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쯔위 사태 주역들

정치적 희생양 된 17세 소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이자 대만 출신인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을 사과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든 방송이 나가자 중국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불거졌고, 결국 소속사 JYP는 쯔위의 사과 영상을 내보낸 것이다. 사과 영상이 나간 직후 대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이번 ‘쯔위 사태’의 주역은 쯔위가 아니다. 쯔위 사태에 부채질한 주역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트와이스가 중국 진출을 타진하는 시점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그룹 내 대만인 쯔위(17)가 국내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중국 내 반대 여론에 부딪쳐서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트와이스의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으로 거슬러간다.

한국인 5명, 일본인 3명, 대만인 1명으로 구성된 트와이스는 방송에서 출신국의 국기를 흔들었다. 쯔위도 대만기를 들었다. 쯔위는 생방송에 출연할 당시, 제작진이 출신국을 알리고자 준비해 준 대만 국기를 몇 초간 흔들었다. 이 장면은 인터넷에서만 방송됐고 TV방송에선 편집됐다.

중국 압박에
즉각 백기투항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는 중국 내에서 대만 독립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이 깃발이 런던 시내에 걸렸다가 중국 대사관의 항의로 철수된 일도 있었다.

당시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던 내용은 지난 8일 논란이 됐다. 대만 가수 황안이 웨이보에 “쯔위가 대만 독립 세력을 부치긴다”며 방송 내용을 공개하면서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태를 터트린 주역으로 꼽는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을 처음 찾아내 ‘대만 독립주의자’로 몰아세운 사람이다.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중국 연애인 황안이 “쯔위가(대만 국기를 흔들며) 대만 독립세력을 부추긴다”며 비난해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는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 영통이다) 정책을 견지하는 중국과 독립을 요구하는 대만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에 양국에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대만 신주 현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넘어가 가수로 활동하는 그는 '반 대만독립 영웅'이라고 자처하며 중화권 연예계에서 정치적 논쟁을 자주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 쯔위 사건으로 인해 대만인들 사이에서 ‘모함꾼’ ‘반간’(이중스파이) 등으로 불리며 대만 역사상 ‘가장 짜증나는 인물’로 등극했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건에 앞서서도 지난 10일 중국판 <무한도전> 프로그램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에 출연한 홍콩 배우 웡헤이(王喜)가 페이스북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를 비하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고자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웡헤이는 당시 방송분에서 얼굴이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됐다.

황안은 또 지난해 대만 가수 크라우드 루(盧廣仲)의 대만독립 지지 발언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 바람에 루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뮤직페스티벌이 취소됐다.

방송서 대만기 흔든 장면 원인
중국서 비난 커지자 바로 사과

그가 당초 대만에서 태어나 가수 생활을 시작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만인들의 분노는 더 크다. 세계에서 가장 취득이 어렵다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여전히 대만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황안은 1993년 유명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 자신의 노래 ‘신원앙호접몽’(新鴛鴦蝴蝶夢)이라는 노래가 실리며 잠깐 인기를 얻었으나 이후 발표한 앨범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쇼프로그램 MC 등으로 방송생활을 이어갔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건에 앞서서도 지난 10일 중국판 <무한도전> 프로그램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에 출연한 홍콩 배우 웡헤이(王喜)가 페이스북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를 비하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고자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웡헤이는 당시 방송분에서 얼굴이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됐다.

그러다 한 연예인의 이혼 은폐 사실을 폭로하는 등 주변 연예인들과 잦은 설화로 역풍을 맞아 대만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뒤 1998년 중국으로 이주, 베이징에 주거지를 두고 중국과 대만을 오가며 방송활동을 펼쳤다.

2013년엔 중국의 한 방송에서 “대만은 괴상한 곳”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처음 황안을 옹호하는 듯 했던 반응도 점차 비판 여론으로 바뀌고 있다.

차이잉원 당선
총통선거 영향

중국이 지지해왔던 국민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고 양안 민중의 감정대립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당도 “대만 역사 60여년간 쓰러지지 않았던 국민당이 황안에 의해 간단히 넘어가고 말았다”며 개탄하는 분위기다.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모함꾼 황안이 양안의 정치적 상호 신뢰를 파괴했고, 16살 소녀를 정치적으로 박해했으며, 양안의 민간관계를 악화시켰다. 그 죄는 백번 죽어도 면할 수 없다”며 “양안 민간교류의 천고의 죄인”이라고 질타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황안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중국어권 미디어에 따르면, 황안이 2014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웨이보에 올린 글과 사진 약 4900여건이 19일 모두 없어졌다. 대만은 물론, 중국에서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지해왔던 국민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고 양안 민중의 감정대립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당도 “대만 역사 60여년간 쓰러지지 않았던 국민당이 황안에 의해 간단히 넘어가고 말았다”며 개탄하는 분위기다.

황안은 이처럼 ‘하나의 중국’에 어긋난 중화권 연예인의 행동을 찾아 곤경에 빠뜨리는 친중 국가주의자로 악명이 높다. 그의 선동으로 중국에서 “쯔위와 JYP가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JYP는 13일과 14일 사과 성명을 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대륙 네티즌의 완승”이라며 환호했다.

당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의 압승이 점쳐져 쯔위의 행동은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지경에 이르자 시장이 반응했다. 지난 15일 쯔위가 모델로 활동하던 LG유플러스는 모델 교체를 발표했다. 트와이스가 화보를 찍었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쯔위는 공식 모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쯔위와 JYP에 대한 반감 기류가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JYP엔터테인먼트 주가는 5.37% 하락했다.

JYP·황안
여론 뭇매


지난 15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두 차례 사과를 했다. 중국 소비자들을 향해 ‘낙작 엎드린’ 사과였다.

이날 오후 늦게 JYP는 웨이보와 유튜브에 쯔위가 직접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해협양·안이 한 몸이며 저는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사과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하지만 발 빠른 대응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특히 16세 쯔위에게 조국을 부정하는 말을 하도록 만든 것은 JYP에 대한 한·중·대만 팬들의 분노만 키웠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황안과 JYP를 향하게 됐다. 황안은 과거 대만기를 들고 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중 잣대’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박진영 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센터 측은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 사과를 하게 한 것은 심각한 인종차별과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17세 소녀가 모국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와 박진영 대표가 중국 누리꾼의 과잉 반응에 굴복해 ‘사죄의 재판대’에 세우고 말았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개 사과는)쯔위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상의한 후 최종 결정한 것”이라며 “강요된 사과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박 대표를 향한 쓴소리가 많다. “돈이 무섭다” “한류의 주인은 중국” 등 중국에 저자세를 취한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소속사의 대응은 대만 여론을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당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6일 차잉원 대만 총통 당선인의 기자회견은 이른바 ‘쯔위 사건’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누구도 대만 정체성으로 사과할 필요 없다. 억압은 양안 관계의 안정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친중파 가수 고자질 원흉
사태 키운 소속사도 책임

쯔위의 유튜브 사과 영상은 500만명 이상이 시청하고 13만 건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대만 선거 막판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현지 언론은 쯔위 사태가 총통 선거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젊은 층의 134만표가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대만 연합보는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쯔위 사건으로 인해 득표율 1∼2% 포인트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홍콩명보도 “연약한 소녀 쯔위가 당한 수난이 유권자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2004년 총통 선거의 천수이볜 저격 사건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웨이보에선 한때 차이잉원과 쯔위의 이름이 검색 차단되기도 했다. 중국과 대만은 이 문제가 확대되는 건 바라지 않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 판공실은 지난 16일 담화에서 “일부 정치세력이 국민 감정을 도발하고 있다. 대만 대륙위원회와 해결 반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황안과 JYP를 향하게 됐다. 황안은 과거 대만기를 들고 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중 잣대’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24일 타이베이에서 황안 반대와 쯔위 지지를 위한 행진 계획을 밝히자 1만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중국 공연 중인 황안은 17일 웨이보에 “다음달 3일 대만에 가서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썼다.

JYP의 거듭된 사과는 역효과만 냈다. 대만 네티즌은 “JYP가 황안의 음악에 맞춰 춤춘 꼴”이라고 비난했다. 국제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 대만분국은 JYP 홈페이지 공격을 선언했다. 지난 17일 오전부터 JYP 홈페이지는 접속되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사과했지만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늦었다”고 썼다. JYP는 최악의 수를 뒀다.

국내 가요계에서도 JYP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K팝이 시장을 확장하면서 아이돌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어 ‘쯔위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데 위기 대응 시스템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류 재점검”

JYP 측도 “소속사로서 국가 간 예민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중가요 평론가 김작가씨는 “JYP의 대처에서 한국의 아이돌 산업이 갖고 있는 취약성이 드러났다. 어린 소녀를 내세워 사과케 하는 건 소속사의 책임감이 결여된 악수였다”고 말했다.

이번 쯔위 사태로 험한류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에 잠깐 나간 장면이 혐한류로 확대될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K팝이 세계에 퍼져나가는 만큼 역사·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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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