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경 기자가 만나본 이시대의 기인- 금화당 아가씨 보살

“이미 그녀는 당신의 속마음을 알고 있다”

인간의 삶은 항상 불안하다. 미래가 예측불허인 것이 그 이유다. 때문에 세상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자 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무속인이다. 하지만 명쾌하게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무속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가운데 최근 날카롭고 정확한 예지력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성무속인이 있어 화제다. 금화당 아가씨(02-567-6788, 7033)가 바로 그녀. <일요시사>는 사주를 바탕으로 팔자를 고쳐준다는 신통방통한 그녀를 만나 신비한 무속의 세계를 엿봤다.

듣지도, 보지도 않고 답답함 콕 집어내는 신점
굿 권하지 않는 무당…“무엇보다 정성이 중요”  


지난 1일 금화당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그녀의 점집을 찾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방이동 시장 골목 어귀로 접어드니 금화당의 점집이 눈에 들어왔다.

무속인을 떠올리면 낯설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점집에 들어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자 어떻게 알았는지 안쪽에서 “들어오세요”라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기를 얻어 내부로 들어섰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생각과는 딴판이었다. 밝은 분위기에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곳에서 한 여성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어서오세요. 잘 찾아 오셨네요”라며 반겼다. 금화당 아가씨였다.

‘신점’의 달인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리 젊은 외모에 특유의 친근한 말투로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은 편안함 마저 든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뒤 얼마나 시간을 내줄 수 있겠냐고 묻자 그녀는 “시간은 넉넉하게 비워뒀으니 걱정마세요”라고 말했다. 평소 밀려드는 이들로 예약 없이는 만나 볼 수조차 없다는 그녀였다.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사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쉴 틈이 전혀 없다니까요. 그래서 이참에 좀 쉬어보려고요”라며 특유의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신점으로 유명하다. 신점은 사람 얼굴만 봐도 그의 성격은 물론 과거와 미래, 그리고 환경까지도 손바닥 보듯 알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때문에 그녀는 ‘잘나가는’ 무속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능력을 얻기까지 아픈 과거도 있었다.

그녀는 낳아준 부모도 모른 채 남의 집 업둥이로 자랐다. 철들 무렵부터 이해할 수 없는 환청에 시달려 왔다는 그녀는 성인이 된 후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00년대 초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수십억대의 성공한 사업가로 거듭난 것.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찾아온 것. 신내림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녀는 “신내림을 받지 않으려고 3년 넘게 울고불고 매달려봤어요.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죠”라고 말했다.

죽음의 문턱에 다 닿았을 무렵, 지인의 소개로 김금화라는 무속인을 찾게 됐다. 그러자 금화당을 본 김금화는 대뜸 “네 법당은 어딜 두고 여길 왔냐”고 호통을 치며 “넌 신의 딸이니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무당이 되라”고 말했다.

이에 결국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금화당 아가씨. 그녀는 승승장구하던 사업을 포기하고 지난 2005년 간판 하나 없는 초라한 점집을 차리면서 무속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맞게 됐다.

처음엔 그녀를 찾는 이가 없었다. 파리만 날렸다. 이에 그녀는 길거리로 나섰다. 스쳐지나가는 이들에게 “교통사고 조심해라” “부인이 바람났다” “사업이 위험하다”라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광인 취급을 받으며 봉변을 당하길 수차례, 미친 사람으로 여겼던 그녀의 말들이 척척 들어맞자 그녀를 찾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의 명쾌한 점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그녀를 찾는 행렬이 끊이지 않게 됐다. 사업에 실패한 기업인, 예비 사업가, 결혼을 앞둔 이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등 각양각층의 사람들이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특히 사업운을 보는데 강했다. 그녀는 “저도 사업경험이 있잖아요. 이를 바탕으로 신과 소통해서 사업운을 예측해요. 매출은 물론 닥쳐올 위기까지도 상담해줄 수 있기 때문에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수년전 어느 날 국내 유명항공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던 한 중년의 남성이 그녀를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사표를 내고 개인사업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실적을 강요하는 회사경영방침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이에 금화당은 “지금 퇴직하게 되면 가족과의 생이별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니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라”며 강하게 만류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리고 퇴직금으로 꽃게 유통회사를 차렸다.

그 해에는 예년과 다르게 서해안 꽃게잡이가 극심한 흉작을 겪었다. 발버둥 쳐 봤지만 적자만 쌓일 뿐이었다. 결국 자금난에 몰린 회사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금화당의 말대로 가족과도 떨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 처하자 그는 다시 금화당을 찾았다. 금화당은 부적을 몸에 지니게 하고 기도를 올리게 했다. 이내 회사는 다시 활력을 얻었고 가족은 그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업운·연애운 특기

그녀의 또 다른 장기는 연애운이다. 날카로운 점괘는 신기에 가깝다는 소문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여름. 40대의 여성이 금화당의 점집을 방문했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그녀는 끝내 발걸음을 돌리려했다. 문을 사이에 두고 금화당은 소리쳤다. “넌 절대 그 남자 놓지 못해!!”

그녀의 사연은 이랬다. 결혼 15년차로 슬하에 두 아이를 두고 있던 그녀에게 어느 날 한 남성이 다가왔다. 신혼초기 사업실패로 가족은 뒷전에 두고 십수년을 술로 보내던 남편과 달리 따듯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마음속에 더 이상 남편은 없었다.

하지만 쉽사리 남편을 떠날 수 없었다. 사랑스런 두 아이가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남모르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모든 것을 털어놓은 그녀는 한참을 통곡했다. 그리고 “이혼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이에 금화당은 “아직은 아니니 때를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남편이 간경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 자칫 성급한 결정으로 인해 ‘아이를 버린 엄마’라는 씻지 못할 죄책감과 함께 살아갔을지도 몰랐을 그녀였다. 하지만 이로써 그녀는 사랑하는 남성과 아이들을 모두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무속인은 으레 굿을 하게하고 높은 복채를 요구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무조건 굿이 최고는 아니란 게 금화당의 지론이다.
“각각의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굿이 능사는 아니에요. 때론 그 집안 조상에게 기도하거나 치성을 드린 부적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성이라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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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