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허재호 땅’ 추적

묶인 거 알면서도 혈세 펑펑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구례군에서 추진 중인 ‘지리산 역사문화체험단지 조성사업’의 부지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업부지는 다름 아닌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토지였다. 과거 허 전 회장은 이 토지를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 받아 탕진했으며,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 몇 년 전부터 허 전 회장이 차명으로 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문제의 토지’다. 구례군이 이런 문제적인 토지에 지자체사업을 추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구례군에서 추진 중인 ‘지리산 역사문화체험단지 조성사업’(이화 지리산 문화단지) 부지와 관련해 배임 및 직권남용 등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지리산 문화단지는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606번지 일원에 사업비 231억5200만원(국비 128억3800만원, 군비 9억600만원, 민자 1억2600만원)을 들여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여에 걸쳐 시행하는 사업이다.

군수 취임…
곧바로 발표

지리산 문화단지 사업부지로 선정된 마산면 황전리 000-00번지 외 12필지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소유했던 토지다. 허 전 회장이 사주로 있던 대주콘도는 1989년 관광특구 ‘구례군 화엄지구 시설용지 개발계획’의 숙박시설용도 부지(1만7000㎡)를 구례군으로부터 8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대주콘도는 매입목적인 숙박시설을 건립하지 않고, 1996년 허 전 회장의 개인 명의로 이전했다.

이후 허 전 회장은 1997년 6월, 이 토지(마산면 황전리 000-00번지)를 담보로 국민은행으로부터 39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외에도 이 토지를 광주세무서에 2001년 5월 15억6000만원, 2008년 4월 14억4000만원, 2008년 7월 18억5000만원의 납세담보(조세채권 보전을 위해 국가가 확보하는 담보)로 설정했다. 해당 토지는 10여 년간 숙박사업과는 무관하게 은행 대출 39억원과 세금 48억5000원의 납부 유예에 필요한 공동 또는 단독 담보로 전락했다.

구례군은 지난 2006년 이 토지에 ‘화엄사야생화타운 조성사업’(이하 야생화타운)을 추진하기로 한다. 서기동 군수가 취임한지 불과 1주일여 만에 구례군은 사업을 발표했다. 구례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 군수는 허 전 회장의 처남인 이동승 전 군수 재임시절 구례군청 과장으로 지냈다”며 “서 군수는 이 전 군수와 막역한 사이였다”고 귀띔했다.


지리산 역사문화체험단지에 포함
화엄사 야생화타운 조성사업 추진

구례군은 언제 경매로 넘어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토지에 지자체 지원사업을 강행한 것이다. 야생화타운 사업에는 국비 5억원이 투입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토지는 사업 도중 허 전 회장의 대출금·국세 미납으로 2010년 경매로 넘어갔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업은 결국 폐기됐다.

구례군이 추진한 야생화타운 사업이 문제가 되자 감사원까지 나섰다. 석연찮은 사업부지 변경이 문제가 됐다. 구례군은 2005년 국비 10억원(국비 5억원, 도비 1억5000만원, 군비 3억5000만원)을 지원 받아 구례군 봉서리 인근에 야생화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도비지원이 막히고, 군비마저 삭감됐다. 또 한 농가가 부지 매매에 반대하자 민자유치 명분을 내세워 대상지를 허 전 회장이 소유한 마산면 황전지 일대로 바꿨다. 이 같은 부지 변경에 대해 허 전 회장을 염두에 두고 대상지를 변경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구례군은 허 전 회장의 토지가 용도가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다. 허 전 회장의 토지는 ‘구례군 화엄지구 시설용지 개발계획’상 숙박시설로만 용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개발계획 목적 외 개발을 하려면 군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얻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구례군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만 받고 숙박시설에 야생화단지를 조성토록 허가했다.

231억원 투입
문제 땅에 왜?

허 전 회장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고보조금 5억원도 지원받았다. 이외에도 구례군은 임의로 허 전 회장에게 10년간 야생화타운의 입장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줬다. 감사 결과 감사원으로부터 야생화타운 조성사업과 관련 국고보조금 수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구례군이 지방비 확보를 조건으로 국비를 타낸 만큼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국비를 반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례군이 숙박시설용지를 야생화타운으로 조성하려면 지구단위계획변경절차를 거쳐 문화시설용지로 변경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 같은 변경절차 없이 숙박시설용지에 문화시설을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특혜 의혹 때문에 구례군수와 담당 공무원이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서 군수는 '혐의없음'으로 결론 났으며, 담당 공무원이자 G기술센터 계장이었던 J씨는 벌금 5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당시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전 회장에게 특혜를 지원한 것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담당 공무원의 공문서 허위작성 혐의만 적용해 재판했기 때문이다.

J씨의 판결문에 따르면 ‘J씨는 2007년 초에 총괄 도급받기로 한 대주피오레 직원 김모씨에게 사업자인 허재호가 납부해야 할 농지전용부담금(농지를 다른 용도로 하는 것에 대한 세금) 1억1700만원을 보조사업비(대주피오레 입장에서는 공사비)에서 지출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허락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어 “그런데도 J씨는 2007년 12월28일 보조사업비에서 농지 전용 부담금이 집행된 사실을 감출 목적으로 ‘야생화타운조성 추진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보고서)를 입력한 다음 이를 출력했다. 그 점을 모르는 (중략) 군수 서기동에게 순차 제출해 동인들로 하여금 서명을 하게 함으로써 공문서인 야생화타운 조성사업 보조금 정산 보고서 1부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결했다.

판결문만 보더라도 J씨가 단순히 대주피오레 직원의 부탁만 받고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는지 의문이 든다. 당시 검찰에서 ▲J씨가 대주피오레 직원에게 뒷돈을 받았는지 ▲군수 등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건이 축소돼 J씨는 공문서 위조 혐의로 선고유예 벌금 500만원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J씨가 사건을 덮기 위해 연루됐던 서 군수의 혐의를 모두 뒤집어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 군수는 2006년 이래로 세 차례 군수로 연임하고 있으며, J씨는 그 밑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3자에 넘어가
사업 결국 폐기

범죄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J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G기술센터에서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2년 계장에서 과장으로 승진했으며, 현재는 G기술센터의 수장인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무원들은 범법행위가 드러나면 승진길이 막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J씨는 부정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허 전 회장을 지원해준 사실은 인정했다. J씨는 “법원에서는 야생화타운 사업에 기여한 점. 초범인 점, 개인의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선고유예를 판결을 내렸다”며 “허 전 회장에게 돈을 지원해준 것은 맞지만 부정한 짓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쨌든 허 전 회장의 토지는 대출·국세 미납으로 2010년 11월 경매로 넘어갔다. 그런데 토지를 낙찰 받은 A씨가 허 전 회장의 대리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구례군이 지리산문화단지 조성부지를 매입하면서, 매입대상에 경매로 넘어갔던 허 전 회장의 토지가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허 전 회장 명의의 땅 4만㎡와 야생화타운 부지 2만7000㎡ 등을 2010년 11월 약 13억원에 경매로 넘겨받은 A씨가 6개월 뒤 땅을 담보로 대주그룹 계열사였던 동양저축은행으로부터 16억9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허 전 회장이 대리인을 내세워 토지를 재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허 회장 토지 담보로 수십억 대출
구례군 경매 뻔한데도 사업 강행


애초 숙박시설 용지였던 이 땅은 경매과정에서 이미 지리산문화단지 녹지공원지구로 용도가 바뀌어 사실상 개인이 활용할 방법이 없는 토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경매를 강행한 점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A씨가 2014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A씨는 이런 의혹들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미묘하게 허 전 회장과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토지를 매입할 당시 별다른 특이사항(지리산문화단지 조성사업 등)이 없었다”며 “토지는 나를 포함해 12명이 공동소유하고 있다. 소유자들 대부분이 퇴직하고 유유자적하게 공동체마을을 만들 계획으로 이 땅을 내 명의로 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땅을 사면서 대출이 필요했다. 건물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토지라 감정해주는 은행이 없었다”며 “동양저축은행을 가니깐 ‘허 전 회장의 땅’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감정가를 16억9000만원으로 기표만 받아놓고 실제 대출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검찰 수사 때 공동소유자 12명이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도 했다.

구례군은 현재 이 토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토지 매입 대금으로 20억원을 책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3자의 부동산 투기에 동조하는 게 아니냐’며 혈세 낭비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A씨는 토지를 팔 생각이 없다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허 전 회장 대리인이?
차명소유 의혹도

왜 굳이 이 문제의 토지를 지리산문화단지 조성사업에 포함했을까. 구례군이 최초로 이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 받을 당시 이 토지를 포함해 예산을 받았기 때문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외부에서 이 토지에 계속 정부사업을 진행하니깐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그래서 함부로 이 토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사업을 승인 받을 당시 이 토지의 매입 대금까지 포함해 받았다. 토지를 매입하지 못하면 사업이 반토막이 난다”며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킬 만큼 적법하게 이 토지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