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9) 경호실장의 등장

경호준비 돌입, 창과 방패의 대결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경호실장 특보인 이강철이라 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동일입니다.”

간단히 수인사를 나누고 동일의 안내로 소파에 마주했다.

“약속 시간이 빠듯한데 여기서 차 한잔 하고 갈까요 아니면 곧바로 약속장소로 향할까요?”

동일의 제안에 강철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살피며 동일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영사관 앞에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탔다. 

“실장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홀로 상당히 고생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까지 들었고 아울러 도움을 보태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만 현재 제가 일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저 문석원의 행적을 좇는 허드렛일에 주력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동일이 답하지 않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차가 오사카 중심가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 가는 장소는 주로 일본인들이 이용하는 음식점입니다. 그곳을 장소로 정한 데에는 굳이 우리 신분을 밝히지 않으려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여 종업원들이 곁에 있을 때에는 한국말을 사용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철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특히 도쿄와 오사카는 각국의 첩자들이 판치고 있다 들었습니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지금 일본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혼재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고 아울러 각국의 간첩들이 암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 역시 어떻게 살피면 그들 중 한 명에 속할 수 있지요.”


“허허 팀장님을 간첩이라 지칭하기에는 무리 있지요.”

강철이 은근히 목소리를 깔자 동일이 웃음으로 받았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까?”

“그저 정 팀장을 도와주는 현지 정보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거사에서 일본 측 일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 조총련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 이야기도 실장께 들어서 알고 있는데, 혹여 위험하지 않을까요?”

“현재까지는 북 측의 입장과 동일하니 아무런 의심을 받고 있지 않다 합니다. 그러나 일이 마무리되면 위험할 수 있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실장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일이 마무리되자마자 곧바로 조처 취하시겠다고.”

“당연히 그리 해야 할 일입니다.”

이어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중에 차가 멈추어 섰다. 차에서 내리자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본 동일이 앞장서자 강철이 뒤를 따랐다. 안내인의 접견을 받으며 한 룸에 도착하자 차주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주선이 둘의 입장을 살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간략하게 상견의 예를 나누고 곧바로 자리했다.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맞아주어 고맙습니다. 실장께서 두 분을 도와드릴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라 해서 이렇게 방문하였습니다.”

먼저 이강철이 공손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 일에 있어 너와 나가 있을 수 없지요. 여하튼 어려운 걸음 하셨습니다.”


“그래요, 사실 이곳에서는 제 역할보다 차 사장의 역할이 지대하지요. 그런 점 역시 묵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차주선에 이어 동일이 대화를 이었다.

“문석원의 일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중간에 애로는 발생하겠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처리하려 합니다.”

“애로라 하시면 무엇을 말씀하십니까?”

“나이도 그렇지만 워낙 오락가락하는 성정으로 인해 방심하지 않고 임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맨 정신이라면 박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생각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일본 땅이 아닌 한국에서.”

불순 세력의 행사장 진입 막아라
좌익세력의 수상한 움직임

이강철의 반응에 차주선이 잠시 웃음을 지었다.

“결국 그 친구로 하여금 박 대통령을 암살하도록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형국입니다.” 

“그 정도입니까?”

“그 점이 우리에게 득이 될 수 있지요.”

이강철이 표정을 어둡게 하자 차주선이 다시 나섰다.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의 의도대로 일처리 하기는 더욱 용이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지금 그 친구를 올가미에 가두어 놓고 유사시에 옴짝달싹 못하도록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어 차주선이 문석원에게 조총련 본부에서 일종의 세뇌교육을 실시한 부분 등에 대해 소소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거참, 일이 참으로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강철이 마치 허탈하다는 듯이 가벼이 혀를 찼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저 친구들은 그를 전혀 모르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니 더욱 부추겨 일을 성사시키려는 입장입니다. 심지어‥‥‥.”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이북의 정치 지도원인 영란이 몸까지 주었던 일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그 친구, 일찍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그런 호강을 다 누리고.”

정동일이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왜요, 정 팀장도 한번 소개해줄까요?”

“아닙니다, 농입니다.”

동일이 순간적으로 손사래 치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이야기를 돌려보겠습니다.”

웃음이 사라지자 강철이 말문을 열었다.

“지금 정보부 주도로 일본 내 좌익세력과 조총련의 분기를 이끌어내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강철의 말의 의미를 찾겠다는 듯 동일과 주선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만간 정보부에서 간첩단 사건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간첩단, 그 사건과 일본이 무슨 관련 있다고.”

동일이 말을 채 마무리하지 않고 차주선을 바라보았다.

“그 사건과 연계하여 간첩들의 조종을 받아 움직이는 세력에 대한 발표 역시 함께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중에 일본인들이 연루되었습니다.”

“상세하게 말해주겠습니까?”

차주선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해갔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두 명이 일본 내 조총련 측과 연계하여 무장 봉기 시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하여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일본의 좌익과 조총련의 분기를 이끌어내겠다고.”

동일과 차주선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 말 그대로 미끼라는 말입니다.”

이강철이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여하튼 이렇게 만났으니 중간점검 차원에서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 논해보도록 하지요. 먼저 이 특보께서 경호체계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번에도 이강철이 대답하지 않고 그러나 방금 전 보다 더 소리나게 웃었다.

“무슨 일이라도.”

“그 일 때문에 제가 이런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난 삼일절 행사시 무리한 경호를 하여 육 여사께서 주한 외교사절 부인들에게 강력한 항의를 받고, 그 책임을 물어 제가 경호과장에서 보직해임된 거 아닙니까. 아울러 8월 15일에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시늉만 낼 것입니다.”

“그러다 진짜 불손한 자가 참석하면 어쩌려고.”

“어차피 사전에 참석자가 결정되는 만큼 그와 관련하여 만반에 조처를 취하려 합니다.”

“가만, 그렇다면 문석원의 경우는 참석 대상에 포함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야 당연한 일입니다.”

“미처 그 생각을 못했습니다. 사전에 이미 참석자가 정해진다는 사실을.”

동일이 다시 대화에 합류했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실장께서 저를 보내신 겁니다.”

동일의 입에서 자연스레 가벼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차주선의 자조 섞인 말이 이어졌다.

“그 부분은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말씀하시지요.”

“그 친구에게 입국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까?”

강철의 시선이 주선을 향했다.

“그 부분은 차 사장께서 역할을 해주셔야 할 듯합니다.”

동일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역시 주선을 주시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던 주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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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