잔여가구를 주변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분양 중이다. 지하4층∼지상39층 2개동, 전용면적 84.39㎡∼244㎡ 총288가구로 구성된다. 84.39㎡(구34평)는 분양가보다 1억6000만원, 112.25㎡(구46평)는 분양가보다 최대 1억7000만원, 123.27㎡(구51평)는 분양가보다 최대 1억8000만원의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성내역과 2·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을 도보 5분에 이용할 수 있으며, 편의시설로는 롯데백화점·롯데마트·홈플러스·석촌호수공원·올림픽공원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한강변까지의 거리가 도보10∼15분 수준으로 가깝다.
상업시설도 같은 시기에 분양중이다. 분양가격이 제일 높은 1층 기준으로 3.3㎡당 3500만∼6200만원선이다. 이 분양가는 서울 강남이나 잠실지역의 상가시세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란 평가다.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 상가인 ‘켄달 스퀘어’는 지하1층∼지상3층에 들어서며 이름처럼 상가에 광장을 넓게 구획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도로에서 18m 뒤로 물러나 건립되는데 그 공간도 작은 광장이라 불릴 만한 곳이다. ‘켄달 스퀘어’는 아파트 오피스텔 건물과 15m정도 거리를 두고 길가 코너를 따라 배치된다. 또 아파트와 오피스텔 1·2층에도 상가를 들인다. 상가와 상가 사이에도 광장이 생기는 셈이다.
코너 쪽 상가 양편에서 광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보행자 출입구를 열어놓기 때문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들인 상가도 고객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건물 밖으로 상가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지하 1층은 전문음식점, 퓨전음식점, 와인전문점, 스크린골프연습장 등, 지상 1층은 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전문점, 패스트푸드, 도넛전문점, 안경점, 이동통신사, 화장품전문점 등, 지상 2·3층은 금융 클리닉, 학원, 뷰티관련 등이 추천 업종이다.

‘켄달 스퀘어’의 연면적은 1만3000여㎡로 계약금은 분양가의 10%이며 중도금(60%)은 무이자와 이자후불제 각각 절반씩의 조건으로 대출 지원된다. 상가는 통상 입주시점에 맞춰 분양되지만 입주 후에도 아래층의 상가가 비었을 경우 초래되는 썰렁함을 피하기 위해 상가 분양시기를 맞췄다. 상가 분양을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대우건설은 분양가를 크게 낮췄다. 2013년 6월 입점 예정. (02)3446-1377

한마을은 서울 송파구 삼전동 잠실 3, 4단지 대로변 사거리 코너에서 ‘잠실아카데미’빌딩을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6층의 7개 층으로 구성된 선임대, 후분양 상가다. 현재 모든 점포가 임대 완료됐다. 외환은행과 프랜차이즈 커피숍, 유명 어학원, 피트니스센터, 영어유치원 등이 입점해 임대수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아파트 단지 인근 여느 상가와 달리 외관을 고급스럽게 마무리했으며 주차 공간이 넓다. 자금 관리는 대한토지신탁이 맡으며, 이달 안에 분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2롯데월드 들어서면
유동인구 5만명 증가

분양가는 3.3㎡당 950만원∼55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회사 측은 “5년 전 분양금액으로 할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주변 상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계약금은 분양대금의 10%며, 잔금은 최대 45%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02)2202-1601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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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