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죽이고' 아동학대 백태

아동학대공화국 대한민국 "왜들 이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국 각지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아이를 장난감처럼 다루며 폭행을 일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 부모도 있다. 모두를 경악시킨 아동학대 사건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도록 한다.

아동학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5 전국아동학대 현황’(속보치)을 보면, 작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만9209건이었으며 이 중 1만1709건이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받았다. 발생하는 아동학대 가운데 20∼30%만이 관계기관에 신고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는 훨씬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젓가락으로 찍기]
[다리미로 지지기]

1998년 세상에 알려진 영훈이 남매 학대사건. 발견 당시 영훈이는 6살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체격·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고 등에는 다리미로 지진 화상 자국이 남아있었다. 발등은 쇠젓가락으로 찍혀 퉁퉁 부어있었으며 2주가량 굶어 위장에는 위액이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영훈이의 누나는 이미 아사해 마당에 암매장된 상태였다.

학대의 주범은 계모. 계모는 전처가 낳은 남매에겐 잔혹한 학대를 저질렀지만, 자신이 낳은 친자는 공주처럼 키워온 사실이 밝혀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은 ‘아동학대’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부족해 가해자에 대한 양형 판결에서 불협화음을 겪었다. 결국, 계모는 징역 15년을 확정받았으며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동복지법 관련, 아동학대 신고전화 24시간 개통, 전문기관 운영, 보호 격리 등의 조항이 생겼다. 또 아동 상담 및 지원, 치료, 격리, 신고의무자 등의 개정 조항이 추가되고 가정폭력범죄처벌특례법,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기도 했다.

[소아암 방치해]
[아이 “죽여줘”]

1999년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신애 사건. 당시 9살이었던 신애는 희귀 소아암을 앓아 몸이 비쩍 마르고 배는 누가 보아도 심각할 정도로 부풀어 올라있었다.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지내던 신애는 카메라맨에게 “차라리 나를 죽여달라” “치료받고 아이들과 뛰놀고 싶다”고 말해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신애의 부모는 “하나님을 믿으면 반드시 구원받게 되어 있다”며 신애를 내버려두고 오로지 기도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이에 수많은 국민은 “부모를 당장 예수 곁으로 보내버려야 한다”면서 병원비를 모금했고, 신애는 수술을 받아 다행히 정상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부모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신애의 병은 재발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부모의 ‘방치’와 ‘무관심’ 역시 아동학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주 먹이고]
[성추행까지]

2003년에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 부부가 한인 17세 소녀를 입양한 뒤 온갖 학대를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부부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4개월 동안 거의 매일 골프채, 홍두깨, 구둣주걱, 밀대 등으로 폭행을 저질렀다. 부부는 딸에게 억지로 독한 양주를 먹이고, 발가벗긴 채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가혹 행위는 이웃 프랑스 여성이 현지 경찰에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는 부부를 국내로 강제 송환해 혐의 조사에 착수했으며, 국민들은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본 사건은 외국에서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입양아를 대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각심을 일으켰다.

[토한 음식물]
[핥아 먹게도]

2005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9억원의 유산을 받은 여중생 조카를 학대한 사건도 있었다. 삼촌과 숙모는 조카를 입양한 뒤 허벅지를 둔기로 때리고, 옷을 모두 벗긴 채 키친타월을 입에 구겨 넣고, 토한 음식물을 핥아 먹게 하는 등 잔학행위를 일삼았다.

이 사건은 학대행위를 보다 못한 외사촌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그들은 9억원의 유산 중 6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탕진했다. 아동학대죄와 횡령죄가 적용되긴 했지만, 친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이 면제된다는 조항(친족상도례)이 존재한 탓에 형량이 줄어들어 논란이 일었다.

[멍 없애려]
[물에 담가]

2011년 울산 울주군 여아 학대 사망사건은 계모의 상습적인 학대로 9살 딸이 숨진 사건으로, 계모는 딸이 ‘2000원을 훔친 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딸의 머리와 가슴 등을 10차례 때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계모는 범행 직후 “딸이 목욕탕 욕조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경찰에 허위신고를 했지만, 부검 결과 양쪽 갈비뼈 16개가 골절돼있던 등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딸을 욕조에 빠트린 이유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멍이 빨리 사라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전국 각지서 경악 사건들 잇달아 터져
장난감처럼 폭행…사망 숨기려 엽기짓

1심 공판에서 검찰은 계모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판사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눈치 없는 계모는 항소를 했고 이에 2심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3년을 추가한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계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교도소에 갇혔다. 딸의 친부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역시 항소장을 제출했다가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배설물 묻힌]
[휴지 먹이기]

2013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살인 사건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사건이다.

계모는 자매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청양고추를 억지로 먹였으며,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이틀을 굶겼다. 또 밤새 잠을 재우지 않거나, 실신할 정도로 목을 조르기도 했다. 자매가 집에서 생리를 하면 배설물을 묻힌 휴지를 먹이기도 했으며, 세탁기에 자매를 넣어 돌리고, 물고문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 사건이 특히 손가락질을 받은 이유는 부모들이 철저한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작은딸이 사망하자 부모는 12살 큰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었으며, 실제로 큰딸은 폭행치사 혐의로 소년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큰딸의 극적인 폭로로 계모의 범행은 낱낱이 드러났고 결국 계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큰딸이 판사에게 ‘계모를 사형시켜 주세요’라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로부터 더욱 더 공분을 샀다.

[날아갈 정도]
[머리통 강타]

2015년 인천 송도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은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4살 여자아이를 때린 사건으로 당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이 사건이 특히 화제가 된 이유는 CCTV에 아이를 폭행하는 장면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담긴 덕분이었다.

영상을 본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고, 일부 부모들은 충격에 눈물까지 흘렸다고 털어놓았다. 보육교사는 급식 판을 치우는 과정에서 여아가 음식을 남기자 남은 음식을 먹게 했고, 아이가 김치를 뱉자 오른손으로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다. 조사결과 해당 보육교사는 예전부터 가혹 행위·폭행 의혹을 받아 왔으며 이에 대해 ‘훈육 차원’이라고 발뺌해왔다.

가해 보육교사는 재판부에 36차례나 반성문을 써냈지만 결국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전국 어린이집의 학대 사례가 줄줄이 적발됐으며,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깡마른 몸으로]
[배관 타고 탈출]

2015년 또 한 번 세상을 발칵 뒤집히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 11살 여아 아동학대 탈출 사건. 온라인 게임에 빠진 친아버지와 동거녀는 상습적으로 딸을 폭행하고, 학교에 보내지 않았으며, 음식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결국, 딸은 2층 가스 배관을 타고 스스로 집을 탈출했으며 인근 상점에서 빵을 훔치다가 상점 주인에게 붙잡혔다. 상점 주인은 여아가 한겨울에 얇은 반바지와 반소매 티를 입고 나온 점, 11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왜소한 체격을 지닌 점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2015년 말, 가뜩이나 크고 작은 아동 사건·사고가 잇따라 보도된 상태에서 국민의 인내는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특히 부부가 기르던 개는 딸과 달리 포동포동 건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고, 눈치 없는 친할머니는 ‘내가 손녀를 키우겠다’며 양육권을 주장하다가 “기르던 개나 집어가라”며 대국민적 욕을 먹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대한민국 아동범죄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을 적발해냈다.

[시신 훼손하고]
[냉동고에 보관]

2016년 부천 초등생 아동학대·사체훼손 사건이 그것이다. 초등생 아들을 학대·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토막 내 3년 동안 냉동실에 보관한 이 사건은 초기 조사 당시 부부는 아들이 목욕탕에서 넘어져 뇌진탕으로 사망했다(사고)고 주장했지만, 체포된 지 3일 만에 부부 둘 다 학대 치사를 저지르고 사체훼손까지 공모했음을 자백했다. 자식의 시신을 토막 내고 그걸 3년 동안 냉동실에 보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던졌다.

작년 1만9209건 신고
20∼30%만 접수 심각

‘11살 여아 사건’을 통한 전수조사가 없었으면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던 사건이었다. 실제로 두 부부는 밖에서는 지극히 정상인처럼 살았고, 작은딸은 극진한 관심과 사랑으로 키웠다는 주변인들의 소문이 전해졌다. 해당 지역 공무원들은 아이가 별안간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벌이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지역사회의 아동학대 감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현재 국민들은 얼마 전 일어난 ‘원영이 사건’으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다. 지난 7일, 평택의 한 모텔에서 한 부부가 7살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학대를 당했다는 아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계모는 2월, 술을 마신 채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공개수사 이틀 만에 계모는 아들 원영이를 암매장했다고 자백했다. 사망한 지 40일 만에 발견된 원영이의 시신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아이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소변 흘렸다고]
[온몸에 락스칠]

지난 14일 평택 원영이 사망사건의 현장검증에서는 수백 명의 주민이 모여들어 살인죄 적용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계모는 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해 벌을 주기 위해 알몸에 찬물을 끼얹고 20여 시간이 지난 다음 날 보니 아이가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끔찍한 학대,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아이가 머물렀던 곳은 다름 아닌 욕실이었다. 식사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욕실에 머물렀던 원영이. 사망하기 5일 전에는 아이가 소변을 변기 바깥에 흘렸다는 이유로 욕실에 무릎을 꿇리고 온몸에 락스를 뿌리기도 했다.

원영이의 시신을 본 계모와 아빠는 아이를 이불에 말아 열흘 동안 세탁실에 보관했다. 하지만 아이가 사망한 다음 날부터 부부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원영이가 잘 있는지, 뭘 먹었는지 확인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물론,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원영이를 위해 가방과 신주머니를 샀다. 지난 4일, 아빠는 아이가 실종됐다며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이를 찾기도 했다. 모두 경찰 조사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철저한 계산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그 어느 해를 막론하고 아동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발각됐다. 겉으로는 심각하지 않고, 체감되지 않는 사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 아동들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지옥 같은 삶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한 아동센터 관계자는 “경찰·사회복지사가 아닌 이상 적극적으로 학대 아동을 구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시사하고, 주변 아동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정도의 관심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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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