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원내대표 파워게임

우·정·박, 그들에 미래 권력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모든 당의 안방마님이 결정됐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에 정의당까지 원내대표를 결정, 개원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이번 원내대표의 중요성은 앞선 그것과 비교되지 않는다. 향후 법안 통과는 물론 당대표 선출과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일요시사>는 당선된 원내대표들의 성향을 기반으로 앞으로 있을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들을 예측해봤다.

제20대 국회 개원까지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각 당은 원내대표를 결정하고 협상의 선봉장으로 세웠다. 이번 원내대표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당에서 생각하는 핵심 법안을 회기 내에 통과시키려면 이들의 역할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하나 주고
하나 받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4일,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원내대표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원내대표가)초기 원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대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 지금부터 대선까지 우리 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 관련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국회 운영이 돼야 한다. 실질적으로 대안 정당, 경제 정당으로서 경제 운영틀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그렇게) 남은 대선까지 능력을 보여주는 게 수권을 위한,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 이행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원내 3당 중 가장 먼저 결정된 인물은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27일 당선인 워크숍에서 박 의원을 원내대표에 앉혔다. 방식은 추대였고 만장일치였다. 박 원내대표는 현장에서 바로 이루어진 당선자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과 국민만 생각하고 그 길로 가자, 그리고 때로는 더민주와, 때로는 새누리당과 협력하면서도 견제해 국민들로부터 생산적이고 일하는 국회, 그리고 민생을 생각하는 국회로 거듭날 것이다.”


정진석, 나경원, 유기준 3파전으로 진행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정진석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결론적으로 계파 중립을 내세웠던 정진석이 당선됨으로써 당내 갈등 해소에 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제2당으로 밀려난 새누리당 입장에서 원내대표 경선은 그만큼 중요했다. 정 원내대표가 최초의 원외 당선인이 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총 119표 중 정진석 69표, 나경원 43표, 유기준 7표였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도움을 받은 정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에게는 1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이 시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그런데 18개월 후에 무엇을 이뤄야 될지는 우리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는 새누리당의 마무리투수 겸 선발투수 역할을 하겠다. 박근혜정부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정권재창출의 선발투수가 되겠다.”

더민주는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상호 의원이 총 120표 중 63표를 얻어 당선됐다. 우 원내대표 또한 정견 발표 시간 때 대선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그는 “계파싸움에 몰입하는 정당은 아무리 좋은 법안을 내도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며 “집권을 위해서는 당내 화합을 이룬 다음에 민생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어야 한다. 정기국회에서 민생현안에 대해 집요하게 싸우는 것이 수권정당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즉 3당 원내대표의 등장은 대선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여소야대 정국은 3명의 원내대표들의 행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반이 넘는 절대 당이 없는 상태에서 각 원내대표는 서로에 대한 탐색전부터 시작했다. 이는 곧 국민의당에 대한 러브콜로 이어졌다. 더민주와 새누리당의 우·정 원내대표가 당선 첫 행보로 박 원내대표와의 대화를 선택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먼저 정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당선 인사를 간 자리에서 정 원내대표는 앞서 만난 정의화 국회의장,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는 '악수'로 인사를 나눈 반면, 박 원내대표와는 '포옹'으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이날 정 원내대표는 자신이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녹색 넥타이’를 착용했다며 박 원내대표에게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또한 현장에서 정 원내대표는 “앞으로 박 원내대표를 많이 의지해야겠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 또한 박 원내대표와의 인사로 시작을 알렸다. 당선이 된 직후 가진 첫 통화의 상대가 바로 박 원내대표였다. 단순히 회동 날짜를 잡는 형식적 통화라고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을 의식한 행보였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3명 모두
쉽지 않다”

두 거대 정당으로부터 동시에 관심을 받게 된 국민의당은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 같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분간 두 분(우·정 원내대표)의 말씀을 듣겠다.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고 관망 모드로 들어간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던 것이 논란이 되자 선을 긋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급할 것 없다는 자신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3명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이후에 있을 국회의장 선출은 물론 향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회의장 선출에서 박 원내대표의 의중에 따라 새누리당 출신이 될지 또는 더민주 출신이 될지 결정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의장직과 주요 상임위원장직, 또는 여기에 국회 사무총장직까지 묶어 빅딜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한다. 정국은 이미 국민의당에게 유리하게 작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약 1년6개월 정도 남은 대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민의당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쟁점 법안 통과가 결정된다. 이는 곧 정당의 지지율과 직결된다. 정당 지지율은 향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갑론을박이 있는 ‘연정’ 또한 결국은 국민의당이 대선을 염두해 둔 상황에서 나온 하나의 시나리오라는 게 정치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상호·정진석·박지원 궁합 주목
의장 보트 쥔 박, 사무총장과 빅딜?

연정은 대선을 앞두고 두 당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새누리당 또는 더민주 대통령에 국민의당 총리는 이런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몇몇 정부부처 장관직 인사권을 국민의당이 받는 조건으로 두 정당 중 한 명의 후보를 밀어줄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 익명의 정치평론가는 “연정이라는 것은 결국 권력을 나눠 갖는다는 점을 전제로 나온 말이다.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국민의당이 주체이자 파트너가 돼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라고 정리했다.

대선으로 가기 전 각 당에서는 전당대회라는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이 전대에서 각 당의 원내대표들은 차기 당대표 선출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이들 원내대표와 차기 당대표와의 궁합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전대 날짜를 연기해 내년 2월쯤 열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지금의 안철수·천정배 체제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변수는 역시 안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다. 만약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올해 말로 전대가 앞당겨질 수 있다. 가능성은 높다. 국민의당 당헌 상 대선에 나가는 후보자는 선거 1년 전에 당직을 내려놓아야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의 대선 출마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일각에선 안 대표의 당선 여부가 박 원내대표의 손에 달려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말까지 안 대표가 당직을 가지게 됨으로써 이후 당 지지율과 함께 울고 웃는 상황이 됐다.

다시말해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안 대표의 지지율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성과는 박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결국 그의 앞으로 활약 여부에 따라 안 대표의 지지율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최근 새누리당과 더민주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 그는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는) 친박이 밀고 (더민주 우 원내대표는) 친문이 미는 모습 아니냐”고 말했다. 두 정당 모두 계파 청산을 지상 과제로 내걸었는데 이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는 계파 없음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이미 ‘진박 역풍’으로 총선에서의 패배를 겪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가 친박이라는 말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나오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게 됐다.

한쪽으로
쏠리는 구도

앞서 경선이 있기 전부터 정 당시 후보가 친박계라는 소문이 당내에 돌았었다. 대표적으로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정진석 후보를 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박심’ 최경환 의원은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들자 “친박 단일 후보는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결국 정 후보가 당선되는 ‘가이드라인’이 됐다는 것이다. 언론계에서 정 원내대표는 MB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지만, 박 대통령 관계가 원만해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범박’이 당선됨에 따라 7월로 예정된 새누리당 전대에서 친박계 당대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미 친박계가 과반을 넘겨 주류 계파로 올라서 ‘당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경선에서 승리한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원내) 2당이 됐다고 해서 집권 여당의 지위가 바뀐 게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박근혜정부를 성공시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전원이 친박이 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 겸임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의 계파색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범친박계 정, 전대 변수 급부상
86그룹 우, 김-문 사이 줄타기

더민주 우 원내대표는 운동권 출신으로 86그룹의 리더이자 친문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에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의 관계에서 파열음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있다.

일찍이 김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와 운동권 청산을 외친 바 있다. 1월 달에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친노 패권주의가 당에 얼마만큼 깊이 뿌리박고 있는지를 보겠다”며 “이것을 수습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여기(더민주)에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당내 운동권 성향에 대해서는 “정당이 선거에서 득표하려면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안 되는 시대”라며 “그러한 체제를 탈바꿈하고 정신을 차려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정당으로 바꾸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향후 김 대표와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상을 의식했는지 최근 한 종편 채널에서 운동권 청산을 시사했다. 그는 원내대표에 당선된 후 출연해 “과거 운동권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비판하는 논조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20대 청춘 시절에 국가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 걸고 모든 걸 희생한 노력에 대해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치권에 와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했느냐, 낡은 정치·운동권 문화를 극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 그런 낡은 문화가 있다면 청산하고, 과거 운동권이라고 차별받지 않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더민주 전대는 8월 말로 연기된 상태다. 어느 때보다 이번 더민주 전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향후 김 대표의 거취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전대 이후 토사구팽 당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실제로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의 불화설은 야권에서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간의 ‘불안한 동거’는 총선 이후 ‘김종인 합의 추대론’이 나오면서 더욱 불거졌다. 합의 추대론이 힘을 잃었을 때 김 대표 측은 문 전 대표의 입을 주목했지만, 그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배신감을 느낀 김 대표가 대선 주자로 문 전 대표 이외에 다른 사람을 세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때문에 중간자로서의 우 원내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만약 우 원내대표의 손이 한쪽으로 기운다면 이는 곧바로 당내 파열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말리는 싸움
전대·대선 좌우

일반적인 시선이라면 자연스레 친문계인 우 원내대표가 문 전 대표와 손을 잡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경제 프레임’으로 총선 승리를 이끈 김 대표의 공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우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5일 <한겨레>와 가진 당선 인터뷰에서 호남 참패에 대한 ‘김종인 책임론’에 대해 “야박하다”고 두둔해 당분간 김·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고충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최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의 만남에서 소수정당의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4일 있었던 두 원내대표 상견례 자리에서 노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에게 “그동안 진보 정당들이 원내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회에서 많은 설움을 받아왔다”며 “20대 국회는 변화와 혁신의 국회가 되어야하는 만큼 정의당이 더 이상 투명한 정당으로 취급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정 원내대표가 자신 또한 과거 17대 국회 때 ‘국민중심당’이라는 소수 정당의 원내대표로 있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대답으로 나왔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3일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만장일치로 노회찬 당선인을 원내대표로 추대했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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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