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우성 사기 비화' 재벌회장 배후설 막후

사라진 500억 ‘어디로?’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톱스타 정우성도 당한 유명 방송작가의 사기 행각에 재벌회장 배후설이 제기됐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회장님’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다. 사실일까. 사건을 되짚기 위해 시계추를 2009년으로 돌려봤다.
 

유명 방송작가 박씨는 1990년대 초 데뷔, 지상파 방송에서 인기를 끈 여러 드라마를 집필했다. 유쾌하고 통쾌한 히트작으로 시청자들의 각광을 받았다. 드라마 집필 틈틈이 영화와 책을 내기도 했다.

잘 나가다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타작가 반열에 오른 박씨는 2000년대 들어 사업에 진출했다. 출판사를 설립했고, 패션브랜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업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패션 사업의 경우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브랜드를 업계 1위에 올려놨다. 패션브랜드를 홈쇼핑에 진출시켜 대박을 내기도 했다.

2006년엔 결혼했다. 남편이 대기업 경영진의 아들로, 미국에서 MBA 과정을 마친 인재라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현재 대형 로펌 변호사로 근무 중이다. 결혼 당시 국내 톱스타들이 대거 하객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연예계 관계자는 “박씨는 작가 뿐만 아니라 남다른 수완으로 성공한 사업가로도 유명했다”며 “연간 수십억원의 놀라운 실적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고 전했다.


항상 그의 주변엔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사업 와중에도 드라마 극본을 썼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항상 찾았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2009년부터 투자를 받기 시작했고, 연예인들도 선뜻 돈을 맡겼다. 톱스타 정우성도 그중 한명이었다. 정우성 소속사에 따르면 박씨와 정우성은 2008년 드라마 작가와 배우로 만나 작품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재벌들이 참여하는 사모펀드가 있는데 투자 한번 해볼래요? 재벌들은 아무 데나 투자하지 않잖아요. 그만큼 확실하다는 거죠. 나만 믿고 투자 해봐요.”

그러던 중 어느 날 박씨가 투자를 제의했고, 정우성은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를 악용했다. 다른 지인들에게 정우성도 투자했다는 식으로 유인한 것.

“정우성도 투자했어요. 그러니 안심해도 됩니다.”

이 말을 믿고 투자한 사람이 십수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자는 “정우성이 투자했다는 말만 듣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정우성이 먼저 손을 내민 것처럼 말해 철썩 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말했다.

유명 방송작가 20억대 사기 구속
투자에 중견기업 오너 연관 의혹


그로부터 7년 뒤. 박씨가 투자 명목으로 내세운 사모펀드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자들로부터 끌어 모은 돈은 대부분 자신의 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은 커녕 원금도 되돌려 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박씨를 고소했고, 결국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우성의 피해 사실도 드러났다. 정우성은 조용히 넘어가려 했지만, 피해자들의 고소로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박씨로 인해 정신적·물질적으로 상처를 받았지만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법적 대응엔 나서지 않았다. 다만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소속사 측은 “오래된 일이라 더는 확대되지 않고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우성뿐 아니라 꽤 많은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박씨가 오랜 기간 방송계에서 활동한 만큼 추가로 연예계 인사들의 관련 가능성도 수사 중”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정우성 등 투자자에게 재벌들이 참여하는 사모펀드를 내세웠다. 당시 투자건과 맞물려 박씨는 국내 중견기업 A회장과 갈등을 빚어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재벌 회장 배후설’이 나오는 이유다.

박씨는 2009년 A회장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박씨는 고소장에서 “A회장이 모 기업의 주식 관련 정보를 수집하게 해 이를 제공해주면 주식 투자에 이용, 그 수익금의 일부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자신이 준 정보로 A회장이 주식을 매입해 500억∼600억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A회장이 이 사실을 직접 얘기하면서 수익금의 1/3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게 박씨의 전언. 박씨 말대로라면 170억∼200억원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박씨는 “하지만 A회장은 주식투자 수익금에 대해 정산·지급하지 않았다”며 “수익금을 분배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분배해줄 것처럼 거짓말을 해 투자 정보 및 정보 수집을 위한 용역을 편취했다”고 토로했다.

A회장 측은 박씨를 알지만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당시 A회장의 회사 관계자는 “오너 개인일이라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고소를 당한 것은 맞다. 그런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재벌이라도 단시간에 주식투자로 500억∼600억원을 벌 수가 있겠냐. 수사를 통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맞선 바 있다.

사모펀드 실체는?

박씨는 지난 17일 투자금 명목으로 20억원대 돈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구속됐다. 이에 따라 사기행각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진다.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회장님’의 실체가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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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