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싸인 주한 외신기자의 세계

고급 정보는 싹 긁어모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2014년 10월, 검찰이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한국법정에서 외국인 기자가 재판을 받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법정을 드나들며 취재하는 한일 양국의 기자들은 한눈에도 확연히 차이가 나타났다. 국내 기자가 간편한 복장에 젊은 연령대인데 비해 일본인 기자들은 수트 차림에 40대 중반∼50대 이상으로 보였다. 당시 외신의 취재열기와 집중도는 매우 높았다. 한 일본인 기자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나도 고소당할 수 있으니까”라며 웃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외신지원센터에 따르면 2016년 현재, 16개국 83개 매체 250여명의 외신기자가 한국에 상주하며 취재·보도 중이다. 매해 평균 1000여명의 기자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보통 임기 3년에 1년 기한 취재비자를 매년 연장하며 국내에 머물고 있다.

연봉 외에 교통비, 책 구입비, 식대 등이 따로 책정되고, 거주지를 임대할 때 본사에서 평균 50% 내외를 보조한다. 부임에 앞서 한국 내 어학당 등에서 1년간 언어를 공부한다. 이들 대부분이 국내정치·국방·안보·외교·북한 등에 관심을 갖고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등에 출입한다. 그런 만큼 이들 핵심기관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어디서 지낼까

특히 국방, 안보 등 민감한 사안의 배경 설명에 외신취재가 불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국내 신문과 자매지 형식으로 제휴를 맺고 서로 정보교환을 한다고 한다. 외신기자에게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을 귀띔하면 도쿄에선 한국인 특파원에게 수상관저에서 있었던 일을 알리는 식이다.

국내에 지국을 갖고 있는 유력지의 경우 브리핑이나 간담회에 특파원 대신 한국인 직원(스트링어·Stringer)를 보내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스트링어는 통역을 하는 등 취재를 지원하기 위해 특파원이 고용한 인력으로 취재를 돕긴 하지만 직접 기사를 써서 송고하진 않는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서 몇 년 일하다가 한국 신문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어권 나라에서 온 특파원이 스트링어를 대동하는 등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반면,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온 기자들은 대부분 한국어가 능숙하고 한국의 역사나 문화 등 배경지식도 풍부하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에 관한 책을 쓰거나 한반도 전문가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16개국 83개 매체 250여명 한국 상주
북 도발 등 한반도 정세에 관심 많아

1999∼2002년까지 4년간 서울 특파원을 지내고 국내에 북한 관련 저서를 4권 번역, 출판한 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이 그런 경우다. 그는 언론 최초로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인터뷰한 기자로 유명하다. 고미 편집위원은 서울이 특파원에게 좋은 취재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언론의 힘이 세고 외신기자들도 취재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면서 “기자 인상이 좋고 활동하기에 좋은 조건이 많다. 일본 국내에서도 받지 못한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 기자로 평가받고 나서 어학을 공부해 가고 싶은 나라에 특파원으로 가는 방식으로 전문기자의 길을 가는 것이 인기 있는 선택의 하나”라며 “전문기자가 되면 퇴직해도 5∼10년 정도 계속 일할 수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기자가 퇴직하고 나면 대학교수, 기업홍보실, 국회의원 등으로 진출하지만 우리는 그런 길이 없다. 요즘은 대학교수로 옮길 수 있는 길도 적어졌다”고 설명했다. 

경력 22년차의 나카노 아키라(中野明) <아사히신문> 오사카지국 기자는 “한국시민들의 생활, 관심, 고민은 정작 뉴스가 되지 않는다. 한일관계가 좋지 않은 것에 특파원의 책임도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인의 다양한 모습을 전달하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아지고 한국에 대한 관심사도 다양해질 거다. 독자가 원하는 한반도에 대한 정보와 매체가 흘리는 보도 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양쪽 모두 더 다양한 일본과 한국을 소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카노 기자는 2011∼2014년까지 3년간 서울지국 기자로 일했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한일고대사, 교류사 등에 관심이 많고 재일동포, 조총련과 북송 귀국사업, 위안부, 세월호 참사 등을 열성적으로 취재해 왔다. 그는 취재현장에서 만난 타국 특파원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며 친교를 쌓았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기자회견장에서 우연히 만나 한국어로 말하는 식이다. 그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더 편하다”며 웃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특파원 수와 기사량도 서울과 도쿄 등지는 적어지고 베이징은 많아졌다. 유력 외신은 베이징뿐 아니라 상하이, 광저우, 센양 등지에도 지국을 설치해 중국 및 북한 관련 뉴스를 보도한다. 북한 관련 기사가 서울에서도 송고되지만 중국 지국을 통해서도 보도된다. 실제로 외신은 북한과 관련해 관심이 높고, 본사에서도 서울 주재기자에게 북한 관련 기사에 대해 요구하는 비중이 높다.


민감한 사안 접근금지
중요한 사건마다 역할

북한은 여전히 폐쇄된 나라이고 평양에 지국을 갖고 있는 언론사도 적다. 지국이 있다고 해도 외국인 기자가 상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민 접촉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허락하지 않는다. 접근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서방 언론은 주로 탈북자를 대상으로 취재를 시도하는데 탈북자가 ‘정보’에 대해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알려져 있다. 취재원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취재윤리에 어긋난다는 관점이 존재하지만 보도가치가 있는 정보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인식도 있다.

나카노 기자는 “처음부터 돈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은 내주는 정보도 거짓인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잡지나 방송국은 그렇게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 관행 때문에) 우리 일간지 기자도 고생했지만, 한국기자들도 고생한 걸로 안다. 지금은 그렇게 못한다. 일본인들이 북한에 대해 많이 익숙해져 있고 신문부수와 시청률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앞서 고미 편집위원도 “일간지 기자는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중국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탈북자 취재를 많이 했다”면서 “일본 언론이 탈북자를 만나면 꼭 금품을 제공한다는 오해가 있어서 (취재원의) 요구가 점점 더 높아진다. 안 좋은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종전엔 일본이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았고 이에 부응해 언론도 북한을 적극적으로 취재해 보도해왔다. 납치자 문제, 역사 문제, 국교 수립 문제 등이 얽혀 있고 일본인에게 북한이 폐쇄적이고 ‘신비한’ 나라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한류나 K-팝 등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고 한다. 그래서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서울은 인기 있는 부임지 중 하나다. 과거엔 유럽이나 미국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중국, 인도 등과 함께 한국의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인기가 높은 만큼 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정권이 외신과 스킨십을 잘해오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외신보도만 믿을 수 있다는 말이 웹상에서 널리 퍼졌다. 3·1운동, 5·18광주민주화운동, 인혁당 사건 보도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마다 외신이 외부세계에 진실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1974년 5월, 인혁당 사건이 국내 신문에 보도됐지만 <뉴욕타임스>가 해당 사건이 조작됐음을 최초로 폭로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7차례에 걸쳐 지국 폐쇄와 기자 추방이 있었다. 동시에 외신은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의 진원지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정보기관이 의도적으로 외신에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발견된다.

어떻게 일할까

북한정권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CNN이 최근 북한 보도에 열을 올리면서 탈북자가 양산한 부정확한 정보에 의거한 추측성 보도가 넘쳐났다. 북한도 정권의 필요성에 따라 해외 언론을 불러 취재를 허용하고 외부세계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하곤 한다.

AP와 CNN, 로이터, 교도통신 등 극소수 언론에게 평양지국 개설을 허락하고 해당 국가의 의중도 타진한다. 외신이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보는 창인 만큼 국가적 위기상황에 처해서만 외신을 찾는 풍토를 버리고 이들을 잘 관리해 왜곡되거나 편향된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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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