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시뮬레이션> 서울 핵폭탄 투하 시나리오

서울시청에 한발만 떨어져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남북간 경제와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가 불안 속에 빠져들고 있다. 북한이 감행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추가도발이 결국 개성공단 전면 폐쇄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남북간 긴장이 증폭되고 있는 것. <일요시사>가 전문가의 자료를 토대로 ‘서울에 핵폭탄이 떨어진다면’이라는 주제로 가상 시나리오를 정리해봤다.

핵무기가 투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엄청난 양의 열 복사선이 퍼져나가면서 열에 약한 물질들을 일시에 태워 대규모 화재를 일으킨다. 이와 함께 막대한 압력파의 발생으로 폭발 중심지의 반경에 있는 모든 콘크리트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고 이후 불어 닥친 후폭풍으로 가까운 거리의 물체들은 통째로 날아가 버린다.

결국 폭발지점과 가까운 거리의 건물들과 사람은 흔적도 남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사선과 방사성 낙진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간과 환경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핵무기 사용의 재앙은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그야말로 불바다
건물 완전히 파괴

남북간에 전면전이 벌어지고, 1Mt(메가톤) 규모의 북한 핵폭탄이 서울에서 터졌을 경우의 시나리오를 구상해 봤다. 이 내용은 전문가들이 연구 조사한 한반도 핵전쟁 시 야기될 인적, 물적 피해 시뮬레이션이다. 1Mt 규모로 가정한 것은 1Mt이 일반적인 전략 핵폭탄의 기본 크기이며, 말 그대로 전략 핵폭탄인 만큼 도시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온한 오후 1시 서울시청 상공서 1Mt 전략 핵폭탄 폭발


▲열복사 = 폭발 직후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반경 약 3km의 모든 생명이 폭발과 동시에 ‘증발’한다.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조중동, 경복궁, 서울역, 을지로, 종로, 동대문, 연세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용산구청, 북한산 국립공원 일부가 태양의 약 1000배의 열로, 1∼2초간의 빛의 방출로 인해서 불에 타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증발해 버린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죽는지도, 핵 폭발이 일어났는지조차도 느낄 수 없다. 핵폭탄이 터졌을 때 제일 ‘운좋은’ 사람들이다. 그냥 밝은 빛이 카메라 플래시 터지듯 반짝한 후 동시에 증발. 그리고 이 지역은 폭발에 의한 화구를 형성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전자장 펄스(EMP)에 의해 서울 및 기타 인근 도시의 모든 전자장비 및 자동차, 심지어 손목 시계까지 모두 작동을 멈춘다. 또한 7∼9km 떨어져 있는 고려대, 서울시립대, 성산대교, 동작대교, 국립묘지, 고속버스 터미널, 미아삼거리, 동덕여대, 서대문 시립병원, 서부시외버스터미널 등의 가연성으로 이뤄진 모든 것이 엄청난 열로 인해 폭발의 중심지가 증발함과 거의 동시에 불타기 시작하며,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같이 타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 지역 거주자들은 3도 화상을 입게 되고 노출 부위가 25%가 넘는 사람들은 몇 초 뒤 절명하지만(‘약간 운 좋은’ 사람들) 거의 이 지역의 대부분인 ‘운 나쁜’ 노출 부위 25% 미만의 사람들은 약 1분 뒤 후폭풍이 다가올 때까지 고통 속에서 기다리게 된다.

3km내 모든 생명 플래시 터지듯 증발
6개월 안에 최소 700만명 사망 예상

▲후폭풍 = 폭심지부터 반경 약 3km의 불덩이가 생기며 엄청난 양의 산소를 태운다. 그리고 모자라는 산소를 주위에서 흡수하기 시작하는데 불타고 있는 폭심지 주변의 건물들은 산소를 빨아들이는 속도에 못 견디고 대부분 폭심지 안쪽을 향해 붕괴한다.

롯데호텔, 프라자호텔, 코리아나호텔, 교보빌딩, 정부종합청사 등 고층건물이 단숨에 무너진다. 몇 초 뒤 시속 1000km 속도로 산소를 팽창시키는데 속도는 점점 느려져서 25초 뒤에는 약 시속 400km 속력의 후폭풍이 동대문, 연세대, 숙명여대, 용산구청 등에 도달하게 되고, 1분 뒤에는 시속 350km 속력의 후폭풍이 7∼9km 떨어져 있는 고려대, 서울시립대, 동작대교, 반포 등지에 도달하게 된다.


후폭풍은 진도 7의 지진의 파괴력으로 도시를 덮치는데 지상의 90% 이상의 모든 건물들은 이 충격으로 파괴되고 건물 잔해나 유리 파편은 조각조각 나서 이 부근의 사람들의 몸을 총알처럼 관통하게 된다. 더욱이 파편뿐만 아니라 이 후폭풍에 직접 노출되면 사람이나 동물의 몸도 두 동강이 난다.

또한 엄청난 열을 발산하므로 인근의 아스팔트 도로들이 부글부글 끓게 된다. 약 2∼3분 정도 경과하면 후폭풍은 과천시청, 정부종합청사, 서울랜드, 중부고속도로 입구, 강남성모병원, 김포공항, 도봉산, 광명시청, 송파구, 부천역곡, 태릉선수촌, 구리시, 미금시, 행주산성에까지 도달하며 이 지역들 역시 처음 지역보다는 덜하지만 후폭풍으로 인한 건물붕괴, 화재 등이 일어난다. 겨우겨우 목숨을 건져 건물 밖으로 도망쳐 온 생존자들에겐 화재선풍이라는 또 하나의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죽는 게 낫다?
심각한 후유증

오후 1시로 폭발 시간을 정한 이유는 이 시간대에 일반적으로 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핵폭발 시 더 많은 피해를 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후폭풍의 범위는 일반적으로 반경 약 30km 이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결국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후폭풍이 인천, 일산, 의정부, 수원, 분당, 용인까지도 도달해 건물을 파괴할 수도 있다.

▲선낙진 = 엄청난 후폭풍으로 인해 차량, 인간, 건물 파편 등이 공중으로 날아가는데 약 2∼3km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간다. 그 뒤 후폭풍의 영향으로 폭심지 멀리 떨어지는데 피해 예상지역은 인천, 안산, 수원, 용인, 동두천, 심지어 강화도까지 날아간다.

대부분의 선낙진은 눈처럼 떨어지는 뿌연 재인데 앞서 언급한 차량, 인간, 건물 파편 등도 많은 양이 같이 떨어진다. 선낙진들은 엄청난 방사능을 띤 물질들로 처음 열복사 내지 선낙진에 노출된 사람은 2주 내지 길게는 6개월 안에 사망하게 된다. 핵폭발에서는 살아 남았지만 ‘아주 운이 나쁜’ 사람들이다.

▲후낙진 = 작고 가벼운 먼지 크기의 재들은 더 높이 올라가 바람을 타고 더 멀리 뿌려지게 된다. 서울에서 핵폭탄이 터졌을 때 후낙진은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고 바람에 따라서는 중국, 일본에까지 가게 되어 피해를 더욱 확산시킨다.

물론 북한의 피해도 엄청날 것. 종합해 보면 1차 열복사 및 2차 후폭풍에 의해 서울의 건물 붕괴 80∼90% 및 서울 인구 1000만명 중 약 200만명은 즉사, 약 200만명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사망, 그리고 약 300만명은 2주 내지 6개월 안에 사망하게 될 것이며, 교통마비, 급수 중단, 단전, 의료기관 및 의료요원의 부족 속에서 사망자는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서울시민 1000만명 중 6개월 안에 최소 700만명이 사망한다. 또한 인천, 경기도 주민들도, 열복사 및 후폭풍에 의한 직접피해는 그나마 서울보다는 좀 덜하겠지만 선낙진 및 후낙진 피해로 인해 1200만명 중 약 60% 이상인 700만명이 6개월 안에 사망할 것이다. 대충 계산해도 수도권 인구 2200만명 중에서 1300만명 정도가 사망하는 셈.

“생·화학 테러
가능성도 상존”

방사능 피해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며 핵전쟁 후를 표현한 TTAPS 보고서에서는 이를 두고 ‘산 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세상(the quick envy the dead)’이라고 표현했다. 말 그대로 살아 남은 사람들은 살아 남아 있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고통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만이 있을 뿐이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 2004년 미국이 공개했던 북한의 핵공격 시뮬레이션 동영상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는 북한이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후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때였다. 시뮬레이션은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피해를 예상해 모두에게 경악을 안겼다.


이 시뮬레이션은 히로시마 원폭과 맞먹는 15Kt(킬로톤)의 ‘소형’ 핵탄두를 용산에 투사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폭발 즉시 반경 1.8km 모든 물질이 순식간에 녹아 증발했다. 이 순간 30만명이 즉사하고 10만명이 중상해를 입는다. 눈깜짝할 사이에 용산역, 전쟁기념관 등 주요 건물들이 증발하듯 폭발해 사라진다.

반경 4.5km 내에 위치한 경복궁, 서울역, 시청, 광화문 등은 거대한 폭발력에 의해 찢겨져 나간다. 서쪽의 마포·서교동·여의도, 동쪽의 반포·압구정·청담동 일대, 남쪽의 상도동·동작동 일대도 대부분 파괴된다. 이 같은 직접 피해를 통해 그 자리에서 40만명이 즉사하고 추가 사상도 22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이 시뮬레이션의 결론이었다.

뿐만 아니라 낙진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죽거나 사망하는 사람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됐다. 시간당 200램 이상을 쬔 사람들은 2∼6주 내 사망해 최대 90만명 이상이 희생되며 0.5램 이내의 극소량에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평생 방사능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경우 서울 인구의 10%를 훌쩍 넘는 최대 12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수도권 주민들도 피해 심각
2200만명 중 1300만명 사망

북의 위협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30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순차적으로조금씩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한반도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화생방 피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서 생·화학 테러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북핵 위협도 엄존하고 있는 상태지만 국가 차원에서 대비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이 안 돼 있는 상태”라며 “유사시를 대비해 사회·경제적 특성에 적합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핵무장에 관한 북한의 능력과 의지가 매우 확고한 것으로 드러나고 좀처럼 단기간 내에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학계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는 판단 아래 ‘비확산 전략을 폐기한 뒤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해 본격적인 억지전략을 추구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거 한국도 1950년대부터 주한미군 소속으로 다양한 형태의 전술핵이 배치됐다. 1970년대에는 약 700발이나 됐다. 하지만 당시 미군의 전술핵은 북한 단독의 침략보다는 중국까지 참전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개선된 1980년대를 기점으로 주한미군의 전술핵 배치수량이 100∼200발로 크게 감소한 데서 알 수 있다. 1991년에는 북한에 핵개발의 구실을 없앤다는 취지 아래 나머지 전술핵도 철수하게 됐다.

학계·정계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주장은 1980년대에 미국이 소련의 SS-20 동유럽 배치에 맞서 퍼싱-2 등을 서독에 배치하고 이후 고르바초프와의 INF 조약으로 미소의 동시 전술핵 폐기를 유도했던 전례를 따르자는 논리다.

하지만 미·소 두 초강대국의 입장에서 SS-20과 퍼싱-2는 자신들이 보유한 핵전력의 일부에 불과했으며 폐기해도 전체 핵전력 규모에 큰 변화는 없는 수준이었다. 한 전문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소수의 핵전력 모두를 협상 대상에 걸어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단순히 전술핵을 넣고 빼느냐의 여부를 갖고 핵포기를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마디로 비교 대상이 잘못 연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술핵 재배치는 주변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정치 외교 경제적 국익의 향배가 걸린 중대 사안인 만큼 치밀한 전략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반대하는 쪽의 입장은 우리나라의 외교적 고립과 동북아시아의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온다는 것. 우리나라가 핵 무장에 나서려면 현재 가입해 있는 국제 핵확산금지조약(NPT)부터 탈퇴해야 하는데 북한이 NPT 탈퇴 이후 국제사회의 공적이 된 것처럼 우리나라가 핵 무장에 나서는 순간 우리도 북한 수준의 외교적 고립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핵 무장은 일본과 대만의 핵 무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대책 30년 전 수준
전술핵 배치가 답?

한국의 핵 보유는 미국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이 반대하는 한,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핵 보유를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진행되는 핵 보유 찬반 논란은 어떻게 보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감정적 대응보다 차분하게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가며 미국 그리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핵 보유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는 것이 순서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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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