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재벌 총수들 건강 체크

회장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부와 권력, 명예를 독차지 하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부러워할 법한 재벌 총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들의 건강은 개인을 넘어 회사와 국가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뿐이다. 총수들의 건강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수 체제로 굴러가는 기업에서 총수가 건강악화로 자리를 비울 경우 중대한 변수가 발생하곤 한다. 경영권 승계라는 예민한 사안과 맞물린다면 자칫 오너리스크 쯤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기업 내부에서 이들이 갖는 의사 결정권이 막대한 힘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고령 총수들
환갑은 기본

대기업 총수의 건강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이상이 세간에 알려진 이후부터다. 2014년 5월 이 회장은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직까지도 병석에 누워있다. 지금까지도 삼성서울병원 20층 VIP 병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자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재편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먹거리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그룹총수 역할을 하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연결된다.

지난해부터 삼성은 일부 계열사 매각과 인수 합병(M&A) 등 굵직한 사안들을 정리했다. 그룹 내 주요 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순차적으로 매각했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올해부터는 스마트카, 바이오사업 등 신수종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회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벌 총수의 건강 악화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자면 대기업 재벌 총수 대다수가 적지 않은 나이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기업 집단 70세 이상 총수가 절반 
신격호 맏어른…정지선이 가장 젊어

지난 1일자로 발표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52개 민간기업 가운데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유지하는 7곳(포스코, KT, 대우조선해양, S-OIL, 대우건설, KT&G, 한국GM)을 제외한 45개 기업이 총수 체제를 취하고 있다. 대다수 재벌기업이 총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45개 기업의 동일인, 즉 사실상 총수라 불리는 인물들의 출생년도를 살펴보면 1920년대생이 3명, 1930년대생 6명, 1940년대생 13명, 1950년대생 14명, 1960년대생 8명, 1970년대생 1명으로 조사됐다. 가장 나이가 많은 총수는 신격호(1922년생) 롯데그룹 총괄회장이었고 정지선(1972년생) 현대백화점 회장은 가장 어린 축에 속했다.

특히 1940∼1950년대 출생자가 전체 인원의 절반에 이르고 60세 이상인 총수가 약 80%를 차지한다. 환갑을 넘지 않은 총수를 찾는 게 더 힘들다. 최근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대다수 재벌 총수들의 경우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재판 받으면
밝혀지는 지병

재벌 총수의 건강 문제는 사법부의 방침과 맞물리면서 또 다른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이재현 CJ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의 경우 비리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병이 알려졌다는 점이다.

기업 비리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에 재상고 후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은 신장이식수술 부작용과 유전병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병실에서 보냈을 만큼 위독한 상태다.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이재현 회장은 2013년 8월28일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급성거부반응, 수술에 따른 바이러스감염 의심 증상이 수반됐다. 항간에서는 형 집행을 따르지 않기 위한 꼼수 쯤으로 해석했지만 병세가 완연하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이 회장은 더욱이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까지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CMT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손과 발·다리 근육이 소실되고 신경이 퇴화되는 질환으로 호흡곤란으로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소견이다.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소문마저 들린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8월 부친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장례식장에 상주 노릇은 물론 빈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데다 장남인 이선호씨의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다소 갑작스러운 선호씨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자 이 회장 자신이 처한 상황, 즉 건강 적신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터져 나왔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130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고령과 건강 상태 악화가 받아들여져 법정구속은 면했다. 앞서 검찰은 조석래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법원의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건 조 회장의 건강이었다. 80대의 고령인 조 회장은 담낭암 수술 후 전립선암이 추가로 발견됐고 부정맥 증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저기 아픈 오너들 ‘비상’
건강리스크 터질까 전전긍긍

간암으로 투병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건강 악화가 형 집행에 발목을 잡은 케이스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간암 판정을 받은 뒤 3년여 투병해왔으나 현재까지 마땅한 간이식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통상 간이식 수술은 가족 등 생체이식 대상자가 없을 경우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이식 희망의사를 요청한 뒤 뇌사자 등이 발생하면 순번대로 받게 된다.이 전 회장은 2011년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뒤 2012년 구속됐으나 간암 판정으로 인해 형집행정지 및 보석으로 그해 6월에 풀려난 바 있다.

2014년 5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건강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전례가 있다. 미국에 머물며 신병치료를 받기 위함이었다. 2014년 2월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과 함께 벌금 50억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출국이 가능했다. 만성 폐질환, 당뇨가 악화된 데다 우울증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나이가 있다 보니 조금씩 지병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그룹 경영에 불안요소가 될까봐 병세를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러다 검찰 조사 등을 받으면 몸을 제대로 관리하기도 상황이 어렵고,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심하게 발병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나이 불문
자기관리 철저

물론 고령이라고 해서 재벌 총수 모두가 건강 적신호에 노출된 건 아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닮아 타고난 체력가다. 1938년생인 정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년 장시간 비행의 해외출장을 거르는 적이 없다. 평소 등산이나 테니스를 즐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전 직원들에게 골프가 아닌 등산을 권유한 일화도 유명하다.

구본무(1945년생) LG그룹 회장은 평상시 걷기와 주말 골프 등을 즐기면서 건강관리를 한다. 구 회장은 평일에는 러닝머신 걷기와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기초체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말에는 거래처 파트너와 계열사 임원, 지인들과 골프장을 돌면서 걷는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다진다.


조양호(1949년생) 한진그룹 회장은 술·담배를 전혀 안 한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부터 건강체질인데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고 일상에서 건강을 저해할 만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멀리한다고 봐도 된다.

박삼구(1945년생)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골프와 등산을 즐긴다. 매년 계열사 임직원들과 산을 오르는데 헬스, 골프 등으로 체력을 다진터라 20, 30대 직원들도 박 회장의 등산 속도를 맞추기 어려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허창수(1948년생) GS그룹 회장과 최태원(1960년생) SK그룹 회장은 평소 테니스로 건강을 관리하기로 소문나 있다.

문제는 총수의 건강에 의문부호가 따르는 기업일수록 ‘건강리스크’가 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부가 집중돼 있는 국내경제 특성상 국내 재벌 총수들의 건강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재벌 총수들은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보고해야할 사안이 많은 만큼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고령의 총수의 경우 평소 별다른 아픈 곳이 없더라도 건강이상설이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업의 핵심
아프면 흔들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국내 대기업은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강하기 때문에 총수의 건강 문제가 터질 경우 긴장을 늦추기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총수가 아니면 결정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서 지체될 때가 많아 중장기적으로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