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더민당 목줄 잡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불붙은 호남민심에 기름 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인재영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월부터 젊은 인재와 파격적인 인사를 영입하며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입명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이탈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하고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목줄을 잡게 됐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최근 몇 년 동안 거물급 인사로 꼽혔다. 1940년 경기도 시흥군 동면 신림리(현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의 손자다.

중도성향 경제통
경제민주화 원조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유학했다. 귀국 후에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다가 유신정권에서 정책자문역할로 경제개발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 신설을 주도하며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1979년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내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른바 국보위)에 재무 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국보위는 초헌법적 반민주기관으로써 신군부 반대세력들의 정치활동 규제, 언론인과 공직자 숙정, 삼청교육대 발족 등 많은 일들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독재 정권을 도왔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여러 정치세력과 번갈아가며 손을 잡았다. 전두환 정권 출범 직후인 1981년 민주정의당(민정당) 비례대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12대(민정당), 14대(민주자유당) 의원으로 승승장구했다.


노태우정권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했다. 사실 김 위원장은 노태우 대통령과의 경제 분야 과외교사로까지 불린다. 그러나, 정작 정권 출범 직후에는 대통령 측근들의 견제로 상대적으로 한직인 보건사회부 장관에 머물러 있다가 기록적인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경제 분야의 전권을 약속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부동산 투기의 원인을 기업의 무분별한 부동산 투기로 봤다. 그래서 공급량 조절을 위해 주요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 매각시키는 5·8조치를 단행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켰다. 이는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재벌 규제로 손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경제 구조 조정과 체질 개선을 주도했으며, 국가의 적절한 시장개입을 통해 재벌과 기업의 폭주를 견제하는 등 균형잡힌 경제적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렇듯 강력한 재벌개혁 추진으로 재벌 쪽에서 가장 껄끄럽게 여기는 인물이 됐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것이 정 회장이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 출마에 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문재인 사퇴하고 김종인 체제 전환
총선까지 진두지휘…임무완수 가능?

승승장구했던 김 위원장은 1993년 안영모 동화은행장에게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의원직을 잃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1991년 12월 청와대로 찾아온 안 은행장으로부터 “은행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는 등 1992년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2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김 위원장은 뇌물수수로 감옥살이를 하며 재판을 받아 결국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받았다.

이후 계속 야인으로 지냈다. 역대 정권의 인사 개편 때마다 경제부총리 혹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으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번번이 입각에 실패했다.


1997년 김대중정권 시절 외환위기(IMF사태) 때 ‘어떻게든 문제투성이인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개혁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과 언론이 김 위원장을 지지했으나, 결국 입각하지 못했다. 2003년 노무현정권 출범 직전에도 경제부총리후보로 강력하게 고려됐으나, 결국 그 자리는 관료출신으로 정권인수위에 참여했던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에게 돌아갔다.

박근혜·안철수
멘토로 불리기도

김 위원장은 뇌물수수로 감옥살이를 하며 재판을 받다가 결국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받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영입 제안을 받아 비례대표로 4선에 성공했다. 이후 임기가 끝나고 이후 다시 야인으로 지내는 동안 강력한 재벌개혁과 부동산 규제를 주장하면서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2010∼2011년 ‘청춘콘서트’를 열며 전국을 누비던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의 멘토로 활약하면서다. 김 위원장은 청춘콘서트에 게스트로 종종 출연했고, 안 교수는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1년 말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 제안을 받고 새누리당에 합류했다. 또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서 활약했다.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의 이론을 정립시켰고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했던 장본인이다.

이렇게 복지 및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는 데 성공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승리했다. 이 기세를 이어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 때부터 사실상 경제민주화 노선을 버리고 창조경제로 선회하면서 김 위원장은 결국 이용만 당하고 토사구팽당한 꼴이 되어버렸다. 이때 김 위원장은 정부 여당과 완전히 결별하게 된다. 이후엔 박근혜 정부에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고 선거 때 박 대통령을 도왔던 일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너무 과욕을 부렸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지난 1월14일, 문 전 대표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김 위원장은 전격 합류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의원이 우리당과 함께해주기로 했다”며 “선대위를 조기 출범시키고 김 전 의원을 당 선대위원장으로 모시려고 한다”고 밝혔다.

“원톱으로 간다”
단독선대위 구성

문 전 대표는 “우리 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또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김 전 의원의 지혜와 경륜이 꼭 필요하다”며 “빠른 시일 안에 당내 동의를 진행한 뒤 김 전 의원을 중심으로 총선 필승을 하고 정권교체까지 바라보는 선대위 구성을 빠르게 마무리해 총선 관리를 맡기겠다”고 말했다.

선대위원장 자리를 두고 김 위원장과 문 전 대표 사이 단독이냐 공동이냐를 두고 긴장감이 흘렀다. 당 안팎에선 한때 문 전 대표와 김 위원장 사이에 출발부터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결국 문 전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 구상을 철회했다. 문 전 대표 사퇴를 요구해 온 비주류 의원들은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당 내부에서는 그 동안 연이은 탈당과 호남민심 이반 등으로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였지만, 김 위원장을 영입한 이후 추가 이탈 움직임이 진정되고 당 운영도 안정화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호남의 한 축인 전북 의원단이 당 잔류를 선언했으며, 총 11명 중 이미 탈당한 유성엽·김관영 의원을 제외한 9명 전원이 돌아왔다. 탈당 후 국민의당에 합류한 권은희 의원의 ‘대항마’로 당 대변인 출신이자 경제통인 이용섭 전 의원이 복당했다.

수도권 탈당의 키를 쥐고 있던 박영선 의원도 김 위원장 합류 이후 당에 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 갈등봉합?…일단 지지율 반등세
국보위 참여 전력…광주쪽 여론 싸늘

광주·전남 의원들의 후속 이탈 움직임도 당 정상화 움직임과 맞물려 주춤하고 있다. 충남지역 의원들도 당 잔류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25일 김 위원장은 문 전 대표 없이 당 선대위 회의를 처음 주재했다. 제1야당 리더로 공식 등장한 김 위원장은 선대위 모두발언에서 “그간 더민주당이 국민에게 준 실망을 어떻게 회복할지”라며 “정치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분들은 당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 우리 당이 변모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발언 이후 열린 당 윤리심판원 전체회의에선 신기남·노영민 의원에 대해 ‘총선 출마 불가’라는 중징계 결정이 났다. 노 의원은 당원자격정지 6개월, 신 의원은 당원자격정지 3개월을 받았다. 신·노 의원은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주류 측 핵심 의원으로 꼽힌다.
 

‘김종인 개혁’은 인적 쇄신이 최종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에서 최소한 현 의석(109석) 이상, 탈당 전 의석수(127석) 이상이 돼야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며 총선 승패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도) 현재보다 한 석이라도 많아야 책임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관건은 ‘사람’이다. 김 위원장은 현역 기득권 타파를 외쳤다. 김 위원장은 “하위 20% 물갈이는 (탈당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광폭행보를 보며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투쟁을 지양하고 정책정당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민주화 담론을 ‘포용적 성장’으로 구체화하고, 선대위 내 ‘새경제위원회’(가칭) 설치를 검토하는 것은 실천 방안이다.

김 위원장 영입으로 문 전 대표가 차기대선주자 지지도에서 2주 만에 1위로 올라섰다.

문 전 대표는 안 의원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각각 1.1%포인트, 1.2%포인트 앞서며 2주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문 전 대표는 수도권(↑2.1%포인트)과 대전ㆍ충청ㆍ세종(↑2.0%포인트), 30대(↑7.5%포인트)와 50대(↑2.4%포인트), 보수층(↑3.0%포인트)과 중도층(↑2.7%포인트)에서 주로 상승했다.

탈당 러시 막아
광폭 인재 영입

1월18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6년 1월 2주차(11∼15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김종인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비정치권, 전문직 중심의 인재영입을 이어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9%포인트 상승한 18.9%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는 안 의원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각각 1.1%포인트, 1.2%포인트 앞서며 2주 만에 선두를 탈환했다. 문 전 대표는 수도권(↑2.1%포인트)과 대전ㆍ충청ㆍ세종(↑2.0%포인트), 30대(↑7.5%포인트)와 50대(↑2.4%포인트), 보수층(↑3.0%포인트)과 중도층(↑2.7%포인트)에서 주로 상승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보도 참조함)


<min1330@ilyosisa.co.kr>

 

[김종인은?] 

▲1940년 서울 ▲중앙고·한국외대 ▲뮌스터대학교대학원 석·박사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11, 12, 14, 17대 국회의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박근혜 대선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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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