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재테크 비법 공개

‘아는 게 힘’ 알아야 돈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계속된 불황 속에서도 재산이 늘어난 고위공직자들이 더 많았다. 그중 몇몇은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 미심쩍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을 제기하며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고위공직자 10명 중 7명이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고위공직자 중 30.2%(548명)는 부모와 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아 고지거부 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5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16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공개대상 1813명의 평균재산은 13억3100만원으로 1년 새 5500만원이 늘어났다.

불황에서도
재산 쑥쑥

59.4%(1077명)의 평균재산이 10억원 미만이었고, 5억∼10억원 미만인 경우가 28.2%(512명)로 가장 많았다. 이는 배우자와 부모 등 직계 존·비속이 포함된 액수로, 공직자 본인의 평균재산은 7억2700만원(54.6%)이었다. 배우자는 4억7300만원(35.5%), 부모 등 직계 존·비속의 평균재산은 1억3100만원(9.9%)로 나타났다. 특히 공개대상자의 74.6%(1352명)가 재산이 증가했고, 감소한 사람은 25.4%(461명)에 그쳤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증가 원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요인이 컸다. 전체 공직자들의 평균재산 증가액 5500만원 가운데 개별 공시지가 상승, 공동·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 종합주가지수 상승 등으로 인한 증가분은 2000만원(36%)이었고, 부동산 상속과 급여저축에 따른 증식분은 3500만원(64%)이었다. 부동산 가치의 상승으로 재산을 늘린 고위공직자 중에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토지와 건물을 합한 부동산으로 정치인 중 가장 큰 차익을 봤다. 이 의원은 지난해보다 9억2163만원의 재산이 증가했는데 부동산으로만 19억6227만원이 늘었다. 본인과 배우자 공동소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건물가가 13억2610만원 오른 영향이 컸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의원은 지난해보다 약 2750만원 재산이 감소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18억원 이상 상승했다. 장남이 소유한 경기 의정부 소재 상가 매입이 부동산 재산 변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은 본인 명의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근린생활시설(대지 231㎡, 건물 192.85㎡) 가액이 8009만원 오르고, 충남 당진시 임야와 인천시 연수구 아파트 등의 가치 상승으로 전체적으로 재산이 1억7938만원 늘었다. 본인과 차녀 이름으로 등록된 건물 자산만 총 4개, 28억5270만원에 이른다. 홍종학 더민주 의원은 부동산 가액만 약 17억원 이상이 상승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15억원대, 유기홍 더민주 의원은 12억원대의 부동산 가액이 상승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전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지 484㎡와 건물 317.35㎡의 단독주택의 가액은 지난해 23억6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 올라 25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해외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도 있었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배우자 명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6억원짜리 단독주택을, 이일형 국무조정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인 명의로 9억4500여만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평균재산 13억3100만원… 5500만원 증가
부동산 가치상승 한몫…20억원 늘기도

김학균 금융위원회 상임위원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버지니아주에 10억6000만원짜리 단독주택을 갖고 있었다. 주식으로 재산을 크게 불린 이들도 있었다. 국회의원 중 재산이 가장 많은 의원은 ‘안랩’ 대주주인 안철수 의원으로, 무려 1629억2792만원을 신고했다. 안 의원의 안랩 주식가액은 2014년 말 669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말 1510억3200만원으로 급증했다.

박 근혜 대통령의 당선 전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지 484㎡와 건물 317.35㎡의 단독주택의 가액은 지난해 23억6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 올라 25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해외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도 있었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배우자 명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6억원짜리 단독주택을, 이일형 국무조정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인 명의로 9억4500여만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재산을 많이 늘린 고위공직자는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 나타났다. 진 본부장이 신고한 재산 총액은 156억5609만원으로 1년 만에 39억6732만원 정도가 늘었다. 1813명에 이르는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중 최고 증가 기록이다. 진 본부장은 지난해 본인 명의로 5197만원에 제너시스 차량을 샀다.

또 진 본부장과 배우자, 자녀 명의의 부동산은 23억7900만원, 금융자산은 138억6812만원이었다. 특히 진 본부장은 게임회사 넥슨 주식 80만여주를 팔아 37억9000여만원의 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식·상속으로
부동산 투자로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 본부장은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넥슨 주식을 2005년 사들였고, 이후 일본 증시에 상장된 주식 80만1500주를 보유했다가 지난해 126억461만원에 처분했다. 지난해 시세로 37억9853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그의 재산 증가액은 지난해 행정부·사법부 등 전체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2328명 중 최고였다.
 

이로 인해 주식 취득에 따른 재산 형성 과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유는 주식을 어떤 경위로 어느 정도 가격에 샀는지, 넥슨 회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2년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근무 이력도 투자와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진 본부장은 “공직자로서 재산 증가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면서도 “2005년 주식 매입 후 관련법에 따라 성실하고 투명하게 재산등록을 해왔고, 신고분에 대해서는 매년 공직자윤리위원회, 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심사와 검증을 받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매입 경위와 관련 “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자문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서 넥슨 보유 주식을 팔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본인이 혼자 인수하거나 나눠 매입하는 것보다는 친구 여러 명이 투자하자고 해서 똑같은 가격에 친구들이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매도 물량이 적지 않아 같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한 사람이 저 외에도 여러 명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서 게임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고 게임회사 중에서는 넥슨이 유망했기 때문에 상담사 친구가 주식 매입을 추천해 친한 친구끼리 산 것이라는 해명이다.

친구 통해 꼼수
형성 과정 의혹

넥 슨 주식이 일본 증시에 상장되기 전에 주식분할이 이뤄져서 주식 수가 늘어났고 이는 모든 주주에게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대량의 주식을 매입한 자금의 규모와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논란은 이어진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매입자금 규모에 대해선 “거래 상대방이 있는 개인들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가격과 매입액 규모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2000년대 초반 네이버 등 지금 국내 우량 주식이 된 IT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진 본부장이 넥슨의 김정주 대표와 대학 동기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점이 주식 매입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 본부장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와의 친분이 작용해 비상장 주식을 손쉽게 살 수 있었던 게 아닌지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비상장 넥슨 주식은 일반인 누구나 원한다고 쉽게 살 수 있는 주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매입가격도 ‘헐값’에 사들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거래 상대방이 있는 사인(死人) 간의 거래여서 상대방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세세한 내역을 밝히지 못하지만, 매입 가격은 당시 넥슨 주식의 액면가(500원)보다 훨씬 비쌌다고 설명했다. 주식 수의 경우 지난해 처분할 때 80만1500주였지만, 매입 당시에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고 말했다.

넥슨 주식이 일본 증시에 상장되기 전에 주식분할이 이뤄져서 주식 수가 늘어났고 이는 모든 주주에게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대량의 주식을 매입한 자금의 규모와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논란은 이어진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매입자금 규모에 대해선 “거래 상대방이 있는 개인들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가격과 매입액 규모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2000년대 초반 네이버 등 지금 국내 우량 주식이 된 IT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주식 팔아 38억 차익… 의문 증폭
부모에게 16억 아파트 물려받기도

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발령받아 재직할 때에도 주식을 여전히 보유한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 본부장은 “어떠한 보직에서도 주식 매입 회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향을 미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넥슨 주식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자금 출처뿐만 아니라 만약 처가 등에서 재산을 증여받았다면 그 과정에서 증여세 납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진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자금원은 기존 재산이었고, 원천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다 밝혔다. 윤리위에 신고했고 매년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세금과 관련해 국세청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매입 자금이나 재산변동 사항은 충실하게 등록돼 있고, 공직자윤리위 등 접근권한이 있는 기관과 소속 직원은 확인할 수 있다”며 “일부러 숨긴 사실이 없으며 그동안 대상자가 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식 매도 경위는 “10년 동안 장기 투자 취지로 보유했다”며 “그러나 승진에 따른 재산공개 후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백지신탁위원회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 신분으로 다량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매도했다”고 밝혔다. 본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윤리위의 검증에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여전히 제기된다.
 

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발령받아 재직할 때에도 주식을 여전히 보유한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 본부장은 “어떠한 보직에서도 주식 매입 회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향을 미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넥슨 주식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재산증가 2위는 김인제 서울시의원이다. 신고재산은 26억3215만원이다. 이 중 23억8822만원을 지난해 늘어난 재산으로 신고했다. 그동안 재산공개를 하지 않았던 부모의 재산을 이번에 함께 신고대상에 포함하며 재산이 순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뒤를 조정원 외교부 주이라크대사(46억원 중 17억원 증가)가 이었다.

조 대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16억원짜리 아파트를 물려받으며 재산이 늘었다. 최영진 부산시의원(22억원 중 15억원 증가), 백종헌 부산시의원(151억원 중 14억원 증가)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지난 1년 동안 재산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고위공직자는 변윤성 한국석유공사 상임감사였다. 피치텔레컴, 피치홀딩스의 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변 상임감사는 주식 매각 등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재산이 105억원 줄었다. 현재 재산은 70억8626만원으로 신고했다.


위원회는 이번에 공개한 재산변동 사항에 대해 오는 6월 말까지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공직윤리에 대한 국민의 높아진 기대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재산 취득 경위와 소득원 등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 민일영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직윤리 확립을 위해 재산등록 및 심사 제도를 앞으로 더욱 엄정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주식 거래
진경준 수수께끼

한편 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재산공개대상자는 행정부 소속의 정무직, 고위공무원 가 등급, 국립대학 총장, 공직 유관단체 임원,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의원, 시·도교육감 등이다. 등록 대상 재산을 거짓 기재하거나 누락 또는 잘못 기재했을 때,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면 공직자윤리법 제8조 2항에 따라 경고 및 시정조치, 과태료 부과, 해임징계의결 요청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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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