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서 사라진 에로비디오 수수께끼

압수한 빨간딱지 테잎들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2층 기록물관리실(구 형사6부 압수물 창고)에 바로 옆 건물인 서울중앙지법의 집행관들이 들이닥쳤다. 13년 전 압수된 불법 복제 ‘에로비디오’를 대법원의 결정으로 강제집행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2월15일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검찰이 법원 명령으로 강제집행을 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법원 집행관들은 10여분을 찾았지만 결국 빈손으로 떠나야 했다. 무슨 일로 같은 물건을 찾기 위해 2번이나 검찰청사가 강제집행을 당하는 ‘굴욕’을 겪은 것일까. 이는 지난 10년간 압수물 반환소송을 벌여 승소한 주모(61)씨의 신청에 따른 조치였다. ‘검찰이 돌려줘야 하고, 이를 위해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한 압수물은 877점의 에로비디오 테이프와 DVD였다.

압수물 관리소홀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던 주씨는 불법복제 비디오테이프 대여로 단속이 돼 2749점의 테이프를 압수당했다. 그해 6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주씨를 정품 비디오물과 등급 미분류 음란물을 불법복제하고 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주씨가 2000여점의 복제 비디오테이프로 760차례 대여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2005년 주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축소했다. 불법 비디오테이프 수를 773점으로 대폭 줄였다. 2심 재판부는 주씨가 불법 비디오테이프 100여점으로 54차례 대여한 점만 인정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혐의에서 벗어난 압수물 2200여점은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불법성이 인정된 593점은 몰수처분 됐다.

하지만 주씨가 돌려받은 테이프는 1484점에 불과했다. 나머지 877점의 비디오테이프와 DVD는 행방이 묘연했다. 2006년 주씨는 “나머지 압수물도 돌려달라”며 압수물 환부 소송(압수한 물건을 소유자 혹은 보관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의 결정으로 돌려주는 것)을 제기했다.


압수물 환부 소송은 9년이 걸렸다. 2009년 열린 항소심에서 법원은 검찰이 주씨에게 압수물 240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또 2014년 11월 대법원은 240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검찰이 주씨에게 압수물 637점을 추가로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지난해 5월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취지대로 주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양쪽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주씨는 현재까지 여러 차례 자신의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으나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법원 명령을 받아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강제집행에 나섰다.

검찰은 주씨를 기소하면서 기소의 근거가 되는 압수물을 허술하게 관리했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목록을 작성하지도 않았다.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압수물 목록표는 작성자의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고 <연변연가>와 <모닝XX>를 제외하면 비디오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다.

875점은 기타(E.t.c)로 기재한 후 수량만 기록돼 있다. 제대로 된 압수물 목록이 없어서 검찰로서도 어떤 비디오테이프가 있고, 무엇을 돌려줘야 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이름이 특정된 2개의 테이프에 대해서도 검찰 스스로 “<연변연가> 등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십수 년 사이에 없어진 것 같다”고 인정하고 있다. 
 

주씨 본인은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압수물이 유죄의 증거로 사용됐고, 또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려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금’ 불법복제 단속해 2749점 압수
1484점만 돌려받아…877점 행방묘연 

검찰이 주씨에게 돌려줬다는 비디오테이프 개수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2심 재판부는 ‘현재 보유 중이지 않은 걸로 봐서 이미 돌려준 것으로 추정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2005년 11월 주씨가 전체 2749점 중 1200점을 이미 돌려받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주씨는 596점만 돌려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먼저 돌려준 비디오물의 목록도 작성하지 않아 이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주씨가 ‘내 것이 아니다’라며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갖고 있는 압수물은 법원의 반환 판결 대상의 절반도 안 되는 240여점에 그친다. 이것들이 주씨의 비디오라는 증거도 없다.

주씨가 인도 청구한 비디오테이프는 압수물 목록표 상에 있는 것들만은 아니다. 주씨는 재판에 검사가 제출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되거나 사진으로 찍힌 비디오테이프 9점도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모닝XX> <연변연가> 외에도 <모텔리어> <턱시도> <스토커> <LORD RINGS(LORD OF RINGS의 오기)> <바-이> <빨강머리 지나> 등이다.

검찰은 2점을 제외한 7점은 압수물 목록표에 없어 돌려줄 수 없다고 재판부에 답변했다. 유죄의 증거로 제시된 압수품에 대해 ‘애초에 압수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결국 재판부는 작성자가 없는 압수물 목록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압수물 관리가 얼마나 소홀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압수 및 조사과정에서 주씨의 것과 다른 압수물이 섞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압수한 주씨의 비디오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가지 단서가 있다. 지난 2013년, 차관급에 해당하는 한 정부기관장이 직원들과 함께 간 워크숍 자리에서 한 발언이 큰 문제가 됐다. 검사 출신인 그에게 한 직원이 검사 시절 기억에 남는 사건 수사에 대해 묻자, 뜬금없이 “숙박업소에 설치된 ‘몰카’가 압수물로 들어왔는데, 집으로 가져가 아내랑 함께 봤다”는 발언을 했다. 몰카는 범죄사실의 증거로 검찰수사관이 압수한 것이었다. 그는 “나뿐 아니라 동료 검사와 수사관들도 다들 집에 가져가서 봤다”고 태연히 덧붙였다.

당시 해당 발언은 모 언론사에 고스란히 제보가 됐고 결국 이 기관장은 언론사에 찾아가 기자에게 선처를 구하며 보도 하루 만에 기사를 내릴 수 있었다. 당시 몰카 범죄 피해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민감한 영상을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주의깊게 관리하지 않고 되레 돌아가면서 봤다는 기막힌 사실이 외부에 드러났다. 이로 볼 때 검찰 관계자들이 주씨의 비디오를 사적으로 가져갔을 것이라는 의혹 제기도 가능한 상황이다.

누가 가져갔나

주씨는 자신의 비디오테이프와 DVD를 찾을 때까지 강제집행 신청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씨는 언론에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검찰이 내 물건을 보관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검찰은 계속 압수물이 있다는 주장만 하고 내 물건이 아닌 것을 가져가라고 한다. 압수물엔 사업에 꼭 필요한 자료가 담긴 CD 20장이 포함돼 있다. 다음엔 형사6부 검사실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사건 자체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검찰 증거물 창고가 강제집행 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앞으로 검사실이 강제집행 당할지는 중앙지법 재판부에서 판단하는 것이라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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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