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두산가 장손 박정원 신임 두산그룹 회장

샴페인은 나중에…밀린 숙제 많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를 이어 박정원 ㈜두산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으로 등극한다. 박정원 신임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박두병 초대 회장의 장손이다. 오너 4세 경영이 시작됐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두산 회장을 천거했다. 그동안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용곤 장남
아름다운 승계

박용만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그룹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는데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 년간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 왔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최근 들어 본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박정원 회장이 승계하는 문제에 대해 지인들에게 자주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이사회 의장은 등기이사 중 선임하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전 등기이사 등재가 필수조건이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두산 등기이사로 재추대된 바 있다. 현재 7인의 이사회 구성원 중 박용만 회장을 제외하면 박정원 회장이 유일한 오너가 등기이사로 남아있다. 박정원 회장은 이미 오너가 중 ㈜두산 최대주주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9월30일 기준 보통주 133만7013주(6.29%), 우선주 1만5881주(0.29%)를 보유 중이다.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에 이르기까지 형제가 번갈아 가면서 ‘회장직’을 맡는 독특한 구조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고 박두병 초대 회장이 현재 그룹의 모태를 일군 이후 3세대부터 이례적인 형제경영을 시작했다. 박두병 초대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1981년부터 1996년까지 그룹 총수를 역임한 이후 차남인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이 1997년부터 2004년까지 회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박용오 회장은 동생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룹 총수로 추대되자 이에 반발해 검찰에 비자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박용만 회장은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뒤를 이어 2012년 4월부터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박용만 회장의 동생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두산그룹과 별도로 사업을 이끌고 있어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박용만 회장은 특히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 할 준비를 마쳤고 대부분 업무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회장은 앞으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서 두산인프라코어 턴어라운드에 힘을 보태는 한편 두산 인재양성 강화 등을 위해 설립된 DLI㈜(Doosan Leadership Institute)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데도 주력할 것이라고 두산 측은 전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 4세들 중 가장 맏형으로 일찌감치 두산그룹 4세 경영의 1순위로 꼽혀왔다. 1962년생인 박정원 회장은 대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두산산업(현 두산 글로넷BU) 뉴욕지사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6개월 뒤 도쿄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남의 밥을 먹어봐야 한다'라는 두산 고유의 경영철학에 따라 1992년 일본 기린맥주에 들어갔다. 2년 뒤 OB맥주 이사대우로 두산에 재입사했다. 1998년 두산관리본부 상무에서 2001년 두산상사BG 사장이 됐다. 2005년 두산건설 부회장을 맡았고, 2007년에는 지주회사 두산의 부회장을 겸하게 됐다. 2009년 두산가 4세 가운데 처음 회장으로 승진했으며, 3년 뒤인 2012년 지주회사 ㈜두산 회장에 올랐다.

사원 입사 31년 만에 총수로 등극
박용만 회장 큰조카에 경영권 넘겨

박 용만 회장은 특히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 할 준비를 마쳤고 대부분 업무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회장은 앞으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서 두산인프라코어 턴어라운드에 힘을 보태는 한편 두산 인재양성 강화 등을 위해 설립된 DLI㈜(Doosan Leadership Institute) 회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데도 주력할 것이라고 두산 측은 전했다.

박정원 회장은 30여년 동안 두산그룹의 변화와 성장에 기여하면서 그룹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꼽혀왔다. 2007년 ㈜두산 부회장,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면서 두산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1999년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은 뒤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 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해 이듬해인 2000년 매출액 30% 이상 끌어올렸다. 수익 사업과 취약한 재무구조 상태였던 두산상사BG 정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4년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상사BG가 경영상을 받기는 1987년 이후 18년 만이다.
 

두산그룹의 인재육성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게 내부 평가다. 박정원 회장은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료전지사업은 2년 만에 수주 5870억원을 올리는 등 두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의 인재철학은 현재 구단주를 맡고 있는 두산베어스의 선수육성 시스템에서 잘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역량 있는 무명선수를 발굴해 육성시키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베어스의 전통에는 인재발굴과 육성을 중요시하는 박정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밑바닥부터…
준비된 경영인

특히 결정적인 순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1999년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은 뒤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 사업 위주로 과감히 정리해 이듬해인 2000년 매출액 30% 이상 끌어올렸다. 수익 사업과 취약한 재무구조 상태였던 두산상사BG 정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4년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상사BG가 경영상을 받기는 1987년 이후 18년 만이다.

박정원 회장이 승계 이후 풀어야 할 현안도 산적하다. 올해로 예정된 두산인프라코어의 소형건설장비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국내 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두산밥캣은 올해 상장 목표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2007년 인수한 밥캣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공작기계상업부 매각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박정원 회장은 야심차게 진출한 면세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아울러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해 3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불거졌던 ‘28세 신입사원 명예퇴직’ 등으로 받았던 따가운 시선도 회복해야 한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 일가 4세 가운데 가장 빠른 승진을 해왔다. 이것이 장남에 대한 배려는 아니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에 있어서 장남은 가장 큰 희생과 책임을 떠안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밥캣 상장·면세점 안착 등 현안 산적
새 회장님 능력은? 돌파 카드에 주목

두산 일가는 자식들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매헌 박승직 창업주는 “재산은 못 물려줄 지언정 교육만은 시키겠다”며 6형제에게 종아리 매질도 망설이지 않았다. 종아리 매질을 가장 오랫동안 맞은 이가 박정원 회장의 아버지인 박용곤 명예회장이었다. 자신의 잘못은 물론 동생들의 잘못도 모두 장남의 책임으로 돌렸다.

박정원 회장도 이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박정원 회장은 재벌가 자제답지 않게 겸손하고, 매사 행동거지를 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그가 언론에 조명받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과묵하고 소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타워 주변 식당가에서 식사를 하거나, 두산베어스가 경기를 하는 잠실야구경기장에서 의외로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박정원 회장은 자타 공인 야구광으로도 유명하다. 부인 김소영씨는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인기 제13대 국회의원의 딸이다. 슬하에 딸 상민씨와 아들 상수씨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승부사 기질
소탈한 성격

두산그룹은 이번에 평화적인 회장직 승계를 통해 4세 경영에 진입함으로써 형제경영의 모범적 사례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다만 일각에선 “고 박용오 전 회장의 ‘왕자의 난’이 갑자기 터져나온 것처럼 이번 회장직 승계를 놓고도 그룹 내부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었을 수 있다”며 “박정원 그룹 회장 체제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 잘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계 ‘4세 시대’ 주역들 창업주 아들의 아들의 아들 등장

두산그룹이 재계에서 처음으로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재계 4세 경영인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그룹 다음으로 4세 경영 체제에 가장 가까워진 그룹은 GS그룹이다. 지난해 연말 GS그룹은 연말인사를 통해 4세들을 경영 전면에 포진시켰다.


허만정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허준홍 GS칼텍스 전무는 허만정-허정구-허남각으로 이어지는 GS그룹의 직계 장손이다. 1975년 생으로 허 전무는 2005년 GS칼텍스에 입사했다.

허창수 GS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업지원실장도 상무에서 전무로 올라갔다. 허윤홍 전무는 1979년생으로 2002년 GS칼텍스로 입사했다. 허윤홍 전무는 GS그룹의 기틀을 마련한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정통성 측면에서는 허준홍 전무에 밀리지 않는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셜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부장 역시 연말 인사에서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 사업부문장을 맡아 상무가 됐다.

30∼40대 젊은 후손들 활약
밑바닥부터 시작한 경영수업

코오롱그룹 또한 본격적으로 오너 4세들이 임원 반열에 올랐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상무보가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규호 상무보는 1984년 생으로 지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한 직후 구미 공장에서 현장 근무를 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규호 상무보는 고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지난해 별세한 이동찬 명예회장의 손자다.

두산그룹도 4세에게 중책을 맡겼다. 두산그룹 박두병 초대 회장의 손자이자 박용만 현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CCO)을 올해 사업권을 따낸 면세점 유통사업부문의 전략담당 전무로 올랐다. 두산은 동대문 두타에 면세점을 만들어 내년 중 영업에 들어갈 예정인데, 새로 진출한 면세점 사업을 그에게 맡긴 것이다.

박서원 전무는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 재학 중이던 2006년 빅앤트 디자인그룹을 설립했다. 빅앤트는 지난해 두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박서원 전무는 두산그룹 광고계열사 오리콤의 CCO를 맡았다. 그는 지난 7월 한화그룹 광고계열사인 한컴을 인수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면세점 사업은 그룹 오너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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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