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재테크 비법 공개

‘아는 게 힘’ 알아야 돈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계속된 불황 속에서도 재산이 늘어난 고위공직자들이 더 많았다. 그중 몇몇은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 미심쩍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을 제기하며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고위공직자 10명 중 7명이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고위공직자 중 30.2%(548명)는 부모와 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아 고지거부 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5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16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공개대상 1813명의 평균재산은 13억3100만원으로 1년 새 5500만원이 늘어났다.

불황에서도
재산 쑥쑥

59.4%(1077명)의 평균재산이 10억원 미만이었고, 5억∼10억원 미만인 경우가 28.2%(512명)로 가장 많았다. 이는 배우자와 부모 등 직계 존·비속이 포함된 액수로, 공직자 본인의 평균재산은 7억2700만원(54.6%)이었다. 배우자는 4억7300만원(35.5%), 부모 등 직계 존·비속의 평균재산은 1억3100만원(9.9%)로 나타났다. 특히 공개대상자의 74.6%(1352명)가 재산이 증가했고, 감소한 사람은 25.4%(461명)에 그쳤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증가 원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요인이 컸다. 전체 공직자들의 평균재산 증가액 5500만원 가운데 개별 공시지가 상승, 공동·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 종합주가지수 상승 등으로 인한 증가분은 2000만원(36%)이었고, 부동산 상속과 급여저축에 따른 증식분은 3500만원(64%)이었다. 부동산 가치의 상승으로 재산을 늘린 고위공직자 중에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토지와 건물을 합한 부동산으로 정치인 중 가장 큰 차익을 봤다. 이 의원은 지난해보다 9억2163만원의 재산이 증가했는데 부동산으로만 19억6227만원이 늘었다. 본인과 배우자 공동소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건물가가 13억2610만원 오른 영향이 컸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의원은 지난해보다 약 2750만원 재산이 감소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18억원 이상 상승했다. 장남이 소유한 경기 의정부 소재 상가 매입이 부동산 재산 변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은 본인 명의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근린생활시설(대지 231㎡, 건물 192.85㎡) 가액이 8009만원 오르고, 충남 당진시 임야와 인천시 연수구 아파트 등의 가치 상승으로 전체적으로 재산이 1억7938만원 늘었다. 본인과 차녀 이름으로 등록된 건물 자산만 총 4개, 28억5270만원에 이른다. 홍종학 더민주 의원은 부동산 가액만 약 17억원 이상이 상승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15억원대, 유기홍 더민주 의원은 12억원대의 부동산 가액이 상승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전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지 484㎡와 건물 317.35㎡의 단독주택의 가액은 지난해 23억6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 올라 25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해외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도 있었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배우자 명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6억원짜리 단독주택을, 이일형 국무조정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인 명의로 9억4500여만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평균재산 13억3100만원… 5500만원 증가
부동산 가치상승 한몫…20억원 늘기도

김학균 금융위원회 상임위원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버지니아주에 10억6000만원짜리 단독주택을 갖고 있었다. 주식으로 재산을 크게 불린 이들도 있었다. 국회의원 중 재산이 가장 많은 의원은 ‘안랩’ 대주주인 안철수 의원으로, 무려 1629억2792만원을 신고했다. 안 의원의 안랩 주식가액은 2014년 말 669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말 1510억3200만원으로 급증했다.

박 근혜 대통령의 당선 전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지 484㎡와 건물 317.35㎡의 단독주택의 가액은 지난해 23억6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 올라 25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해외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도 있었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배우자 명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6억원짜리 단독주택을, 이일형 국무조정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인 명의로 9억4500여만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재산을 많이 늘린 고위공직자는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 나타났다. 진 본부장이 신고한 재산 총액은 156억5609만원으로 1년 만에 39억6732만원 정도가 늘었다. 1813명에 이르는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중 최고 증가 기록이다. 진 본부장은 지난해 본인 명의로 5197만원에 제너시스 차량을 샀다.

또 진 본부장과 배우자, 자녀 명의의 부동산은 23억7900만원, 금융자산은 138억6812만원이었다. 특히 진 본부장은 게임회사 넥슨 주식 80만여주를 팔아 37억9000여만원의 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식·상속으로
부동산 투자로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 본부장은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넥슨 주식을 2005년 사들였고, 이후 일본 증시에 상장된 주식 80만1500주를 보유했다가 지난해 126억461만원에 처분했다. 지난해 시세로 37억9853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그의 재산 증가액은 지난해 행정부·사법부 등 전체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2328명 중 최고였다.
 

이로 인해 주식 취득에 따른 재산 형성 과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유는 주식을 어떤 경위로 어느 정도 가격에 샀는지, 넥슨 회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2년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근무 이력도 투자와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진 본부장은 “공직자로서 재산 증가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면서도 “2005년 주식 매입 후 관련법에 따라 성실하고 투명하게 재산등록을 해왔고, 신고분에 대해서는 매년 공직자윤리위원회, 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심사와 검증을 받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매입 경위와 관련 “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자문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서 넥슨 보유 주식을 팔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본인이 혼자 인수하거나 나눠 매입하는 것보다는 친구 여러 명이 투자하자고 해서 똑같은 가격에 친구들이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매도 물량이 적지 않아 같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한 사람이 저 외에도 여러 명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서 게임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고 게임회사 중에서는 넥슨이 유망했기 때문에 상담사 친구가 주식 매입을 추천해 친한 친구끼리 산 것이라는 해명이다.

친구 통해 꼼수
형성 과정 의혹

넥 슨 주식이 일본 증시에 상장되기 전에 주식분할이 이뤄져서 주식 수가 늘어났고 이는 모든 주주에게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대량의 주식을 매입한 자금의 규모와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논란은 이어진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매입자금 규모에 대해선 “거래 상대방이 있는 개인들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가격과 매입액 규모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2000년대 초반 네이버 등 지금 국내 우량 주식이 된 IT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진 본부장이 넥슨의 김정주 대표와 대학 동기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점이 주식 매입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 본부장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와의 친분이 작용해 비상장 주식을 손쉽게 살 수 있었던 게 아닌지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비상장 넥슨 주식은 일반인 누구나 원한다고 쉽게 살 수 있는 주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매입가격도 ‘헐값’에 사들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거래 상대방이 있는 사인(死人) 간의 거래여서 상대방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세세한 내역을 밝히지 못하지만, 매입 가격은 당시 넥슨 주식의 액면가(500원)보다 훨씬 비쌌다고 설명했다. 주식 수의 경우 지난해 처분할 때 80만1500주였지만, 매입 당시에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고 말했다.

넥슨 주식이 일본 증시에 상장되기 전에 주식분할이 이뤄져서 주식 수가 늘어났고 이는 모든 주주에게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대량의 주식을 매입한 자금의 규모와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논란은 이어진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매입자금 규모에 대해선 “거래 상대방이 있는 개인들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가격과 매입액 규모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2000년대 초반 네이버 등 지금 국내 우량 주식이 된 IT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주식 팔아 38억 차익… 의문 증폭
부모에게 16억 아파트 물려받기도

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발령받아 재직할 때에도 주식을 여전히 보유한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 본부장은 “어떠한 보직에서도 주식 매입 회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향을 미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넥슨 주식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자금 출처뿐만 아니라 만약 처가 등에서 재산을 증여받았다면 그 과정에서 증여세 납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진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자금원은 기존 재산이었고, 원천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다 밝혔다. 윤리위에 신고했고 매년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세금과 관련해 국세청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매입 자금이나 재산변동 사항은 충실하게 등록돼 있고, 공직자윤리위 등 접근권한이 있는 기관과 소속 직원은 확인할 수 있다”며 “일부러 숨긴 사실이 없으며 그동안 대상자가 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식 매도 경위는 “10년 동안 장기 투자 취지로 보유했다”며 “그러나 승진에 따른 재산공개 후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백지신탁위원회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 신분으로 다량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매도했다”고 밝혔다. 본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윤리위의 검증에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여전히 제기된다.
 

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발령받아 재직할 때에도 주식을 여전히 보유한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 본부장은 “어떠한 보직에서도 주식 매입 회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향을 미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넥슨 주식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재산증가 2위는 김인제 서울시의원이다. 신고재산은 26억3215만원이다. 이 중 23억8822만원을 지난해 늘어난 재산으로 신고했다. 그동안 재산공개를 하지 않았던 부모의 재산을 이번에 함께 신고대상에 포함하며 재산이 순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뒤를 조정원 외교부 주이라크대사(46억원 중 17억원 증가)가 이었다.

조 대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16억원짜리 아파트를 물려받으며 재산이 늘었다. 최영진 부산시의원(22억원 중 15억원 증가), 백종헌 부산시의원(151억원 중 14억원 증가)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지난 1년 동안 재산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고위공직자는 변윤성 한국석유공사 상임감사였다. 피치텔레컴, 피치홀딩스의 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변 상임감사는 주식 매각 등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재산이 105억원 줄었다. 현재 재산은 70억8626만원으로 신고했다.


위원회는 이번에 공개한 재산변동 사항에 대해 오는 6월 말까지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공직윤리에 대한 국민의 높아진 기대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재산 취득 경위와 소득원 등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 민일영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직윤리 확립을 위해 재산등록 및 심사 제도를 앞으로 더욱 엄정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주식 거래
진경준 수수께끼

한편 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재산공개대상자는 행정부 소속의 정무직, 고위공무원 가 등급, 국립대학 총장, 공직 유관단체 임원,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의원, 시·도교육감 등이다. 등록 대상 재산을 거짓 기재하거나 누락 또는 잘못 기재했을 때,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면 공직자윤리법 제8조 2항에 따라 경고 및 시정조치, 과태료 부과, 해임징계의결 요청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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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