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VS 정보사 대북 정보전쟁 내막

2중3중 스파이와 긴밀한 커넥션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북중접경지역에서 국정원 등 국내 정보기관이 다양한 대북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현지사정에 밝은 정보원을 이용해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자, 조선족, 한국인 등 민간인이 희생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북한 측도 인민군 보위사령부, 통일전선부, 정찰총국 등 대남공작기관들이 있다. 이들은 과거 김일성정권 시절처럼 활발하게 공작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뒤쳐진 것을 스스로 잘 인지하고 있고 대남활동보다는 ‘내부 단속’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북중관계가 좋지 않아 중국에 나와 활동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최대한 공안과의 마찰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작활동에 필요한 자금도 부족한 상황이다.

포섭 정보원
자주 속는다

북한 정보기관들은 공작활동보다는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이 남한에 입국했는지 여부를 상시적으로 추적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둔다. 이들은 화교나 조선족 정보원을 이용하기도 하고 보위부 장교를 직접 중국이나 동남아로 파견해 탈북자를 체포하거나 탈북자가 한국이나 제3국에 입국했는지 여부를 정탐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보위부가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의 대략적인 명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남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남한 정보당국은 비교적 활발하게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편이다.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국가정보원, 국군정보사령부, 기무사령부 등의 정보기관이 자기들이 포섭한 탈북자와 조선족 출신의 정보원에게 속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정보기관 측이 “2중 스파이여도 상관없다. 정보만 가져와라”라고 요구하면서 돈을 매개로 한 ‘오염된’ 정보가 판치게 되는 것이다. 정보원들이 사례를 받기 위해 부정확하고 의심스러운 첩보를 넘기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위험한 일에 뛰어들어 희생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청와대가 여러 개의 기관으로부터 같은 주제로 보고를 받아 교차확인 하는 방식으로 첩보를 검증하기도 한다.    


국정원 등이 요구하는 정보는 주로 관리소(수용소)나 교화소(교도소) 내부 영상, 군부 등 권력집단의 추악한 유흥생활, 북한 내부 지하교회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예배 영상, 공개처형 영상 등이지만 이러한 것들은 촬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보원들이 실제로 구해오는 것은 장마당 거리 영상이나 물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부 동향 정도다. 이밖에도 북한의 달력, 교과서, 대학교재, 개정법률책, 마약, 위조 달러 지폐 등을 구해온다고 알려졌다.

해외방첩활동을 하는 국정원의 소위 ‘블랙요원’은 보통 정보원을 최대 12명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각각의 정보원은 또 자신의 망원을 거느린다. 국정원이 망원에게 직접 자금을 대거나 접선하진 않지만 이들의 신상은 대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블랙요원 한 명이 대체적으로 100명이 넘는 정보원을 거느린다. 이들은 선교사·목사 등의 종교인, 한국교민, 보따리 무역상(다이궁), 화교, 탈북자, 조선족 등으로 국적과 직업도 다양하다.  

두 기관 북중접경지역서 정보수집 활동
북 사정 밝은 정보원들 돌려 소스 모아

지난 김대중정권 시절 중국에서 활동하던 고위급 국정원 요원이 중국의 국가안전부(정보기관)에 체포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동북 3성에 있는 국정원의 블랙요원을 모두 철수시키는 조건으로 해당 요원의 석방을 성사시켰다. 당시 120여명이 추방 형식으로 중국을 나와야 했다. 이들 블랙요원 중엔 모 항공사의 센양지사장도 포함돼 있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 지사장은 국정원에게 포섭돼 여러 해 동안 비밀리에 주요 인사들의 한국 입국을 도왔다.

국정원 측은 정보원을 이용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파견 나온 고위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미행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사진 촬영을 하면 발각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초상화’를 그리도록 해 인상착의를 파악한다고 한다. 이런 일엔 중국 현지사정에 밝은 탈북자 등이 동원된다.

국정원 정보원이 북한 위조지폐를 중국과 국내에서 쓰다가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한 정보원은 국정원 측의 요구로 북한에서 제작된 위조지폐 1만달러를 구해 국정원에 전달했다. 그는 약간의 달러를 남겨 중국의 유흥가에서 썼다. 국내에도 가져와 지인에게 기념으로 약간의 달러를 줬는데 이것이 강남 유흥가에서 떠돌다가 술집 종업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재판에 넘겨진 이 정보원은 최근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당시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다.


블랙요원은
12명까지 둔다

북한 달력이나 서적, 장마당 영상 등은 단둥 등의 북중접경도시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때로 정보기관 측이 푼돈을 미끼로 어렵고 위험한 임무에 이들 민간인을 끌어들여 희생되는 경우도 발견된다. 

가장 유명한 것이 ‘동까모(동상을 까부시는 모임)’에 연루된 전영철씨 사건이다. 지난 2012년 함경북도의 국경도시 회령(북한명칭 김정숙시)에 한 탈북자가 북한 내부 영상 촬영을 목적으로 잠입하려다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탈북자 전영철씨가 청진에 사는 친척에게 돈과 카메라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주민인 밀수업자 김모씨에게 부탁을 했는데 그 와중에 보위부에 발각되면서 중국서 납치됐다.   
 

당시 전씨는 중국 공안에게 한화 2000만원을 지불하고 다이너마이트 격발기 5개를 구했는데 이 정보가 북한 당국에 들어가 중국 용정시 삼합에서 붙잡혔다. 2012년 7월 조선중앙TV에 출연한 전씨는 남한 정보당국과 <조선일보> 기자의 제안으로 동까모에 참여해 김정숙 동상을 폭파하려고 북한에 잠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주민들이 남한 종편방송을 시청하는 모습을 촬영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씨를 포함해 관련자 3명이 사형을 당했다. 전씨가 정보당국으로부터 약속 받은 돈은 20만달러였으며, 실제로 착수금조로 800만원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단둥에서 탈북자들을 돌보던 김모 선교사도 지난 2011년 독극물 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는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다가 독극물이 든 주사에 찔려 즉사했다. 중국인으로 가장한 허위 여권을 발급받아 신의주로 들어가기 일주일 전이었다.

그가 신의주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북한 내부 영상을 찍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졌으나 진위는 알 수 없다. 다만 김 선교사는 북한 지하교회의 예배 모습을 찍은 영상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상영했다. 이 일로 큰 주목을 받았고 기부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영상을 본 한 조선족이 “저긴 북한이 아니라 우리 마을”이라고 알리면서 단둥 근처 마을에서 연출된 가짜 영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가 사망하고 검찰은 북한 공작원이 사용하는 브롬화스티그민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국정원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제출해 그의 사망원인을 공식화한 바 있다. 김 선교사의 사망 후 관련 영상들이 정보당국의 요구로 촬영된 것이라는 설이 떠돌았으나 정확한 것은 밝혀진 바가 없다.

최근 <일요시사>가 만난 A씨도 남한 정보당국의 정보원으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대중정권 시절인 1990년대 말,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같은 탈북자인 김모(67)씨의 소개로 대성공사(국정원의 옛 명칭) 일을 해주게 됐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대성공사와 북한사람을 연결해 주는 안전판”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아는 북한주민 중 고급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을 설득해 대성공사에 연결해 주는 일이었다. 목숨을 걸만큼 위험한 일이었지만 이씨는 이 일을 3년 동안이나 지속했다. 보수에 대한 욕심보다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갑작스럽게 모든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그는 “자신을 감추는 법, 1분 이상 통화하면 추적 당하는 것, 은어로 말하는 것 등을 대성공사에서 배웠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에 머무르며 망명신청 중인 탈북자 B씨도 정보당국의 협조 요구를 거절하자, 여러 가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익을 겪으면서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잘 아는 한 지인은 “B씨는 한국에서 살 수가 없어서 유럽으로 건너갔다”면서 “탈북자들은 국정원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남한에서 살기가 어렵다”고 귀띔했다. 


목숨 걸고
위험한 일

B씨는 북한에서 소위 말하는 ‘출신성분’이 좋은 엘리트 계급이었다. 그 자신도 핵심기관에서 일했고 친인척들도 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요직에 배치돼 있었다. 국정원 측은 B씨에게 지속적으로 북한의 친인척에게 연락해 정보를 달라고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자신의 탈북으로 인해 친인척들이 요직에서 밀려나는 등 곤란을 겪었음을 잘 아는 B씨로서는 그러한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 그는 웬일인지 각종 수당에서도 배제됐고 한국을 떠나기 위해 신청한 여권도 어렵게 발급 받아 겨우 한국을 떠날 수 있었다.    

탈북자나 조선족 정보원을 거느리는 이들 정보기관의 ‘기강 해이’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보안경찰 4명이 3박4일 일정으로 단둥으로 출장을 나왔다. <뉴스타파>는 이들이 단둥에서 지낸 3일 내내 KTV(중국식 단란주점)에 갔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마사지를 받거나 짝퉁 명품시장을 방문하는 등 수사 이외의 유흥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출장비 내 통역 및 가이드, 렌트 비용 등으로 책정된 400달러를 해당 비용에 지출하지 않고 조선족 가이드를 개인적으로 고용해 50달러를 주고 나머지를 유용했다. 이들을 따라다닌 조선족 정보원에겐 사례도 하지 않고 한국으로 와 버렸다. 정보원의 눈에 이들이 어떻게 보였을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당국이 이들 정보원에게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맡기고 보수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는 제보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난해 탈북자 C씨는 기자에게 “국정원에 정보를 넘겼는데 ‘국가에 봉사한 셈 치라’며 돈을 안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씨에 의하면, 해당 정보는 원래 일본 언론이 눈독을 들여서 2개의 일간지와 1개의 방송사가 경쟁이 붙어서 가격이 5000만원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외국 언론보다 국가에 먼저 연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C씨가 국정원에 연결했는데도 국정원 측이 아무런 사례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씨는 또 “탈북한 지 얼마 안됐을 때 보위부에 들어가 어렵게 구한 고급정보를 국정원에 넘겼는데 60만원을 받았다”면서 “목숨을 걸고 구한 정보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탈북자 등 이용하고 나몰라

한 북한전문가에 의하면, 탈북자 D씨가 보위부 내부정보를 국정원에 넘겼으나 D씨 역시 아무런 보수를 받지 못했다. 풀이 죽고 실망한 D씨가 이 북한전문가에게 “당신에게 정보를 넘겼더라면 사례는 받지 못했어도 북한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당국 입장에선 해당 첩보의 가치가 낮다고 판단됐을 수도 있으나 이 북한전문가 입장에선 꼭 구하고 싶은 귀중한 자료였고, 입수했다면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만한 자료였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이 높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내 방송사 등 언론사에 넘겨 보도될 수 있도록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 해당 방송사는 정보원에게 따로 금품 제공이 아닌 여타의 방식으로 사례를 한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북한전문가는 “국정원 측이 적으나마 사례는 했을 것”이라며 “보수를 안 줬다기보다는 막상 현장에서 공작에 착수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금액이 더 많이 들어 추가분을 재청구했는데 주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물어다 준
정보로만 보고

이렇듯 정보기관과 탈북자 등이 서로 간의 커넥션이 긴밀한 것이 확인되는 가운데 정보기관이 탈북동포를 길들이고 이용하려고 하기보다 그들이 험한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원한 북한전문가는 “국정원 일을 해주고 말로가 좋은 사람은 본 일이 없다”며 “북한 내부 영상도 기껏해야 회령, 온성 등의 장마당 정도가 촬영된다. 남한사람들은 아무리 보수를 많이 준다고 해도 이런 일에 나서지 않지만 북한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뛰어든다. 그들에겐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률은 낮다. 정보기관이 탈북자를 이용하려고 하지 말고 그들이 남한사회에서 자립해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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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