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6.18 01:01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인접국인 한국, 중국의 반일 감정이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9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찬회 뒷풀이 오찬 장소로 인근 횟집을 찾았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오찬은 인천 소재의 한 횟집을 찾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내 수산물의 소비 진작과 어려움을 겪는 수산업계 종사자들의 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오찬서 김 대표는 “우리가 늘 평소에 먹으러 가는 먹거리가 왜 이렇게 자꾸 논란이 되고, 무엇을 먹으러 가느냐가 사회의 관심사가 되는지 매우 의문”이라며 “평범한 일상생활을 망가뜨리고 먹거리 문제를 터무니없는 괴담으로 덮어씌우는 세력이 우리 사회를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에 왔으니 당연히 연안부두에 와야 하고, 생선을 먹는 게 당연한 건데 이 당연한 게 이상하게 생각되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건 잘못된 사례”라며 “아무리 괴담으로 덮어씌워도 국민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과학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아신다”고 언급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연찬회를 마치고 상임위원회별로 횟집에 가서 점심을 먹은 뒤 해산하기로 했다. 우리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수산물)소비를 촉진시키고 안심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와서 좀 먹으라고 하라. 4~5년 뒤에 먹어도 되고 지금 먹어도 된다”고 거들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지도부를 제외한 자당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별로 근처 횟집서 오찬을 가졌다. 이날 오찬에는 민어회, 홍어, 오징어숙회, 전복 등이 올라왔으며 음주는 하지 않았다. 이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와 같은 선동정치로 국민을 혼란과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가짜 뉴스, 괴담 등 선동정치에 강력 대응하되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을 우선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난 6월 부산 해운대 방문 당시의 ‘세슘 발언’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6월3일, 부산 서면을 찾아 “해운대 아름다운 바다에 수백만명이 와서 즐기는데 세슘 같은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운 핵 방사능 물질이 섞여있다고 하면 누가 오겠느냐?”며 “바다가 오염되면 김밥은 대체 어떻게 만들 거냐”고 질타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한반도 영토와 바다를 더럽히는 오염수 방출은 절대 안 된다고 천명하라”며 “안전성 검증 없는 해양 투기는 절대 반대한다. 철저한 안전검증을 시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닭칼국수, 돼지 삼겹살 등의 육류를 연찬회 오찬 메뉴로 정했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정기국회를 앞둔 8월25일, 충남 천안시 소재의 재능교육연구원 연찬회서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 주스와 한식으로 오찬을 가졌던 바 있다. 정가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민들의 수산물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과 어업 종사자들의 고충을 헤아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 여야 정당들의 연찬회 오찬 메뉴가 무슨 대단한 기삿거리도 아니고, 시쳇말로 서민들에게는 ‘아무 관심 없는’ 소재일 수도 있다. 집권여당 지도부가 연찬회 오찬서 활어회를 먹는 모습은 과연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까? 현재 온라인을 통해 형성되고 있는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한 분위기다. 그에 대한 배경은 크게 ▲문재인정부 시절이었던 2020년 국정감사 당시 김 대표의 오염수 방류 관련 발언 ▲시기적 오류 및 상관관계 등의 2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10월26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알프스(ALPS)라고 하는 다핵종 제거설비를 예고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삼중수소, 트리튬이 남아 있고 이 물질들은 각종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른 국제소송과 가처분 신청도 해야 할 것이고 적어도 오염수 배출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 요구안에 외교부가 찬성하는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이듬해 4월13일, 일본 정부가 각료회의서 오염수를 2년 뒤에 바다로 방류하기로 결정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당 차원서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같은 달 29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한 결의안을 내기도 했다. 해당 결의안에는 “후쿠시마 오염수엔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를 비롯해 60여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있는데 완전히 제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은 그해 6월29일, 대안 반영으로 폐기됐다. 당시 제안자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들은 조태용·강대식·김기현·김석기·김성원·김태호·박대수·박진·이태규·전봉민·정진석·정찬민·지성호·최형두·태영호·한무경으로, 민주당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모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었다. 같은 해 6월11일엔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이 제안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결의안’도 같은 달 29일, 대안 반영으로 폐기됐다. 당시 결의안에는 강민정·최강욱(열린민주당)·권은희(국민의힘)·류호정·배진교·심상정·이은주·장혜영(정의당)·용혜인(기본소득당)·이규민·인재근(민주당)·조정훈(시대전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문정부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입회하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방류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 입장에선 IAEA 결과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굳이 나서서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했던 바 있다. 또 활어회 특성상 일본 오염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회를 먹으면서 “국내 수산물이 안전하다”며 수산물 소비를 촉진시키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들린다. 학계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내 바다에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르면 7개월, 늦더라도 7~10년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 같은 학계 시뮬레이션 결과를 감안한다면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잡히는 국내 수산물만큼은 방사능 오염수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해석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여당 지도부 및 같은 당 의원들은 ‘수산물 소비 촉진’ ‘어업 종사자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연찬회 자리서 굳이 회를 선택했다. 그런 이유라면 오히려 민주당과 손잡고 오염수 방류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지금 먹는 게 방사능이 있겠느냐’는 제목의 글에 “연안부두 가서 회 먹었는데, 방류한지 며칠 됐다고 (수산물에)이상이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해당 글에는 “저기에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넣어줘야 하는데…” “후쿠시마로 장기 연수 가서 체험도 하고 먹방도 하면 좋을 듯” “후쿠시마 가서 활어 먹고 와야 국민들이 믿지 않겠느냐” “저거 다 쇼.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후쿠시마 앞에서 잡은 신선한 회를 먹으면서 홍보해야지. 이게 뭐하는 거냐?” 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잼버리 사태’가 일단락됐다. 정부와 여당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객관적 평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두루뭉술한 해명으로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로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목됐다.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줬다”는 어이없는 발언이 한몫했다. 당정 안팎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으나 말뿐인 분위기다. 여성가족부가 잼버리 대회 파행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자화자찬’과 말실수로 여당 내부의 시선도 차갑다. 김 장관은 사퇴에는 선을 그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 장관의 거취 및 정치적 책임이 여가부 폐지로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첫날부터 행사 폭망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는 지난 1일에 시작됐다. 잼버리에 참석한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첫날부터 대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물웅덩이와 진흙탕이 곳곳서 발견됐고 화장실에서는 사용 전부터 악취가 났다는 주장이다. 잼버리 대회가 진행된 전북 부안의 기온은 약 35도였다. 폭염 위기경보 수준은 심각 수준으로 높은 습도가 지속됐던 걸 감안하면 체감온도는 37도 이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잼버리에 참석했던 스카우트 관계자는 “나무와 그늘이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베테랑이라고 불린 다른 대장들도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며 “어린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토로했다. 예상대로 첫날부터 병원 앞에는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로 넘쳐났다. 수백명이 대기했지만 100개도 되지 않는 병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악취가 심한 화장실과 샤워장 상황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카우트 관계자는 “샤워를 해도 하지 않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물과 섞인 갯벌 흙이 굳어버린 채로 배수구를 막아서 벌레도 많았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린 대원 대부분은 탈수와 탈진 증세를 보였다. 마실 물까지 부족해 야영지 외부로 나가 생수를 사야 했다. 복수의 스카우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회 이틀째 150명에 가까운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4400여명의 청소년과 지도자를 파견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과 싱가포르 등 대표단이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총력 지원을 지시하고 전 부처가 수습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이었다. 태풍 ‘카눈’을 피해 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야영지서 철수한 지난 8일 이후에도 조직위 운영은 부실했다. 대회 개최 전 자신했던 ‘폭우 시 사전 지정된 8개 시·군의 342개 실내 구호소로 대피’한다는 대책은 정작 태풍 앞에서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국제적 망신 분명한데 지금도 자화자찬 잇단 개각설 수면 위 정치적 책임 희석? 김 장관은 “왜 대피소를 활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342개 구호소는 일시적으로 수용하고, 다시 영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번 태풍은 전국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그럴 경우 여기서(참가자들을) 소거(퇴영)하는 매뉴얼이 있다. 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인원 점검도 허술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입국도 안 한 예멘·시리아 대원들을 대학 기숙사와 연수원에 배정했고, 남학생이 사용하는 대학 기숙사에 스위스 여성 잼버리 대원들을 배치했다가 다시 호텔로 옮기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본인들의 책임을 지운 채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콘서트 지원인력으로 공공기관 직원 약 1000명을 동원했다. 아이돌 차출을 통해 사실상 권위주의적인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잼버리 진행에 관한 걱정과 우려는 수년 전부터 언급됐다. 201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새만금 잼버리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2023년 8월 1~12일 2023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의 경고 목소리도 수차례 있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전체회의서 김 장관에게 “빨리 (잼버리)현장에 가보셨으면 좋겠다. 거기 배수시설이라든가 상하수도, 대집회장, 샤워장, 화장실 등이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차출 이미지 세탁 이 의원은 또 국정감사에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을 정말 점검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보고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후부터 잼버리가 임박한 지난 4월 말까지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았다. 김 장관의 문제점은 행보서 그치지 않았다. 잼버리 영내 성범죄 의혹에 관해서는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고,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와 관련해선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말하는 등 어이없는 망언을 이어갔다. 김 장관의 지속적 돌발행동 때문이었을까? 외신의 평가는 비판으로 얼룩졌다. 영국 <BBC>는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의 학부모의 말을 인용해 “끔찍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지난 12일 ‘K팝이 구출? 한국, 스카우트 잼버리 폐막 콘서트에 올인’ 기사에서 “정부가 재앙이 된 행사를 수습하기 위해 수백만달러의 비상 자금을 투입했지만, K팝 팬들부터 공공 부문 직원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에 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서 열린 잼버리는 폭염, 비위생적 환경에 관한 문제 제기, 대피로 얼룩진 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K팝 콘서트와 사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잼버리를 책임졌던 공동조직위원장은 김 장관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민주당 김윤덕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모두 5명이다. 조직위 아래 집행위원장은 김관영 전북도지사다. 공동조직위원장 중 3명이 현 정부 국무위원이다. 조직위 주무부처는 여가부지만, 정부 부처 장관 3명이 조직위원장을 맡아 책임을 떠넘기기 ‘안성맞춤’이다. 모두 다 떠넘기기 언론의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자 감사원은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감사와 조사를 예고했다. 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선정된 2017년 8월부터 지난 6년간 준비·추진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 1171억원 중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힌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조직위 예산 외에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덩굴 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에 205억원,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등 편의시설 설치에 13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특히 여가부와 전북도 공무원 등의 외유성 출장 수십 건도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 장관이 ‘입꾹닫’으로 일관하자 여가부 내부의 분위기는 처참한 상황이다. 행사 파행에 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장·차관 등 수장들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모양새다. 여가부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잼버리 개영 전 현장에 간 건 5번도 안 된다. 그런 사람이 국회서 자신 있게 말했다. 이건 대비를 제대로 못 한 게 아니라 할 생각이 없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가부 기자단은 김 장관에게 언론과 국민을 대상으로 잼버리 파행에 관한 입장 발표를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국회 질의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사실상 거절만 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현장을 지키라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16km 떨어진 생태탐방원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 탐방원’은 에어컨, 샤워부스 등이 잘 갖춰진 숙소로, 당시 여가부는 신변 위협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사흘 전부터 계속 이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여가부는 서울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에도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본업’마저 소홀히 한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김 장관의 잠행이 지속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일각에서는 소규모 개각으로 김 장관이 교체 대상에 오르거나 여가부 자체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내부서도 사퇴 목소리 거세 추석 전 해체 겸 퇴장 관측 반반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여가부 폐지가 진즉에 이뤄져야 했지만 김 장관 책임과 신림동 사건까지 겹쳤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폐지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당내서도 교체 목소리가 강해서 교체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가능한 부처 개각은 최소한으로, 꼭 교체가 필요한 장관만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체 장관이 늘어날수록 야당과의 인사청문회 전선이 넓어지는 정치적 부담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장관만 교체하는 핀셋 개각을 먼저 하고, 연말쯤 정치인 출신 장관과 수석 및 비서관을 총선에 내보내기 위해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순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윤 대통령은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다음 교체 대상이 김 장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여가부 등 중앙부처, 전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감사원 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장관의 우선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장관이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잼버리 현장을 지키라는 지시를 받고도 야영장을 벗어나 인근 국립공원 숙소서 묵으며 하루도 숙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나타나면서 경질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해진 건 없으나 감사원의 감사 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김 장관이 정해져 있는 여가부와 운명을 같이할 가능성도 있다”며 “연말까지는 여가부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추석 전 여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와 내년 총선 출마 뜻을 가진 대통령실 참모진 등에 관한 인사를 고민 중이다. 경질 아닌 부처 분해? 현재 정치인 출신 장관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다. 윤 대통령도 총선 출마에 나설 장관들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수석급에선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서관급에선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 10여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일본 정부의 오염수 수도꼭지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방류 직전까지 각종 방법으로 저지에 나섰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방류 ‘중단’만이 남았다. 더 이상 퇴로가 없는 민주당이 앞다퉈 차후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괴담·선동정치를 멈추라”며 야당 공세를 차단하는 데 나섰다. 오염수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지난 24일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이날 오후 1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오염수 해양 방출 방식을 결정한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국내 정치권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일본의 선택을 ‘국제 범죄’로 규정하고 오염수 방류 중지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과학과 괴담 뭐가 진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희석한 오염수(일본식 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43~63베크렐이며 이는 일본의 국가 기준치인 6만베크렐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이 자발적으로 설정한 방출 기준치인 1500베크렐보다도 낮은 수치다. 내년 3월까지 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 양은 약 3만1200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보관 중인 오염수 약 134만톤의 2.3%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 시점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간한 최종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안전성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당 보고서는 2021년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발표하면서 IAEA에 안전성을 검토하도록 요청한 문서다. IAEA는 일본이 오염수로부터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기 위해 운영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나온 오염수 샘플을 분석하는 등 각종 실험을 진행했다. IAEA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획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LPS에 관한 기술적 검증이 빠지면서 논란이 됐다. 가장 중요한 신뢰성 부문에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앞서 우리 정부가 IAEA 발표를 존중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실상 오염수 투기를 용인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 정부가 ‘과학’이라고 말하는 IAEA의 보고서는 일본 정부 요구에 부응하는 내용만 작성된 만큼 일본의 입장만 대변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이하 총괄대책위)를 출범시켰다. 상임위원장은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맡았다. 공동위원장은 같은 당 어기구 의원과 위성곤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 총괄대책위는 대통령실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계속해서 촉구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총공세 나선 거대 야당…타격은 ‘제로’ 우 의원은 총괄대책위가 공식 출범하기 이전부터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방류 저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과 일본이 방류를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단식 중단을 요청하자 시작 15일 만에 중단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들은 세 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일본 현지의 정치인, 전문가, 시민사회와 만나 연대 투쟁을 강화하고 세계 언론을 통해 한국의 오염수 반대 여론을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연일 안팎으로 나돌자 국민의힘은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과거 사드와 광우병 사태처럼 국민을 선동하고 가짜 뉴스로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가 다시 한번 사법 리스크에 맞닥뜨리자 이를 덮기 위해 ‘반일 선동’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대표는 “IAEA의 과학적 조사 결과를 괴담으로 부정하겠다는 것은 천동설이라는 괴담을 근거로 종교재판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과학을 부정하고 21세기판 천동설을 고집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은 전 정부를 소환했다. 오염수 방류를 대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문재인정부가 정한 정책 기조와 같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측에 따르면 문정부 시절 당시 해양수산부 등에서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오염수가 국민과 환경에 미칠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다”는 대책보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민주당은 반발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지금처럼 강경하게 반대하지는 않았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내로남불’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반격에 민주당은 국민 건강과 해양 환경 훼손을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했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오염수 방류 시기를 두고 일본과 한국의 총선 등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 여름 안에 처리해야 하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속전속결로 진행된 방류 작업을 두고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내편? 네편? 당초 오염수가 8월 말경 방류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 외에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이를 통해 일본이 국외적인 공식 승인을 받았다는 것으로 해석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음 날 기시다 수상이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시찰한 만큼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오염수 방류 절차를 밟았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주장이다. 정부가 한 달 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취지의 영상을 제작해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것 역시 문제점으로 꼽혔다. 오히려 한국이 일본의 입장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도움을 줬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게다가 오염수 방류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총리와 아웅의 호흡을 보인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도대체 대통령은 누구를 대변하고 있느냐”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만 정부·여당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바다지키기검증 TF 위원장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서적 측면서 찬성하거나 지지하지는 않지만, 과학적 측면에서는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오염수를 측정하는 방식이나 결과는 숫자와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므로 ‘과학에 기반한 결과’로 설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무리한 선동은 정부의 이런 노력을 방해하는 것으로 국익에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은 오히려 야당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수산물 모니터링을 비롯해 2·3중 방사능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있으며 방류 관련 자료 제공과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과학에 기반한 후속 검증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신뢰성으로 논란이 된 ALPS에 기술적 보완 등을 일본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열띤 공방을 이어가는 사이 지난 22일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날짜를 확정했다. 이를 기점으로 민주당은 오염수 투기 ‘저지’가 아닌 ‘중단’을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오염수 방류 계획은 최소 30년가량 예정된 만큼 한일 정부를 압박해서라도 방류를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커지는 목소리 민주당과 총괄대책위는 방류 중단의 카드로 런던협약·의정서 총회를 꺼내들었다. 일본이 채택한 오염수 폐기 방식은 폐기물의 해양배출을 금지한 런던협약·의정서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 시 1㎞ 파이프라인을 사용한다. 따라서 해당 행위는 투기가 아니라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하지만 총괄대책위는 인공해양구조물에도 운송되는 폐기물도 포함되기 때문에 일본의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석열정부가 일본 정부를 편들기 위해 대응을 회피했다”고도 비판했다. 총괄대책위에 따르면 2021년 문정부는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런던협약·의정서를 공식 안건으로 제작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021년 대한민국이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국제해사기구(IMO) 법률국 의견을 달라고 요구했다”며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서 윤정부가 IAEA에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으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2021년 제출된 안건이 올해 총회 공식 안건으로 채택된 만큼 상황을 역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방류 시점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여론전의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은 오염수 저지를 위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당은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당원 등 3000여명(민주당 추산)을 소집해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일본의 해양투기는 주변국의 이해는 물론이고 자국민의 동의조차 얻지 못한 결정”이라며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 정부의 대변인을 자처한 윤정권을 규탄한다”고 날을 세웠다. 오염수 방류 결정에 면죄부를 준 윤정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비판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의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일본 범죄에 가담한 현 정부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며 일본 오염수를 방류하는 데 있어 현 정부 역시 공범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부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168석으로 윤석열 탄핵 발의합시다. 민주당 단독으로 가능합니다. 이제는 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포기한 대통령을 탄핵이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견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에서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탄핵 추진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을뿐더러 탄핵이라는 카드는 다소 무거운 감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 날인 24일, 일본 정부는 발표한 대로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이날 도쿄전력은 ALPS를 거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앞바다에 방출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하루에 약 460톤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한다. 이후 1차적으로 오염수 7800톤을 바다로 내보낼 계획이다. “지금이라도 막겠다” 네 가지 약속 보니… 방류 당일 민주당은 오염수 저지 방안과 함께 수산업 보호를 위한 장기적 계획을 발표했다. 168석을 활용해서라도 법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우선 방사성 오염수의 노출 우려가 있는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농수산물 가공품은 만든 국가만 표시되는 만큼 원료에 대해선 원산지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후쿠시마 위험 지역 수산물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공돼 우리나라에 유통되지 않도록 수산물 원산지 표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어업 재해인 이상조류, 적조 현상, 태풍 등에 ‘방사능 피해’ 항목을 추가해 피해 범위를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피해 지원대상 역시 어업인을 비롯해 수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수산물 가공 유통업자까지 포함된다. 이를 대상으로 피해 지원기금을 마련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기금 조성을 위해 일본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오염수 저지를 위한 민주당 대책위원회도 각 시도마다 꾸려질 예정이다. 현재 민주당은 강원특별자치도당을 비롯한 울산시당, 충북도당, 대전시당 등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한 시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정당과 연합해 장기간 오염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촘촘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왔다.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한 거대 야당의 총공세에도 정부가 사실상 ‘무대응’ 기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민심을 잘 꿰뚫어 볼 수 있을지 역시 관건으로 꼽혔다. 당내서조차 국민들이 민주당의 ‘오염수 투쟁’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불안한 다음 스텝 당내 일부에서는 오염수를 계기로 어민을 비롯한 수산업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역시 “사실 어민분들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 탓을 가장 많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공포심을 유발함으로써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가만히라도 있었으면 절반이라도 갔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며 “오염수 투쟁이 오히려 민심을 깎아 먹은 계기가 된 것 같아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과 총리 이심전심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의 문제 가능성까지 고려해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염수 방류 직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이제 중요한 것은 일본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철저하게 과학적 기준을 지키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채 “한 총리가 정부 입장을 상세하게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을 한 총리의 담화로 갈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치 선동이 아니고 과학”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창이냐, 이재명의 방패냐. 한쪽은 창을 날카롭게 벼리고 한쪽은 갑옷을 두툼하게 챙겨 입는 모양새다.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도 이 대표도 이미 인내심은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관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을 시작으로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가던 검찰이 이른바 ‘그분’ ‘보스’를 향한 수사를 예고했다. 시기상의 문제일 뿐 이 대표의 소환조사는 초읽기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 파행 사건이 일어났다. 두 법무법인 누가 진짜? 지난 8일 수원지법 형사 11부가 진행한 이 전 부지사의 42차 공판기일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전 부지사는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문제로 파행됐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으로 법무법인 덕수 측이 출석했다. 법무법인 해광 측은 지난 공판에 이어 이번에도 불출석했다. 검찰은 해광 측이 공판에 오지 않자 “피고인이 국선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는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국선변호인을 운운하는 것은 변호권에 관한 심각한 침해”라며 “덕수를 유령 취급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은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해광 측은 이 전 부지사와 그의 아내가 입장을 조율하지 못하면서 불출석했다. 해광은 “피고인과 가족 이견이 조율된 이후 변론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덕수 측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검찰과 날선 공방이 벌어진 것. 재판 파행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된 이 전 부지사의 증언서 비롯됐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부탁 등을 받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 300만달러 등 8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사업은 쌍방울이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경기도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최근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협조를 요청한 적 있다’고 진술을 일부 뒤집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으로 대북송금 의혹서 이 대표와 쌍방울 간의 연결고리가 등장한 것이다. 이화영 재판 파행 배경에 이 있나? 이 전 부지사의 발언은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 또는 압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전 부지사의 아내는 ‘전기고문만큼 무서운 심리적 압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다. 그 여파가 이번 재판까지 이어진 것이다. 검찰이 지난달 중순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내용이 담긴 조서를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이 증거에 관해 “피고인으로부터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고 해광 측도(증거에 대한) 내용을 부인하겠다고 해서 증거 관련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피고인의 입장인지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자 김 변호사는 “당신이 변호사입니까?”라고 소리쳤다. 검찰이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는 게 맞냐”면서 고성이 오갔다. 그러면서 “(덕수 측이)진술 조서를 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검찰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서, 재판장 기피신청서, 변호인 사임서 등을 제출하고 퇴정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부지사의 태도다. 이 전 부지사는 “(증거의견서와 기피신청서를)처음 들었고 읽어보지 못했다.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거의견서는 반려되고 재판부 기피신청서도 철회됐다. 이날 재판 파행의 여파는 이 대표에게로 튀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전 부지사 재판 파행에 관해 “보스에게 불리한 법정 진술을 입 막으려는 것은 마피아 영화서 나오는 극단적인 증거인멸 시도이고 사법방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다 보는 백주대낮에 공개 법정서 이런 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술 번복 스모킹건? 한 장관이 언급한 ‘보스’는 이 대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예 이 대표를 지칭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앞으로도 파행을 거듭한다면 이 대표와 이해찬 상임고문을 구하기 위한 불순세력의 힘이 작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 파행은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고, 재판 지연은 이 대표의 소환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던 검찰로선 거듭된 재판 공전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의사에 반하는 배우자와 변호인의 관여로 공판이 공전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며 “해당 변호사에 대해서는 변호사 징계 개시 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의 재판 파행으로 검찰과 이 대표의 대립구도가 극대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던 무렵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부터 시작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수사의 칼을 들이미는 동안 이 대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등 겹겹이 방패를 세웠다. 대선서 패배하면 일정 기간 동안 자숙한다는 정치권의 관행을 뒤로 하고 3개월 만에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때에도 ‘방탄’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이 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방어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당시 체포동의안 표결 자체는 가결이 많았지만 출석의원의 과반이 되지 않아 최종 부결됐다. ‘가결 같은 부결’ 결과는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무너지는 방어태세 이 대표는 내부 단속과 동시에 검찰 비판에 열을 올렸다.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검찰’ ‘검사독재정권’ ‘유권무죄 무권유죄’ 등의 표현으로 날선 공격을 가했다. 특히 검찰의 행보를 ‘쇼’라고 지칭하면서 대선 패배 이후 윤석열정부가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의 과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은 지난 1월 소환조사가 진행되면서 극으로 치달았다. 신호탄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이었다.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 40여명, 지지자 500여명과 함께 검찰에 출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소환에 대해 “명백한 야당탄압이며 없는 죄를 만드는 사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10일 1차 소환조사 이후 같은 달 28일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해 2차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2월10일에는 3차 소환조사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는 “검찰권을 이용해 진실을 발견한 게 아니라 기소를 목적으로 조작을 하고 있다”며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제가 부족해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과정도 갈등의 연속이었다. 출석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일정 조율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서 ‘서면 진술’로 답변을 갈음하면서 진술 거부 논란도 불거졌다.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은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지곤 했다. 국민의힘은 진술 거부라고 지적하고 민주당은 정당한 방어권이라고 맞받아치는 식이다. 3번의 소환조사 끝에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배임 및 뇌물, 이해충돌방지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서의 핵심인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배임 혐의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부르면 침묵하고 정치적 파장으로 정치권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반명(반 이재명)계의 분열 양상은 체포동의안 표결로 뚜렷해졌다. 검찰 입장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대표를 영장전담 판사 앞에 세우진 못했지만 크게 잃은 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이 대표의 갈등 국면서 추가 기울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방어에 급급한 이 대표에 비해 검찰은 공격 카드가 많다는 것. 당장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오는 17일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성남시가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 과정서 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성남시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를 변경하거나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을 100%서 10%로 줄였고 공사의 사업 참여를 배제했다. 결과적으로 성남알앤디PFV는 백현동 사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3185억원의 분양이익을 얻었고 최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약 700억원의 배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여기에 대북송금 의혹으로도 소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진술을 뒤집으면서 검찰이 나름의 ‘건수’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은 재판 파행을 불러올 만큼 파괴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측근의 발언을 통해 또 다시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됐다. 다음에도 부결될까? 현재 이 대표는 본인의 사법 리스크 말고도 민주당서 불거진 각종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을 8개월 앞두고 당내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제 강공 일변도로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환조사에 이어 또 한 번의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특정 직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중립성을 최대한 지켜달라는 의미다. 특히 자신의 판단에 따라 타인의 인생이 좌지우지될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더더욱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양쪽 모두에게 미움을 받을 수도 있고 유혹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다 눈을 딱 감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한쪽에 줄을 대면 언젠가는 그 줄이 ‘썩은 동아줄’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심판 역할 버린 판사? 최근 한 판사의 중립성 논란이 화두로 떠올랐다. 시작은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벌금 500만원으로,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과한 형량이 나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앞서 정 의원은 2017년 9월 자신의 SNS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이 고소한 지 5년 만인 지난해 9월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11월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재판부는 “유력 정치인인 피고인의 글 내용은 거짓으로, 진실이라 믿을만한 합당한 근거도 없었다”며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에 해당하고 그 맥락이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거칠고 단정적인 표현의 글로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인물이라 보기 어려웠으며 공적 관심사나 정부 정책 결정과 관련된 사항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박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박 판사가 재직 중 작성한 정치 관련 글이 단초를 제공했다. 판사의 정치 성향이 사건 형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박 판사가 판사에 임용된 이후 SNS에 올렸던 정치 관련 글을 모두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박 판사 본인도 자신이 쓴 글이 논란이 될 것을 알았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진석 사건으로 편향성 논란 ‘사법부 정치화’ 폭탄 터졌나 실제로 박 판사는 정 의원에 대한 1심 선고 다음 날인 지난 11일 휴가를 갔다. 이어 15일 오후 3시30분경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또 지난 4월에는 법조인의 프로필을 관리하는 ‘한국법조인대관’ 운영사 측에 자신의 등재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판사는 지난해 3월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낙선하자 “이틀 정도 소주 한 잔하고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보다 앞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낙선했을 때에도 ‘승패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피를 흘릴지언정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드라마 장면을 캡처해 게재했다. 박 판사가 고교·대학 재학 때부터 판사 임용 후까지 SNS 등에 쓴 글은 주로 현 여권을 비판하고 야권을 옹호하는 내용이다. 논란의 불씨가 생긴 지점은 박 판사가 임용 후에 올린 글이다. 법조계서 박 판사가 처음부터 정치 관련 사건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는 이유가 나오는 것도 이 대목 때문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와 맞물린 법원의 기류 변화다. 박 판사 논란에 대해 법원은 ‘임용 전에 쓴 글’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 판사는 고3 때인 2003년 10월 한 인터넷 사이트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현직 신분으로 쓴 글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상황이 변하는 모양새다. 대법원은 박 판사의 SNS 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고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한 달가량 남은 상황서 판사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법원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기류 바뀐 법원 내부 정치적 중립, 사법부 독립 등 법원을 둘러싼 이슈에 불씨를 던져줄 수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김명수 코트’의 문제점이 박 판사 논란으로 폭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과 함께 문재인정부의 ‘파격 인사’를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이다. 사법 농단 사건 등으로 뒤숭숭했던 사법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기대를 등에 업고 임기를 시작했다. 다음 달 24일로 임기를 마치는 김 대법원장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쪽으로 기운다. 특히 ‘법원의 정치화’를 가속했다는 지적이 많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요직에 중용됐고 재판 소요 기간이나 판결에 있어서 현 야권 인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의혹과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정치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올 때마다 법관의 성향을 문제 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배경으로 독립성을 지켜나가야 하는 사법부로선 뼈아픈 지적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부 정치화’의 굴레를 벗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구성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이 지명하는 차기 대법원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검찰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재인정부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선봉장이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이 과정서 ‘친정부’ 검사가 크게 득세해 ‘검찰 정치화’ 논란이 불거졌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기에는 ‘추미애 라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휘둘린 검찰 인사로 명암 특히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문정부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검사의 명운이 크게 갈렸다. 이른바 친정부 라인에 섰던 검사는 요직을 꿰찼고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사는 좌천을 피하지 못했다. 인사 때마다 유례없는 관심이 쏟아질 정도로 검찰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던 시기였다. 이 시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검사 가운데 한 명이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다.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문정부 들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 ‘빅4’ 중 3자리를 거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이 연구위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이용해 ‘황제 조사’ 논란에 휘말렸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무마 의혹 사건에 연루된 상황서도 자리를 지키다가 결국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다. 현재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박은정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와 그의 남편 이종근 법무법인 계단 대표변호사는 각각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서울서부지검장을 지냈다. 이들 부부는 대표적인 친정부 ‘반 윤석열’ 인사로 손꼽혔다. 하지만 현재는 수사를 받거나 한직으로 좌천됐다가 검복을 벗을 상황에 놓였다. 박 부장검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수사 무마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불거진 사건으로 박 부장검사가 이 대표를 위해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박하영 당시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사의 표명을 하면서 확산됐다. ‘친정부’ 성향의 검사 좌천길 조만간 대법원장 교체 물갈이? 여기에 박 부장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 재직 때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검사장)을 감찰한다는 명분으로 확보한 법무부·대검 자료를 윤 대통령(당시 검찰총장) 감찰을 심의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한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사의를 표명했지만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어 수리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과 가장 날카롭게 각을 세운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검찰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조직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아 국민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문정부 시기 조직의 수장인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모해위증 교사 사건과 관련해서는 최근까지 법정 공방을 벌였다. 임 부장검사는 해당 사건서 자신이 배제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사건을 정식 입건했고 임 부장검사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도 받았다. 공수처는 수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윤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했다. 임 부장검사 측은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 했지만 기각됐고 지난해 8월 대법원 역시 최종 기각했다. 재정신청은 수사기관의 처분에 불복한 고소·고발인이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임 부장검사는 최근에도 검찰 특수활동비 등에 대해 “검사들의 용돈”이라고 지적하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파급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정권교체 이후 친(문재인)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검사가 대거 좌천되는 등 물갈이가 진행됐다.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며 수차례 좌천됐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깜짝 발탁되는 등 자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대법원장의 마지막 결정? 법원은 국내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힌다. 정부 성향에 따라 휘둘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검찰과 비교했을 때 독립성 수준도 높은 편이다. 일각에선 ‘법원판 물갈이’에 박 판사 사건이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명수 코트’서 이른바 라인을 탔던 판사의 거취가 화두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 대법원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퇴임 직전 상태다. 줄을 댔던 판사의 운명도 한 달 남짓 남았을 수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