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재벌 총수들 건강 체크

회장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부와 권력, 명예를 독차지 하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부러워할 법한 재벌 총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들의 건강은 개인을 넘어 회사와 국가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뿐이다. 총수들의 건강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수 체제로 굴러가는 기업에서 총수가 건강악화로 자리를 비울 경우 중대한 변수가 발생하곤 한다. 경영권 승계라는 예민한 사안과 맞물린다면 자칫 오너리스크 쯤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기업 내부에서 이들이 갖는 의사 결정권이 막대한 힘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고령 총수들
환갑은 기본

대기업 총수의 건강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이상이 세간에 알려진 이후부터다. 2014년 5월 이 회장은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아직까지도 병석에 누워있다. 지금까지도 삼성서울병원 20층 VIP 병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되자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재편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먹거리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그룹총수 역할을 하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연결된다.

지난해부터 삼성은 일부 계열사 매각과 인수 합병(M&A) 등 굵직한 사안들을 정리했다. 그룹 내 주요 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순차적으로 매각했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올해부터는 스마트카, 바이오사업 등 신수종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회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벌 총수의 건강 악화는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자면 대기업 재벌 총수 대다수가 적지 않은 나이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기업 집단 70세 이상 총수가 절반 
신격호 맏어른…정지선이 가장 젊어

지난 1일자로 발표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52개 민간기업 가운데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유지하는 7곳(포스코, KT, 대우조선해양, S-OIL, 대우건설, KT&G, 한국GM)을 제외한 45개 기업이 총수 체제를 취하고 있다. 대다수 재벌기업이 총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45개 기업의 동일인, 즉 사실상 총수라 불리는 인물들의 출생년도를 살펴보면 1920년대생이 3명, 1930년대생 6명, 1940년대생 13명, 1950년대생 14명, 1960년대생 8명, 1970년대생 1명으로 조사됐다. 가장 나이가 많은 총수는 신격호(1922년생) 롯데그룹 총괄회장이었고 정지선(1972년생) 현대백화점 회장은 가장 어린 축에 속했다.

특히 1940∼1950년대 출생자가 전체 인원의 절반에 이르고 60세 이상인 총수가 약 80%를 차지한다. 환갑을 넘지 않은 총수를 찾는 게 더 힘들다. 최근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대다수 재벌 총수들의 경우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재판 받으면
밝혀지는 지병

재벌 총수의 건강 문제는 사법부의 방침과 맞물리면서 또 다른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이재현 CJ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호진 전 태광 회장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의 경우 비리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병이 알려졌다는 점이다.

기업 비리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에 재상고 후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은 신장이식수술 부작용과 유전병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병실에서 보냈을 만큼 위독한 상태다.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이재현 회장은 2013년 8월28일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급성거부반응, 수술에 따른 바이러스감염 의심 증상이 수반됐다. 항간에서는 형 집행을 따르지 않기 위한 꼼수 쯤으로 해석했지만 병세가 완연하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더욱이 이 회장은 더욱이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까지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CMT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손과 발·다리 근육이 소실되고 신경이 퇴화되는 질환으로 호흡곤란으로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소견이다.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소문마저 들린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8월 부친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장례식장에 상주 노릇은 물론 빈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데다 장남인 이선호씨의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다소 갑작스러운 선호씨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자 이 회장 자신이 처한 상황, 즉 건강 적신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터져 나왔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130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고령과 건강 상태 악화가 받아들여져 법정구속은 면했다. 앞서 검찰은 조석래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법원의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건 조 회장의 건강이었다. 80대의 고령인 조 회장은 담낭암 수술 후 전립선암이 추가로 발견됐고 부정맥 증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저기 아픈 오너들 ‘비상’
건강리스크 터질까 전전긍긍

간암으로 투병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건강 악화가 형 집행에 발목을 잡은 케이스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간암 판정을 받은 뒤 3년여 투병해왔으나 현재까지 마땅한 간이식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통상 간이식 수술은 가족 등 생체이식 대상자가 없을 경우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이식 희망의사를 요청한 뒤 뇌사자 등이 발생하면 순번대로 받게 된다.이 전 회장은 2011년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뒤 2012년 구속됐으나 간암 판정으로 인해 형집행정지 및 보석으로 그해 6월에 풀려난 바 있다.

2014년 5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건강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전례가 있다. 미국에 머물며 신병치료를 받기 위함이었다. 2014년 2월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과 함께 벌금 50억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출국이 가능했다. 만성 폐질환, 당뇨가 악화된 데다 우울증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나이가 있다 보니 조금씩 지병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그룹 경영에 불안요소가 될까봐 병세를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러다 검찰 조사 등을 받으면 몸을 제대로 관리하기도 상황이 어렵고,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심하게 발병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나이 불문
자기관리 철저

물론 고령이라고 해서 재벌 총수 모두가 건강 적신호에 노출된 건 아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닮아 타고난 체력가다. 1938년생인 정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년 장시간 비행의 해외출장을 거르는 적이 없다. 평소 등산이나 테니스를 즐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전 직원들에게 골프가 아닌 등산을 권유한 일화도 유명하다.

구본무(1945년생) LG그룹 회장은 평상시 걷기와 주말 골프 등을 즐기면서 건강관리를 한다. 구 회장은 평일에는 러닝머신 걷기와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기초체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말에는 거래처 파트너와 계열사 임원, 지인들과 골프장을 돌면서 걷는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다진다.

조양호(1949년생) 한진그룹 회장은 술·담배를 전혀 안 한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부터 건강체질인데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고 일상에서 건강을 저해할 만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멀리한다고 봐도 된다.

박삼구(1945년생)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골프와 등산을 즐긴다. 매년 계열사 임직원들과 산을 오르는데 헬스, 골프 등으로 체력을 다진터라 20, 30대 직원들도 박 회장의 등산 속도를 맞추기 어려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허창수(1948년생) GS그룹 회장과 최태원(1960년생) SK그룹 회장은 평소 테니스로 건강을 관리하기로 소문나 있다.

문제는 총수의 건강에 의문부호가 따르는 기업일수록 ‘건강리스크’가 그룹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부가 집중돼 있는 국내경제 특성상 국내 재벌 총수들의 건강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재벌 총수들은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보고해야할 사안이 많은 만큼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고령의 총수의 경우 평소 별다른 아픈 곳이 없더라도 건강이상설이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업의 핵심
아프면 흔들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국내 대기업은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강하기 때문에 총수의 건강 문제가 터질 경우 긴장을 늦추기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총수가 아니면 결정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서 지체될 때가 많아 중장기적으로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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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