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쯔위 사태 주역들

정치적 희생양 된 17세 소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이자 대만 출신인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을 사과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든 방송이 나가자 중국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불거졌고, 결국 소속사 JYP는 쯔위의 사과 영상을 내보낸 것이다. 사과 영상이 나간 직후 대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이번 ‘쯔위 사태’의 주역은 쯔위가 아니다. 쯔위 사태에 부채질한 주역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트와이스가 중국 진출을 타진하는 시점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그룹 내 대만인 쯔위(17)가 국내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중국 내 반대 여론에 부딪쳐서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트와이스의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으로 거슬러간다.

한국인 5명, 일본인 3명, 대만인 1명으로 구성된 트와이스는 방송에서 출신국의 국기를 흔들었다. 쯔위도 대만기를 들었다. 쯔위는 생방송에 출연할 당시, 제작진이 출신국을 알리고자 준비해 준 대만 국기를 몇 초간 흔들었다. 이 장면은 인터넷에서만 방송됐고 TV방송에선 편집됐다.

중국 압박에
즉각 백기투항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는 중국 내에서 대만 독립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이 깃발이 런던 시내에 걸렸다가 중국 대사관의 항의로 철수된 일도 있었다.

당시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던 내용은 지난 8일 논란이 됐다. 대만 가수 황안이 웨이보에 “쯔위가 대만 독립 세력을 부치긴다”며 방송 내용을 공개하면서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태를 터트린 주역으로 꼽는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을 처음 찾아내 ‘대만 독립주의자’로 몰아세운 사람이다.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중국 연애인 황안이 “쯔위가(대만 국기를 흔들며) 대만 독립세력을 부추긴다”며 비난해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는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 영통이다) 정책을 견지하는 중국과 독립을 요구하는 대만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에 양국에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대만 신주 현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넘어가 가수로 활동하는 그는 '반 대만독립 영웅'이라고 자처하며 중화권 연예계에서 정치적 논쟁을 자주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 쯔위 사건으로 인해 대만인들 사이에서 ‘모함꾼’ ‘반간’(이중스파이) 등으로 불리며 대만 역사상 ‘가장 짜증나는 인물’로 등극했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건에 앞서서도 지난 10일 중국판 <무한도전> 프로그램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에 출연한 홍콩 배우 웡헤이(王喜)가 페이스북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를 비하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고자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웡헤이는 당시 방송분에서 얼굴이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됐다.

황안은 또 지난해 대만 가수 크라우드 루(盧廣仲)의 대만독립 지지 발언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 바람에 루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뮤직페스티벌이 취소됐다.

방송서 대만기 흔든 장면 원인
중국서 비난 커지자 바로 사과

그가 당초 대만에서 태어나 가수 생활을 시작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만인들의 분노는 더 크다. 세계에서 가장 취득이 어렵다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여전히 대만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황안은 1993년 유명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 자신의 노래 ‘신원앙호접몽’(新鴛鴦蝴蝶夢)이라는 노래가 실리며 잠깐 인기를 얻었으나 이후 발표한 앨범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쇼프로그램 MC 등으로 방송생활을 이어갔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건에 앞서서도 지난 10일 중국판 <무한도전> 프로그램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에 출연한 홍콩 배우 웡헤이(王喜)가 페이스북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를 비하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고자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웡헤이는 당시 방송분에서 얼굴이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됐다.

그러다 한 연예인의 이혼 은폐 사실을 폭로하는 등 주변 연예인들과 잦은 설화로 역풍을 맞아 대만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뒤 1998년 중국으로 이주, 베이징에 주거지를 두고 중국과 대만을 오가며 방송활동을 펼쳤다.

2013년엔 중국의 한 방송에서 “대만은 괴상한 곳”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처음 황안을 옹호하는 듯 했던 반응도 점차 비판 여론으로 바뀌고 있다.

차이잉원 당선
총통선거 영향

중국이 지지해왔던 국민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고 양안 민중의 감정대립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당도 “대만 역사 60여년간 쓰러지지 않았던 국민당이 황안에 의해 간단히 넘어가고 말았다”며 개탄하는 분위기다.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모함꾼 황안이 양안의 정치적 상호 신뢰를 파괴했고, 16살 소녀를 정치적으로 박해했으며, 양안의 민간관계를 악화시켰다. 그 죄는 백번 죽어도 면할 수 없다”며 “양안 민간교류의 천고의 죄인”이라고 질타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황안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중국어권 미디어에 따르면, 황안이 2014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웨이보에 올린 글과 사진 약 4900여건이 19일 모두 없어졌다. 대만은 물론, 중국에서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지해왔던 국민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고 양안 민중의 감정대립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당도 “대만 역사 60여년간 쓰러지지 않았던 국민당이 황안에 의해 간단히 넘어가고 말았다”며 개탄하는 분위기다.

황안은 이처럼 ‘하나의 중국’에 어긋난 중화권 연예인의 행동을 찾아 곤경에 빠뜨리는 친중 국가주의자로 악명이 높다. 그의 선동으로 중국에서 “쯔위와 JYP가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JYP는 13일과 14일 사과 성명을 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대륙 네티즌의 완승”이라며 환호했다.

당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의 압승이 점쳐져 쯔위의 행동은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지경에 이르자 시장이 반응했다. 지난 15일 쯔위가 모델로 활동하던 LG유플러스는 모델 교체를 발표했다. 트와이스가 화보를 찍었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쯔위는 공식 모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쯔위와 JYP에 대한 반감 기류가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JYP엔터테인먼트 주가는 5.37% 하락했다.

JYP·황안
여론 뭇매


지난 15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두 차례 사과를 했다. 중국 소비자들을 향해 ‘낙작 엎드린’ 사과였다.

이날 오후 늦게 JYP는 웨이보와 유튜브에 쯔위가 직접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해협양·안이 한 몸이며 저는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사과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하지만 발 빠른 대응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특히 16세 쯔위에게 조국을 부정하는 말을 하도록 만든 것은 JYP에 대한 한·중·대만 팬들의 분노만 키웠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황안과 JYP를 향하게 됐다. 황안은 과거 대만기를 들고 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중 잣대’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박진영 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센터 측은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 사과를 하게 한 것은 심각한 인종차별과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17세 소녀가 모국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와 박진영 대표가 중국 누리꾼의 과잉 반응에 굴복해 ‘사죄의 재판대’에 세우고 말았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개 사과는)쯔위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상의한 후 최종 결정한 것”이라며 “강요된 사과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박 대표를 향한 쓴소리가 많다. “돈이 무섭다” “한류의 주인은 중국” 등 중국에 저자세를 취한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소속사의 대응은 대만 여론을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당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6일 차잉원 대만 총통 당선인의 기자회견은 이른바 ‘쯔위 사건’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누구도 대만 정체성으로 사과할 필요 없다. 억압은 양안 관계의 안정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친중파 가수 고자질 원흉
사태 키운 소속사도 책임

쯔위의 유튜브 사과 영상은 500만명 이상이 시청하고 13만 건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대만 선거 막판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현지 언론은 쯔위 사태가 총통 선거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젊은 층의 134만표가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대만 연합보는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쯔위 사건으로 인해 득표율 1∼2% 포인트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홍콩명보도 “연약한 소녀 쯔위가 당한 수난이 유권자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2004년 총통 선거의 천수이볜 저격 사건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웨이보에선 한때 차이잉원과 쯔위의 이름이 검색 차단되기도 했다. 중국과 대만은 이 문제가 확대되는 건 바라지 않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 판공실은 지난 16일 담화에서 “일부 정치세력이 국민 감정을 도발하고 있다. 대만 대륙위원회와 해결 반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황안과 JYP를 향하게 됐다. 황안은 과거 대만기를 들고 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중 잣대’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24일 타이베이에서 황안 반대와 쯔위 지지를 위한 행진 계획을 밝히자 1만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중국 공연 중인 황안은 17일 웨이보에 “다음달 3일 대만에 가서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썼다.

JYP의 거듭된 사과는 역효과만 냈다. 대만 네티즌은 “JYP가 황안의 음악에 맞춰 춤춘 꼴”이라고 비난했다. 국제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 대만분국은 JYP 홈페이지 공격을 선언했다. 지난 17일 오전부터 JYP 홈페이지는 접속되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사과했지만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늦었다”고 썼다. JYP는 최악의 수를 뒀다.

국내 가요계에서도 JYP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K팝이 시장을 확장하면서 아이돌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어 ‘쯔위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데 위기 대응 시스템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류 재점검”

JYP 측도 “소속사로서 국가 간 예민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중가요 평론가 김작가씨는 “JYP의 대처에서 한국의 아이돌 산업이 갖고 있는 취약성이 드러났다. 어린 소녀를 내세워 사과케 하는 건 소속사의 책임감이 결여된 악수였다”고 말했다.

이번 쯔위 사태로 험한류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에 잠깐 나간 장면이 혐한류로 확대될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K팝이 세계에 퍼져나가는 만큼 역사·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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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