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 ‘종북 논란’ 이후…

“포섭 가능성 배제 못해”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북한인권운동가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최근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씨와 황씨는 지난해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강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한 발언을 문제 삼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서 “종북적인 사람들이 와도 꼬투리가 잡히지 않는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내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포섭할 수 있는 그런 발판을…”이라는 강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며 “피고(강철환)는 이 노래들을 부르는 것은 종북적인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히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래라고 하였는 바, 이는 원고(신은미)를 종북적인 사람들이라고 지칭했다. 피고는 자신의 발언이 보도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인터뷰를 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신씨와 황씨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당부를 가려줄 것을 요청)을 했으나 기각당했다.

2014년 말에 전국을 순회하며 열린 ‘신은미&황선 토크문화콘서트’ 이후 일부 북한전문가와 종편방송 등이 두 사람을 도가 넘게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강 대표는 “내 경우 전문가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이지 감정적으로 비난한 것은 아니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탈북자 중 유일하게 나만 고소 당했다. 나를 제외하면 모두 남한 출신”이라고 부언했다.

1968년 평양의 북송 재일교포 가정에서 출생한 강 대표는 9세이던 지난 1977년, 조부가 세습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전 일가가 함남 요덕관리소(15호)에 수감됐다. 이곳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강 대표는 10년 후인 1987년 조부의 죽음을 계기로 일가가 사면 받게 돼 사회로 나왔다. 1992년 탈북에 성공해 최초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와 실태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그 후로 북한정권으로부터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

북한에 남아 있는 그의 여동생 가족이 현재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으며, 서울 모처에 위치한 센터 사무실로 도끼가 들어있는 상자가 배달된 일도 있었다. 지난해 5월엔 북한 ‘정찰총국’의 지령을 받고 강 대표를 암살하려 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강철환 명예훼손 무혐의
법원, 재정신청도 기각

이들은 북한 측으로부터 “죽이지 못해도 활동을 못하게 반신불구로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던 것으로 최근 재판에서 밝혀졌다. 또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강 대표를 ‘인간 쓰레기’라며 원색적인 비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강 대표의 증언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설립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의 유엔총회 채택과 유엔북한인권사무소(OHCHR)의 서울 개소에도 힘을 보탰다.

현재 적지 않은 탈북자가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운동을 하고 있지만 북한정권으로선 강 대표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비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협박과 비난 공세에도 불구하고 그는 20년 넘게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북한의 수용소 실태를 증언해오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검찰은 <뉴시스>를 통해 신씨가 북한 정찰총국에 특별관리 대상(1호 또는 2호 대상)으로 포섭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찰총국은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부서다.


검찰에 따르면 북한은 비자를 신청하는 미국 국적자에 대해 등급별로 분류한다. 1호 대상은 공작원을 지칭하고, 2호 대상은 공작원으로 포섭될 가능성이 높은 자, 3호 대상은 공작원으로 포섭되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1·2호 대상에 대해서만 북한비자를 발급하는 점을 고려할 때 신씨의 경우 북한에 여러 차례 초청 받아 환대를 받은 만큼 1호나 2호 대상에 해당, 지속적인 관리를 받았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신씨는 남편 정모씨와 함께 2011년10월부터 2013년9월까지 6차례에 걸쳐 사업이나 친인척 방문이 아닌 관광을 목적으로 방북했으며 최고권력층이 이용하는 특각이나 초대소에서 머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2012년 11월, 북한을 여행하고 쓴 방북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출간했다.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북한 축제에서 노래를 부른 사실도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북한정권은 “신은미 동포의 가슴 속에도 조국은 곧 어버이 수령님이란 신념이 억척같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선전했다.

평범한 미국시민권자였던 신씨가 우연한 기회에 북한을 여행하면서 방북 때마다 환대를 받았고 북한의 한 단면만 보고 치우친 시각을 가진다는 비판적 관점도 존재한다.

검찰 관계자는 “신씨 본인은 북한 당국에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내린 곳과 신씨를 포섭대상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판단되는 곳이 모두 ‘정찰총국’이다. 줄곧 살해 위협에 노출돼 온 강 대표로서는 신씨의 소송과 관련해 더 큰 배경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한 북한학 연구자는 “노동당에겐 해외의 강연조직, 교포조직을 포섭 및 관리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인사를 포섭하고 교양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체사상을 하나의 종교로 보자면) 신씨 같은 인물은 북한이라는 종교에 빠진 새로운 신자”라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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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