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허재호 땅’ 추적

묶인 거 알면서도 혈세 펑펑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구례군에서 추진 중인 ‘지리산 역사문화체험단지 조성사업’의 부지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업부지는 다름 아닌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토지였다. 과거 허 전 회장은 이 토지를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 받아 탕진했으며,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 몇 년 전부터 허 전 회장이 차명으로 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문제의 토지’다. 구례군이 이런 문제적인 토지에 지자체사업을 추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구례군에서 추진 중인 ‘지리산 역사문화체험단지 조성사업’(이화 지리산 문화단지) 부지와 관련해 배임 및 직권남용 등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지리산 문화단지는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606번지 일원에 사업비 231억5200만원(국비 128억3800만원, 군비 9억600만원, 민자 1억2600만원)을 들여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여에 걸쳐 시행하는 사업이다.

군수 취임…
곧바로 발표

지리산 문화단지 사업부지로 선정된 마산면 황전리 000-00번지 외 12필지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소유했던 토지다. 허 전 회장이 사주로 있던 대주콘도는 1989년 관광특구 ‘구례군 화엄지구 시설용지 개발계획’의 숙박시설용도 부지(1만7000㎡)를 구례군으로부터 8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대주콘도는 매입목적인 숙박시설을 건립하지 않고, 1996년 허 전 회장의 개인 명의로 이전했다.

이후 허 전 회장은 1997년 6월, 이 토지(마산면 황전리 000-00번지)를 담보로 국민은행으로부터 39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외에도 이 토지를 광주세무서에 2001년 5월 15억6000만원, 2008년 4월 14억4000만원, 2008년 7월 18억5000만원의 납세담보(조세채권 보전을 위해 국가가 확보하는 담보)로 설정했다. 해당 토지는 10여 년간 숙박사업과는 무관하게 은행 대출 39억원과 세금 48억5000원의 납부 유예에 필요한 공동 또는 단독 담보로 전락했다.

구례군은 지난 2006년 이 토지에 ‘화엄사야생화타운 조성사업’(이하 야생화타운)을 추진하기로 한다. 서기동 군수가 취임한지 불과 1주일여 만에 구례군은 사업을 발표했다. 구례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 군수는 허 전 회장의 처남인 이동승 전 군수 재임시절 구례군청 과장으로 지냈다”며 “서 군수는 이 전 군수와 막역한 사이였다”고 귀띔했다.


지리산 역사문화체험단지에 포함
화엄사 야생화타운 조성사업 추진

구례군은 언제 경매로 넘어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토지에 지자체 지원사업을 강행한 것이다. 야생화타운 사업에는 국비 5억원이 투입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토지는 사업 도중 허 전 회장의 대출금·국세 미납으로 2010년 경매로 넘어갔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업은 결국 폐기됐다.

구례군이 추진한 야생화타운 사업이 문제가 되자 감사원까지 나섰다. 석연찮은 사업부지 변경이 문제가 됐다. 구례군은 2005년 국비 10억원(국비 5억원, 도비 1억5000만원, 군비 3억5000만원)을 지원 받아 구례군 봉서리 인근에 야생화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도비지원이 막히고, 군비마저 삭감됐다. 또 한 농가가 부지 매매에 반대하자 민자유치 명분을 내세워 대상지를 허 전 회장이 소유한 마산면 황전지 일대로 바꿨다. 이 같은 부지 변경에 대해 허 전 회장을 염두에 두고 대상지를 변경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구례군은 허 전 회장의 토지가 용도가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다. 허 전 회장의 토지는 ‘구례군 화엄지구 시설용지 개발계획’상 숙박시설로만 용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개발계획 목적 외 개발을 하려면 군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얻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구례군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만 받고 숙박시설에 야생화단지를 조성토록 허가했다.

231억원 투입
문제 땅에 왜?

허 전 회장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고보조금 5억원도 지원받았다. 이외에도 구례군은 임의로 허 전 회장에게 10년간 야생화타운의 입장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줬다. 감사 결과 감사원으로부터 야생화타운 조성사업과 관련 국고보조금 수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구례군이 지방비 확보를 조건으로 국비를 타낸 만큼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국비를 반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례군이 숙박시설용지를 야생화타운으로 조성하려면 지구단위계획변경절차를 거쳐 문화시설용지로 변경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 같은 변경절차 없이 숙박시설용지에 문화시설을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특혜 의혹 때문에 구례군수와 담당 공무원이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서 군수는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으며, 담당 공무원이자 G기술센터 계장이었던 J씨는 벌금 5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당시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전 회장에게 특혜를 지원한 것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담당 공무원의 공문서 허위작성 혐의만 적용해 재판했기 때문이다.

J씨의 판결문에 따르면 ‘J씨는 2007년 초에 총괄 도급받기로 한 대주피오레 직원 김모씨에게 사업자인 허재호가 납부해야 할 농지전용부담금(농지를 다른 용도로 하는 것에 대한 세금) 1억1700만원을 보조사업비(대주피오레 입장에서는 공사비)에서 지출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허락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어 “그런데도 J씨는 2007년 12월28일 보조사업비에서 농지 전용 부담금이 집행된 사실을 감출 목적으로 ‘야생화타운조성 추진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보고서)를 입력한 다음 이를 출력했다. 그 점을 모르는 (중략) 군수 서기동에게 순차 제출해 동인들로 하여금 서명을 하게 함으로써 공문서인 야생화타운 조성사업 보조금 정산 보고서 1부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결했다.

판결문만 보더라도 J씨가 단순히 대주피오레 직원의 부탁만 받고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는지 의문이 든다. 당시 검찰에서 ▲J씨가 대주피오레 직원에게 뒷돈을 받았는지 ▲군수 등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건이 축소돼 J씨는 공문서 위조 혐의로 선고유예 벌금 500만원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J씨가 사건을 덮기 위해 연루됐던 서 군수의 혐의를 모두 뒤집어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 군수는 2006년 이래로 세 차례 군수로 연임하고 있으며, J씨는 그 밑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3자에 넘어가
사업 결국 폐기

범죄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J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G기술센터에서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2년 계장에서 과장으로 승진했으며, 현재는 G기술센터의 수장인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무원들은 범법행위가 드러나면 승진길이 막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J씨는 부정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허 전 회장을 지원해준 사실은 인정했다. J씨는 “법원에서는 야생화타운 사업에 기여한 점. 초범인 점, 개인의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선고유예를 판결을 내렸다”며 “허 전 회장에게 돈을 지원해준 것은 맞지만 부정한 짓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쨌든 허 전 회장의 토지는 대출·국세 미납으로 2010년 11월 경매로 넘어갔다. 그런데 토지를 낙찰 받은 A씨가 허 전 회장의 대리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구례군이 지리산문화단지 조성부지를 매입하면서, 매입대상에 경매로 넘어갔던 허 전 회장의 토지가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허 전 회장 명의의 땅 4만㎡와 야생화타운 부지 2만7000㎡ 등을 2010년 11월 약 13억원에 경매로 넘겨받은 A씨가 6개월 뒤 땅을 담보로 대주그룹 계열사였던 동양저축은행으로부터 16억9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허 전 회장이 대리인을 내세워 토지를 재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허 회장 토지 담보로 수십억 대출
구례군 경매 뻔한데도 사업 강행


애초 숙박시설 용지였던 이 땅은 경매과정에서 이미 지리산문화단지 녹지공원지구로 용도가 바뀌어 사실상 개인이 활용할 방법이 없는 토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경매를 강행한 점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A씨가 2014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A씨는 이런 의혹들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미묘하게 허 전 회장과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토지를 매입할 당시 별다른 특이사항(지리산문화단지 조성사업 등)이 없었다”며 “토지는 나를 포함해 12명이 공동소유하고 있다. 소유자들 대부분이 퇴직하고 유유자적하게 공동체마을을 만들 계획으로 이 땅을 내 명의로 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땅을 사면서 대출이 필요했다. 건물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토지라 감정해주는 은행이 없었다”며 “동양저축은행을 가니깐 ‘허 전 회장의 땅’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감정가를 16억9000만원으로 기표만 받아놓고 실제 대출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검찰 수사 때 공동소유자 12명이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도 했다.

구례군은 현재 이 토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토지 매입 대금으로 20억원을 책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3자의 부동산 투기에 동조하는 게 아니냐’며 혈세 낭비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A씨는 토지를 팔 생각이 없다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허 전 회장 대리인이?
차명소유 의혹도

왜 굳이 이 문제의 토지를 지리산문화단지 조성사업에 포함했을까. 구례군이 최초로 이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 받을 당시 이 토지를 포함해 예산을 받았기 때문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외부에서 이 토지에 계속 정부사업을 진행하니깐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그래서 함부로 이 토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사업을 승인 받을 당시 이 토지의 매입 대금까지 포함해 받았다. 토지를 매입하지 못하면 사업이 반토막이 난다”며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킬 만큼 적법하게 이 토지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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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