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재벌 총수들 건강 체크

회장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부와 권력, 명예를 독차지 하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부러워할 법한 재벌 총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들의 건강은 개인을 넘어 회사와 국가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뿐이다. 총수들의 건강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수 체제로 굴러가는 기업에서 총수가 건강악화로 자리를 비울 경우 중대한 변수가 발생하곤 한다. 경영권 승계라는 예민한 사안과 맞물린다면 자칫 오너리스크 쯤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기업 내부에서 이들이 갖는 의사 결정권이 막대한 힘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고령 총수들
환갑은 기본

대기업 총수의 건강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이상이 세간에 알려진 이후부터다. 2014년 5월 이 회장은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직까지도 병석에 누워있다. 지금까지도 삼성서울병원 20층 VIP 병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자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재편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먹거리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그룹총수 역할을 하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연결된다.

지난해부터 삼성은 일부 계열사 매각과 인수 합병(M&A) 등 굵직한 사안들을 정리했다. 그룹 내 주요 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순차적으로 매각했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올해부터는 스마트카, 바이오사업 등 신수종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회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벌 총수의 건강 악화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자면 대기업 재벌 총수 대다수가 적지 않은 나이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기업 집단 70세 이상 총수가 절반 
신격호 맏어른…정지선이 가장 젊어

지난 1일자로 발표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52개 민간기업 가운데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유지하는 7곳(포스코, KT, 대우조선해양, S-OIL, 대우건설, KT&G, 한국GM)을 제외한 45개 기업이 총수 체제를 취하고 있다. 대다수 재벌기업이 총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45개 기업의 동일인, 즉 사실상 총수라 불리는 인물들의 출생년도를 살펴보면 1920년대생이 3명, 1930년대생 6명, 1940년대생 13명, 1950년대생 14명, 1960년대생 8명, 1970년대생 1명으로 조사됐다. 가장 나이가 많은 총수는 신격호(1922년생) 롯데그룹 총괄회장이었고 정지선(1972년생) 현대백화점 회장은 가장 어린 축에 속했다.

특히 1940∼1950년대 출생자가 전체 인원의 절반에 이르고 60세 이상인 총수가 약 80%를 차지한다. 환갑을 넘지 않은 총수를 찾는 게 더 힘들다. 최근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대다수 재벌 총수들의 경우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재판 받으면
밝혀지는 지병

재벌 총수의 건강 문제는 사법부의 방침과 맞물리면서 또 다른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이재현 CJ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의 경우 비리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병이 알려졌다는 점이다.

기업 비리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에 재상고 후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은 신장이식수술 부작용과 유전병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병실에서 보냈을 만큼 위독한 상태다.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이재현 회장은 2013년 8월28일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급성거부반응, 수술에 따른 바이러스감염 의심 증상이 수반됐다. 항간에서는 형 집행을 따르지 않기 위한 꼼수 쯤으로 해석했지만 병세가 완연하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이 회장은 더욱이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까지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CMT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손과 발·다리 근육이 소실되고 신경이 퇴화되는 질환으로 호흡곤란으로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소견이다.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소문마저 들린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8월 부친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장례식장에 상주 노릇은 물론 빈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데다 장남인 이선호씨의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다소 갑작스러운 선호씨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자 이 회장 자신이 처한 상황, 즉 건강 적신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터져 나왔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130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고령과 건강 상태 악화가 받아들여져 법정구속은 면했다. 앞서 검찰은 조석래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법원의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건 조 회장의 건강이었다. 80대의 고령인 조 회장은 담낭암 수술 후 전립선암이 추가로 발견됐고 부정맥 증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저기 아픈 오너들 ‘비상’
건강리스크 터질까 전전긍긍

간암으로 투병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건강 악화가 형 집행에 발목을 잡은 케이스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간암 판정을 받은 뒤 3년여 투병해왔으나 현재까지 마땅한 간이식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통상 간이식 수술은 가족 등 생체이식 대상자가 없을 경우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이식 희망의사를 요청한 뒤 뇌사자 등이 발생하면 순번대로 받게 된다.이 전 회장은 2011년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뒤 2012년 구속됐으나 간암 판정으로 인해 형집행정지 및 보석으로 그해 6월에 풀려난 바 있다.

2014년 5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건강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전례가 있다. 미국에 머물며 신병치료를 받기 위함이었다. 2014년 2월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과 함께 벌금 50억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출국이 가능했다. 만성 폐질환, 당뇨가 악화된 데다 우울증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나이가 있다 보니 조금씩 지병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그룹 경영에 불안요소가 될까봐 병세를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러다 검찰 조사 등을 받으면 몸을 제대로 관리하기도 상황이 어렵고,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심하게 발병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나이 불문
자기관리 철저

물론 고령이라고 해서 재벌 총수 모두가 건강 적신호에 노출된 건 아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닮아 타고난 체력가다. 1938년생인 정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년 장시간 비행의 해외출장을 거르는 적이 없다. 평소 등산이나 테니스를 즐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전 직원들에게 골프가 아닌 등산을 권유한 일화도 유명하다.

구본무(1945년생) LG그룹 회장은 평상시 걷기와 주말 골프 등을 즐기면서 건강관리를 한다. 구 회장은 평일에는 러닝머신 걷기와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기초체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말에는 거래처 파트너와 계열사 임원, 지인들과 골프장을 돌면서 걷는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다진다.


조양호(1949년생) 한진그룹 회장은 술·담배를 전혀 안 한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부터 건강체질인데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고 일상에서 건강을 저해할 만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멀리한다고 봐도 된다.

박삼구(1945년생)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골프와 등산을 즐긴다. 매년 계열사 임직원들과 산을 오르는데 헬스, 골프 등으로 체력을 다진터라 20, 30대 직원들도 박 회장의 등산 속도를 맞추기 어려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허창수(1948년생) GS그룹 회장과 최태원(1960년생) SK그룹 회장은 평소 테니스로 건강을 관리하기로 소문나 있다.

문제는 총수의 건강에 의문부호가 따르는 기업일수록 ‘건강리스크’가 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부가 집중돼 있는 국내경제 특성상 국내 재벌 총수들의 건강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재벌 총수들은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보고해야할 사안이 많은 만큼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고령의 총수의 경우 평소 별다른 아픈 곳이 없더라도 건강이상설이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업의 핵심
아프면 흔들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국내 대기업은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강하기 때문에 총수의 건강 문제가 터질 경우 긴장을 늦추기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총수가 아니면 결정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서 지체될 때가 많아 중장기적으로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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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