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일 행적’ 김무성 부친 동상 추적

꽁꽁 감춰놓고 “보여줄 수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한국이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았고 친일과 식민지배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다. 친일에 대한 대가로 누렸던 지위와 권력이 해방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면서 후손에 의해 친일행적이 부인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 김용주가 그런 경우다.  
 

김용주(1905∼1985, 창시명 金田龍周, 가네다 류슈)의 ‘친일 행적’이 속속 발굴되는 가운데, 김용주의 청동 전신상 등 각종 ‘찬양시설’이 광주 전방공장과 서울 안암동 용문고등학교 등지에 있는 것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전범기업 자리
1986년 세워져

전남 광주의 전방(구 전남방직) 공장 내에 있는 김용주의 동상은 비문으로 볼 때, 김씨의 사후 1년 뒤인 1986년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동상은 전방공장 정문 입구 옆 넓은 잔디밭에 위치해 있는 대형 전신상이다. 해당 동상에 대해 광주시민들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아 그동안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해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방은 1935년 전범기업 가네보(鐘淵)공업의 전남공장이 그 모태다. 해방이 되자, 일본인들이 놓고 간 공장설비를 미군정이 인수했다가 1953년 ‘적산’(적의 재산이라는 의미)으로 김형남(후에 숭실대 초대총장)과 김용주가 함께 불하받은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엔지니어였던 김형남이 자본을 가진 김용주에게 방직공장을 인수하도록 설득한 것이다. 1961년 8월 두 사람은 이 적산 공장을 전남방직과 일신방직으로 분할해 나눠가졌다.

일제강점기 가네보 공장은 평균 연령 12.8세에 불과한 어린 여공들이 하루 12시간씩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곳이었다. 작업반장의 폭언과 폭행, 굶주림에 시달리며 일을 해야 했고 성폭력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해방 후에도 방직공장은 시골에서 올라온 어린 여성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하에서 하루 2교대로 12시간씩 일하는 작업장으로 악명 높았다.


현재 전방의 명예회장은 김창성(84)씨로 김무성 대표의 큰 형이다. 광주 전방공장은 현재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 중고자동차 매매단지와 대형 물류센터가 임차해 있다. 지난해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14일, 지역의 시민단체 회원 및 학생들이 광주 내 일제강점기 유적을 답사하면서 공장 정문 안쪽에 조성돼 있는 동상을 보기 위해 공장을 방문했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불과 2∼3분 사이에 안에서 전방 유니폼을 입은 남자 8명이 나와 일행을 가로막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는 “연락을 받은 듯 갑자기 남자들이 뛰쳐나왔다. ‘나가라’며 우리 일행을 밀쳤다. ‘경찰을 불러라’ ‘사진촬영을 하지 마라’면서 실랑이를 벌였다”고 밝혔다. 일행 중 한 명이 “학생들을 데리고 역사기행을 다닌다. 동상이 있어서 보러왔다”고 양해를 구하자 “안 된다. 돌아가라”며 강하게 제지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안에 가동되는 공장은 없고 담양 등 타 지역으로 이전해갔다. 유통센터와 중고자동차 매매단지로 들어가는 진입로일 뿐인데 삼엄하더라”고 덧붙였다. 
 

현장엔 역사해설사, 학생들과 교사, 해당 시민단체의 성인 회원 등이 있었다. 다음날인 15일, 김 대표는 부친의 전기 <강을 건너는 산>을 발표했다. 평소에도 김씨의 동상 앞 잔디밭에 서 있으면 전방직원들이 나와 사진촬영을 저지하고, 카메라를 뺏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김용주에 대해 친일파 논란이 거세지면서 전방 측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주 전신상 광주 전방공장 존재
지역 시민단체 방문했다가 문전박대

김용주 찬양시설은 포항 영흥초등학교와 서울 용문고등학교에도 존재한다. 영흥초등학교는 1911년 설립됐으나, 1936년 3월 김용주가 인수해 설립자 변경 인가를 받았다. 이 학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졸업한 학교이기도 하다.

영흥초는 지난 2011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김용주의 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이 자리엔 설립자 가족을 대표해 김 대표가 참석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아사히신문> 조선판에 게재된 김용주의 전투비행기 헌납 기명광고를 새롭게 발굴해 기자회견을 하는 등 친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말, 김 대표가 영흥초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큰누나이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87)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용문학원에도 김용주의 대형 초상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안암동 소재의 용문학원은 용문중학교와 용문고등학교를 함께 운영 중인 학교법인이다.

1986년 용문고 본관 뒷편에 ‘해촌기념관’이라고 이름 붙인 강당을 준공했는데, 이 강당 내 무대 우측에 김용주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해촌은 김용주의 호다.

보러 갔는데… 
직원들이 막아

김용주의 친일 행적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김씨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수산업, 해운업, 무역업 분야에서 활동했다. 김씨의 친일행위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매우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면모를 띤다.

김씨는 경상북도 도회의원, 국민총력경상북도수산연맹 이사, 국민총력경상북도연맹 평의원,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및 경상북도지부 상임이사·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배우자 방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고모이며, <친일인명사전> 등 각종 친일파 명단에서 이름이 확인되는 호남 출신 갑부 현준호(1889∼1950)와 사돈을 맺었다.

해방 후엔 대한해운공사 사장, 주일본공사, 전남방직 사장 겸 신한제분 회장, 민주당 국회의원, 신한해운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초대회장, 동해제강 사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9월17일 연구소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주의 친일행위에 대한 새로운 증거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연구소는 김용주가 고위직에 있는 동안 ‘애국기 헌납운동’을 선전했다면서 <아사히신문> 국내판 1944년 7월9일자에 실린 일본어 기명 광고를 공개했다. 김용주는 또 같은 신문 국내판 1943년 9월8일자에 “대망의 징병제 실시, 지금이야말로 정벌하라! 반도의 청소년…”이라는 내용의 일본어 기명 광고를 실어 조선청년들의 징병제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소 측은 기자회견에 앞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본적으로 연좌제에 반대하지만 친일행위자의 후손이나 연고자가 ①친일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을 하는 경우 ②친일행적을 부인 또는 왜곡하는 경우 ③친일청산운동을 방해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 측의 대응이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이 연구소의 판단이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김용주가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김 대표가 공당의 대표로서, 공공연한 대권 행보자로서 선친의 친일행적과 관련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그간의 행태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27일에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가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사를 근거로 부친이 ‘치안유지법’을 위반하고 조선인 학교를 세우는 등 애국자였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치안유지법 위반이 사실이라면 도의원에 선출될 수 없다. 동아·조선일보에 실린 인사는 동명이인이다. 김용주가 1920년대에 문화운동에 관계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 경력이 1940년대까지 일관되게 유지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지난 2011년 일본정부로부터 직접 건네받은 ‘조선인 공탁기록’에도 김용주의 친일행위가 명백히 드러나 있다.


영흥초·용문고에도…
대형 흉상·초상화 전시 
 

기록에 따르면, 일제 말기, 일본정부가 전쟁 수행을 독려하기 위해 전투기, 조선, 군수물자 등을 생산한 전범기업 주식을 일본과 조선의 유력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일제의 전쟁 승리를 의심치 않았던 친일파들이 투자 목적과 충성심을 앞세워 가장 적극적으로 매입했다. 화신백화점 사장 박흥식이 총 51만7504엔어치를 매입, 최고액을 기록했다. 명성황후 친척 민규식이 46만8200엔, 김용주의 사돈인 현준호가 9만3425엔으로 그 다음을 이었다.

김 대표의 부친 김용주도 전범기업 니혼고주파중공업의 주식 7500엔을 매입한 것이 확인됐다. 이외에도 1204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호남은행 현준호 일가를 비롯해 두산그룹 창업자 박승직, 경성방직(현 경방) 및 삼양사(현 삼양그룹) 설립자 김연수, 배우 이지아씨의 조부인 김순흥, 대한국민항공사(대한항공 전신) 설립자 신용욱, 명성황후 민씨 일족, 유명 사립대 설립자 등 현재 확인 가능한 500여명 중 사회 유력자 집안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투자한 전범기업들은 2차 대전 당시 조선인 동포들을 끌고가 강제노역시키던 기업들로, 당시에도 조선인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전국 곳곳에서 일제 잔재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친일파 동상이 철거되고 일본식 지명이 변경되거나 친일파 묘가 이장됐다. 김 대표 본인에게 연좌제를 지울 수는 없으나 김용주의 친일행적이 명백한 만큼 공공재인 학교와 주주들이 주인인 주식회사 내에 있는 찬양시설은 철거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계의 대체적 반응이다. 앞으로 광주전남지역의 시민단체는 김용주의 동상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동상 철거를 적극적으로 의제화 해 나갈 예정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친일행적 확인


이지훈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사무국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친일반민족 행위를 했던 인사들의 찬양시설이 전국 도처에 세워져 있다”며 “후세에 좀더 투명한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선 이러한 친일 찬양시설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시설이 어떻게 현재까지 서 있게 됐는지 안내문이나 단죄비를 세워서 올바른 역사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일파 찬양시설 철거 사례      

‘일제잔재지우기운동’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친일파 찬양시설이 철거되는 예도 부쩍 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소재 광신고교는 지난 2001년 12월 이 학교의 설립자 겸 초대 재단 이사장을 지낸 친일파 박흥식의 동상을 철거했다.

박흥식의 아들 박병석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음에도 동문회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을 빌려 동상이 철거됐다. 이에 앞서 민족문제연구소 관악동작지부 회원 등은 학교 앞에서 박흥식의 동상 철거를 요구하며 수개월 동안 시위를 벌였다. 학교 측은 고심 끝에 동상을 철거키로 결정하고 이같은 사실을 연구소 측에 알린 후 그해 말 철거했다.

지난 2000년 7월엔 서울 중앙여고가 일제 말기 제자를 정신대에 내보낸 황신덕씨의 동상을 철거한 바 있다. 지난 2005년 전북 전주종합경기장 정문에 걸렸던 수당문 현판이 철거됐다. 수당은 경성방직(현 경방) 사장 김연수의 호로, 경기장 건립 당시 김연수가 기부금을 내면서 현판이 걸리게 됐다. 경방은 조선 농민에게 헐값에 사들인 면화로 조선주둔군의 군복 천을 생산해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1939년엔 만주국 심양 근처 소가둔에 남만방적을 설립, 1943년부터 ‘관동군’ 군복 천 생산을 개시했다.    

광주에선 시민단체들의 오랜 문제제기를 통해 광주중외공원에 세워져 있던 친일인사 안용백의 흉상을 지난 2013년에 철거했다. 안용백은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면서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 정책을 찬양하는 사설을 쓰고 창씨개명에 앞장선 인물이다. 지난 2014년엔 광주 서구 백일로가 ‘학생독립로’로 명칭이 변경됐다. 지난 삼일절엔 백일초등학교가 성진초등학교로 개명됐다.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 친일파 김백일의 이름을 딴 지명과 학교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2013년엔 강원도 춘천과 정선군에 이범익 전 강원도지사의 단죄비가 각각 설치됐다. 단죄비는 그의 친일행각을 꾸짖는 내용을 새긴 것으로 공적비와 나란히 세워졌다. 이범익 단죄문설치추진위원회는 단죄문에서 “조선시대 관리인들의 공덕비를 모아 놓은 이 비석군에 일제강점기 대표 친일파인 이범익의 비석이 포함된 것은 잘못됐다”며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강원도민의 뜻을 모아 광복 68주년을 기념해 단죄문을 세웠다”고 기록했다.

1929∼1935년까지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범익은 조선총독부 정책을 앞장서서 선전해 훈장과 포상을 받았다. 특히 1938년 9월 항일 무장세력과 민간인 172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수많은 사람을 체포·고문한 부대인 간도특설대 창설을 제안하는 등 악명이 높았다. 지난해 7월엔 경기 군포시 산본2동 능안공원 내 친일작가 이무영의 작품비가 철거됐다. 이무영은 친일파 청산을 헐뜯거나 친일파를 시대의 희생양으로 묘사한 글을 여러 편 남겼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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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