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기는’ 이대 노점상 무슨 일이…

지부장 완장 차고 무소불위 전횡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장사하는 동안엔 보호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가 다 빠졌어요. 김 지부장이 날 괴롭히니까 주변 상인들도 덩달아 날 무시하고 피했어요. 함께 장사하는 아내가 ‘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지 이제야 알았다’고 하더군요.”

지난 1일 만난 이화여대 앞 노점상 A씨는 지난 2년간의 피해 사실을 조목조목 말했다. 그는 “법의 사각지대라 피해를 봐도 다들 쉬쉬한다”며 “미움을 사거나 새 얼굴이 들어오면 구청에 집중 단속하라고 언질한다. 기분 맞춰주고 돈을 주면 ‘구청에 회원이니까 단속하지 말라’고 보호해 준다”고도 했다.

피해액 5000만원

A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2013년 10월부터 이대특화지구에서 노점상을 시작했다. 장사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인 다음해 1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4개월간 영업정지를 받았다. 김모씨라는 사람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김씨는 그에게 장사품목에 대한 권리금을 요구했다. A씨는 권리금 명목으로 200만원, 회비 명목으로 71만원 등 총 271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해당 단체의 회비는 월 4만원이었고 정작 회원 가입도 시켜주지 않았다.

그 후로도 3차례에 걸쳐 단속을 당해 벌금을 내거나 영업정지를 당했다. 그때마다 마차수리비와 벌금(8만원), 집게차 비용, 재료비 등을 포함해 50만원가량의 손해가 반복됐다. A씨는 자신이 타 노점상과 달리 4번이나 단속 대상이 된 것이 김씨의 신고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마차를 찾으러 김씨와 함께 구청에 들어갔을 때 김씨가 구청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회원이 아닌 노점상을 단속하라고 약도까지 그려가면서 알려주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 보면 김씨가 지목한 상인들은 여지 없이 계고장을 받고 벌금을 물었다. 김씨는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노점상인들에게 그런 식으로 불이익을 줬다. 또 다른 노점상은 “벌금 액수와 영업정지 기간을 조율하는 것도 봤다”고 밝혔다.


김씨는 오래 장사한 사람들에겐 비교적 친절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상인들에겐 단속을 막아준다거나 구청 직원들에게 식사 대접을 해야 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30만∼271만원까지 갈취했다. 이외에도 B씨에게 품목을 고정하는 대가로 250만원, C씨에게 200만원 등 회비 유용을 포함해 총 5000만원(민주노점상전국연합 집계)의 피해 정황이 확인됐다.

주변의 한 노점상은 A씨에게 ‘안주머니에 100만원을 넣고 있다가 만나면 주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A씨와 일주일에 1∼2회가량 함께 식사를 하고 식대를 지불하지 않았다. 김씨는 육회와 고기만 즐겼기 때문에 식사 때마다 10만원가량이 들었다.  A씨는 “가족을 지키고 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사람을 같은 노점상이 괴롭혔다”며 “들어와서 오히려 더 빚을 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밖에도 자기에게 돈을 지불하고 기술을 배우라고 강권하거나 매출을 묻고 다니며 압박한 피해 사례도 확인됐다.

김씨도 현재 이대특화지구에서 거리음식 노점상을 운영 중이다. 피해자들과 같은 노점상인인 김씨가 상인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기자가 만난 상인들은 모두 입을 모아 “같은 노점상끼리 이런 권력을 누리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구청과 연계돼 있어 보호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구청 측이 김씨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행사하도록 내버려 두면서 노점상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초부터 서대문구청은 이대특화지구 재정비계획을 세우고 노점 이전사업(일명 박스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 구청 측은 대로변의 노점 전체를 대현문화공원 안쪽 골목에 ‘ㄷ’자 형태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이대가 유커들 사이에서 관광명소이지만 노점상 때문에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라며 “이전을 하면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고 박스도 구청예산으로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 측은 지난해부터 간담회를 2차례 열고 해당 사업을 홍보 중이지만 상인 중 3분의 2가량은 박스사업에 불신을 드러내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대로변에서도 매출이 떨어지는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매출이 더 줄어들 것을 염려하기 때문.

사실상 노점상인들은 거리 미관 개선과 통행권 확보를 명분으로 대로변에 흩어져 있는 현 노점상들을 정리해 좁은 골목에 밀어 넣는다는 발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신촌 연세로에서 동일한 성격의 노점 박스화 사업을 실시했으나 사업의 효과는 미미하고 신촌을 떠난 상인이 많았다. 구청의 ‘실적 위주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해당 사업에 김씨가 노점상들을 상대로 홍보하고 의견을 수렴해 구청에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하면서 구청 쪽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전언이다. 구청 역시 그를 보호하고 힘을 실어준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상인들에게 “이전을 하면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고 더 좋아진다”면서 “협조를 안 하면 포클레인으로 찍어서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회비 명목으로 이대특화지구 노점상들에게 금품을 갈취한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지부장이었던 강모씨가 구속돼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총무였던 김씨를 비롯해 나머지 간부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후 김씨가 지부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노점상이 노점상 협박·갈취
관할구청 측과 연계 의혹도

현재 이대 노점상인들은 ‘시민과 상생하는 이대노점상대책위’를 만들어 노점상을 갈취·협박하는 가해자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1000여명의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3월 중순, 대책위를 주축으로 인근 15개 대학 학생회, 청년 · 노동 · 시민단체 등이 연대해 서대문경찰서에 공동고발을 할 예정이다. 고발장 접수 후 경찰청과 서대문구청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 수사를 촉구하고, 구청 내에 내부감사 등을 두어 이번 사건을 다룰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식품위생법과 도로법상 노점은 관리청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고 점용료를 내면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도로법상 점용허가를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기 때문에 노점이 점용허가를 받으려면 구청의 허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로행정은 도시미관 개선, 보행자 편의, 노점상 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유지돼 왔다. 조례의 제정 목적이 대부분 노점의 엄격한 관리와 감축에 무게를 두고 있고, 노점 합법화를 위한 조례 제정은 실태조사 및 엄격한 관리규정을 만드는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대문구청의 경우 관련 조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노점상은 여전히 불법인 채로 남아 있다. 그러나 노점은 실업, 빈곤, 사업 실패 등에 따른 생계유지 수단으로, 사회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가 도시미관, 건설행정, 법질서, 공권력 확립에만 초점을 두고 정책을 수립·유지해가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김씨는 <일요시사>에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경찰에 가서 다 말하겠다. 장부를 보여줄 수도 있다. 회비를 3만원씩 걷어서 회원들의 경조사비에 썼다”며 “한쪽 말만 듣고 보도하지 말아 달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갈취 정황에 대해 “그런 것을 전혀 몰랐다”면서 “개인적으로 하고 다니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일일이 알겠나”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단속 대상을 구청에 일일이 지적해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유죄가 확인되면 소통 창구를 바꿀 수도 있냐”는 질문엔 “물론이다”라면서도 “아직 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 않나? 김씨에게 들어보니 고발을 하면 무고로 고소하겠다고 하더라. 소속이 다른 노점상들이 나와서 실태조사에 응하고 구청과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사욕이 아닌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청마다 노점상 관련 조례가 제각각이고,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노점상의 특성상 이런 사례가 빈발한다는 점이다.

민주노점상 전국연합 산하 서부지역 노점상 연합 이경민 조직부장은 “노점상을 갈취하는 이도 있고 이것을 묵인하는 이도 있고 지위 상승의 도구로 이용하는 이도 있다”라며 “이것이 해결되기 위해선 공무원이 노점상을 지위상승의 도구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노점상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의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그래야 시민 보행권, 노점상 세금 부과에 대한 문제도 같이 해결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밉보이면 보복

이 조직부장은 또 “김무성 의원이 정책발표회 당시에 노점상경제 규모가 3조원이 넘는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노점상도 우리 경제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노점상이 스스로 개혁하기 위해선 정화작용도 필요하다. 노점상이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양지로 나와서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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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