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여심 접수한 송중기

대사·동작마다 안방이 ‘들썩들썩’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세 중 대세다.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로 나오는 송중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배우 최초로 KBS1 <뉴스9>에 출연하면서, 그의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연예인의 숙명인 군복무까지 마친 송중기의 광폭행보는 현재진행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중기는 충청남도 대덕군 동면 세천리에서 2남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했고 대전 대표선수로 전국체육대회에도 3차례 출전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발목부상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학창시절에는 모범적이면서 재치있는 성격과 반듯한 외모로 인기가 많았다. 중학생 때에는 전교 회장, 고교 재학 시절에는 전교 부회장을 맡았다. 3학년 때는 모든 과목에서 ‘수’를 받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다. 한 마디로 '엄친아'다.

심장이 박살!
코스프레 성행

송중기는 연기를 하고 싶어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재수 끝에 2005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2학년 때는 방송 퀴즈프로그램에 출연해 준우승을 하기도 했다.

송중기는 연기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했다. 무작정 연기학원을 등록해 7개월 동안 훈련을 받으며 몇몇 작품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다가 연예기획사인 싸이더스HQ에 들어가게 된다.


이미 성균관대학교 얼짱으로 유명해서 당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Mnet의 <꽃미남 아롱사태>에 출연했다. 2008년 말에 영화 <쌍화점>으로 정식 데뷔했다. 몇 편의 드라마에서 단역을 거친 후 영화 <마음이2>에 출연하며 점차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게 된 작품은 2010년 방송된 KBS2 <성균관 스캔들>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멋 부리기 좋아하고 장난기 가득한 자유로운 영혼의 부잣집 도령 구용하 역을 연기하며 단숨에 유망주로 떠올랐다. 각종 드라마, 영화, 예능 및 광고계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다.

2011년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세종대왕 역을 연기하는 한석규의 아역이자 극중 초반에 등장하는 젊은 이도 역으로 출연한다. 짧은 출연 분량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11월 개봉한 <티끌 모아 로맨스>에서 주연을 맡았고, 애니메이션 <리오>에서는 주인공 블루 역을 맡아 첫 더빙 연기에 도전했다.

그해 12월에는 MBC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시리즈 <남극의 눈물>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듬해인 2012년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는 순수남의 모습에서 나쁜 남자의 모습을 선보이며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송중기가 주연으로 2012년 10월 개봉한 <늑대소년>은 700만 관객수를 동원하며 한국 멜로영화 사상 1위를 달성했다. 이 영화로 일약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유시진 신드롬’ 시청률 30%대 역대급
마음 뺏긴 여성 시청자 ‘보고 또 보고’

송중기는 2013년 2월 지난 5년간 몸담았던 싸이더스HQ와의 전속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자신을 발탁한 매니저(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이사)와 의리를 지키며 현재의 소속사인 블러썸 엔터테인먼트로 회사를 옮겼다.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찰나에 2013년 8월27일 102보충대에 입소했다. 송중기도 여느 연예인과 같이 연예병사로 갈 수 있었지만, 당시 상추와 세븐 등의 복무기강 해이가 언론에 드러나면서 국방부 홍보지원대 홍보지원병이 폐지된 이후였다. 그는 처음으로 현역 입대한 연예인으로 기록됐다. 22사단 수색대대에서 행정병으로 복무를 마치고 2015년 5월26일에 전역했다.


2015년 5월, 전역 후 송중기는 복귀작으로 100% 사전제작 작품인 KBS2 <태양의 후예>를 선택했다. 이 드라마는 그가 전역 몇 달 전부터 캐스팅 물망에 오르던 작품으로 엘리트코스를 밟은 특전사 소속 해외 파병팀장 유시진 역할로 3년여만에 배우로 복귀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시진의 대사에 마음을 빼앗긴 여성 시청자들은 같은 회를 몇 번씩 돌려보면서 송중기표 멜로연기에 푹 빠졌다. 안방극장에 이른바 ‘유시진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다.

이 드라마는 24일 첫 회부터 14.3%(닐슨코리아 조사, 전국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동안 화제작이 없었던 KBS2는 물론이고 지상파 전체 평일 미니시리즈 첫회로는 최근 2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년 전 방송돼 높은 인기를 끌었던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최고 시청률을 깨고 신기록을 세웠다. <별에서 온 그대>는 2014년 2월27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28.1%(닐슨코리아 제공)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올 3월10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 6회가 28.5%를 나타내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0일 방송인 11회에서는 전국기준 시청률 31.9%를 기록하며 역대급 대박을 쳤다.

원조 엄친아
출구없는 매력

송중기는 극에서 직업군인으로 ‘다나까’를 사용하며 여심을 흔들어놓고 있다. 특히 그는 “하지 말입니까? 말입니다? 아니지 않습니까?”라는 말로 송혜교의 마음과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때 아닌 ‘다나까’ 열풍으로 국방부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국방부는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장병들이 일과시간 이후 일상 대화에서 '해요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로 하고 지난달 언어순화지침서를 배포했다.

어법에 맞지 않는 ‘∼말입니다’는 아예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침서 배포 직후인 지난달 24일 <태양의 후예> 방영이 시작되면서 오히려 다나까체 붐이 일어났다. 여성들이 일제히 ‘신선하다’ ‘멋지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송중기 열풍에 힘입어 <태양의 후예>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태양의 후예>는 현재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과 호주에 이르기까지 총 32개국에 판권이 판매된 상황이다. 중국에 인터넷 방영권은 편당 2억6000여만원이며 일본에는 편당 10만달러씩 16부를 20억원에 판매했다. 특히 이번 <태양의 후예>로 한동안 주춤했던 한류에도 청신호를 켜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나 중국에서는 공안까지 긴장할 정도로 송중기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현재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태양의 후예>가 동시 방영되고 있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데이터 및 마케팅 기관 VLinkage 조사 결과, 중국 인기 연예인 1위로 송중기가 선정됐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풍운방 검색 순위 8개 분야 중 7개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화제의 인물, 연예인, 남자 연예인, 미남 분야에서 중국 연예인들과 큰 표차로 1등을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유시진 대위 코스프레도 성행하고 있다. 안젤라 베이비는 자신의 웨이보에 “건강하게 돌아올테니까 주말에 영화 봅시다 나랑.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게요”라며 “나는 <태양의 후예>에 빠졌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중국 대륙도 ‘송풍’에 푹
국경 초월…제2의 한류 주도

해당 사진 속 안젤라 베이비는 군복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군인 포스’를 발산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 <달려라 형제> 촬영 현장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태양의 후예> 특집으로 모두가 군복을 차려입고 송중기를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명한 지역 마라톤대회 행사장에서도 수십 명의 남성들이 송중기 분장을 한 채 특별한 코스프레를 펼쳤다고 전해져 중국 내 송중기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태양의 후예>가 중국 전역에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공안까지 나서 ‘시청주의보’까지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태양의 후예>를 시청할 경우 잠재적인 안전 위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안은 “송중기가 출연 중인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방영되며 수많은 소녀들이 광분하고 있다. 때문에 적지 않은 남성들에게 무력감과 함께 불쾌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여성이 ‘송중기 상사병’에 빠져 있다. 한국 드라마 시청은 당신들이 모를 수도 있지만 위험할 수도 있으며, 법률적인 문제를 부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송중기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연예인 최초로 KBS1 <뉴스9>에 출연했다. 방송에 앞서 KBS는 송중기가 여의도 KBS 신관에 들어서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이날 송중기는 연예인 최초로 <뉴스9>에 출연한 소감에 대해 “영광”이라며 “드라마 방영 후 인터뷰는 <뉴스9>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는데 이렇게 앵커분들을 보고 스튜디오에 앉아 있으니 꿈 하나를 이룬 기분”이라며 웃었다.

연예인 최초
9시 뉴스 출연

송중기는 최근 불거진 송혜교와의 열애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송중기는 송혜교와 열애설에 대해 “요즘 드라마팀끼리 회식을 자주 하는데 송혜교와도 그런 이야기를 안줏거리로 삼고 있다.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 주셔서 그런 반응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송혜교와 김지원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래도 자주 호흡을 맞춘 송혜교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날 송중기가 출연한 <뉴스9>은 지난 방송분(19.7%)보다 3.6%포인트나 오른 시청률 23.3%를 기록했다.


<min1330@ilyosisa.co.kr>
 

<태양의 후예>는?

2016년 2월24일부터 2016년 4월14일까지 방영중인 KBS 공사창립특별기획 드라마다. SBS 수목미니시리즈 <상속자들>을 쓴 스타작가 김은숙과 MBC 수목미니시리즈 <여왕의 교실>의 김원석 작가가 공동 집필하고 KBS 드라마 제작국의 이응복과 백상훈 PD가 공동연출을 맡았다.

해외 영화 투자배급사인 NEW의 첫 번째 드라마 진출작이다. 국내 제작 드라마 사상 최초로 유일무이하게 13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100% 사전 제작 드라마로 기획한 한중 동시 방영작이기도 하다.

<태양의 후예>는 중앙 아시아 가상 국가 우르크를 배경으로 전쟁과 질병으로 얼룩진 기상 이변 속에서 낯선 땅에 파병된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전우애와 동기애를 담은 작품이다. 하지만 현실성과 동떨어진 설정으로 여성들에게 판타지만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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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