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 쥐락펴락 ‘이핵관 오상시’ 정체

169명보다 5명이 더 세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중국 후한 말, 한나라 황제 곁에는 조정을 농락한 10여명의 환관들이 있었다. 이들은 황제의 눈과 귀를 가려 자신들 입맛대로 권력을 휘둘렀고, 결국 나라 전체를 도탄에 빠트렸다. 약 400년 역사의 한나라가 망하는 데는 수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야당의 대표는 수많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야당이 국회 의석수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면 권력은 배가 된다. 정계는 그동안 정치력이 탁월한 거대 야당 대표가 의회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원내 1당의 대표가 내리는 결정은 나라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정계 전문가들은 정치인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귀를 더욱 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표의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해야 균형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의사결정 구조가 ‘매우’ 폐쇄적이라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제보의 내용은 한결같았다. 이 대표가 소수의 최측근과만 소통하며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린다는 볼멘소리였다.

이들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게 말이 되나 싶다. 당내 의원들과는 브리핑 수준의 회의만 진행하고, 의사결정 과정은 소수의 측근들과만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다수의 민주당 내부 인사들은 쉽게 ‘성남 십상시’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뱉었다.


이 대표와 측근들을 보고 있자 하니 그 옛날 한나라를 멸망으로 몰아갔던 ‘아첨꾼’ 십상시가 떠오른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열 명이나 되지는 않는다. 이 대표 곁에는 성남시절부터 함께해온 비서진 ‘성남 3인방(정진상·김현지·김남준)'과 당내 권력을 움직일 수 있는 2인(박홍근·정청래)의 측근 의원이 포진돼있다. 굳이 말하면 그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사람들은 십상시가 아닌 ‘오상시’다.

이 대표의 의사결정 과정이 진짜로 폐쇄적일까? 그것에 대한 뚜렷한 해답은 본인만 알고 있겠지만, 이 대표가 그동안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결정을 종종 내려온 것은 사실이다.

그 출발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였다. 이 대표가 대통령선거 패배 몇 주 만에 다시 정계로 복귀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똘똘 뭉쳐 그의 출마를 말리려 애썼다.

대선에서 패배 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복귀한 전례가 없었고, 지방선거와 맞물려 있는 보선에 출마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무엇보다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에 많은 비명(비 이재명)계 인사들이 실망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이 의원이나 송영길 대표가 정말 당을 위한다면 (대선 패배에 대해)사과하고 전국 경청 투어를 6개월 동안 해줬어야 했다”고 일갈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 의원이 계양을에 나감으로 인해서 묶여버리는 역효과가 나버렸다”며 “만약 거기 묶이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전국 선거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리드할 수 있었을 텐데 전략의 실패라는 생각은 든다”고 주장했다.

내부 분위기가 반대 의견으로 모아질 때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수많은 의원이 이 대표에게 직간접적으로 불출마를 요청했으나, 귀담아 듣는 ‘시늉’만 하고는 늘 곧 출마하는 사람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해놓고 움직이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는 반대 의견을 내는 의원들과의 만남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당이 반대할 때마다 ‘무시’로 일관
듣는 시늉만…결국 결정 마음대로

이 대표는 이때 그들과의 만남으로 설득당할 생각은 없었지만, 보궐선거 당선 이후 당권까지 노리고 있었던 만큼 반대파 의원들까지 모두 품고 가려는 계산을 세웠다. 그는 출마 전 민주당 원로 인사들과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들, 또 선대위에 참여했던 인사들까지 두루두루 만나며 여러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결국 이 대표는 출마하고 당선됐다. 당선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 그의 다음 행보가 ‘대표 출마’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때의 반대는 보궐선거 출마 때보다 더 거셌다. 몇몇 친명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내부 인사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저지하려 노력했다. 이때 뽑힌 대표가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권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비명계와 중도 진영 인사들은 하나로 뭉쳐 이 대표에 대항했다.

지난 6월 있었던 민주당 워크숍이 그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 민주당 의원들의 단합 목적으로 마련된 워크숍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차례대로 이 대표에게 찾아가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그의 대표 저지를 위해 민주당이 하나 된 마음을 표출하는 듯이 보였다. 물론 그 선봉장에는 친문계 좌장 역할을 하던 의원들이 있었다. 

친문계는 전당대회가 당내 계파싸움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일찌감치 후보를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누구를 후보로 내세울지 고심하던 친문 측은 역으로 불출마를 택했고, 이 카드로 이 대표를 거세게 압박했다. 

친문계 좌장 홍영표 의원은 워크숍에서 이 대표와 만난 뒤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 당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과연 이재명 후보나 내가 출마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우리가 판단해 보자며 (이 대표에게)이야기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굳이 이 대표를 찾아가 만나고, 구태여 이런 제안을 기자들에게 말하는 것은 이 대표를 계속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홍 의원은 당시 이 대표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대신 전했다.

홍 의원에 이어 또 다른 친문 좌장 전해철 의원도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권 쥐고 
흔드는 세력


그는 본인의 SNS에 “연이은 선거 패배로 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 당을 정상화하고 바로 세우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고, 민주당의 가치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나갈 당 대표와 지도부가 구성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친문계 두 명의 의원이 빠지자 압박은 현실화됐다. 당내 의견은 ‘계파 싸움’ 종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고, 곧 이 대표에 대한 불출마 요구로 이어졌다. 재선·초선 의원 약 30명은 전당대회 전 한자리에 모여 이 대표의 불출마를 제안하는 공동 의견서를 이 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심지어 친명으로 분류되던 강훈식 의원도 이 대표를 말리고 나섰다. 강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에 일찌감치 이재명 선거위원회로 들어가 그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바 있다. 그는 경선 기간 중 내내 중립지대에 머물러 있다가 이 대표가 민주당의 최종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자 비서실 정무조정실장 자리에 들어가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겼다.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으로 국민의힘으로부터 숱하게 뭇매를 맞을 때도 강 의원은 언론 전면에 등장해 대신 방패 역할을 하곤 했다.

강 의원은 “전모를 잘 모르기에 내가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녹취록 전체를 들어보니 ‘이 대표 때문에 (대장동 관련)일이 잘 안 된다’는 뜻으로 들렸다”며 그를 옹호했다. 비교적 친문색이 짙고 어느 한편에 서서 도움을 주지 않았던 그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그를 ‘친명계’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반대했다.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직접 뛰어든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 의원은 “이재명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출마도 안 했다”며 “대표는 통합과 신뢰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내 분란의 원흉으로 꼽히는 이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비명계, 중립지대, 심지어 친명계 의원들이 반대하는데도 이 대표는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면서도 불출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그는 당시 오히려 지지자들을 두루 만나고 전당대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지역 당협위원장들과 대의원들을 만나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진행 중이었다.

반대를
무시로

이 같은 행보를 쭉 지켜봐왔던 한 민주당 인사는 “이 대표와 의미있는 회의를 하는 인사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는 “겉으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하는 행보를 해왔지만 그들의 의견이 이 대표의 결정을 바꾸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이들의 설득 과정이 그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들의 증언은 대표 당선 후에도 이어진다. 보궐선거와 전당대회 출마 강행 때의 모습이 대표 당선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김건희 특검법 강행이 증언의 골자였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하며 대중의 비판을 샀던 바 있다. 검찰개혁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지만,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처리하는 민주당표 검수완박법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내 의석수를 무기로 검찰개혁을 무리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간이 없었던 탓이다. 민주당은 법안을 최종 공포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다면 그가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무력화시킬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패스트트랙’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존 방식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으니 최대한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는 수많은 편법이 동원됐다. 법사위원들의 투표에서 민주당은 제3지대 의원의 표가 하나 필요했다.

이를 위해 법사위 소속이었던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자진 탈당하는 꼼수를 감행했다. 민 의원의 탈당으로 검수완박 패스트트랙 처리에 충분한 동력이 생겼고, 이는 결국 최종 공포됐다. 검수완박 법안 발의부터 최종 공포까지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이때 국민들은 민주당에 많은 비판을 가했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라는 무거운 법안을 너무 ‘가볍게’ 처리했다는 비판이었다. 국민들은 이 불만을 지방선거에서 표로 보여줬다. 이로써 민주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권력을 국민의힘에 빼앗기며 대패했다.

이번 김건희 특검법 또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은 본회의로 상정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패스트트랙’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전반기 국회보다 법안 처리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고, 제3지대 인물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공식적으로 특검법 발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법이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대한 ‘보복조치’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일부 의원은 특검법 강행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행 가능성이 현저히 적을뿐더러 지금 시기에 검 여사에 대한 수사를 굳이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브레인’ 김현지·김남준·정진상
‘게이트 키퍼’ 박홍근·정청래

그러나 이 대표는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지는 않은 모양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본인에 대한 수사가 끊이지 않는다면 특검법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법에 반대하는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거(특검법) 포기 안 할 것으로 보인다. 포기하는 순간 이 대표가 쓸 수 있는 수단 하나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분명히 몇 명 의원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들었는데, 지도부의 판단에 영향을 주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안마다 의원들의 의견을 두루 듣는 시간을 종종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민주당 인사는 여의도 정치의 경험이 없는 이 대표가 ‘귀를 열려고’ 하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에는 성남 ‘5상시’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2000년대 초반 성남지역 시민단체 시절부터 이 대표와 함께한 김현지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도, 경기도지사 때도, 지근 거리에서 그의 모든 의정활동을 지원했다.

김 보좌관은 성향이 매우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특히 이 대표가 정적들과 육탄전을 펼칠 때 작전을 세우고 실질적인 공격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지 보좌관이 이 대표의 ‘입’이라면, 김남준 보좌관은 이 대표의 ‘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남준 보좌관은 성남지역 언론 기자 출신으로, 이 대표가 직접 영입을 제안해 대변인으로 스카우트된 인물이다.

그는 이 대표의 의중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고 언론에 잘 대응하는 인력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소통하는 언론이 항상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도 그 덕분이라고 전해진다.

이 대표와 함께 전략을 구상하는 ‘브레인’ 정진상 정부조정실장도 있다. 그는 대선 기간 때부터 꾸준히 언급돼온 이 대표의 복심 중의 복심이다. 정 실장은 이 대표가 대표에 취임하기 전까지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음에도 민주당의 또 다른 ‘실세’로 꾸준히 평가받아왔다.

이 대표의 모든 정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대표가 정 실장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제보에 따르면, 이 대표가 의견을 자주 듣는 측근 중 민주당 원내인사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다.

간신?
충신?

이들은 사실상 이 대표의 ‘게이트 키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일한 견제기구라는 평가도 이어지지만,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견제보다는 협력이 많았다. 이 대표 측근 5인방이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간 ‘간신’으로 기록될지, 훌륭한 성군을 모신 ‘충신’으로 기록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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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