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허재호 땅’ 추적

묶인 거 알면서도 혈세 펑펑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구례군에서 추진 중인 ‘지리산 역사문화체험단지 조성사업’의 부지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업부지는 다름 아닌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토지였다. 과거 허 전 회장은 이 토지를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 받아 탕진했으며,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 몇 년 전부터 허 전 회장이 차명으로 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문제의 토지’다. 구례군이 이런 문제적인 토지에 지자체사업을 추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구례군에서 추진 중인 ‘지리산 역사문화체험단지 조성사업’(이화 지리산 문화단지) 부지와 관련해 배임 및 직권남용 등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지리산 문화단지는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606번지 일원에 사업비 231억5200만원(국비 128억3800만원, 군비 9억600만원, 민자 1억2600만원)을 들여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여에 걸쳐 시행하는 사업이다.

군수 취임…
곧바로 발표

지리산 문화단지 사업부지로 선정된 마산면 황전리 000-00번지 외 12필지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소유했던 토지다. 허 전 회장이 사주로 있던 대주콘도는 1989년 관광특구 ‘구례군 화엄지구 시설용지 개발계획’의 숙박시설용도 부지(1만7000㎡)를 구례군으로부터 8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대주콘도는 매입목적인 숙박시설을 건립하지 않고, 1996년 허 전 회장의 개인 명의로 이전했다.

이후 허 전 회장은 1997년 6월, 이 토지(마산면 황전리 000-00번지)를 담보로 국민은행으로부터 39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외에도 이 토지를 광주세무서에 2001년 5월 15억6000만원, 2008년 4월 14억4000만원, 2008년 7월 18억5000만원의 납세담보(조세채권 보전을 위해 국가가 확보하는 담보)로 설정했다. 해당 토지는 10여 년간 숙박사업과는 무관하게 은행 대출 39억원과 세금 48억5000원의 납부 유예에 필요한 공동 또는 단독 담보로 전락했다.

구례군은 지난 2006년 이 토지에 ‘화엄사야생화타운 조성사업’(이하 야생화타운)을 추진하기로 한다. 서기동 군수가 취임한지 불과 1주일여 만에 구례군은 사업을 발표했다. 구례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 군수는 허 전 회장의 처남인 이동승 전 군수 재임시절 구례군청 과장으로 지냈다”며 “서 군수는 이 전 군수와 막역한 사이였다”고 귀띔했다.


지리산 역사문화체험단지에 포함
화엄사 야생화타운 조성사업 추진

구례군은 언제 경매로 넘어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토지에 지자체 지원사업을 강행한 것이다. 야생화타운 사업에는 국비 5억원이 투입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토지는 사업 도중 허 전 회장의 대출금·국세 미납으로 2010년 경매로 넘어갔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업은 결국 폐기됐다.

구례군이 추진한 야생화타운 사업이 문제가 되자 감사원까지 나섰다. 석연찮은 사업부지 변경이 문제가 됐다. 구례군은 2005년 국비 10억원(국비 5억원, 도비 1억5000만원, 군비 3억5000만원)을 지원 받아 구례군 봉서리 인근에 야생화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도비지원이 막히고, 군비마저 삭감됐다. 또 한 농가가 부지 매매에 반대하자 민자유치 명분을 내세워 대상지를 허 전 회장이 소유한 마산면 황전지 일대로 바꿨다. 이 같은 부지 변경에 대해 허 전 회장을 염두에 두고 대상지를 변경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구례군은 허 전 회장의 토지가 용도가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다. 허 전 회장의 토지는 ‘구례군 화엄지구 시설용지 개발계획’상 숙박시설로만 용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개발계획 목적 외 개발을 하려면 군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얻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구례군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만 받고 숙박시설에 야생화단지를 조성토록 허가했다.

231억원 투입
문제 땅에 왜?

허 전 회장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고보조금 5억원도 지원받았다. 이외에도 구례군은 임의로 허 전 회장에게 10년간 야생화타운의 입장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줬다. 감사 결과 감사원으로부터 야생화타운 조성사업과 관련 국고보조금 수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구례군이 지방비 확보를 조건으로 국비를 타낸 만큼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국비를 반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례군이 숙박시설용지를 야생화타운으로 조성하려면 지구단위계획변경절차를 거쳐 문화시설용지로 변경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 같은 변경절차 없이 숙박시설용지에 문화시설을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특혜 의혹 때문에 구례군수와 담당 공무원이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서 군수는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으며, 담당 공무원이자 G기술센터 계장이었던 J씨는 벌금 5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당시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전 회장에게 특혜를 지원한 것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담당 공무원의 공문서 허위작성 혐의만 적용해 재판했기 때문이다.

J씨의 판결문에 따르면 ‘J씨는 2007년 초에 총괄 도급받기로 한 대주피오레 직원 김모씨에게 사업자인 허재호가 납부해야 할 농지전용부담금(농지를 다른 용도로 하는 것에 대한 세금) 1억1700만원을 보조사업비(대주피오레 입장에서는 공사비)에서 지출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허락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어 “그런데도 J씨는 2007년 12월28일 보조사업비에서 농지 전용 부담금이 집행된 사실을 감출 목적으로 ‘야생화타운조성 추진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보고서)를 입력한 다음 이를 출력했다. 그 점을 모르는 (중략) 군수 서기동에게 순차 제출해 동인들로 하여금 서명을 하게 함으로써 공문서인 야생화타운 조성사업 보조금 정산 보고서 1부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결했다.

판결문만 보더라도 J씨가 단순히 대주피오레 직원의 부탁만 받고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는지 의문이 든다. 당시 검찰에서 ▲J씨가 대주피오레 직원에게 뒷돈을 받았는지 ▲군수 등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건이 축소돼 J씨는 공문서 위조 혐의로 선고유예 벌금 500만원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J씨가 사건을 덮기 위해 연루됐던 서 군수의 혐의를 모두 뒤집어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 군수는 2006년 이래로 세 차례 군수로 연임하고 있으며, J씨는 그 밑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3자에 넘어가
사업 결국 폐기

범죄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J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G기술센터에서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2년 계장에서 과장으로 승진했으며, 현재는 G기술센터의 수장인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무원들은 범법행위가 드러나면 승진길이 막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J씨는 부정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허 전 회장을 지원해준 사실은 인정했다. J씨는 “법원에서는 야생화타운 사업에 기여한 점. 초범인 점, 개인의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선고유예를 판결을 내렸다”며 “허 전 회장에게 돈을 지원해준 것은 맞지만 부정한 짓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쨌든 허 전 회장의 토지는 대출·국세 미납으로 2010년 11월 경매로 넘어갔다. 그런데 토지를 낙찰 받은 A씨가 허 전 회장의 대리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구례군이 지리산문화단지 조성부지를 매입하면서, 매입대상에 경매로 넘어갔던 허 전 회장의 토지가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허 전 회장 명의의 땅 4만㎡와 야생화타운 부지 2만7000㎡ 등을 2010년 11월 약 13억원에 경매로 넘겨받은 A씨가 6개월 뒤 땅을 담보로 대주그룹 계열사였던 동양저축은행으로부터 16억9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허 전 회장이 대리인을 내세워 토지를 재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허 회장 토지 담보로 수십억 대출
구례군 경매 뻔한데도 사업 강행


애초 숙박시설 용지였던 이 땅은 경매과정에서 이미 지리산문화단지 녹지공원지구로 용도가 바뀌어 사실상 개인이 활용할 방법이 없는 토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경매를 강행한 점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A씨가 2014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A씨는 이런 의혹들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미묘하게 허 전 회장과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토지를 매입할 당시 별다른 특이사항(지리산문화단지 조성사업 등)이 없었다”며 “토지는 나를 포함해 12명이 공동소유하고 있다. 소유자들 대부분이 퇴직하고 유유자적하게 공동체마을을 만들 계획으로 이 땅을 내 명의로 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땅을 사면서 대출이 필요했다. 건물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토지라 감정해주는 은행이 없었다”며 “동양저축은행을 가니깐 ‘허 전 회장의 땅’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감정가를 16억9000만원으로 기표만 받아놓고 실제 대출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검찰 수사 때 공동소유자 12명이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도 했다.

구례군은 현재 이 토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토지 매입 대금으로 20억원을 책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3자의 부동산 투기에 동조하는 게 아니냐’며 혈세 낭비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A씨는 토지를 팔 생각이 없다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허 전 회장 대리인이?
차명소유 의혹도

왜 굳이 이 문제의 토지를 지리산문화단지 조성사업에 포함했을까. 구례군이 최초로 이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 받을 당시 이 토지를 포함해 예산을 받았기 때문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외부에서 이 토지에 계속 정부사업을 진행하니깐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그래서 함부로 이 토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사업을 승인 받을 당시 이 토지의 매입 대금까지 포함해 받았다. 토지를 매입하지 못하면 사업이 반토막이 난다”며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킬 만큼 적법하게 이 토지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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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