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용기 목사 ‘수임료 상납’ 의혹

“재판비용 제자교회서 갹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교회재산 사유화, 횡령·배임 의혹 등에 휩싸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에게 또 다른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130억대 배임 혐의로 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 조 목사 측이 20억원대에 달하는 변호사수임료를 포함한 재판비용을 제자교회(서울 및 경기 22개)에 할당하고 갹출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지난 2014년 9월께 여의도순복음 본교회를 포함해 서울 및 수도권 22개 제자교회가 교회재정, 신도수 등 교회 규모에 따라 3000만∼1억원까지 차등 할당을 받고, 같은해 하반기 현금을 상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조 원로목사가 항소심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직후다. 그간의 변호사수임료 지불 및 대법원 상고비용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목회서 논의
각 교회로 하달

할당은 각 제자교회 담임목사들의 정기모임인 ‘영목회’에서 논의되고 각 교회로 하달됐다. 교회는 교회재정이 지출될 때마다 운영위원회를 통해 지출을 결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재판비용 상납도 드러내놓고 공식적으로 논의할 만한 사항은 아니나 담임목사나 장로회장 등 소수가 비밀스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교회마다 실무장로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해당 안건이 논의되면서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장로들 사이에서 “돈이 없는데도 할당을 받았다”는 호소와 불만 속에서 교회끼리 서로의 할당액을 확인·비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예배당 신축으로 인해 ‘부채’가 많은 교회들이 이러한 종류의 할당이 내려올 때마다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교회는 5000만원을, B교회는 두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갹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교회는 2014년 9월께 안건이 상정됐을 당시 장로회장이 “줄 수 없다”고 반대했으나, 나머지 장로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주자”라고 설득해 어렵게 의결이 됐다.


B교회 측은 ‘선교헌금’ 명목으로 6000만원 지출을 운영위에서 의결했다. 해당 교회의 담임목사 C씨가 “장로들이 반대할 것 같아서 지난해 내 돈으로 우선 3000만원을 입금했다. 그 돈도 의결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총 6000만원 지출이 결정됐다. 3000만원은 담임목사에게, 나머지 3000만원은 조 원로목사 측에 상납이 됐다. 
 

재판비용 할당을 부당한 처사로 보고 끝내 납부하지 않은 교회도 1∼2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도들이 신심으로 낸 교회헌금을 목사 개인의 재판비용으로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고 변호사들 선임…20억 출처 의문
22개 교회에 할당하고 헌금으로 충당

갹출은 교회 내부에서도 이뤄졌다. 교역자(직원)들에게도 갹출을 한 결과 6억원 이상의 돈이 모아졌다는 전언이다. 이것은 여의도 본교회를 포함해 전체 제자교회 내에서 이뤄졌다.

조 원로목사 측은 1심에서 법무법인 로고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재판에 임했다. 일설에 따르면 로고스 측으로부터 ‘구속’을 면하게 해준다는 확약을 받고 억대의 수임료를 건넸다고 한다. 기소 단계에서 조 원로목사 측은 검찰로부터 약 305억원에 이르는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구속 사태를 두려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선 배임죄의 이익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목사로서는 구속을 면해야 한다는 절박한 이유로 김승규 변호사(로고스 상임고문)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성도들 돈으로…
벌금납부 명목?


김 변호사는 법무부장관과 국정원장을 차례로 지냈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돈관계다. 1심에서 구속은 면했으나 집행유예와 벌금 50억원을 선고받자, 2심에선 2개 로펌을 새로 선임했다. 재판에 나선 변호인들은 모두 금융·주식 관련 전문 변호사들이었다.

이후 변호인들이 주식 가격을 두고 다투면서 주식 가격이 높게 산정됐고 이에 따라 배임액이 131억원대로 낮아졌다. 조세포탈 혐의가 무죄로 선고되면서 벌금 50억원을 면하게 됐고 집행유예도 기간이 줄었다. 

이런 식으로 최고의 변호사들을 선임하면서 수임료를 포함한 재판비용에 현재까지 약 2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해당 비용은 조 원로목사의 사적인 돈이 아니라 교회헌금으로 충당됐다.

“부당한 처사 아닌가”
납부 거부한 교회도

모 제자교회의 한 장로는 “운영위원(실무장로)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며 “교회는 결의가 되면 그냥 주는 거다. (교회마다) 운영위 자료를 보면 다 나와 있다”고 진술했다.

교계의 한 목사는 “당사자들이 돈이 없는데 할당받았다고 호소를 하면서 알게 됐다”면서 “이것도 담임목사가 혼자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고 운영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보니 말이 나오는 거다. 잘못한 게 없다면서 교회헌금으로 목사가 그렇게 해야 하나”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또 “옛날엔 잘못된 일이 있어도 쉬쉬했다. 이제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 신앙을 가지면 바르고 정직하게 살려고 해야 한다. 원로목사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이 더 잘못하는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역시 좀 다르다고 느끼게끔 행동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울며 겨자 먹기’
서로 할당액 비교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일요시사>에 “돈을 냈다고 하는 제자교회에 물어봐야 하는 사안인 것 같다”며 “원로목사님은 이미 교회에서 은퇴하신 분이라 교회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퇴진 약속’ 말 바꾼 목사님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이하 기도모임) 측이 ‘조용기 원로목사의 퇴진’을 두고 지난 두 달여간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도모임 측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 원로목사와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고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3월 초순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퇴진 촉구 기자회견으로 조 원로목사 측의 대응에 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도모임은 당초 지난해 12월8일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교회 측이 차례로 기자회견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면서 긴 협상에 들어갔다. 당시 교회 측은 “기자회견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기도모임은 지난해 12월12일 여의도 CCMM빌딩 11층에 위치한 조 원로목사 집무실에서 조 원로목사를 면담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엔 이영훈 담임목사, 이진남 장로회장, 엄기호 성령교회 담임목사도 함께 입회했다. 면담 후 추가 협의를 통해 양측은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공증하기로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조 목사는 퇴진을 약속하고 퇴진 후 가족과 함께 외국으로 잠시 나가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의 당사자인 이 담임목사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다음날 홍콩으로 출국해 버렸다. 이 목사는 귀국 후에도 합의각서 공증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또 “기도모임이 기자회견을 강행할 경우 교회 성도 수백 명을 동원해 기자회견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로회장단도 1월 중순, 법원에 계류 중인 고소, 고발을 취하하고 기도모임을 해체하라는 공문을 보내 압박했다. 

기도모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련의 과정이 교회와 조용기 목사 측이 기자회견을 저지할 목적으로 꾸민 기만전술로 판단한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3월 초순에 2차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전했다. 

기도 모임의 한 장로는 지난 3일 “교회 측이 시간 끌기를 하면서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면서 “조 원로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내세운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를 직접 만났을 때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나와선 또 다른 말을 한다. 기자회견 일시를 알면 또 미리 막으려고 들 것이다. 이번엔 꼭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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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