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결정' 인천 옐로하우스 풀스토리

몸 파는 일본 여성들 모여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성매매방지특별법'이라는 철퇴를 맞고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과 청량리 588, 파주 용주골, 평택 삼리 등 수도권의 대표적인 집창촌들이 잇따라 재개발되고 있지만 인천 ‘옐로하우스’는 그 규모가 축소됐을 뿐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런 옐로하우스를 폐쇄하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이 본격 행보에 나섰다. 지하철 개통으로 유동인구 증가가 예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것. 55년 전통의 옐로하우스. 과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그 존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 유일의 성매매 집결지 숭의동 ‘옐로하우스’가 환경 개선을 통한 점진적 자진 폐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인천시 남구는 옐로하우스가 자진 폐쇄될 때까지 환경 개선 및 재개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경찰
발벗고 나서다

수인선 인천구간 개통으로 숭의역 주변 유동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근 청소년 유입 우려 등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구는 지난달 25일 ‘성매매 집결지 정비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단기적 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마찰 없는 점진적 집결지 자진 폐쇄 환경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인천시 남구 숭의1동에 자리 잡은 집창촌이 옐로하우스로 불린 데는 사연이 있다. 박정희정권이 들어선 1962년 중구 신흥동 일대는 환락가였다. 젓가락 장단에 맞춰 술판을 벌이는 이른바 ‘니나노집’부터 기생 요릿집에 이르기까지 술 파는 집은 모두 모여 있었다.

신흥동이 홍등가로 이름을 떨친 것은 1900년대부터다. 1883년 개항 당시 인천 거주 일본인은 불과 10여년 만에 4300명으로 불어났다. 이들 일본인을 따라 몸 파는 일본 여성들이 인천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지금 중구 인천여상 부근과 답동성당 언덕 아래, 인일여고 아랫길 주변 등지에 사창가가 생겨났다.


때를 맞춰 일본인들은 중구 해안동과 사동 일대를 메워 조계지(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를 넓혔다. 이 틈을 타 요릿집을 운영하던 일본 상인들이 넓힌 조계지를 ‘선화동’이라 부르고 유곽을 세웠다. 유곽은 일제 총독부가 인정한 공창(公娼)으로서 인천 최초의 유곽은 1902년 12월6일 개업한 ‘시키시마루(敷島樓)’였다.

박정희정권 때 환락가 조성
55년 역사…결국 사라지나

이후 신흥동 일대 특히 지금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사창가가 독버섯처럼 번져 나갔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16군데를 포함해 모두 40군데로 늘어났다. 이곳에는 조선인 32명을 포함해 매춘부 138명이 일했다.

한번 생긴 사창가는 광복 후 유곽 폐지에도 불구,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박정희정권은 신흥동 윤락가 정비에 나섰다. 한군데로 모아 집중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집단화의 대상지는 긴 냇가를 끼고 주변이 모두 밭이었던 지금의 남구 숭의1동이다. 또 다른 집단화 대상지는 ‘끽동’이라 불렸던 학익동이다.

업주 11명이 먼저 숭의1동으로 옮긴 뒤 건물을 짓고, 미군부대에서 페인트를 얻어 벽에 칠을 했다. 그 페인트 색깔이 노란색이다 보니 집창촌 전체가 노란색 촌을 이뤘다. 그때만 해도 중구 북성동에서 남구 숭의동 남부역까지 미군 보초병이 쫙 깔렸던 터라 그들의 입을 통해 옐로하우스라는 별칭이 생겨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미군을 상대로 한 장사가 꽤 쏠쏠하자 업주들은 냇가를 복개하고 인근 밭에 영업집을 세웠다. 옐로하우스 업주는 금세 32명으로 늘어났다. 옐로하우스의 전성기는 90년대까지 이어졌다. 일본인들을 상대로 인천의 한 호텔에서 기생파티가 열리면 이곳 아가씨들이 한복차림으로 ‘서비스’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인 현지처 노릇을 하다가 아예 일본으로 건너가 살림을 차린 아가씨들도 더러 있었다.

아직까지 성업
영업묵인 의심


이처럼 옐로하우스가 유명세를 타면서 업소당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30명의 여성을 두고 영업했다. 한 달 매출만 해도 7000만∼8000만원에 달했다. 2010년 인천시 남구는 숭의동에 있는 옐로하우스 일대 3만3850㎡에 대해 일찌감치 도시정비계획 사업 시행을 인가했지만 아직 폐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집창촌에서는 이르면 오후 1시께부터 영업 준비를 마친 일부 호객꾼들이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권유하고 있다. 저녁이 되면 15개 정도의 업소에 50∼60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쇼윈도에 나와 본격적인 영업을 하는 실정이다.

전 업주 B씨는 “단속대상 대부분이 성매매 여성과 일명 ‘삐끼’와 마담 등으로, 벌금 정도의 단속에 그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성매매업체의 근원적 단속 대상인 업주들은 법망을 피하고 있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부서 관계자는 “단속에 성공해도 성매매업주 등은 현장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성매매 여성이나 마담 등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성매매를 근절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옐로하우스의 경우 유흥업소, 음식점 등 어느 종목으로도 허가가 나지 않은 ‘무허가’ 상태로 철거나 폐쇄를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이 전혀 없다”며 “건축물을 문제 삼으려고 해도 해당 구역이 재개발지역이라 마땅히 손쓸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옐로하우스의 성매매업소는 지난해 33곳이 영업 중이었지만 현재는 15개 업소로 줄어들었다. 일하는 여성은 6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른 주민들과의 마찰은 물론 소란행위 등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해당 지역주민들의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오는 26일 개통되는 수인선의 숭의역으로 가기 위한 직결도로가 옐로하우스를 지난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옐로하우스 일대의 경우 인천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이니만큼 수인선 개통 전에 구나 시가 국책사업 일환의 시각으로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숭의동 토박이라는 주민 A(63)씨는 “단속 관계자들이 이곳의 영업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제기했다. 그는 “관계기관은 수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강력한 행정력과 지속적인 단속으로 집창촌에 대한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젓가락 니나노집
기생 요릿집 모여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로 불법 성매매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단속을 피해 교묘한 수법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업주들로 불법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옐로하우스가 폐쇄된다고 해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숭의동 일대 도시환경재정비 보상이 토지와 건물 소유자들에게 돌아가는 반면, 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보상대책은 전혀 없다.

현장방문 계도활동가는 “숭의동이 재개발된다고 해도 모든 보상체계는 토지와 건물 소유주에게만 돌아갈 뿐, 집결지 여성들에게는 보상비는커녕 이주비도 돌아가지 않을 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집결지 여성들은 업주와의 불공정거래에 의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빚이 쌓여 팔려가는 구조”라며 “선급금이라는 악순환에서 강제 성노동을 하며 인권침해를 받는 여성들은 맨몸으로 쫓겨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집결지까지 들어가는 경로는 이렇다. 어린 나이에 가출로 시작해 오갈 데가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다방·룸살롱 등을 거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월 수백만 원의 월급이 보장된다며 선급금을 지급해 주고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선급금이라는 덫에 걸리게 된다. 이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다.

1900년대부터 홍등가로 이름 떨쳐
미군부대서 페인트 얻어 노란 칠


한 현장방문 계도활동단체 대표는 “여성을 물건처럼 돈으로 팔고, 서로 감시받고 감시하면서 자기 몸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결지 여성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집결지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회에 나온다고 해도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계·지식 등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다른 직업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집결지 폐쇄와 함께 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구는 중장기적으로 숭의역 인근 성매매업소 일부를 사들여 완충공간을 조성해 업소 수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어 2008년 이후 경기침체로 지연되고 있는 옐로하우스 일대 도시정비계획을 조속히 시행하고자 재개발사업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박우섭 남구청장은 “수십 년간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급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계 기관들과 힘을 합쳐 모두가 수긍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켜진 뒷골목
주민들과 마찰

시의 이런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 성매매업소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집창촌 정비로 생계가 끊기는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 등이 우선 마련돼야 하고 업주들에 대한 보상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계획은 세워졌다. 문제는 얼마나 적극성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창촌 업주들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설득,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재교육과 취업 알선 등이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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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