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결정' 인천 옐로하우스 풀스토리

몸 파는 일본 여성들 모여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성매매방지특별법'이라는 철퇴를 맞고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과 청량리 588, 파주 용주골, 평택 삼리 등 수도권의 대표적인 집창촌들이 잇따라 재개발되고 있지만 인천 ‘옐로하우스’는 그 규모가 축소됐을 뿐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런 옐로하우스를 폐쇄하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이 본격 행보에 나섰다. 지하철 개통으로 유동인구 증가가 예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것. 55년 전통의 옐로하우스. 과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그 존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 유일의 성매매 집결지 숭의동 ‘옐로하우스’가 환경 개선을 통한 점진적 자진 폐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인천시 남구는 옐로하우스가 자진 폐쇄될 때까지 환경 개선 및 재개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경찰
발벗고 나서다

수인선 인천구간 개통으로 숭의역 주변 유동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근 청소년 유입 우려 등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구는 지난달 25일 ‘성매매 집결지 정비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단기적 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마찰 없는 점진적 집결지 자진 폐쇄 환경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인천시 남구 숭의1동에 자리 잡은 집창촌이 옐로하우스로 불린 데는 사연이 있다. 박정희정권이 들어선 1962년 중구 신흥동 일대는 환락가였다. 젓가락 장단에 맞춰 술판을 벌이는 이른바 ‘니나노집’부터 기생 요릿집에 이르기까지 술 파는 집은 모두 모여 있었다.

신흥동이 홍등가로 이름을 떨친 것은 1900년대부터다. 1883년 개항 당시 인천 거주 일본인은 불과 10여년 만에 4300명으로 불어났다. 이들 일본인을 따라 몸 파는 일본 여성들이 인천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지금 중구 인천여상 부근과 답동성당 언덕 아래, 인일여고 아랫길 주변 등지에 사창가가 생겨났다.

때를 맞춰 일본인들은 중구 해안동과 사동 일대를 메워 조계지(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를 넓혔다. 이 틈을 타 요릿집을 운영하던 일본 상인들이 넓힌 조계지를 ‘선화동’이라 부르고 유곽을 세웠다. 유곽은 일제 총독부가 인정한 공창(公娼)으로서 인천 최초의 유곽은 1902년 12월6일 개업한 ‘시키시마루(敷島樓)’였다.

박정희정권 때 환락가 조성
55년 역사…결국 사라지나

이후 신흥동 일대 특히 지금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사창가가 독버섯처럼 번져 나갔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16군데를 포함해 모두 40군데로 늘어났다. 이곳에는 조선인 32명을 포함해 매춘부 138명이 일했다.

한번 생긴 사창가는 광복 후 유곽 폐지에도 불구,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박정희정권은 신흥동 윤락가 정비에 나섰다. 한군데로 모아 집중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집단화의 대상지는 긴 냇가를 끼고 주변이 모두 밭이었던 지금의 남구 숭의1동이다. 또 다른 집단화 대상지는 ‘끽동’이라 불렸던 학익동이다.

업주 11명이 먼저 숭의1동으로 옮긴 뒤 건물을 짓고, 미군부대에서 페인트를 얻어 벽에 칠을 했다. 그 페인트 색깔이 노란색이다 보니 집창촌 전체가 노란색 촌을 이뤘다. 그때만 해도 중구 북성동에서 남구 숭의동 남부역까지 미군 보초병이 쫙 깔렸던 터라 그들의 입을 통해 옐로하우스라는 별칭이 생겨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미군을 상대로 한 장사가 꽤 쏠쏠하자 업주들은 냇가를 복개하고 인근 밭에 영업집을 세웠다. 옐로하우스 업주는 금세 32명으로 늘어났다. 옐로하우스의 전성기는 90년대까지 이어졌다. 일본인들을 상대로 인천의 한 호텔에서 기생파티가 열리면 이곳 아가씨들이 한복차림으로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인 현지처 노릇을 하다가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살림을 차린 아가씨들도 더러 있었다.

아직까지 성업
영업묵인 의심

이처럼 옐로하우스가 유명세를 타면서 업소당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30명의 여성을 두고 영업했다. 한 달 매출만 해도 7000만∼8000만원에 달했다. 2010년 인천시 남구는 숭의동에 있는 옐로하우스 일대 3만3850㎡에 대해 일찌감치 도시정비계획 사업 시행을 인가했지만 아직 폐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집창촌에서는 이르면 오후 1시께부터 영업 준비를 마친 일부 호객꾼들이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권유하고 있다. 저녁이 되면 15개 정도의 업소에 50∼60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쇼윈도에 나와 본격적인 영업을 하는 실정이다.

전 업주 B씨는 “단속대상 대부분이 성매매 여성과 일명 ‘삐끼’와 마담 등으로, 벌금 정도의 단속에 그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성매매업체의 근원적 단속 대상인 업주들은 법망을 피하고 있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부서 관계자는 “단속에 성공해도 성매매업주 등은 현장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성매매 여성이나 마담 등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성매매를 근절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옐로하우스의 경우 유흥업소, 음식점 등 어느 종목으로도 허가가 나지 않은 ‘무허가’ 상태로 철거나 폐쇄를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이 전혀 없다”며 “건축물을 문제 삼으려고 해도 해당 구역이 재개발지역이라 마땅히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옐로하우스의 성매매업소는 지난해 33곳이 영업 중이었지만 현재는 15개 업소로 줄어들었다. 일하는 여성은 6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주민들과의 마찰은 물론 소란행위 등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해당 지역주민들의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오는 26일 개통되는 수인선의 숭의역으로 가기 위한 직결도로가 옐로하우스를 지난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옐로하우스 일대의 경우 인천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이니만큼 수인선 개통 전에 구나 시가 국책사업 일환의 시각으로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숭의동 토박이라는 주민 A(63)씨는 “단속 관계자들이 이곳의 영업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제기했다. 그는 “관계기관은 수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강력한 행정력과 지속적인 단속으로 집창촌에 대한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젓가락 니나노집
기생 요릿집 모여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로 불법 성매매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단속을 피해 교묘한 수법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업주들로 불법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옐로하우스가 폐쇄된다고 해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숭의동 일대 도시환경재정비 보상이 토지와 건물 소유자들에게 돌아가는 반면, 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보상대책은 전혀 없다.

현장방문 계도활동가는 “숭의동이 재개발된다고 해도 모든 보상체계는 토지와 건물 소유주에게만 돌아갈 뿐, 집결지 여성들에게는 보상비는커녕 이주비도 돌아가지 않을 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집결지 여성들은 업주와의 불공정거래에 의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빚이 쌓여 팔려가는 구조”라며 “선급금이라는 악순환에서 강제 성노동을 하며 인권침해를 받는 여성들은 맨몸으로 쫓겨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집결지까지 들어가는 경로는 이렇다. 어린 나이에 가출로 시작해 오갈 데가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다방·룸살롱 등을 거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월 수백만 원의 월급이 보장된다며 선급금을 지급해 주고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선급금이라는 덫에 걸리게 된다. 이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다.

1900년대부터 홍등가로 이름 떨쳐
미군부대서 페인트 얻어 노란 칠

한 현장방문 계도활동단체 대표는 “여성을 물건처럼 돈으로 팔고, 서로 감시받고 감시하면서 자기 몸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결지 여성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집결지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회에 나온다고 해도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계·지식 등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다른 직업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집결지 폐쇄와 함께 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구는 중장기적으로 숭의역 인근 성매매업소 일부를 사들여 완충공간을 조성해 업소 수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어 2008년 이후 경기침체로 지연되고 있는 옐로하우스 일대 도시정비계획을 조속히 시행하고자 재개발사업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박우섭 남구청장은 “수십 년간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급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계 기관들과 힘을 합쳐 모두가 수긍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켜진 뒷골목
주민들과 마찰

시의 이런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 성매매업소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집창촌 정비로 생계가 끊기는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 등이 우선 마련돼야 하고 업주들에 대한 보상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계획은 세워졌다. 문제는 얼마나 적극성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창촌 업주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설득,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재교육과 취업 알선 등이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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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태풍의 눈’ 오세훈 차기 대선 로드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참패 기류 속에서 홀로 승리한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 불어올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과연 오 시장은 성공적인 시정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난 4일 오전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서울·대구·경북·경남 등 4곳 수성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지지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소한의 수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졌잘싸’ 최소 수성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상 첫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은 48.94%를 득표해 48.34%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가까스로 물리쳤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약 5% 앞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개표 후 13시간이 지난 시각부터 정 후보를 역전해 신승을 거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이후 역동적으로 중앙정치에 개입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윤 어게인’에 기반한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어 당에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등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후에도 오 시장은 당과 거리두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요구했던 것 중 하나는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설치였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한동안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와 지난달 12일 진행된 서울시당 선대위 발대식 모두에 장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절한 취지는 “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모시고 싶다. 변신한 모습으로 지원 와 주시길 촉구한다”며 “국민의힘 자체가 중도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시당을 배경으로 서울 내 자치구를 둔 의원들과 함께 선대위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선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승리는 정치학적으로 정치의 개인화 현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정치의 개인화는 정당 등 집단적 배경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 등 이미지가 정치 과정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통적인 지지 세력 외엔 국민의힘이라는 브랜드가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국민의힘과 오 시장을 분리해서 평가한 후 오 시장을 지지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브랜드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 시장은 당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 지지 기반이 잠식되는 것을 최대한 막은 셈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경기 평택을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승리했다. 유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지 선언 외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언론이 주목한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후보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갈등·상호 폭로였다. 유 후보의 승리는 범여권의 내분 속에서 어부지리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뒤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유 후보를 상대로 여유 있게 승리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참패 속 홀로 선 오…당과 거리 두고 5선 신승 유 어부지리·한 자력 생존…장동혁 책임론 불씨 하지만 두 후보가 화합하지 못하면서 평택을 선거구도는 다당제로 전개됐다. 김 후보와 조 대표가 각각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채 분열했기 때문에 범여권 지지자의 표심은 사실상 양분됐다. 반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는 김 후보와 조 후보만 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유 후보의 표를 결정적으로 잠식하지는 못했다. 김 후보·조 후보·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진보 성향 범여권 후보들은 각각 28.77%·27.44%·2.95%를 득표했다. 반면 유 후보는 34.83%를, 황 후보는 6.19%를 득표했다. 이 때문에 유 후보는 다수 대결 구도 속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평택을 결과는 뒤베르제 법칙의 기계적 효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단순다수대표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의석을 차지한다. 유 후보는 34.83%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분열하면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범여권 후보의 분열은 뒤베르제 법칙이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인 사표 방지를 위한 유력 후보 결집 효과 실현을 방해했다. 따라서 유 후보의 승리는 국민의힘의 조직적 승리라기보다, 범여권 분열과 단순다수대표제의 기계적 효과가 맞물린 결과에 가까웠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물리치고 신승했다. 이로써 한 전 대표는 오 시장과 함께 자력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던 장 대표 등 당권파는 매우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이다. 통상적인 정치적 관례대로라면 선거에서 대패한 당 대표 등 지도부는 일괄 사퇴의 길을 걷는다. 이후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돼 당의 혼란을 수습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선거 이전부터 “장 대표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SBS 선거 방송에 출연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나는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패배를 예고하는 출구조사 발표를 듣는 즉시 사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장 대표가 억울해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상당수 후보들이 장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장 대표로서는 할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를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되면 지도부가 무너진 것으로 간주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치열한 혈투 치명적 내상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최고위원이다. 이들 중 신동욱·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반적으로 장 대표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물론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장 대표의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서 신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유동적인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 친윤계로서는 장 대표를 섣불리 사퇴시켰다가 오 시장이 당권 장악까지 시도하는 더 큰 강풍을 맞이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동안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사퇴시킨 후 신 최고위원을 얼굴로 내세울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아다녔지만, 말 그대로 설로 끝났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가 충돌했던 지난 1~2월에도 충돌했던 핵심 요소는 절윤 등 노선 변경 여부였을 뿐, 장 대표의 거취는 아니었다. 인위적인 지도부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최고위 자체가 장 대표에겐 벙커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티면 끌어낼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대체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구 친윤계는 참패 속에서도 당내 발언권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를 득표하는 등 핵심 지역 기반 대구에서도 예전과 다른 정치적 정서가 확인됐다. 따라서 구 친윤계로서는 “지역 기반 수성을 위해 당에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과 “장 대표가 관례대로 사퇴해야 한다”는 판단이 교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하마평에 올랐던 신 최고위원 등 대안 인물을 찾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서를 등에 업은 강경 보수 세력과 영남권에 기반을 둔 구 친윤계가 양대 축을 형성한 과두적 구조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과두제의 철칙’이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조직이 커질수록 민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미헬스가 지적했던 근거는 ▲관료화와 분업 ▲대중의 무관심과 무능력 ▲지도부의 권력 독점 등이었다. 이 중 국민의힘에 작용하는 것은 관료화와 권력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관료화로 인해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고, 지도부는 권위 유지를 위해 정보·자원을 통제한다. 구 친윤계 대안 옹립? 그간 구 친윤계는 “당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자산을 보존하려고 한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왔다. 장 대표가 구 친윤계의 사퇴 공세에 맞설 수단은 당헌·당규가 벙커로 만든 지도부의 견고함밖에 없다. 영남을 수성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는 역설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기반이 영남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기 때문에 연이은 선거 패배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할수록 당내 권력구조 강화로 회귀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 친윤계에 대해서는 “당을 파벌·지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지금까지 구 친윤계와 장 대표 모두를 상대해 왔던 한 전 대표와는 다르다. 한 전 대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가 국민의힘 복당 이후 당권 장악을 거쳐 대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복당은 역설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복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 소수 계파인 친한(친 한동훈)계 수장에 불과하다. 목표로 삼을 당권·대권 도전을 위해선 당내 구 친윤계의 거부감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한 전 대표는 당선돼 자력 생존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태풍 속의 찻잔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5선에 사실상 자력으로 성공한 오 시장이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당 대표직 유지와 생존이 급박하기 때문에 수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을 변혁하려는 모순을 저지를 수도 없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차기 권력구도는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여러 쟁점을 놓고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몇 달 안으로 결정해야 할 논점만 해도 ▲장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여부 및 위원장 임명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이며, 이것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최고위는 장 벙커…영남 기반 구 친윤도 셈법 복잡 복당 벽 마주할 한…‘오세훈계’ 편성 당 흔드나 국민의힘 내 수도권 거점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잔존한 수도권 내 비친한계 성향 중도보수계열 인사들을 규합해 오세훈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직접 정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오 시장으로서는 오세훈계를 구성해 참신한 개혁 이미지를 표방할 수 있는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 대리인으로, 친한계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당권파와 겨뤄가면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춘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서울 내 험지인 도봉갑에서 당선돼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정 후보 저격 활동에 집중했던 김재섭 의원 등을 거론한다. 이에 맞서 구 친윤계는 전통적인 논리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6년 이후 영남권 중심 구 친윤계의 논리는 “수도권이야말로 늘 국민의힘 선거 패배의 원흉”이라는 것이었다. 만약 오세훈계가 새롭게 편성된다면, 사안에 따라 오세훈계와 친한계가 구 친윤계의 공세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장 대표의 정치적 수명이 이 사태에 아예 참전할 수 없을 정도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변수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에서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투표까지 주장하고 있다. 당장 직면한 참패의 여파를 수습하고 당을 뭉치게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를 통제 가능한 외부의 독립된 실체로 분리해 내부적 결집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경 보수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내부를 겨냥한 칼이 될 수도 있다.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부정선거론의 영향력이 당 안에서 강해질 수 있고, 역설적으로 장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지도록 돕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대권에? 부정선거론과 장 대표의 영향력 유지가 겹쳐지면, 오 시장과 구 친윤계가 일시적으로 연합해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선 네 갈래 권력 투쟁인 ‘사국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크게는 영남·강경 노선과 수도권·확장 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대구·경북 중심 구 친윤계 ▲지도부란 벙커에 있는 친 장동혁계(당권파) ▲친 한동훈계 ▲무계파·수도권 중심 친 오세훈계 등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 계파의 세분화 가능성 중심에는 오 시장이 있다. 태풍의 눈이 된 오 시장은 과연 성공적인 서울시정 수행과 국민의힘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오 시장이 대권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