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더민당 목줄 잡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불붙은 호남민심에 기름 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인재영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월부터 젊은 인재와 파격적인 인사를 영입하며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입명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이탈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하고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목줄을 잡게 됐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거물급 인사로 꼽혔다. 1940년 경기도 시흥군 동면 신림리(현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의 손자다.

중도성향 경제통
경제민주화 원조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유학했다. 귀국 후에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다가 유신정권에서 정책자문역할로 경제개발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 신설을 주도하며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1979년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내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른바 국보위)에 재무 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국보위는 초헌법적 반민주기관으로써 신군부 반대세력들의 정치활동 규제, 언론인과 공직자 숙정, 삼청교육대 발족 등 많은 일들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독재 정권을 도왔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여러 정치세력과 번갈아가며 손을 잡았다. 전두환 정권 출범 직후인 1981년 민주정의당(민정당) 비례대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12대(민정당), 14대(민주자유당) 의원으로 승승장구했다.


노태우정권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했다. 사실 김 위원장은 노태우 대통령과의 경제 분야 과외교사로까지 불린다. 그러나, 정작 정권 출범 직후에는 대통령 측근들의 견제로 상대적으로 한직인 보건사회부 장관에 머물러 있다가 기록적인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경제 분야의 전권을 약속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부동산 투기의 원인을 기업의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로 봤다. 그래서 공급량 조절을 위해 주요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 매각시키는 5·8조치를 단행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켰다. 이는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재벌 규제로 손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경제 구조 조정과 체질 개선을 주도했으며, 국가의 적절한 시장개입을 통해 재벌과 기업의 폭주를 견제하는 등 균형잡힌 경제적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렇듯 강력한 재벌개혁 추진으로 재벌 쪽에서 가장 껄끄럽게 여기는 인물이 됐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것이 정 회장이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 출마에 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문재인 사퇴하고 김종인 체제 전환
총선까지 진두지휘…임무완수 가능?

승승장구했던 김 위원장은 1993년 안영모 동화은행장에게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의원직을 잃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1991년 12월 청와대로 찾아온 안 은행장으로부터 “은행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는 등 1992년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김 위원장은 뇌물수수로 감옥살이를 하며 재판을 받아 결국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받았다.

이후 계속 야인으로 지냈다. 역대 정권의 인사 개편 때마다 경제부총리 혹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번번이 입각에 실패했다.


1997년 김대중정권 시절 외환위기(IMF사태) 때 ‘어떻게든 문제투성이인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개혁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과 언론이 김 위원장을 지지했으나, 결국 입각하지 못했다. 2003년 노무현정권 출범 직전에도 경제부총리후보로 강력하게 고려됐으나, 결국 그 자리는 관료출신으로 정권인수위에 참여했던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에게 돌아갔다.

박근혜·안철수
멘토로 불리기도

김 위원장은 뇌물수수로 감옥살이를 하며 재판을 받다가 결국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받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영입 제안을 받아 비례대표로 4선에 성공했다. 이후 임기가 끝나고 이후 다시 야인으로 지내는 동안 강력한 재벌개혁과 부동산 규제를 주장하면서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2010∼2011년 ‘청춘콘서트’를 열며 전국을 누비던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의 멘토로 활약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청춘콘서트에 게스트로 종종 출연했고, 안 교수는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1년 말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 제안을 받고 새누리당에 합류했다. 또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서 활약했다.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의 이론을 정립시켰고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했던 장본인이다.

이렇게 복지 및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는 데 성공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승리했다. 이 기세를 이어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 때부터 사실상 경제민주화 노선을 버리고 창조경제로 선회하면서 김 위원장은 결국 이용만 당하고 토사구팽당한 꼴이 되어버렸다. 이때 김 위원장은 정부 여당과 완전히 결별하게 된다. 이후엔 박근혜 정부에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고 선거 때 박 대통령을 도왔던 일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너무 과욕을 부렸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지난 1월14일, 문 전 대표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김 위원장은 전격 합류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의원이 우리당과 함께해주기로 했다”며 “선대위를 조기 출범시키고 김 전 의원을 당 선대위원장으로 모시려고 한다”고 밝혔다.

“원톱으로 간다”
단독선대위 구성

문 전 대표는 “우리 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또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김 전 의원의 지혜와 경륜이 꼭 필요하다”며 “빠른 시일 안에 당내 동의를 진행한 뒤 김 전 의원을 중심으로 총선 필승을 하고 정권교체까지 바라보는 선대위 구성을 빠르게 마무리해 총선 관리를 맡기겠다”고 말했다.

선대위원장 자리를 두고 김 위원장과 문 전 대표 사이 단독이냐 공동이냐를 두고 긴장감이 흘렀다. 당 안팎에선 한때 문 전 대표와 김 위원장 사이에 출발부터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결국 문 전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 구상을 철회했다. 문 전 대표 사퇴를 요구해 온 비주류 의원들은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당 내부에서는 그 동안 연이은 탈당과 호남민심 이반 등으로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였지만, 김 위원장을 영입한 이후 추가 이탈 움직임이 진정되고 당 운영도 안정화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호남의 한 축인 전북 의원단이 당 잔류를 선언했으며, 총 11명 중 이미 탈당한 유성엽·김관영 의원을 제외한 9명 전원이 돌아왔다.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한 권은희 의원의 ‘대항마’로 당 대변인 출신이자 경제통인 이용섭 전 의원이 복당했다.

수도권 탈당의 키를 쥐고 있던 박영선 의원도 김 위원장 합류 이후 당에 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 갈등봉합?…일단 지지율 반등세
국보위 참여 전력…광주쪽 여론 싸늘

광주·전남 의원들의 후속 이탈 움직임도 당 정상화 움직임과 맞물려 주춤하고 있다. 충남지역 의원들도 당 잔류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25일 김 위원장은 문 전 대표 없이 당 선대위 회의를 처음 주재했다. 제1야당 리더로 공식 등장한 김 위원장은 선대위 모두발언에서 “그간 더민주당이 국민에게 준 실망을 어떻게 회복할지”라며 “정치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분들은 당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 우리 당이 변모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발언 이후 열린 당 윤리심판원 전체회의에선 신기남·노영민 의원에 대해 ‘총선 출마 불가’라는 중징계 결정이 났다. 노 의원은 당원자격정지 6개월, 신 의원은 당원자격정지 3개월을 받았다. 신·노 의원은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주류 측 핵심 의원으로 꼽힌다.
 

‘김종인 개혁’은 인적 쇄신이 최종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 현 의석(109석) 이상, 탈당 전 의석수(127석) 이상이 돼야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며 총선 승패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도) 현재보다 한 석이라도 많아야 책임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관건은 ‘사람’이다. 김 위원장은 현역 기득권 타파를 외쳤다. 김 위원장은 “하위 20% 물갈이는 (탈당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광폭행보를 보며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투쟁을 지양하고 정책정당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민주화 담론을 ‘포용적 성장’으로 구체화하고, 선대위 내 ‘새경제위원회’(가칭) 설치를 검토하는 것은 실천 방안이다.

김 위원장 영입으로 문 전 대표가 차기대선주자 지지도에서 2주 만에 1위로 올라섰다.

문 전 대표는 안 의원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각각 1.1%포인트, 1.2%포인트 앞서며 2주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문 전 대표는 수도권(↑2.1%포인트)과 대전ㆍ충청ㆍ세종(↑2.0%포인트), 30대(↑7.5%포인트)와 50대(↑2.4%포인트), 보수층(↑3.0%포인트)과 중도층(↑2.7%포인트)에서 주로 상승했다.

탈당 러시 막아
광폭 인재 영입

1월18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6년 1월 2주차(11∼15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김종인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비정치권, 전문직 중심의 인재영입을 이어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9%포인트 상승한 18.9%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는 안 의원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각각 1.1%포인트, 1.2%포인트 앞서며 2주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문 전 대표는 수도권(↑2.1%포인트)과 대전ㆍ충청ㆍ세종(↑2.0%포인트), 30대(↑7.5%포인트)와 50대(↑2.4%포인트), 보수층(↑3.0%포인트)과 중도층(↑2.7%포인트)에서 주로 상승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보도 참조함)


<min1330@ilyosisa.co.kr>

 

[김종인은?] 

▲1940년 서울 ▲중앙고·한국외대 ▲뮌스터대학교대학원 석·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11, 12, 14, 17대 국회의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박근혜 대선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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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