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결정' 인천 옐로하우스 풀스토리

몸 파는 일본 여성들 모여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성매매방지특별법'이라는 철퇴를 맞고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과 청량리 588, 파주 용주골, 평택 삼리 등 수도권의 대표적인 집창촌들이 잇따라 재개발되고 있지만 인천 ‘옐로하우스’는 그 규모가 축소됐을 뿐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런 옐로하우스를 폐쇄하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이 본격 행보에 나섰다. 지하철 개통으로 유동인구 증가가 예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것. 55년 전통의 옐로하우스. 과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그 존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 유일의 성매매 집결지 숭의동 ‘옐로하우스’가 환경 개선을 통한 점진적 자진 폐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인천시 남구는 옐로하우스가 자진 폐쇄될 때까지 환경 개선 및 재개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경찰
발벗고 나서다

수인선 인천구간 개통으로 숭의역 주변 유동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근 청소년 유입 우려 등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구는 지난달 25일 ‘성매매 집결지 정비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단기적 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마찰 없는 점진적 집결지 자진 폐쇄 환경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인천시 남구 숭의1동에 자리 잡은 집창촌이 옐로하우스로 불린 데는 사연이 있다. 박정희정권이 들어선 1962년 중구 신흥동 일대는 환락가였다. 젓가락 장단에 맞춰 술판을 벌이는 이른바 ‘니나노집’부터 기생 요릿집에 이르기까지 술 파는 집은 모두 모여 있었다.

신흥동이 홍등가로 이름을 떨친 것은 1900년대부터다. 1883년 개항 당시 인천 거주 일본인은 불과 10여년 만에 4300명으로 불어났다. 이들 일본인을 따라 몸 파는 일본 여성들이 인천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지금 중구 인천여상 부근과 답동성당 언덕 아래, 인일여고 아랫길 주변 등지에 사창가가 생겨났다.

때를 맞춰 일본인들은 중구 해안동과 사동 일대를 메워 조계지(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를 넓혔다. 이 틈을 타 요릿집을 운영하던 일본 상인들이 넓힌 조계지를 ‘선화동’이라 부르고 유곽을 세웠다. 유곽은 일제 총독부가 인정한 공창(公娼)으로서 인천 최초의 유곽은 1902년 12월6일 개업한 ‘시키시마루(敷島樓)’였다.

박정희정권 때 환락가 조성
55년 역사…결국 사라지나

이후 신흥동 일대 특히 지금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사창가가 독버섯처럼 번져 나갔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16군데를 포함해 모두 40군데로 늘어났다. 이곳에는 조선인 32명을 포함해 매춘부 138명이 일했다.

한번 생긴 사창가는 광복 후 유곽 폐지에도 불구,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박정희정권은 신흥동 윤락가 정비에 나섰다. 한군데로 모아 집중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집단화의 대상지는 긴 냇가를 끼고 주변이 모두 밭이었던 지금의 남구 숭의1동이다. 또 다른 집단화 대상지는 ‘끽동’이라 불렸던 학익동이다.

업주 11명이 먼저 숭의1동으로 옮긴 뒤 건물을 짓고, 미군부대에서 페인트를 얻어 벽에 칠을 했다. 그 페인트 색깔이 노란색이다 보니 집창촌 전체가 노란색 촌을 이뤘다. 그때만 해도 중구 북성동에서 남구 숭의동 남부역까지 미군 보초병이 쫙 깔렸던 터라 그들의 입을 통해 옐로하우스라는 별칭이 생겨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미군을 상대로 한 장사가 꽤 쏠쏠하자 업주들은 냇가를 복개하고 인근 밭에 영업집을 세웠다. 옐로하우스 업주는 금세 32명으로 늘어났다. 옐로하우스의 전성기는 90년대까지 이어졌다. 일본인들을 상대로 인천의 한 호텔에서 기생파티가 열리면 이곳 아가씨들이 한복차림으로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인 현지처 노릇을 하다가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살림을 차린 아가씨들도 더러 있었다.

아직까지 성업
영업묵인 의심

이처럼 옐로하우스가 유명세를 타면서 업소당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30명의 여성을 두고 영업했다. 한 달 매출만 해도 7000만∼8000만원에 달했다. 2010년 인천시 남구는 숭의동에 있는 옐로하우스 일대 3만3850㎡에 대해 일찌감치 도시정비계획 사업 시행을 인가했지만 아직 폐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집창촌에서는 이르면 오후 1시께부터 영업 준비를 마친 일부 호객꾼들이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권유하고 있다. 저녁이 되면 15개 정도의 업소에 50∼60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쇼윈도에 나와 본격적인 영업을 하는 실정이다.

전 업주 B씨는 “단속대상 대부분이 성매매 여성과 일명 ‘삐끼’와 마담 등으로, 벌금 정도의 단속에 그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성매매업체의 근원적 단속 대상인 업주들은 법망을 피하고 있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부서 관계자는 “단속에 성공해도 성매매업주 등은 현장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성매매 여성이나 마담 등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성매매를 근절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옐로하우스의 경우 유흥업소, 음식점 등 어느 종목으로도 허가가 나지 않은 ‘무허가’ 상태로 철거나 폐쇄를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이 전혀 없다”며 “건축물을 문제 삼으려고 해도 해당 구역이 재개발지역이라 마땅히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옐로하우스의 성매매업소는 지난해 33곳이 영업 중이었지만 현재는 15개 업소로 줄어들었다. 일하는 여성은 6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주민들과의 마찰은 물론 소란행위 등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해당 지역주민들의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오는 26일 개통되는 수인선의 숭의역으로 가기 위한 직결도로가 옐로하우스를 지난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옐로하우스 일대의 경우 인천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이니만큼 수인선 개통 전에 구나 시가 국책사업 일환의 시각으로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숭의동 토박이라는 주민 A(63)씨는 “단속 관계자들이 이곳의 영업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제기했다. 그는 “관계기관은 수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강력한 행정력과 지속적인 단속으로 집창촌에 대한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젓가락 니나노집
기생 요릿집 모여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로 불법 성매매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단속을 피해 교묘한 수법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업주들로 불법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옐로하우스가 폐쇄된다고 해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숭의동 일대 도시환경재정비 보상이 토지와 건물 소유자들에게 돌아가는 반면, 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보상대책은 전혀 없다.

현장방문 계도활동가는 “숭의동이 재개발된다고 해도 모든 보상체계는 토지와 건물 소유주에게만 돌아갈 뿐, 집결지 여성들에게는 보상비는커녕 이주비도 돌아가지 않을 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집결지 여성들은 업주와의 불공정거래에 의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빚이 쌓여 팔려가는 구조”라며 “선급금이라는 악순환에서 강제 성노동을 하며 인권침해를 받는 여성들은 맨몸으로 쫓겨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집결지까지 들어가는 경로는 이렇다. 어린 나이에 가출로 시작해 오갈 데가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다방·룸살롱 등을 거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월 수백만 원의 월급이 보장된다며 선급금을 지급해 주고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선급금이라는 덫에 걸리게 된다. 이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다.

1900년대부터 홍등가로 이름 떨쳐
미군부대서 페인트 얻어 노란 칠

한 현장방문 계도활동단체 대표는 “여성을 물건처럼 돈으로 팔고, 서로 감시받고 감시하면서 자기 몸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결지 여성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집결지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회에 나온다고 해도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계·지식 등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다른 직업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집결지 폐쇄와 함께 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구는 중장기적으로 숭의역 인근 성매매업소 일부를 사들여 완충공간을 조성해 업소 수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어 2008년 이후 경기침체로 지연되고 있는 옐로하우스 일대 도시정비계획을 조속히 시행하고자 재개발사업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박우섭 남구청장은 “수십 년간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급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계 기관들과 힘을 합쳐 모두가 수긍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켜진 뒷골목
주민들과 마찰

시의 이런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 성매매업소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집창촌 정비로 생계가 끊기는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 등이 우선 마련돼야 하고 업주들에 대한 보상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계획은 세워졌다. 문제는 얼마나 적극성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창촌 업주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설득,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재교육과 취업 알선 등이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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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 6당이 참여한 개헌 시도는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입법적 전격전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청야전술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후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튿날인 8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이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지난 7~8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이라서 개헌안 가결에는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06명이다. 여야 6당 의원 전원이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한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 민주항쟁 명시 ▲계엄 선포 시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도록 변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은 연임 불가 선언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개헌을 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부마 민주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헌법 전문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게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다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은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 견제에만 집중해서, 국회에 예산·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권력남용을 이유로 언제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폭주하는 국회도 해산의 심판대에 설 수 있어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성된다”며 “의회해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에도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의회해산권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안 속 숨겨진 덫을 잘 파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헌은 통치 구조 개헌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대통령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시하면서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추진하려면 하야한 후 재선을 노려야 한다. 건국·새마을운동·의회 해산 쏟아내…과연? 이재명 독재 연장? 헌법 구조상 불가능한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가 헌법 전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실제로 시도할 경우, 엄청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전문은 실제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의 취지를 선언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불가역적 가치를 담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 이념 등이 담겨있다. 여야 6당이 전문 추가를 시도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도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정권은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 소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장한 건국 이념 반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곧바로 충돌한다. 임시정부 법통 논란은 해방 직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했던 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이었다. 제헌의회도 임시정부 시절 임시의정원의 정통성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정한 후 역사적 상식으로 굳어졌다가 뉴라이트 진영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면서 송 원내대표의 주장으로까지 흘러간 것이다. 건국 이념 반영은 임시정부 법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이 주장한 의회해산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보유하는 권한이다. 의회가 갖는 내각불신임권과 함께 상호 견제를 위한 짝패를 이룬다. 국무총리가 있고,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우리 통치 체제는 일정 부분 의원내각제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닌 국민을 향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가질 뿐 대통령과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의회해산권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졌던 것은 유신 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던 프랑스 드골 헌법을 참고했다. 역사적 평가 불가역 가치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6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헌안의 주요 내용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은 모두 전신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약점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4·19 혁명에 이어 역사적 약점이 헌법 전문에 추가되는 굴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안 표결에 불참했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 부산·마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탄탄하게 받쳐주던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경합 지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부산·마산의 위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걷어차는 외통수에 갇혔다. 비상계엄 관련 개헌안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헌법에 명백하게 못 박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라는 암시가 새 개헌안에 담기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6당 중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의힘의 구조적 약점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기습적인 총력전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은 이미 6·3 지방선거라는 총력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개헌 시도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력전 속 총력전’을 시도한 것과 비슷하다. 개헌 시도와 6·3 지방선거를 묶는 연환계를 구사하면서 전쟁을 양면 전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세가 줄어들어 물량 동원에 한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심리적·물리적 과부하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장 대표의 지도력 논란까지 파고들어 결정적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명분까지 꺾으려 했던 난도 높은 승부수였다. 개헌안 표결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의 궁색한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졌지만 지지 않은 승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 궁색한 현실 때문에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고전적인 청야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총력 공격 총력 방어 이는 명장들이나 강대국이 자주 구사하던 전법이었던 사실을 전쟁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 태종은 제1차 고당(고구려-당나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략을 바꿔 수시로 소규모 부대로 고구려를 침공해 변방을 교란하는 등 소모전을 병행했다. 태종의 뒤를 이은 당 고종은 2회에 걸쳐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제2차 고당 전쟁 당시 사수에서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지만, 방어선이 한반도 내부로 점점 밀리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3차 고당 전쟁에서는 내부 배반까지 겹쳐 고구려가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도 독일군이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기습을 당해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총력전을 진행해 동부전선 내 독일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민주당이 노린 전세는 이 같은 구도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30건이 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법안 물량 공세를 펼치는 등 총력전 양상의 입법전을 주도했다. 17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민주당은 압도적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선거 구도가 백중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개헌까지 시도했다. 지방선거 종료 이후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선거가 없는 만큼, 오는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야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실제 정치학·정책학 이론으로도 입증된다. 존 W. 킹던 미국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정책의 창’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준비된 해결책이 있으며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등 3박자가 맞물리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관점에서는 선거 종료 이후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받지 않는 그 10개월이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헌 및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등 물량 공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다. 업보·약점 헌법 전문 실리면 위헌 정당? 투표 불참·필리버스터…청야전술 한계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청야전술격 수동적 방어밖에 없다.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게 된다. 그럴수록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도층의 의심을 받게 된다. 진영이 확고하게 나뉜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방법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듭 사용하면서 식상해져 그만큼 비장함의 강도도 낮아졌다. 민주당의 입법적 전격전과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는 일종의 경로가 됐다. 양당 모두 경로 의존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와 나 의원을 통해 ▲건국 담론 ▲새마을운동 ▲근대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등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담론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를 고칠 만큼 파급력이 강한 승부수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선거 기간이 아닌 10개월 동안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설득을 얻을 영구적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해선 중도층의 의견이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민주당으로서도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경우는 다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요건 변화 등은 국민 대다수가 이미 평가를 마친 사안이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중도층·보수층의 비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영구적 선거운동을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에까지 대비하는 입법적 공세를 치르려고 한다. 청야전술은 자신의 경제 기반을 모두 허물면서 진행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국민의힘이 투표와 토론을 포기하거나 체력을 소비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할수록 대중·언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어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2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동로마 제국이 몰락을 이기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세운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은 오스만 술탄국이 준비한 대형 ‘우르반 대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예니체리 등 최정예 병력을 앞세운 오스만 술탄국의 물량 공세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어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병 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 때문에 전장을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궁색한 현실 자충수 되나 물론 청야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국민의힘에는 연개소문이나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조차도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에는 정책의 창이 열릴 것이다. 지도력 공백을 회복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제 청야전술을 넘어선 새 전술을 고안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정책의 창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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