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야쿠자의 세계

최대조직 전쟁 임박…국내 조폭도 초긴장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세계 3대 조직 중 하나인 일본의 야쿠자가 파벌싸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올해로 101년째를 맞은 야쿠자는 매해 100조원 가까운 수익을 벌어들이며 일본 사회를 주름 잡고 있다. 이번 파벌 싸움이 지난 1985년 25명의 사망자를 낸 ‘야마이치’ 항쟁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파가 분열하면서 기존 조직과 파벌싸움이 시작됐다. 조직원 2만7000명 규모의 ‘야마구치파’는 지난해 8월 기존의 ‘야마구치파’와 ‘고베 야마구치파’로 갈라섰다. 야마구치파의 현 두목이 간사이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100년 전 야마구치파가 처음 태동한 고베를 강조한 고베 야마구치파가 생겨난 것. 일본 정부는 야쿠자들의 전면전인 ‘항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지난 8일 일제히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일본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계파별 알력
‘야마이치’ 재연?

야쿠자는 일본의 범죄조직을 일컫는 말로 주로 대규모 조직을 가진 폭력 조직이다. 토건 및 금융 업체로 위장해 사업을 벌인다. 야쿠자의 근원은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력 송출, 하역, 건설 등의 목적으로 무리를 지은이들이 당시에 마피아처럼 누구누구 일가(一家)라는 명칭 아래 텃세를 과시했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구미(組), 또는 가이(會)로 바뀌었다.

야쿠자라는 명칭은 도박용어에서 나왔다는 것이 통설이다. 화투놀이 중 하나인 산마이라는 도박은 1부터 9까지의 숫자패 중 3장을 뽑아 합산해 끝자리를 가장 높게 만드는 도박으로 ‘7이상을 뽑으면 다음 장을 뽑지 않아도 된다’라는 기본 규칙이 있다. 8, 9의 눈이 나오면 합계가 17이 돼 끝자리 수가 7이 된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여기서 한 장을 더 뽑지 않겠지만, 사행심이 강한 사람들은 여기서 한 장을 더 뽑는다. 최악의 경우 3을 뽑아 끝자리수가 0(8+9+3=20)이 된다. 이 같은 행동 패턴이나 인생 설계가 야쿠자가 사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일본어로 ‘893’을 읽어서 ‘야쿠자’라 하고, 이를 ‘쓸모없는 자’라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


야쿠자의 조직 구조를 살펴보면 3대 조직은 ‘야마구치파’ ‘스미요시파’ ‘이나가와파’로 나뉜다. 야마구치파의 조직원 숫자는 2만3000여명이다. ‘고도카이’는 야마구치파 산하 최대 파벌로 현재 6대 회장 시노다 켄이치가 여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야마켄파’는 야마구치파 산하 2대 파벌로 ‘고베야마구치파’를 창설하는 데 주도한 파다. 3대조직 중 하나인 ‘스미요시파’는 가장 현대적인 형태의 야쿠자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3대조직 중 하나인 ‘이나가와파’는 현 5대 회장이 재일동포 출신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련의 조직 분열의 중심에는 야마구치파 6대 두목 시노다 겐이치가 있다. 2005년 두목이 된 이래 10여년 동안 야마구치파를 이끌어왔다. 일본 전국의 산하조직의 중간 보스에 해당하는 직책에 자신의 파인 고도카이 사람을 대부분 임명해온 것이다. 다른 파벌 간부들을 중용하지 않고 본부에 과도한 상납금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 특히 지난해 8월 긴급집행부회의에서 산하 조직 두목 13명을 ‘절연’ 또는 ‘파문’ 형식으로 조직에서 배제하면서 격화됐다.

폭력조직 내부규율에 따르면 파문이 되면 다른 조직에도 통보돼 야쿠자사회에서 배제되며 절연 조치에는 무서운 보복이 뒤따라 일반사회에 부랑자로 전락하게 된다. 지난해 야마구치파에서 이탈된 13개 세력은 야마켄파 두목인 이노우에 구니오를 새 조직의 리더로 추대했다. 조직명을 야마구치의 발상지 고베를 넣은 ‘고베야마구치’로 만들어 야마구치파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수십년째 지속
경찰 초긴장

이 조직원의 숫자는 7000명으로 야마구치파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 야쿠자의 조직원수가 급격히 감소해 수 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 전국에 거점을 둔 폭력단 구성원과 준 구성원 수가 지난해보다 6600명(12.3%) 감소한 4만69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958년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야쿠자의 세력이 가장 컸던 1963년에는 조직원이 18만4100명에 이르렀다. 폭력단 가입자는 2005년 이후로 줄곧 감소했고 그 수가 5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9월5일 고베야마구치파의 모임에 도쿄에 근거지를 둔 일본 3대 야쿠자인 스미요시파의 간부가 등장한 것은 다른 조직과도 연계하고 있다는 ‘세 과시용’인 것으로 일본 경찰은 분석했다. 야쿠자 조직간 알력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85년 1월 오사카 스이타시에서 야마구치파 4대 두목인 다케나카 마사히사가 조직원이 쏜 총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야마구치파 내분이 고조되면서 암살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최대조직 ‘야마구치파’분열
6대 두목 시노다 과도한 상납 요구

이후 2년여 간 세력 다툼으로 조직원 25명이 숨지고 경찰과 시민을 포함해 7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1997년 내분에서 당시 부두목이 고베시 호텔에서 사살됐고 근처에 있던 치과의사가 유탄을 맞아 희생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한 두목의 집에 수류탄이 날아들어 일본 국민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5일, 도쿄 신주쿠에서 발생한 충돌이 있다.. 야마구치파의 본거지 중 하나인 도쿄 신주쿠 가부키쵸(도쿄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고베 야마구치파가 두 달 연속 회합을 열면서 양측의 충돌이 벌어졌다.
 

야마구치파 조직원들이 고베 야마구치파 조직원을 일방적으로 폭행했고 이 사건 이후, 두 조직은 일본 전역에서 보복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주로 상대방 사무실에 차로 돌진하거나 총을 쏘고 달아나는 방식이다.

지난 5일,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에 있는 고베 야마구치파 사무실에 트럭이 돌진했다. 경찰이 범인을 잡고 보니 야마구치파 조직원으로 드러났다. 다음날인 6일에는 총도 등장했다. 같은 사무실에 5발의 총탄이 날아들어 야마구치파가 고베야마구치파를 위협했다.

일련의 알력다툼에 일본 공안위원회 고노 장관은 “대립항쟁 상태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며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확실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계파 간의 갈등에 대해 일본의 한 형사는 “언제 어디서 격렬한 항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며 “특히 두 조직의 본거지가 있고, 소수파인 고베 야마구치파가 오히려 세력이 더 큰 고베일대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본열도의 불안감도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야쿠자가 100년 넘게 명맥을 유지 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막대한 수익에 있다. 지난 2014년 9월14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일본 야쿠자 야마구치파의 연매출이 800억달러(한화 94조여 원)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5대 범죄조직’ 가운데 최대 규모다. <포춘>은 “범죄조직이 지하경제를 통해 활동하고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이들의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파악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1958년 당시 조직의 3대 보스 다오카 가즈오는 100만엔을 투자해 연예기획사 ‘고베 예능사’를 세웠다. 당대 최고 인기 스타 미소라 히바리 등을 소속 가수로 두면서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소속 가수가 음반을 내거나 공연을 하면 지역 유지들에게 표를 강매하는 식으로 돈을 벌었다.

이 같은 행태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지난 2011년 일본의 국민MC로 불린 시미다 신스케는 야마구치파 두목과 편지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연예계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60년대는 좌익 학생운동을 폭력으로 탄압해 우익 정치인들로부터 특혜를 받기도 했다. 정·관계의 비호아래 공갈, 협박, 갈취, 마약 밀매, 도박, 건설 등에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며 몸집을 급속히 불려나갔다. 특히 일본 경제가 최고의 호황을 누린 1980년대는 부동산, 미술, 대부업에 뛰어들면서 자금을 축적했다. 특히 야마구치파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시노다 겐이치는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2005년 보스의 자리에 오른 뒤 조직 사업을 양성화 했고, 복잡한 다단계의 지배구조를 통해 건설, 식품운송 등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을 소유했다. 국책사업에까지 뛰어들어 간사이 국제공항 건설, 국립대학교 기숙사 건설에 참여할 정도로 덩치를 키웠다.

폭행에 보복
일본열도 불안

야마쿠치파는 자신들을 의리의 사나이로 위장하는 영화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감행해 이미지 세탁을 시도했고 조직원들을 공개 채용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2000년대부터는 ‘두뇌’ 산업에 뛰어들었다. 경제, IT 전문가들과 함께 주가조작과 M&A를 추진해 지능형 조폭으로 변신했다. 야마구치파는 세계 다른 조직들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 마피아와는 해산물 밀수를 진행하고 우즈베키스탄 폭력 조직과는 우즈벡 매춘 여성을 일본에 공급하는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다. 야쿠자 전문가 미조구치 아쓰시는 “이들은 외부 세력과 협조를 할 때 외부 세력에 의해 자신의 조직이 공격받는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야마구치파가 ‘사회공헌’ 분야에 진출한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2014년 야마구치파는 마약추방 운동을 장려하고, 사회공헌활동을 부각시키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건장한 인력이 많다는 점을 활용해 지진, 태풍과 같은 재난 시 자위대보다 먼저 재해지로 들어가 피해자를 돕는 일도 일본 신문에 종종 보도되고 있다.

마약매춘…연매출 100조 육박
기존 조직들과 양보 없는 파벌


야마구치파가 다각도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검은돈이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자 미국 정부는 야쿠자를 압박했다. 지난해 4월21일 미국 재무부는 야쿠자 산하 야마구치파의 유력 지파인 ‘고도카이’에 대해 자산 동결 등 경제제재를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조치로 고도카이와 다케우치 회장의 미국 내 자산이 모두 동결돼 미국의 기업이나 개인이 이들과 거래하는 것도 금지됐다.

당시 미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야쿠자 조직의 자금줄을 약화시켜 그들의 국제 범죄 행위를 막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쿠자는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범죄 조직과도 연계돼 있고 특히 미국에서 마약, 돈세탁 등의 범죄에 연루돼 있다”고 덧붙였다.

멈출 줄 모르는 성장을 거듭한 야쿠자는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에 접어들면서 경제 영향력이 쇠퇴했다. 이번 야마구치 내분도 총수입이 줄어든 데 따른 불만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폭력조직을 적대시하는 사회분위기가 더해지면서 야쿠자는 옛 명성을 잃은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1992년 일본정부가 ‘폭련단대책법’을 만들어 대대적 단속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2년에는 20년 만에 폭력단대책법을 더욱 강화해 5명 이상의 야쿠자가 모여 경쟁조직 사무실 근처에 서 있기만 해도 체포할 수 있게 개정했다. 도쿄와 오키나와를 비롯해 47개 지자체가 야쿠자 조직에 이익 공여를 금지하는 ‘폭력단배제조례’를 만들어 압박했다. 대기업, 소기업, 자영업에 이르기까지 야쿠자와 친분을 맺거나 그들이 돈을 버는 일에 협력하는 것이 모두 금지됐다.

이러한 단속의 영향으로 6∼7년 사이 야마구치파의 조직원은 4만여 명에서 2만3000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가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찰 당국은 최근의 내분이 ‘항쟁’의 시작단계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일본 경제 침체
조직 돈 줄 말라

경찰이 특히 우려하는 이유는 지난 1985년 전면전이라 불리우는 ‘야마이치’ 항쟁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일본 경찰은 시민들에게 안전 주의를 당부하고 폭력단 대책 과장 등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고노 다로 국가공안위원장은 지난 8일 각의 뒤 기자회견에서 “관련 사건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흉포화하는 등 두 조직이 ‘대립 항쟁’ 상태에 있다고 경찰청이 판단했다”며 “시민들이 항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전 확보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쿠자 국내 유입 실태

새로운 마약시장 ‘타깃’

야쿠자가 일본의 경기 침체와 엔화 가치 하락 속에 한국을 새로운 마약 소비시장으로 노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은 한국에 들어와 필로폰 10kg을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구속한 야쿠자 간부급 조직원 A씨를 상대로 추가 혐의를 수사했다. A씨는 검찰에서 “한국의 필로폰 수요가 늘고 있고, 여기에 환율 등을 감안하면 일본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사실상 두 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필로폰 수요 증가
환차익으로도 수익 발생

필로폰 1회 투약분이 한국에서 10만원 선으로 일본보다 높고,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환차익까지 발생하면 더 큰 수익을 누릴수 있기 때문에 한국을 최종판매지로 선택했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조직과 연계한 야쿠자 조직이 국내 진출을 시도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어 관련 기관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07년 9월에는 일본 야쿠자 최대 조직 ‘야마구치파’의 중간보시가 김해공항으로 필로폰 615g을 밀수입하고, 일본으로 밀수출 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검거되기도 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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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