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8.12 17:00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페이지룸8에서 작가 신준민의 개인전 ‘Penumbra’가 열린다. Penumbra는 천문학 용어로, 부분 일식‧월식의 반그림자를 뜻한다. 일정한 크기를 가진 광원에서 나온 빛이 물체를 비췄을 때 생기는 그림자 중, 본그림자 주위에 부분적으로 빛이 도달해 생기는 흐릿한 그림자다. 작가 신준민은 빛이라는 비물질적이면서 추상적인 주제를 회화의 형식과 물성의 관계 안에서 표현하기 위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인 ‘Penumbra’는 빛이 덜 닿아 본그림자보다 덜 짙은 그림자를 뜻한다. 물체와 그림자는 이 경계의 지점에서 혼재된 모습을 보인다. 서울과 대구 2021년 이전 신준민은 산책하고 머무는 물리적 장소를 소재로 삼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익숙한 장소를 걷는 행위를 통해 사물에 반사된 빛을 관찰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투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는 “신준민의 작업에 대한 첫인상은 2021년 제작한 ‘흰 빛’ 시리즈를 통해서 받았다. 당시 작가의 풍경에서 장소성이 휘발된 자리에 빛의 모습이 부각되기 시작했다”며 “백색광과 반사광을 입은 자연물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충북 청주시에 자리한 쉐마미술관이 충청권 예비작가들을 모아 ‘누구에게나 이유는 있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예비작가들이 예술을 선택한 이유와 그 길을 이어가려는 이유를 성찰했다. 쉐마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담론 속에서 예비작가들이 자기만의 예술적 언어와 이유를 탐색할 수 있는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자 ‘누구에게나 이유는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을 지속하는 이유,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이유, 그리고 동시대와 관계 맺고자 하는 이유는 작가마다 다르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마다의 특히 미술대학의 미디움과 매체 중심의 구분을 넘어 작품의 내용과 예술적 태도에 주목했다. 충청권 7개 미술대학 교수진이 참여해 1차로 서류를 심사했고 충청권 국‧공립미술관 학예사, 평론가, 디렉터 등 전문가 6명이 2차 심사를 펼쳐 16명의 예비작가를 선정했다. 쉐마미술관은 16명의 작가를 각각 8명씩 나눠 ‘누구에게나 이유는 있다’를 하나의 주제로 삼아 1부 ‘안으로 흐르는 것들’, 2부 ‘바깥으로 향하는 것들’로 구분해 서로 다른 시선으로 해석했다.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린 작가들과 외부 세계로 향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황효덕은 모순되는 개념과 물질이 공존하는 지점에 관심 있다. 그런 지점, 혹은 상태에서 가시적이거나 혹은 비가시적인 물질과 감각이 어떻게 구축되고 와해되는지를 탐구하기 위한 물리적, 미학적, 심리적인 장치의 고안을 고민한다. 서울 서초구의 갤러리 ‘봄’이 작가 황효덕의 개인전 ‘닿다, 눌리다, 남다’를 연다. 이번 전시는 봄에서 열리는 황효덕의 첫 번째 전시다. 작가는 시간의 궤적과 비가시적 신호의 흔적을 간직한 조각, 드로잉, 설치 작품 등 총 8점을 선보인다. 남겨진 자국 이름 붙기 전의 모호한 형상, 역할을 잃어버린 사물 혹은 알아볼 수 없는 얼굴과도 같은 이번 전시를 통해 황효덕은 물질과 감각, 데이터가 서로 닿고, 눌리고, 감싸는 수행의 과정에서 생성되고 응축된 표면의 의미에 관해 탐구한다. ‘닿다, 눌리다, 남다’의 전시장에 놓인 형상은 익숙한 기능과 의미를 벗어난 채 나타난다. 더 이상 소리를 전달하지 않는 나팔, 안팎이 뒤집힌 얼굴, 절단되고 관통된 나무토막은 어떤 중심을 상실한 사물이라기보다 애초에 하나의 본질과 환원될 수 없는 존재처럼 보인다. 이들은 스스로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무엇과 닿았는지, 어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갤러리 ‘눈 컨템포러리’에서 에이메이 카네야마와 오종 작가의 2인전 ‘사이’가 열린다. 2명의 작가는 평면 5점, 입체 5점 등 총 10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작품을 한데 모아 놓는 일이지만 동시에 작품과 작품 사이에 하나의 거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각각의 작업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하나의 공간에 놓이는 순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하나의 작품은 다른 작품을 통해 다르게 보이고, 관람객의 시선 또한 그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이동한다. 공간 위에 에이메이 카네야마, 오종이 참여한 2인전 ‘사이’는 관계를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하려는 전시가 아니다. 무엇과 무엇 사이를 특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것이 같은 공간 안에 머물며 만들어내는 상태에 주목했다. ‘사이’는 대상을 연결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각각의 존재가 서로를 하나의 의미로 환원하지 않은 채 머무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종은 전시 전, 공간에 머물며 그것의 조건을 살피고 파악하는 시간을 갖는다. 장소를 이해한 뒤 만든 작업은 전시장 안에서 공간과 만난다. 가는 쇠막대와 나무판, 아크릴 관과 LED 조명, 구리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자리한 갤러리은에서 김지수의 개인전 ‘글씨, 말하다’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서예를 단순한 문자 기록의 행위를 넘어 하나의 시각예술로 바라보는 김지수의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김지수는 오랜 시간 한글 서예가 지닌 고유한 조형미와 서예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며 한글을 시각 언어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글씨와 그림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회화적 언어로 바라본다. 정체성 김지수의 작품은 글씨의 획과 흐름, 여백과 화면의 울림을 통해 서예와 회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주며 나아가 문자에 머물지 않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안한다. 개인전 ‘글씨, 말하다’는 그가 오랜 시간 이어온 고민과 실천의 기록이자 서예가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닌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담고 있다. 김지수는 “나는 오랫동안 ‘쓰는 행위’ 자체에 몰입해 왔다. 글씨를 잘 쓰는 방법을 고민하고 서법에 몰입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하지만 ‘잘 쓴다’ ‘좋다’ 등의 평가에 머무르지 않았다. 나만의 내용과 그 서사를 담은 작업을 하고자 하는 게 고민의 화두였다. 작업 노트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작가 8명과 함께 전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PEUT)’를 준비했다. 8명의 작가를 일률적인 거대 서사와 신화, 계보가 해체된 시대에 각자의 미적 지향점으로 동시대에 응답하는 ‘할 수 있는 자’로 기획했다. 갤러리현대에서 진행되는 단체전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SAUVE QUIPEUT)’는 장 뤽 고다르의 1979년 영화의 제목에서 따왔다. 위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자가 알아서 대피하라’는 원제의 의미를 확장했다. 서로 다르지만 제도와 유행, 세대의 규범에 기대기보다 독자적인 감각과 태도로 작업해 온 김주영‧박민하‧박정혜‧안현정‧이혜인‧정진화‧조이솝‧한선우 등 작가 8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에는 동시대적 동양화, AI와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하는 구성회화, 여성 추상회화, 수행적 회화, 기하학적 추상, 조각 및 설치, 퀴어 정체성에 기반한 작업 등 다양한 실천이 한자리에 모였다. SNS와 디지털 플랫폼의 폭발적 증가, AI를 비롯한 기술 환경의 급격한 변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미디어 환경,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정치적 양극화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우리는 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삼청동 도로시 살롱에서 작가 윤종석의 개인전 ‘모든 흔적에는 이유가 있다’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마음과 눈길을 끈 풍경을 그림으로 작업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풍경을 그대로 그린 게 아니라 작가가 작품에 붙인 ‘차경’이라는 제목처럼 풍경을 ‘빌려와’ 소재로 삼아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윤종석의 풍경을 한마디로 소개하긴 어렵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복잡하고 절제된 듯하면서도 자유분방하며, 차가운 것 같으면서 뜨겁다. 또 차분한 듯 격렬하고 격정적인 듯 담담하다. 분명히 풍경을 그렸는데, 다시 보면 다양한 도형으로 만든 구성 같은 느낌이 든다. 자연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조형 같기도 하다. 풍경인데 추상 같고 추상 같은데 풍경이다. 자연에 처음부터 윤종석에게 풍경이 매력적인 소재였던 건 아니다. 어느 날, 오랜 여행길에서 끊임없이 마주치고 스치는 풍경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내 가슴속으로 훅훅 들어와 가슴의 온도에 변화를 일으키고 생각의 작동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과 인간, 농부가 의도치 않게 만들어 놓은 선과 색에 매료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갤러리 마리에서 작가 황찬수의 개인전 ‘Space & Memory- 감성과 색채의 추상표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황찬수는 기억과 감정, 자연과 인간의 흔적을 추상적 색채와 리듬으로 풀어낸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설명 이전의 감각과 존재의 깊이를 환기하는 자리다. 황찬수의 회화는 지나간 시간과 사라진 풍경에 대한 감정에서 출발한다. 숲길과 징검다리, 설산 아래 작은 집, 하늘을 스치는 비행기처럼 자연 속에 남겨진 인간의 흔적은 작가에게 그리움과 희망, 삶의 온기를 떠올리게 한다. 존재의 깊이 황찬수는 문명을 자연 위에 남겨진 ‘작은 스크래치’로 바라본다. 결국 사라질 운명의 흔적 속에서 더욱 간절해지는 인간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황찬수에게 영감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여행과 일상 속 작은 순간에서 비롯된다. 메모와 사진, 짧은 글귀로 남겨진 감정은 오랜 시간 내면에서 숙성되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색채와 붓질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그의 추상은 형식적 실험보다 삶을 통과한 감각의 흔적에 가깝다. 황찬수는 “감동과 영감은 도처에서 온다. 여행길, 일상에서 때론 강하게, 때론 확실하진 않으나 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 채율이 작가 정광복의 개인전 ‘오늘의 초상’을 준비했다. 정광복은 전통 옻칠을 현대 회화의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평을 받는다. 작가 정광복의 개인전 ‘오늘의 초상’은 ‘Family Series’를 메인 주제로 한다. Family Series는 칠흑의 심연 위에 현대인의 욕망과 일상의 온기를 유쾌하고도 날카롭게 포착한 연작이다. 정광복은 명품 가방을 든 고양이나 밍크코트를 걸친 개 등 자본주의 속 페르소나를 의인화한 동물로 표현해 팝 서리얼리즘적 위트를 발산한다. 팝 서리얼리즘(Pop Surrealism)은 현실적 요소를 비현실적 방식으로 결합해 유쾌함과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적 언어를 뜻한다. 인고의 노동 공사장 모자를 쓴 비버, 고무장갑을 끼고 자녀를 위한 기도를 올리는 수달 등으로 물질로 환산할 수 없는 원초적인 일상의 온기를 표현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분한 동물들은 바로 우리 이웃이자 가족의 초상으로,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가슴 찡한 유대감을 전달한다. 현대인의 서늘한 욕망과 뭉클한 온기가 교차하며 옛것의 기법으로 오늘의 서사를 읊는 진정한 법고창신의 미학을 완성했다. 정광복은 “세상의 온도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갤러리 송은이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전혜주의 개인전 ‘엔도스코페이아’를 개최했다. 송은미술대상은 전도유망한 국내 미술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이 제정한 미술상이다. 작가 전혜주는 도시 공간과 공공장소에 대한 개입에서 쉽게 감지되지 않는 환경과 감각의 조건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확장해 왔다. 사진, 영상, 사운드, 아카이브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시청각 설치를 통해 특정 장소에 축적된 역사와 인간의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생명과 물질 디지털 매체와 수집한 오브제를 결합한 작업은 장소의 역사성과 환경적 조건을 재구성하는 동시에, 공기 중을 부유하고 순환하는 미세 입자와 파동이 인간의 신체와 사회 구조에 침투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전혜주는 지난 2022년에 열린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작품 ‘HUMMER’로 대상을 탔다. 비가시적 물질과 환경의 흐름, 그리고 그것이 신체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둔 작품이다. 작품은 에너지 원자재 개발과 군사 기술, 꽃가루의 생태적 확산 방식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에 주목했다. 식물‧꽃가루 표본과 초지향성 스피커, 재구성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천 계양구의 갤러리EOS가 작가 김단의 개인전 ‘기억과 공간’을 연다. 김단은 기억이 남긴 온도로 색을 쌓아 올리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최근 회화 작품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감각이 뒤얽힌 몽환적인 풍경을 선보인다. 김단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눌러뒀던 어린 시절의 상처와 마주한다. 그러면서 ‘내 안의 상처받은 작은 아이’를 작업의 원천으로 삼았다. 상처를 지우려 하기보다 그것이 현재의 자신을 이루는 단단한 일부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작업 전반의 정조를 이룬다. 인식하고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하얀 사슴과 동물은 작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이자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은유다. 화면 속 존재는 푸른 숲, 바위로 쌓인 해안, 분홍빛 식물이 가득한 들판 등 비현실적인 공간에 서 있다. 주변 풍경은 차갑고 어둡지만 사슴의 몸과 작은 새싹 등은 일부 밝은 색채에서 은은한 빛이 번지며 대비를 이룬다. 완전한 치유나 극복을 강요하지 않고 상처를 안은 채 스스로 길을 찾아 나아가는 존재의 모습은 유토피아적 상징으로 다가온다. 김단의 개인전 ‘기억과 공간’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은 ‘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갤러리 ‘페이지룸8’에서 작가 정직성의 개인전 ‘표석 HEAD STONE’이 진행된다. 정직성의 작업은 정신적, 물리적 지형과 함께 공명하며 추상회화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의 역사와 숭고를 다룬 신작 30여점이 소개된다. 정직성은 최근 서울 송파구 풍납동으로 이사했다. 그는 “최근 유년기를 보낸 장소로 돌아와 나의 유년기를 마주함과 동시에 무수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일을 겪게 돼 여러 가지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고 말했다. 흘려보내는 페이지룸8에서 열리는 정직성의 이번 전시 ‘표석’은 그의 이름을 알린 시리즈작 ‘연립주택’을 작품 ‘붉은 집’에 담아 소회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는 “정직성의 작업 세계와 그의 작업을 지켜보며 탐구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이번 전시가) 큰 변곡점이 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붉은 벽돌 하나하나를 쌓은 구축적인 형태는 덩어리진 채 놓여 있다. 허허벌판이나 언덕 위에 한 채의 연립주택이 오롯이 서 있는 형태다. 배경과 구분되는 검붉은색의 브러시 스트로크는 이전 작품 ‘연립주택’에 비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가 작가 김명희의 개인전 ‘깊은 시간 Deep Time’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2003년과 2012년에 이어 갤러리현대와 김명희가 손잡은 세 번째 개인전이다. 갤러리현대는 반세기 넘게 이어진 김명희의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조명했다. 김명희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여성 미술가의 입지를 공고히 다져온 작가다. 회고전으로 기획된 ‘깊은 시간 Deep Time’에서는 1970년대 캔버스 유화 작업, 1980년대 목탄 드로잉, 1990년부터 시작된 칠판화 대표작과 신작 등 총 40여점이 공개된다. 뉴욕과 김명희는 한국 현대미술의 페미니즘 서사에서 빠질 수 없는 역사적 위치에 있다. 가부장제에 대한 분노를 직설적으로 표출했던 동 세대의 페미니스트 작가와는 다르게 그의 작품에서 공격성을 전면에 드러내는 도발적인 여성 주체나 성적 대상화에 대한 좌절, 절망의 관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김명희는 부계 중심 사회에서 여성 작가로 살아온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적 장면과 인물, 사물, 행위, 자연을 다뤘다. 이러한 요소는 대서사보다는 소서사로, 직설적 표현보다는 묵시적 은유와 상징을 통해 구성됐다. 부분을 통해 전체를 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갤러리마리가 작가 김두례의 개인전 ‘나는 그냥 그린다’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색채와 기억, 그리고 감각의 고고학을 탐구하는 김두례의 회화 세계를 조명한다. 김두례의 개인전 ‘나는 그냥 그린다’는 갤러리마리가 오랫동안 준비한 전시다. 원래 이번 전시는 아버지 김영태 화백과 딸 김두례가 함께하는 부녀전으로, ‘DNA of Colors-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주제로 두 작가의 색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자리로 기획됐다. 하지만 올해 100세를 앞둔 김 화백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진행되지 못했다. 대신 갤러리마리는 김두례의 세계에 먼저 들어서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각인된 기억 김두례의 색은 기억과 감각에서 온다. 어릴 적 몸에 덮은 이불의 온기, 손끝으로 더듬던 조각보의 결, 그리고 설명할 수 없이 오래 남아 있는 붉은색의 기억 등이 각인된 것이다. 각인된 기억은 무의식 속에 응축돼 마침내 회화적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김두례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형태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던 시절, 그의 시선은 바깥을 향해 있었다. 그 방향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거치며 그리는 회화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감지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성북구 소재 갤러리 ‘아트노이드178’에서 이희상 작가의 개인전 ‘SNOW WHITE: Interview with the Gods’가 열린다. 이희상은 백설공주라는 고전적 아이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백설공주에 대한 재해석으로 독자적 예술 세계관을 구축해 온 이희상 작가는 이번 전시 ‘SNOW WHITE: Interview with the Gods’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작가는 젊음을 영원히 박제당한 채 가짜 행복 속에 부유하던 백설공주를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실존적 주체로 탈바꿈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과 신이 본질적 차이가 없음을 직시하며 그들을 직접 대면하려는 당돌한 여정을 표현했다. 일체유심조 이 모험은 ‘영원한 젊음과 행복을 부여받은 나와 신이 무엇이 다르냐’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희상은 ‘백설공주의 외출’을 테마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서사를 그렸다. 작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한층 선명한 지향점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다. 이희상에게 신성은 더 이상 도달할 수 없는 외부의 절대적 권위가 아니다. 마녀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갤러리 눈 컨템포러리가 작가 이강원의 개인전 ‘변수들’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재료를 깎고 붙이고 떠내는 조각적 행위를 통해 이미지와 물질 사이의 관계를 지속해서 탐구해 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강원 작가의 ‘변수들’은 눈 컨템포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업의 전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정적 요소에 주목하며 계획된 경로를 벗어나 마주하게 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작가가 고유의 조형 언어로 응답한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조각적 행위 이강원의 작업은 우연히 마주한 특정 형태나 질감에 관한 이끌림에서 시작된다. 준비된 계획은 곧 어긋나고 작업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기 일쑤다. 이 과정에서 작업은 수시로 길을 잃고 다시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결국 그의 작업은 능동적인 계획의 구현이라기보다 계획의 어긋남과 불확실성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하나의 ‘사건’에 가깝다. 전시 제목인 ‘변수들’은 이 같은 여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불투명한 조건들을 가리킨다. 계획을 비껴가는 예기치 못한 결함이나 파편적 상황은 작업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석운 작가의 개인전 ‘FIGURE SCENES’이 서울 종로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최석운이 수십 년간 천착해 온 ‘인물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정서적 풍경으로 통합되는 새로운 시각적 지평을 선보이는 자리다. 최석운은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예술적 대상으로 치환하며 화면에 조형적 긴장감과 특유의 정서를 그려왔다. 최근에는 피겨(정밀 모형)를 모티브로 현대인 본연의 모습을 정적인 화면으로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낯설게 최석운은 야심 차게 준비했던 개인전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허무하게 막 내린 후, 전남 해남의 작은 섬 임하도에서 1년여 동안 머물렀다. 고립된 섬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이어진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피렌체 여행의 찬란한 풍경은 결정적인 변화를 안겨줬다. ‘당신은 왜 풍경을 그리지 않느냐’는 지인의 질문이 비로소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최석운의 시선은 인간을 바라보던 시야를 넘어 광활한 풍경과 그 속에 녹아든 존재의 본질로 확장됐다.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피겨(Figure)다. 실재하는 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 채율이 이미희 작가의 개인전 ‘땅이 기억한 시간’을 준비했다. 이미희는 0.1㎜의 세밀한 펜 끝으로 촘촘히 기록한 자연의 지형과 그 사이 심어 놓은 스와로브스키에서 발현하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독창성 넘치는 시각적 서사를 선보인다. 이미희 작가의 화면은 세밀한 드로잉으로 축조된 자연의 형상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오직 펜선의 농담과 굵기만으로 화면의 원근을 구축했다. 화면 곳곳에 흩뿌려진 미세한 점은 산 너머의 산, 생명의 기운을 상상하게 만드는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특히 화면에 숨을 불어넣는 하얀 여백은 밀도 높은 작업 방식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이 시각적 정화를 경험하는 것과 함께 작품 내부의 고요 속으로 깊이 침잠하게 한다. 쓰레기 산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스와로브스키를 활용한 이미희의 독창적인 자연 해석이다. 단색의 선과 점 사이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스와로브스키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다. 작가에게 산은 그저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그 내부에 씨앗과 잎, 꽃과 열매를 품으며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밀도의 덩어리’다. 낮 동안 대지에 스며든 빛은 사라지지 않고 토양과 지형 속에 저장돼있다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에 자리한 데이트갤러리에서 김춘환 작가의 개인전 ‘Noir et blanc 흑, 백’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데이트갤러리에서 진행한 김춘환의 두 번째 전시다. 김춘환 작가의 개인전 ‘Noir et blanc 흑, 백’은 화이트와 블랙이라는 색채 대비를 넘어서 동일한 행위로 만들어낸 두 가지의 감각적 모습을 조망한다. 작품마다 빛의 반사로 드러나는 색, 인쇄물의 고유한 물성, 작가가 가하는 압력과 밀도의 조절 등의 조건 속에서 현대사회를 시각적·물질적으로 재현한다. 인쇄물 김춘환은 “2000년도 초반 프랑스에서 잡지를 이용한 작업을 시작할 즈음 많은 양의 잡지를 구하는 게 문제였다. 초기엔 한인 커뮤니티에 광고를 내서 패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학생들에게서 (잡지를) 구하며 작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작업실로 이사 온 후부터는 프랑스 동네 주민들이 제가 잡지로 작업하는 걸 알고 작업실 문 앞에 잡지들을 놓고 가곤 했다”며 “프랑스 재활용협회장이 제 작품을 구입하고 각종 포장지를 2t 정도 후원해 줘서 사용하고 있다. 항상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작업이 진행되며 작업 구상 중에 필요한 종이를 길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갤러리마리에서 오승아 작가의 개인전 ‘DREAM’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오승아의 15번째 개인전이다. 그동안 이어온 구상 회화의 흐름 속에서 꿈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한층 깊어진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오승아의 시선은 일상과 자연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이 시선은 개인전 ‘DREAM’에서 기억과 감정, 그리고 존재에 대한 사유로 더 넓게 확장됐다. 오랜 시간 등장해 온 익숙한 이미지와 함께 한층 조용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보여준다. 집과 새 오승아의 화면에는 나무와 잎, 새, 집, 나룻배, 달, 소녀와 같은 익숙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 풍경은 특정한 현실을 재현하기보다는 어딘가에서 스쳐 지나온 감정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에 가깝다. 단순하게 정리된 공간과 색면 속에서 사물은 또렷한 서사를 이루기보다는 서로 느슨하게 관계를 맺으며 화면 안의 균형을 만든다. 그 사이에서 현실의 풍경과 내면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겹쳐지고 관람객은 어느 순간 그 장면을 자신의 기억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색채와 공간의 절제다. 화면을 감싸는 청색과 녹색의 층위는 차분하면서도 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