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살벌한 군기잡기 백태

하란 공부는 안하고…조폭 따라하기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우리나라 대학가가 도를 넘고 있다. 개강 초반 대학가의 브레이크 없는 막장 행위들이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식을 쌓고 건전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부푼 꿈을 가지고 입학한 새내기들이 대학가의 각종 추태에 신음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이 입학한 지 어느덧 한 달.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각종 폭행, 폭언, 가혹행위 등 도저히 믿기 어려운 사태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OT부터 MT, 학과동아리에 이르기까지 교수들도 동참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막걸리 세례]

부산 동아대의 한 동아리 행사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 섞인 막걸리를 뿌리는 가혹행위를 해 학내가 시끄럽다. 지난달 27일 해당 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화학공학과 내 축구 동아리는 지난달 11일 고사를 지내면서 신입생들을 따로 강의실에 불러 ‘액땜’행사를 진행했다.

‘액땜’ 행사는 선배들이 고사를 지내고 난 뒤 남은 김치와 두부 등 음식물 찌꺼기를 넣은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끼얹는 행사다. 이 같은 가혹행위는 피해를 당한 신입생의 형이 이 학교 SNS에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밝혀졌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해당 동아리 학생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는 “절대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거나 억압하려고 했던 취지가 아니다”며 “함께 잘 극복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학회장과 신입생들이 같이 막걸리를 맞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입생들과 가족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원광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원광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는 지난달 4일 신입생 환영회를 열었다.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신입생들이 파란색 천막을 바닥에 깔고 고개를 숙인 채 도열해 앉았고, 선배들은 이들을 둘러싸고 막걸리를 뿌렸다.

현장에는 교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대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환영식은 SNS를 통해 게시돼, 해당 글에는 ‘환영회 행사에 막걸 리가 100병 정도 쓰였고, 행사가 끝난 뒤 씻는 시간을 적게 줘 제대로 씻지도 못해 일부 학생은 옷을 버리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최 측은 지난 28일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는 “매년 이 학과에서 진행한 행사로 신입생 환영회는 오래전부터 고사의 형식으로 치러왔다”며 “막걸리를 뿌린 행위는 절차의 일부로 행해진 것으로 온라인에서 드러난 대로 아무런 맥락이 없는 가혹행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폭행·강요 다반사]

경북 구미에 위치한 금오공대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침을 뱉은 컵에 술을 마시게 하고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익명의 제보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는 건축학부에 새로 들어온 16학번입니다”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제보자는 “신입생들이 쓰는 방에 10학번 선배들이 몰려와 자기들이 고기 먹는다고 신입생들을 다른 방으로 내쫒았다”며 “10학번 선배 한 명이 자신의 슬리퍼가 없어졌다고, 방문마다 발로 쾅쾅 차며 찾아내라고 소리치며 사발식을 시켰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OT에 있었던 총학생회 부회장이 10학번 선배들과 술게임을 하며 여학우회 학생에게 “싼티 난다”며 성적인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했다. 총학생회 부회장은 술게임을 거부한 15학번 학생을 베란다로 끌고나가 폭행까지 했다.

제보자는 “총학생회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인데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첨으로 OT라는 곳을 부푼 기대로 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니 할 말이 없다. 다음에 있을 MT도 가기 싫어진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오공대는 홈페이지에 총장의 이름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신입생 및 학부모님과 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 재발 방지와 건전한 캠퍼스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도넘은 캠퍼스 막장행태 도마 
신학기만 되면 동시다발 발생

전남과학대 대면식에 참석했던 치위생과 한 신입생이 지난달 17일 오후 학교 건물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7일 오후 10시 43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치위생과 한 학생이 지나친 선배들의 군기잡기로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런데 교수들은 조용히 입단속하라고 했다. 제발 많은 곳에 퍼트려 달라”는 내용이 게재됐다.

전남과학대 체육관에서 치위생과 대면식이 진행됐고, 3학년 한 학생이 피해자 이씨의 안 좋은 기억을 많은 학생들 앞에서 들춰내면서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대면식이 끝난 후에도 3학년 학생이 이씨를 쫓아와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이후 다수의 3학년 학생들이 몰려와 이씨에게 심한 말을 해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다행히 화단에 떨어져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SNS를 통해 ‘00대 X군기’의 제목으로 강원지역의 한 사립대학교 예비역들의 단합 행사를 포착한 사진이 퍼졌다. 해당 사진에는 예비역 수십 명이 도심 대로에서 군복 상의를 벗고 팬티 차림으로 선 모습이 담겨 있다. 촬영 당시 이들은 회식 후 길거리로 나와 10여분간 고성방가 수준으로 군가를 제창해 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이 대학의 총학생회는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악·폐습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학생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이 문제점에 대해 상의하고 해당 과에 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학생들도 현재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자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 넘는 19금]

지난달 26일 건국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대학생은 원래 이렇게 노는 건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건국대학교 신입생으로 입학한 한 여학생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도중 성추행에 가까운 술자리 게임을 하게 됐다며 온라인상에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 학생은 “OT에서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이 진행됐는데 한 선배가 선정적인 단어를 몸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충격적이고 민망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펠라XX'라는 성행위 단어도 여학생들 앞에서 직접 언급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혹시 나만 기분 나빠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거절하기에는 좀 그렇더라”며 “모르는 사람이랑 껴안고 그러는 게 정말 싫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후 단과대학 학생회는 “누구보다 상처받았을 신입생과 학우들에게 죄송하다”며 “사후 재교육을 시행하고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건국대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철저히 진상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학칙에 따라 관련자들을 엄벌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학생회 등 주관의 교외 행사를 금지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교내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목원대 페이스북에는 “목원대학교 다니는 친구가 MT 사진”이라는 익명의 제보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에는 16학번 과점퍼를 입은 새내기들이 조 구호가 적힌 깃발을 들고 단상 위에 올라와 있다. 적혀 있는 조 구호는 충격적이다. “오빠 7싸는 안 되조”, “뒷 9멍 xxx” 등 민망한 성적인 표현이 적혀 있다.

목원대 관계자는 “학회장들에게 사전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한 상태였는데, 재미를 위해서 도 넘은 행동을 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해당학과 학회장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고 “조장들이 오직 재미만을 위해 좀 더 자극적인 문구를 찾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면서 “MT에 참여한 인원들에게 직접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도 신입생이 대학 게시판에 제보 글을 올리면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모 학과 선배들과 신입생이 오리엔테이션 직후 가진 술자리에서 과 회장이 술 게임 벌칙으로 신입생들에게 포옹이나 뽀뽀, 러브샷을 요구했다는 것. 벌칙 수위가 점점 높아지다 급기야 남자 신입생에게 동기 여학생의 다리, 심지어 가슴을 만져 보라는 요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 얼차려]

지난달 16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 수십 명을 엎드려뻗치기 시키고, 땅 위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 얼차려를 수차례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과 선배들은 신입생이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못 하게 하고 독특한 방식의 인사 강요,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각종 이해하기 힘든 ‘군기 잡기’도 여러 차례 했다.

지난달 20일 대형선박을 운항하는 항해사와 기관사를 양육하는 대학교로 알려진 부산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는 체육복을 입은 수십 명의 학생들이 엎드려뻗쳤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제복을 입은 선배들은 뒷짐을 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 학교를 자퇴한 학생은 “50개씩 하면 엄청 힘들다”며 “그런데 또 바로 50개를 시키고 또 50개를 시키고 한다”고 말했다.

해당 학과의 학부모는 “군대보다 더하니깐 많이 화가 나더라고요. 아이가 집에 오면 누워만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힘들지 않은 학생들이 있겠어요?”라며 “다 이런 것들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견디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들은 그걸 또 즐기기도 해요”라고 말해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발언을 했다.

[집단 따돌림]

얼마 전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경찰행정학과에서는 학회 모임에 나오지 않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소위 '과탈자'(학과 이탈자)에게 학과 점퍼를 주지 않기로 해 학내에서 큰 논란이 됐다. 과탈자는 같은 과 동료나 동기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해당 학과의 학생회에서는 과탈자의 기수 배제는 계속 이어져왔던 관행이자 자신들만의 문화라는 입장을 보였다.

부푼 꿈 안고 간 OT·MT
지식보다 폭행 먼저 배워

또 다른 학교의 경찰행정학과에서는 학생회 관계자가 SNS 단체대화창에 과탈자의 명단을 발표해, 과탈자와 어울린 인원에게 제재를 가한다고 대놓고 경고하기도 했다. 배움의 전당인 대학에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선배들이 집단 따돌림을 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 음대 1학년이었던 A씨가 지난해 9월22일 투신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중앙대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에 “지난달 22일 세상을 떠난 A씨의 친구들”이란 글이 올라왔다. A씨 친구라고 밝힌 이들은 “A씨가 동기들로부터 무시당하며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친구는 같은 과 선배를 남자친구로 사귀었는데 남자친구와 관계된 말도 안 되는 소문이 생기면서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 피워서 헤어진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아 친구는 힘들어했다”며 “그러던 중 옥상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해당 페이스북에는 숨진 A씨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A씨 어머니는 “이 땅에서 엄마의 딸로 태어나 예쁘게 곱게 자라준 것, 스스로 잘 커준 것이 고맙다”며 “들어주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엄격한 규율]

한 대학의 스튜어디스 관련 학과도 신입생의 교내 엘리베이터 탑승 금지, 스프레이로 고정한 올백 머리 유지 등 자체 규정을 후배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교수와 남학생들에게서 비롯된 군대 문화는 이제 여학생들만의 관계에서도 가장 강력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수도권의 한 대학교 체육학부 소속 선배들이 같은 과 후배들에게 명령조의 행동요령 지침을 전달하는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가 공개됐다.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은 ‘OO대학교 군기 클라스’, ‘OO대 신입생 군기’ 등의 게시글 제목과 함께 인터넷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선배들의 지시사항을 살펴보면 모든 대화는 ‘다’ ‘나’ ‘까’로 끝내기,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지 않기, 체육관 내에서 모자 핸드폰 금지, 부르거나 시키면 뛰어다니기, 선배들한테 술 받으러 갈 때 음료수 잔으로 받으러 갈 것 등 지시사항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범위도 넓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에 유포된 게시글이 익명으로 올라와 진상을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현재 학과 내에서 이런 관행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남대 예술대학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과도한 군기 잡기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1월11일 전남대 학생들의 커뮤니티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 11월2일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학생은 후배들의 군기를 잡고자 이들에게 폭언, 폭행 등을 행사하는 선배들의 행태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발했다.

학생은 "현재 예술대학 음악학과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폭행, 폭언 등을 하며 MT란 명목으로 후배들을 모아두고 군기를 주고 신체적 고통을 반강제적으로 강요한다. 이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과의 행사 등에서 제외, 제명시킨다고 협박을 한다"고 밝혔다.

전남대 학생처 학생과 측은 “관련전공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일대일 면담을 통해 확인 중에 있다”며 “면담 결과 피해사례가 확인되면 학칙과 규정에 의거해 처벌할 것이며 피해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예술대학 학생회 측은 “음악학과 군기합 관련 글에 대해서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시고 우려해주신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음악학과 학생회와 예술대학 학생회, 예술대학 학장님 이하 음악학과 교수님들과 본부 학생처에서는 본 사안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고 사실규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군대식 문화]

전문가들은 잇따른 대학가 가혹행위 논란이 학생의 자체적인 문제와 대학서열화, 인권교육이 부족한 입시위주의 교육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군대식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고 대학가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매년 이런 파문이 반복 된다”며 “대학 서열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 중·고등학교 인권 교육 부족 등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 같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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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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