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의문의 진경준 검사장

은밀하게 '대박' 시원하게 '쪽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의 평균재산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검찰 고위직인 진경준 검사장. 그는 게임회사인 넥슨 주식이 비상장이던 시절 주식을 대거 매입해 지난해 모두 처분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다. 처분한 주식 매각액은 총 126억원. 이는 국회의원을 제외한 행정부·사법부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최고였다. 진 검사장은 비상장이었던 넥슨 주식을 매입한 배경에 대가 및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1년 간 청와대와 각 부처 1급 이상, 국립대 총장,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광역의원 등의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을 지난 25일 관보에 공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한 공직자였던 진경준 검사장은 비상장 주식투자로 지난 한해 동안 38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재산이…
1년새 38억 증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관보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지난해 게임회사 넥슨 주식 80만1500주를 126억원에 처분해 37억9853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진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56억56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전년도 116억원에서 40억(33.9%)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의 재산 증가액은 행정부·사법부 등 전체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2328명 가운데 최고였다.

진 검사장은 2005년 지인들과 함께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5년에는 넥슨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쉽게 투자할 수 없었다. 넥슨은 2011년 12월 한국 대신 일본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2005년 당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여러 히트작을 보유하며, 이듬해 매출액 2400억원에 이르는 우량회사로 꼽혔다.

이때 당시 진 검사장은 금융거래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귬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의 심사기획팀장으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투자를 두고 부적절한 주식투자라며 도마 위에 올랐다. 확실한 내부정보가 없으면 한 종목에 거액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법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부당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초기 진 검사장은 이에 대해 “당시 외국계 컨설팅사에 다니는 대학 동기 박모씨의 지인이 주식을 팔겠다고 해 함께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간의 거래이고 주식을 판 일반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상세한 내역을 밝힐 수 없지만 당시 넥슨의 액면가(500원)보다 훨씬 비싼 주당 수만원에 매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 검사장이 밝힌 주식 매입 경위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05년 당시 넥슨 주식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회사였다. 여러 히트 게임을 만들었고, 곧 주식시장에 상당돼 지분 보유자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릴 거라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2005년 투자해 38억원 시세차익 챙겨
가진 돈 주식 몰빵 “자신감 어디서?”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넘긴 사람도 ‘일반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 사장을 위해 공개한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진 검사장과 똑같이 지분 0.23%를 보유한 주주들은 그를 포함해 4명이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0.92%다.

이는 넥슨 주주 404명 가운데 11위 해당한다. 심지어 김 회장의 부인 유정현씨(0.68%)보다 지분이 많았다. 지분 10위 안에 드는 주주 가운데는 넥슨 핵심 경영진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넥슨 주식을 김 회장 부부가 많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일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진 검사장과 함께 이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진 검사장을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 검사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당시 컨설팅업체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인 박씨에게 넥슨 투자 권유를 받아, 넥슨홀딩스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원에 매입했다. 김 대표는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사장하기 전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진 검사장과 컨설팅 관계자 이모씨와 함께 0.23% 지분을 보유했다.


진 검사장이 김 대표를 김 회장에게 소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대표가 진 검사장을 모른다는 것과 반대되는 증언이다. 2005년 당시 넥슨 주식은 김 회장이 승인한 사람에게만 팔 수 있었다. 그런데 넥슨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김 대표가 주식을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진 검사장과 김 회장과 친분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회장과 친분 관계
미공개 정보공유?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진 검사장과 함께 이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진 검사장을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 검사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당시 컨설팅업체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인 박씨에게 넥슨 투자 권유를 받아, 넥슨홀딩스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원에 매입했다. 김 대표는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사장하기 전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진 검사장과 컨설팅 관계자 이모씨와 함께 0.23% 지분을 보유했다.
 

진 검사장이 2005년 이전에 김 회장에게 서울대 법대 4년 선배인 김 대표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진 검사장은 김 회장 등 여럿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를 김 회장에게 소개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당시 김 대표는 LG에서 법무 업무를 맡고 있었다. 진 검사장과 김 대표는 부부끼리도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회장이 김 대표를 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소개했고, 그 인연으로 김 대표가 2007년 네이버로 이직했다.

박씨도 김 회장 등과 투자한 세명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박씨는 2007∼2010년 김 회장이 소유한 위젯에서 감사를 지냈다. 2009년 넥슨과 공동 창업한 교육사업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넥슨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또 넥슨 주식을 산 이들 세 명은 모두 ‘서울대-하버드’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진 검사장과 박씨는 서울대 86학번 동기이고, 김 대표는 서울대 82학번이다. 박씨는 하버드대 생물물리학 박사 출신이고 진 검사장은 1998∼1999년, 김 대표는 1999∼2000년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이런 학연을 바탕으로 일반인은 사기 어려웠던 넥슨 주식의 공동 구매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태가 커지자 진 검사장은 사의를 밝혔다. 지난 3일 진 검사장은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진 검사장은 “지난 며칠 동안 거취에 관해 깊이 고민해 왔다. 장관님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에 따라 숨김없이 재산을 등록하고 심사를 받아 왔지만 국민의 눈에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며 “그 점을 깨닫고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사의 표명 이유를 밝혔다.

김 회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넥슨도 공식 입장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 발표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이미 알려진 진 검사장 등의 주식 구입 경로도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누구?
대부분 학맥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6일 진 검사장에게 소명요구서를 발송했다. 소명요구서에는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경위 등 20여 개 질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윤리법은 직무와 관련해 부정하게 재산을 증식했다고 의심되거나, 재산상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에게 소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융기관에 해당 인물의 금융거래 내역 자료도 요청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산등록 의무자는 20일 내에 재산에 대한 보완신고서 또는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필요시 공직자윤리위는 진 검사장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불응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윤리위는 이날 “진 검사장의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며 “소명 내용이 오더라도 신고한 재산과 관련 자료를 철저히 분석해 필요하다면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법무부나 검찰이 감찰 또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법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법무부의 자체 감찰은 시효가 지났다. 검사징계법 25조(징계 등 사유의 시효)는 ‘징계 등은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이 경과하면 이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취득한 게 2005년이었고 당시에는 징계 시효가 2년으로 더 짧았다.

비상장 회사 투자 어떻게 알고…
‘사전에 정보 들었나’ 의문 증폭

진 검사장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로 수사하라는 의견도 많지만 이 역시 마땅치 않다. 옛 증권거래법 188조의 2(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상장법인이나 상장을 6개월 앞둔 법인의 주식만 규제대상이다.

2005년 넥슨 주식은 비상장주였다. 설사 상장주식으로 내부자 거래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이다. 수사를 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4년 전에 이미 지났다.


진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정확하고 빠른 상황 판단력으로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 환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33회 행정고시와 제30회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해 검사로 입문했다.

1995년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해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 인천지검 2차장, 의정부지검 차장 등을 역임하며 주요 보직을 거쳤다. 지난해 검찰의 ‘별’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범죄라 해도
공소시효 지나

검찰 내부에서 손꼽히는 학구파로 1999년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유연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으로 리더십이 강하고 뛰어난 조직 장악력을 보유했다. 통찰력과 지휘통솔력 등 간부로서의 자질도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논문으로는 <한국헌법상 환경권의 보장과 그 실현을 위한 연구> <금융프라이버시권에 관한 연구-자금세탁방지제도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규제의 국제법적 접근> 등이 있다.
 

<min1330@ilyosisa.co.kr>

 

[넥슨은?]

넥슨은 1994년 대한민국 서울에 설립된 이후 다수의 온라인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 기업이다. 넥슨에서 최초로 서비스한 MMORPG '바람의나라'는 전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으며 ‘부분 유료화(Free to Play)’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의 선구자로, 현재 약 66여개의 게임을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을 포함한 110여개의 국가에 서비스하고 있다.

현 넥슨의 본사는 2002년 12월 18일에 설립하였던 넥슨 일본법인(과거 넥슨 재팬)으로, 넥슨 한국법인으로부터 본사의 지위를 승계 받고 사명을 ‘넥슨 재팬’에서 ‘넥슨’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넥슨 한국법인의 사명은 ‘넥슨’에서 ‘넥슨 코리아’로 바뀌었으며, 이후 2011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했다.

현재 넥슨 일본법인이 넥슨 그룹의 본사 기능을 수행하며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함에 따라 넥슨코리아를 지배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룹의 지주사이자, 넥슨 일본법인의 최대 주주(61.77%/ 2013년 9월 말 기준)인 NXC의 지배를 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지주회사인 NXC가 소유하고 있는 일본의 다국적기업이다. 대한민국에서 있는 법인은 넥슨 코리아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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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