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17 17:46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0개월이 흘렀다.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을 거치면서 ‘무정부’ 상태에서는 벗어났다. 표면상으로는 안정기에 접어든 모양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격랑의 시대’ 그 자체다. 정치색, 세대, 성, 지역 등 나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혼란을 잠재울 방법을 찾아 종교계 큰 어른을 만났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자리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에서 김상근 목사를 만났다. <일요시사> 취재진이 먼저 기사연에 도착해 김 목사를 기다리는데 입구 쪽에서 ‘으쌰, 으쌰’ 하는 기합 소리가 들렸다. 거동이 불편한 김 목사가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내는 소리였다. 사법부 늑장 갈라진 합의 지팡이를 팔에 걸고 한 칸씩 천천히 발을 디뎌 계단을 다 내려오는데 들린 ‘으쌰’ 소리는 열 번 정도였다. 차는 숨을 고르면서 김 목사는 방석 두 개를 덧댄 뒤 의자에 앉았다.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걸을 뿐 여든이 넘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활력이 넘쳤다. 인터뷰 장소까지는 직접 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계 민주화운동의 원로다. 김대중정부 시기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정부, 문재인정부 시기에 공직을 맡는 등 진보 정권에서 일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하고 홈플러스 사태에 목소리를 내는 등 여전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터뷰에 앞서 ‘사회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따뜻한 덕담을 해주신다는 생각으로 말해줬으면 한다’는 기자에게 김 목사는 환히 웃으면서도 “덕담할 때가 아니야”라는 뼈있는 말을 던졌다. 지난해 12월3일, 전 국민을 충격과 경악에 빠뜨린 비상계엄 사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김 목사는 현재 사회를 “상식이 붕괴하면서 오는 혼란과 갈등이 매일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가진 상식, 그게 모여서 사회적 상식이 된다. 일종의 사회적 합의인데, 그 큰 합의가 현재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목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와 10개월이 지난 현재를 언급했다. 그는 “계엄령이 선포될 당시 전 국민이 그 모습을 봤다. 그때는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민이 ‘이건 대한민국이 아니다. 내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계엄군으로 출동한 이들도 머뭇거리지 않았나. 어떤 군인은 철수할 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게 상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10개월이 지나도록 당시 국민이 생각했던 상식이 입증되지 않으면서 의견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이 잘못됐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서 상식이 붕괴한 것”이라며 “비상계엄 사태 직후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윤석열의 정당성,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짚었다. 비상계엄 사태 지나면서 상식 붕괴하고 혼란 가중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극우 바람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일부 정치 세력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등에 업은 정치 세력이 지역주의에 편승하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미국에서 불고 있는 극우 바람, 마가 바람이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바람에 매우 취약하다. ‘미국 절대주의’ ‘숭미주의’를 배경으로 미국 것을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어서다. 우리나라 문제를 가지고 열리는 집회에 왜 성조기가 등장하나? 문제는 그들이 큰 정치 세력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미국발 극우 바람이 우리나라 젊은 층에 스며들고 있는 부분을 우려했다. 김 목사는 “과거에는 본인이 노력하고 애쓰면 개천에서도 용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천에서 태어나서는 용이 될 수 없다. 이 절망감이 폭력적인 형태로 분출한 게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상층부를 구성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특목고를 나왔거나 강남에 살거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과거에 저명 인사여서 경제적으로 탄탄한 배경을 가진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사람들이 서울대 법대를 가고 상층부를 구성한다. 이들은 개천 근처에 간 적도 없고 심지어 개천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어떻겠나? 특목고도 나오지 못했고 강남에 살지도 않고 아버지가 부자도 아니다. 그런 이들이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 국가 기관을 때려 부쉈다. ‘아무개 판사 나와!’ 하고 소리도 질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포옹도 해주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에게 잘못된 성취감이 심어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목사는 정치권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발 극우 바람 그는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지연, 학연 등이 영향을 끼치니까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나. 그런데 블라인드 채용을 하니까 정말 소위 말하는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강남 출신 이런 사람들만 취업이 되는 것”이라며 “개천 사람은 취업할 수 없다. 정치권이 20대, 30대를 위한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노력하고 애쓰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사회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목사는 현재 2030세대가 밟고 올라갈 사다리가 끊어진 상태라고 봤다. 그는 “정치권에서 아주 집중적으로 이 젊은 세대가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갈등을 증폭하는 식으로 이끌고 있다. 그러면 정말 답이 없다”고 우려했다. 아직 손을 쓸 수 있는 시기인지를 묻자 김 목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다 “지금 사회가 혼란스럽고 국민이 갈라져 있으니까 대통령도, 정치권도 통합을 말한다. 하지만 통합은 마지막 골(goal)이지 과정이나 수단이 아니다. 통합까지 가는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을 고민해야 하는 주체가 정치권이다. 그리고 사회적 숙의를 통해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정치권이 현안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 한쪽이 안건을 내면 다른 한쪽은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게 아니라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필요하면 국민자문단이나 시민단체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대, 30대가 왜 서부지법에 쳐들어갔고 그 사람들이 왜 부화뇌동하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숙의 과정을 거치면 해결이 가능하다. 그건 정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목사는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무슨 꿈을 꾸고 있어?’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하고 있네’라고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꿈을 꾸는 사람조차 없다. 지금은 집단지성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봐도 과하지 않다”며 “정치권이 엉뚱한 생각을 해야 한다. 통합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엉뚱한 생각,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가 생각하는 통합은 무엇일까? 그는 모든 국민이 한 가지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은 ‘독재’라고 잘라 말했다. 마라톤 뛰듯 장기적으로 그는 “다수의 의견에 소수가 동의하는 것, 다수가 합의점을 냈을 때 그 의견에 승복하는 게 바로 통합이다. 가장 좋은 예가 국회다. 국회가 안건을 표결로 결정하면 그게 통합이다. 숙의, 집단지성을 창출하는 과정 없이 거수로만 해서 다수의 폭력으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다수당이 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덤비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목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후하게 평가하는 것은 그가 토론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특정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들으면 여러 차례 되묻고 생각하고 판단했다. 반대를 뭉개버리는 게 아니라 곱씹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경청을 잘한다. 각계각층 사람들과 토론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듣는다. 국무회의에서도 ‘아무개 장관 말해봐라’ ‘자유롭게 말해라’라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수용하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자칫하면 대통령의 의견에 아무도 반대를 말하지 않는 분위기에 갇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이견을 듣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회 상황과 정치권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쓴소리하던 김 목사는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느냐는 말에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꼰대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웃으면서도 “성경 말씀에 ‘구하고 두드리고 열어라’라는 가르침이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저앉지 말고 계속 뭔가를 찾고 탐구하고 노력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을 꽉 채우는 길이의 글에도 벌떡증을 일으킨다. 그저 ‘쇼츠, 쇼츠, 쇼츠’에 매몰돼있다. 방에 틀어박혀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게임만 하지 말고, 그 손바닥만 한 세계에 갇히지 말고 긴 글도 읽어 버릇하면서 정말 구하고 두드리고 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젊은 세대 절망 달랠 정치권의 역할 중요” 김 목사는 “정치권에서 해법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를 ‘쇼츠’ 방식으로만 해서 그렇다. 뭐만 하면 ‘입법’ ‘입법’을 외친다. 멀리 보고 길게 보면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이 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다 단거리 달리기만 하고 있다. 오늘만 살고, 내일만 사는 식이 아니라 삶의 마라톤을 뛰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39년에 태어난 김 목사는 올해로 여든일곱 살이 됐다. 새로운 일을 하기엔 버겁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김 목사는 최근 동료 목사들과 함께 ‘조곤조곤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방송을 시작했다. 비상계엄 사태, 탄핵 등을 거치면서 등장한 일부 기독교 세력의 극우화 행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김 목사는 “교회의 극우화와 절망을 야기한, 즉 오도하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저항하는 교회의 힘이 너무 약하다. 그리고 여기에 끌려가는 교인이 너무 많다. ‘크리스천’이라고 하면서 교회를 찾지 않는 신도도 너무나 많다. 망가진 교회를 보기도 싫고 목사 설교도 싫고 이런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해 손을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방치되는 것이다. 이대로 30년이 지나면 문 닫는 교회가 수두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를 비롯해 함께 조곤조곤TV에 출연하는 목사님들은 기독교계에서 영향력이 꽤 있던 분들이다. 한국 교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가 지금이다. 이대로 죽게 되면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죽기 전에 몸부림이라도 쳐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껏 하고 있던 사회활동은 모두 중단하고 유튜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채널명 조곤조곤은 또박또박이라는 뜻이다. 하나씩 짚어가면서 이건 잘못된 거고, 이게 옳은 거라고 알려주는 게 바로 조곤조곤이다. 그 방향을 지향하려고 채널명을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우리나라 국민은 정말 위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역사적 사건을 모조리 겪었다.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정말 절망적일 때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국민은 그 모든 걸 극복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에 있던 나라 중에 그 모든 걸 극복한 나라가 없다. 누군가는 ‘뭘 믿고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과거에 다 극복했다”고 힘줘 말했다. 절망을 넘어 국민 힘으로 이어 “우리 어렸을 때 코를 안 흘리는 애가 없었고 얼굴에 버듬 안 핀 아이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먹을 게 없어서 나타난 모습이다. 그것도 극복했다. 전쟁 나서 전부 폐허가 된 때도 있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다. 독재 정권이 나타났을 땐 국민이 무너뜨렸다. 우리 국민에게 내재한 힘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 힘을 믿고 우리가 위대하다고 자부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내보자. 지금의 현안도 노력해서 풀어보자,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미국 정계가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하는 흐름을 타 강경 보수 노선과 장외 집회로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8개월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정치 생명이 달린 정치인의 현실을 고려해 “극우 방식으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빙글빙글 도는 장 대표의 ‘용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앞세워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질타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평에서 비판으로 일각에선 “이 대통령도 이런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왓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우리 군사기지까지 들어갔다”며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저자세로 나가면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을 자극했다. 국내에선 평소 강경한 정치 성향을 유지하는 이 대통령의 ‘저자세’를 유연함으로 해석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호평은 금세 비판으로 바뀌었다. 당시 체결됐던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은 ▲상호 관세율 15%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달러(약 485조원) 등이었다. 문제는 3500억달러가 우리나라 총 외환 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액수란 것이다. 아울러 두 대통령의 공동합의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율을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미국은 우리에게 “3500억달러의 구체적 조달 시기·방식·사용처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호 관세율 25%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의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투자 대상은 미국이 주도해 선정하며, 투자액 회수 후 미국이 이익 중 90%를 가져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소재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노동자 317명을 단속했다. 이들이 단기 상용 비자(B-1)로 미국에 입국해 근무하다가 불법체류자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입국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면담했고, 미국 영주권자 1명을 제외한 316명은 지난 12일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훈훈하게 진행한 후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인하게 급습하고, 미군 기지에 들어간’ 데에 대한 보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기만책 섞인 양동 작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재명 압박하자 강경론 선회 미 극우 논객도 한국서 극우 부추겨 미국 정부의 한국인 노동자 추방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보수 성향 친위 집단 MAGA 진영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극우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 공장이 조지아주 주민을 고용하지 않아서 ICE에 신고했다”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저임금 불법체류자를 다수 고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 정책 연구소 미국 안보센터 부의장은 지난 7월21일, 한국 국회의원 13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하거나 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있으면, 한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사무총장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진행돼 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부정선거론을 주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이츠 부의장은 지난 1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려는 극좌 급진주의자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고, 두 사람의 보수 철학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강경 보수 진영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지난 8일 ‘대통령·부산시 교육감 선거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손 목사와 손잡고 함께 시위를 주도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로부터 채널 수익 창출 중단 통지를 받았다. 수익 창출이 중단된 이유는 “민감한 콘텐츠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분한 전씨는 “언론 탄압이자 보수 우파 죽이기”라며 “구글코리아 내 좌파 직원이 판단한 거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난달 26일 당선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 표심에 지지를 호소해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선 이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을 다시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트럼프의 양동 작전 김 의장은 평소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고, 장 대표는 김 의장을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군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소리 낼 때, 전씨는 당 밖 의병으로서 그 소리를 증폭하고 적을 막는 역할을 했다”며 “당 밖 의병이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1등 공신임을 자처하던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크게 반발했다. 전씨는 지난달 30일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을 한다”며 “저는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은 안 한다”고 말하는 등 장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도 지난 1일 “많은 사람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영남 지방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4개 자유 우파 정당에 양보하면 된다”며 “이에 응하지 않아서 4개 정당이 영남 전 지역에 후보를 내면 국민의힘은 이길 수 없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장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밝혔던 “더 강하게, 더 넓게 500만 당원과 함께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국회 본관 앞에 모여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지도부가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하기로 했고, 장외투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명분은 ▲검찰청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반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수사 기간 연장 반대 ▲내란 특검의 국민의힘 의원 압수수색 규탄 등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8일엔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과의 대화를 차단했다. 당시 장 대표는 단군 신화를 인용해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쑥을 먹기 시작했다”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도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등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영수회담은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장 대표도 자신의 의견을 이 대통령에게 모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장 대표는 다시 장외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분은 손 목사 구속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을 방문한 장 대표는 첫 일정으로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날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장외투쟁 이어 지난 17일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된 것을 계기로 장외투쟁을 언급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차근차근 야당을 말살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냥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것 ▲정부·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당의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장외투쟁 근거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의 장외 집회는 지난 21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됐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 중도 공략 필요성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과 장 대표의 현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파면·구속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7%를 기록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 지지층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불과 8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이기기 위해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를 공략해야 한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참패 시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각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고,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MAGA 진영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21세 청년 타일러 로빈슨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극우 논객 찰리 커크 ‘터닝 포인트 USA’ 대표와 모린 배넌 ‘스티브 배넌 워룸’ 대표는 한국 극우를 부추기는 미국 정계 논객들이다. 이들은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빌드업 코리아 2025’에 참석했다. 커크 대표는 “최근 한국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산주의자들이 정치 검사를 앞세워 우파를 탄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북한의 공산주의에 맞서는 여러분의 싸움이 곧 우리의 싸움이고, 필요하다면 내가 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모린 대표도 “한국은 공산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은 오직 한동훈 축출 돌연 “극우론 안 돼” 유턴 손 목사는 커크 대표·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 일부 개신교 교단과 MAGA 진영이 김민아 대표가 이끄는 빌드업 코리아와 연결돼있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빌드업 코리아의 모태는 커크 대표가 이끄는 터닝 포인트 USA로 전해졌다. 극우 성향 교단과 미국 극우는 강경한 반공 성향을 매개로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교단의 세가 강했던 지역은 평안도였다. 이들은 북한 정부 수립과 6·25 전쟁 이후 모두 월남했고, 강경한 반공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도 소련과의 냉전을 계기로 매카시즘 광풍이 크게 일어나 복음주의 교단을 중심으로 한 반공 세력이 맹위를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도 복음주의 교단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 기반과도 연결되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일관되게 유지하는 정치 방향은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에 대한 강경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패널 인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몫인 각종 방송 출연분 중 80% 이상을 친한계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친한계엔 방송 출연을 위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원외 인사들이 많다. 장 대표의 방침에 대해선 “친한계의 숨통을 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대해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근거 있는 확신을 한다고 했다”며 “그 확신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특검의 참고인 소환을 2회 거부했고, 내란 특검은 서울중앙지법에 한 전 대표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한 전 대표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연이은 당내 선거 패배와 안 좋게 결별한 장 대표의 당선으로 위기에 몰려 자신의 정치적 상징인 ‘비상계엄 반대’조차 자신 있게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됐다. 나경원 의원 등 지난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내우외환에 일각에선 장 대표가 다시 강경 보수를 대상으로 한 장외집회에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연 “우리가 설득하는 방식이 극우와 같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는 방식으론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층의 확고한 신뢰 없이 성급하게 중도층 마음을 얻겠다고 나아가면 실패할 거라고 본다”는 의견도 남겼다. 내친 김에… 용꿈의 조건 같은 인터뷰에서도 빙글빙글 돌고 있단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고 보는 해석도 나온다. 용꿈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명확히 밝혀 대중의 지지를 얻은 다음 노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굳건한 의견 없이 빙글빙글 돌면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장 대표의 빙글빙글 회전 정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ctzxp@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만든 감염병이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최전선에서 일한 사람들이 있다. 방진복을 입고 사망자의 유해를 수습해 화장장까지 옮긴 장례지도사들은 감염의 공포를 무릅쓰고 수천 명의 고인을 모셨다. 하지만 대유행의 시기를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은 감염병에 대한 ‘정산’을 끝마치지 못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감염병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대부분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라는 이름의 감염병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20년 1월20일 30대 남성의 감염으로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전 세계 덮친 감염병 공포 코로나19는 기침, 재채기 등에서 발생하는 비말(침방울)을 매개 삼아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감염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동을 통제했다. 집합시설의 이용 시간이 정해졌고 인원도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코로나19는 2020년부터 2023년 5월 윤석열정부가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을 할 때까지 3년여 동안 사회를 크게 흔들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각계각층은 코로나19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경제는 침체기에 빠졌고 문화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0년 4월11일 권준욱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의 말처럼 코로나19는 전 세계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경제 회복을 위해 시중에 엄청난 양의 돈이 풀렸다. 영화계, 공연계 등 관객 친화형 문화 콘텐츠는 나락에 빠졌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바뀐 소비 패턴이나 생활 방식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일어난 변화로 드러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사회든 개인이든 저마다의 방식으로 코로나19라는 ‘암흑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당시 최전선에서 정부와 발맞췄던 장례지도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병원, 집 등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감염자를 화장장으로 옮겨 화장한 후 유골을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시신 수습·화장장 운구 업무 방진복 입고 2년 동안 일해 코로나19 사망자의 유해는 화장장의 마지막 타임인 오후 6시 이후에 화장됐다. 지자체 등의 의뢰를 받은 장례지도사들은 주말도 없이 매일 같이 약 2년 동안 코로나19 사망자를 운구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꼼꼼히 챙겨 입었어도 감염에 대한 공포는 남아 있는 상태였다. 최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전국의 장례지도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A 단체가 서울, 경기, 충청 등의 일부 지자체와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비 관련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회장 B씨에 따르면 아직 소송으로 가지 않은 곳까지 따지면 서른 개가 넘는 지자체가 A 단체에 채무가 있는 상황이다. 2020년 2월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신속하고 원활한 시신 처리 및 장례 지원으로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사회 불안 요인을 차단한다는 취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을 내놨다. 화장을 원칙으로 하고 유가족의 동의하에 ‘선 화장, 후 장례’를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코로나19 감염자의 사망이 임박하면 가족에게 알리고 장례식장에 장례지도사가 대기하도록 요청한다. 감염자가 사망하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보건소 등에 상황을 통보한다. 보건소는 장례지도사에게 개인 보호구를 지원하고 사망자가 머물던 장소를 방역·소독한다. 이후 사망자는 화장장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된다. 장례지도사들은 사망자의 유해를 비닐로 감싸고 보디백에 넣은 뒤 관에 담아 화장장으로 운구한다. 감염 위험 때문에 염을 하거나 수의를 입히는 등 통상적인 절차는 할 수 없다. 화장장에 도착해서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은 후 화장한다. 유가족은 유골을 가지고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완전 바뀐 사회 상황 B 회장은 “매일 아침 지자체에서 모셔야 할 고인이 몇 분인지, 어디에서 돌아가셨는지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 오후 6시 전까지 장례지도사들에게 연락해 고인을 모실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어디로 몇 명을 보낼지, 운구차는 어떻게 할지 등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는 셈이다. 이 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2년 동안 매일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많은 날에는 하루에 20명도 모셔봤다. 방진복을 챙겨 입었지만 다들 감염될까 무섭지 않았겠나. 그래도 최대한 예우를 다해 한 분, 한 분 잘 보내드리려고 노력했다. 그게 장례지도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A 단체가 2년여 동안 모신 사망자 수는 수천 여명에 이른다. 그로부터 2년여 뒤 A 단체가 직면한 상황은 법정 공방이다. 단체는 코로나19가 한창 퍼질 무렵 서울시로부터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 처리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라 시신 수습과 화장장까지의 운구를 담당하는 일이었다. B 회장은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사망자를 수습하는 경우 우리 단체의 장례지도사들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비용이다. 당시 정부는 ‘전파 방지 비용’이라고 해서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이던 환자가 사망해 장례를 치를 경우 감염 예방 및 관리 조치에 소용되는 비용을 300만원 한도로 지원했다. 2022년 6월19일 이전까지 사망자에게 지급된 비용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에게 주던 1000만원가량의 위로금과는 별개였다. 시신 수습, 안치, 입관 등 장례 절차 관련 비용과 관, 보디백 등 장례 물품, 운구 등 기타 전파 방지 관련 비용 등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주먹구구 일 처리 B 회장은 “당시 우리 단체가 먼저 용역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질병관리청에 청구해 돈을 받아 다시 우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 비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그는 “장례 관련 모든 절차를 300만원 한도 내에서 진행해야 했기에 비용 지급 과정에서 우리 단체가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장례 과정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다 보니 말 그대로 먼저 (비용을) 청구하는 쪽이 우선이었다. 늦어지면 말 그대로 돈을 못 받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렇게 32개 지자체에서 받지 못한 비용이 4700여만원에 이른다. A 단체가 서울시의 협조 요청을 받아 일을 진행했지만, 전파 방지 비용은 사망자의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서 지급하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천안시에 주소지를 둔 감염자가 서울의 병원에서 사망하면 서울에서 화장 절차를 진행하지만 비용 지급은 천안시에서 하는 식이다. A 단체는 받지 못한 돈이 큰 지자체를 상대로 ‘용역비’ 지급 명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지역 8곳, 경기 1곳, 충청 1곳 등 총 10개 지역 지자체에 2500여만원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지자체에 대해서는 판결을 근거로 내용증명을 보낸 후 여의치 않으면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A 단체는 “지자체는 이 비용에 관해 질병관리청에 질의한다는 이유 등으로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와 질병관리청의 관계는 우리 단체와는 별개다. 지자체가 추경 예산을 사용하거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교부받는 등의 문제는 우리와 무관하다. 우리가 비용 수령을 포기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 한 지자체는 우리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상대로 초과 비용 달라 법원마다 판결 천차만별 ‘분통’ B 회장이 분통을 터트리는 대목은 또 있었다. 지자체마다 같은 내용으로 소를 제기했는데 법원의 판결이 제멋대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법을 공부했다. 아무리 민사소송이라지만 법원 판결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오는 게 말이 되는 건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실제 A 단체가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화해권고결정’으로 이어졌다. 지자체가 A 단체에 비용의 일부를 지급하고 특정 날짜 이후에는 지연손해금이 붙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어떤 지자체는 전액, 어떤 지자체는 반액, 또 다른 지자체는 ‘줄 수 있는 만큼’ 지급하는 방향으로 법정 공방이 마무리됐다. A 단체에 따르면 10개 지자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중 7건의 판결이 나왔다. 비용 전액을 준 지자체는 두 곳에 불과했고 대부분 절반, 일부 지자체는 1/3 수준의 비용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총 1800여만원을 청구해 1200만원가량을 받은 셈으로 전체 비용의 70% 정도다. B 회장은 “우리 단체가 초과 비용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면 이 돈은 그냥 없어지는 거였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판결이 나온 직후 바로 비용을 지급했다. 거꾸로 말하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직무유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방식에도 우려를 표했다. 지침 등 안내서를 주먹구구식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망자 장례 관련 비용 지원> 안내서는 8판까지 나왔다. 그는 “일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 안내서에 그 내용을 포함하는 식이다. 문제는 사안이 다 끝나고 나면 그 안내서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이다. 초과 비용 청구 문제도 초기 안내서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어나면 그땐 누가? B 회장은 “우리 단체는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때도 장례 관련 업무를 맡아 일했다. 사망자는 많지 않았지만 그때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 놨다면 이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요청에 따라 목숨 걸고 일했는데 그 대가가 이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지자체마다 받지 못한 돈이 몇십 만원 단위인 곳도 있고 많아야 수백만원 수준인데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정부의 태도가 너무 괘씸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중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단체가 발 벗고 나서겠느냐”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 다양성이 사라졌다. 정치 환경, 뉴미디어, 공천권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 소장파는 옛말이 된 것일까? 조금이라도 튀는 목소리가 나올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좌표를 찍고 총공격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에서 연일 악재가 터지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내란 청산과 개혁을 필두로 전진하는 민주당의 앞길을 막을 자가 없다. 이 모든 게 ‘국민의 뜻’이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민주당의 목소리가 한 갈래로 모이고 있다. 튀었더니 바로 응징 ‘더 센 3대 특검법’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본격적으로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내란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도 다시 군불을 땠다. 여기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전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라는 표적에 힘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눈을 돌린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통일된 의견을 주장하면서 당의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한 행보가 계속되면서 조금이라도 튀는 목소리에는 너도나도 곧바로 날을 세우기 일쑤다. 그 중심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초선 곽상언 의원이 있다. 앞서 곽 의원은 “찬성 혹은 반대할 충분한 근거가 없었다”며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회유 의혹을 받는 박상용 검사의 탄핵소추안에 기권표를 던지고 원내부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민주 진영 커뮤니티에는 “장인이 왜 부엉이바위에 올라갔는지 곱씹으라” 등 곽 의원을 저격하는 글이 도배됐다. 그런 곽 의원이 이번에는 구독자 200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이자 민주 진영의 ‘금단의 영역’과도 같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뉴스 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김어준 생각이 민주당 교리…정당 기능마저 넘긴 집권여당’이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특정인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 결정이라고 한다”며 “오랫동안 제가 가진 정치적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고 꼬집었다. 김어준 저격 곽, 사법개혁 꼬집은 박 초선의 용기 VS 분탕질…갈라진 여론 이에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여당 의원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말을 바로 하라. 누가 머리를 조아리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곽 의원은 또다시 SNS를 통해 “국가 정책 결정에까지 개입하고 좌지우지한다”며 “원래의 순기능은 이미 소멸할 정도로 정치 유튜브의 역기능은 원래의 순기능을 압도한다”고 주장했다. 당론에 맞서 홀로 반대 의견을 낸 초선 의원은 또 있다. 박희승 의원은 당의 내란특별재판부(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공개 반대했다. 박 의원은 법관 출신으로 이재명 대통령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며 민주당이 당론으로 주장하는 사법개혁에 신중론을 펼치는 인물이다. 그는 ‘3대 특검 대응 특위’ 회의에서 “국회가 직접 나서서 법원을 공격하고 법안을 고치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들어온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헌법 제101조에 따르면 사법권은 법원에 있고, 특별재판부를 개헌 없이 국회 논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면 법안에 대해 (재판부가) 위헌 법률 심판 제청에 들어갈 텐데, 이는 헌법 정리가 되지 않고서는 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 신중해야 할 건 우리가 내란 재판을 해서 처벌을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두고두고 시비가 될 수 있다”며 “재판 구성 자체가 위헌이 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 (당이) 자꾸 법원을 난상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을 놓고 거센 비판이 오가자 결국 박 의원은 “윤석열의 계엄에 비유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의 뜻을 밝히자 당내 비판은 사그라들었지만 지역구가 호남인 만큼 민주당 당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소신 발언과 분탕질은 구분해야 한다”는 비판도 빗발쳤다. 당내 주류 세력이 아닌 초·재선 의원이 주류에 맞서는 이른바 ‘소장파’는 한국 정치 역사의 흐름과 늘 함께해 왔다. 1980년대에는 ‘꼬마 민주당’에서 활동한 김영삼(YS)·김대중(DJ)계 초선들이 개혁과 쇄신을 외쳤다. 2000년대 보수정당에서는 ‘남정원(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정병국 전 대표·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새천년민주당에서는 ‘천·신·정(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신기남 전 의원·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열기 위해 힘을 모았다. 소신과 분탕질 2010년 이후에도 초선 또는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세력이 생겼지만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간의 계파 갈등, 정치 진영의 변화 등으로 금세 잊혀지거나 도태되는 결말을 맞이했다. 한때 ‘청년 정치’ 붐에 힘입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등 30대 정치인이 중요 직을 맡았으나 당내 기득권 세력에 막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이던 2020년대에는 ‘팬덤 정치’와 ‘제왕적 구조’를 비판하던 비명(비 이재명)계가 있었다. 현직이던 김종민·조응천·윤영찬·이원욱 등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원칙과 상식’이라는 정치 모임을 만들었고 윤 전 의원을 제외한 3인은 미래대연합을 창당했으나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소장파로 분류된 민주당 이탄희 전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위성정당 방지법 도입’을 꾸준히 주장했지만 현실 정치에 회의감을 느낀 후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선거법만 지켜달라. 퇴행만은 안 된다. 한번 퇴행하면 양당이 선거법을 재개정할 리가 없고, 한 정당이 개정하려고 해도 상대 정당이 반대할 것”이라고 밝힌 뒤 정치권을 떠났다. 마찬가지로 21대 의원이자 미래학자 출신인 홍성국 전 의원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난 4년간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후진적인 정치 구조’를 비판했다. 홍 전 의원은 “이 같은 현실을 바꿔보려고 노력했으나 무위에 그쳤다”며 출마 기회를 내려놨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조기 대선으로 정권을 탈환한 민주당은 윤석열 부부를 비롯한 ‘내란 세력 청산’에 화력을 집중시켰고 강성인 정청래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소장파가 탄생하기는커녕, 소신 발언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금 민주당은 이견을 제시하는 개혁가보다는 내란 정당과 맞서기 위한 공격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팬덤 공천과 정치 이 같은 분위기를 주도한 데에는 정치와 뉴미디어의 결합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커져 버린 미디어의 영향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이다. 팬덤 정치, 당원 중심 같은 민주당 특성을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흑백논리에 빠지기 쉽다. 조금만 반대되는 의견을 내비쳐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싹을 잘라버릴 듯 공격해대니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지지층은 단순히 팬덤을 넘어 의제 설정이 가능한 집단이 됐고, 이로 인해 지도부를 향해 쉽게 쓴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재명-정청래 지도부를 거치면서 당원 중심 정당으로 거듭났다. 당원의 권력은 자연스럽게 강화됐다.이들은 의원을 감시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온라인 공간에 모였고 이곳에서 촉발된 이슈는 레거시 미디어보다 빠르게 여론을 형성하는 데 이르렀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4년 뒤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심리가 여의도 바닥에 깔린 것이다. 소장파로 불리는 세력이 쪼그라든 배경에는 ‘기승전 공천’이 되어버린 정치 생태계가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치권 관계자는 “배지를 단 사람들은 재선이 목표다. 여야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봤을 때 지금은 공천이 정치권을 완전히 장악해 다른 목소리를 내면 죽는 지경이 됐다”며 “외국을 보면 정치인이 정치판을 떠나더라도 다른 직업을 구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은 배지가 떨어지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다들 목숨을 걸고 공천을 사수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초선들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의원들이 어떻게 잘려 나가는지 두 눈으로 지켜봤다. 민주당 지지층이 밀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이 대통령 팬카페에서는 ‘수박 명단’ ‘공천 살생부’가 돌았고 비명계 의원들은 시스템 공천으로 인한 ‘공천 학살’을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친명, 반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일축했다. 소장파와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한 세력’이 불분명하게 뒤섞이면서 ‘수박(겉은 파란 민주당, 속은 빨간 국민의힘)’으로 뭉뚱그려 도마 위로 던져졌다. 소신 선배들 결말 “춥거나 외롭거나” 지선 앞두고 더욱 단단해질 단일대오 결국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계 등 비명계 인사를 중심으로 탈당 러시가 이어졌다. 이들은 민주당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꾸렸지만 대부분 원내 진입에 실패해 배지를 내려놓고 야인이 됐다. 수박, 혹은 배신자 프레임은 한번 씌워지면 벗겨내기 힘들다. “특히 이재명정부에서는 한번 수박으로 낙인이 찍히면 어떤 직책을 맡기도 전부터 ‘나 수박 아니오’라고 해명하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조차도 수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정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자, 강성 지지층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 투표에서 추미애 의원이 아닌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자 그를 ‘왕수박’이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 세력이든 언론이든 시민 사회든, 강한 목소리로 특정인을 지지하는 집단이 오래 권력을 잡으면 100% 고이고 썩을 수밖에 없다. 정치의 모순점이 생겨날 여지는 지금도 충분하다. 이를 지적하기 위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게나마 들리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당내는 물론 당 밖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당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간다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어야 하는데 다 똑같은 이야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나오는 문제 제기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민주당이) 다음에도 집권할 수 있다. 기득권과 기득권의 싸움을 국민이, 특히 중도층이 어떻게 바라보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민주주의가 확장되기는커녕 후퇴와 축소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비대한 권력 쪼개기가 답 백 대표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혼재되고 당원이 중심이 되면서 정치판에 변화가 생겼다. 다양성이 사라지면 독재로 갈 수밖에 없고, 과도기인 만큼 힘의 논리에 의해 의제가 쏠린다”며 “현 상황만 놓고 본다면 소장파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과 선거법, 정당법 개정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현해 다당제 구조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소장파는 끝났다. ‘소장파다, 아니다’의 문제를 넘어 진영별로 나눠지고 있기 때문에 다당제를 도입해 소장파 역할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를 바 없는 국민의힘 ‘한때’ 소장파의 말로 소장파가 사라지는 현상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탄핵 정국 당시 국민의힘 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의원 등이 보수 소장파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직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여당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비상계엄을 합리화하지 못한다”며 탄핵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끝나자 이들의 목소리는 시들해졌다. 새롭게 뭉치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고 김상욱 의원은 탈당 후 민주당으로 이적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재섭 의원 등이 새로운 소장파로 떠올랐지만 역시나 기득권에 묻혔다. 이들은 지도부를 향해 “전한길씨를 제명하라” 등의 요구를 했지만 친윤(친 윤석열) 세력에 가로막혀 당으로부터 힘을 받지 못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