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부천 아들 토막사건 전말

악마 같은 아버지의 엽기적 패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부천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하는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아들이 숨진 후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시신을 토막 내 냉동실에 보관하는 등 아버지의 엽기적인 행각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아버지 최모(34)씨가 초등학생 아들 최모(사망 당시 7세)군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냉장고에 냉동보관하고 있던 것을 경찰이 발견한 것. 최씨는 시신의 일부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유기하고 변기에 버리기까지 했다. 최군의 부모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모든 증거가 드러나자 결국 자백했다.

“욕실서 넘어졌다”
발뺌하다 자백

최군은 사건이 드러나기 약 3년 전에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지난 2012년 10월경 씻기 싫어하던 아들을 욕실로 당기는 과정에서 아들이 넘어져 다쳤으며 그 후 별다른 조치 없이 집에 방치했더니 아들이 한달여 만에 숨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변명인 것으로 결론 지어졌다. 이 사건은 최군의 장기 결석을 의심한 초등학교의 장학사의 수사 요청에 의해 밝혀졌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인천 11세 여아 학대 사건의 여파로 각 초등학교마다 장학사를 파견해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던 와중에 피해자 최군이 다니던 부천 모 초등학교에 장기 결석자 전수조사를 위해 파견된 장학사가 장기 결석 아동이 있으니 소재를 알아봐 달라는 내용으로 수사를 요청했던 것.


부천 원미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고 피해자 최군의 부모를 조사하던 중 보관된 시신을 발견했다. 일각에선 관공서의 미흡한 초기 대응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망자 최군은 2012년 3월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최군은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던 3월12일 같은 반 여학생의 얼굴을 연필로 찌르고 옷 2벌에 색연필로 낙서를 하는 등 말썽을 피워 학생폭력자치대책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최군의 부모는 그 문제를 거론하며 학교 측에 홈스쿨링을 한다는 핑계를 대며 최군을 4월30일부터 학교에 출석시키지 않았다.

‘습관적 폭행’ 죽어가는 아이 두고 낮잠
시신훼손해 냉동보관…변기에 버리기도

당시 피해자 최군의 담임교사가 최군 어머니 한모(34)씨에게 “왜 아이가 학교에 오지 않느냐”고 전화로 물었지만 한씨는 “대안학교에 보내거나 집에서 가르치겠다”며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담임교사와 학년부장 교사가 두 차례 최군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 학교가 한 일은 최군 집으로 ‘출석 독촉장’을 두 차례 보내고 최군이 살던 곳 주민센터에 ‘장기 결석하는 학생이 있으니 출석을 독촉해 달라’고 공문을 보낸 게 전부였다.

하지만 주민센터는 학교로부터 공문을 받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학교에 어떤 답변도 보내지 않았다. 학교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주민센터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크게 키운 셈이 된다. 결국 부천시가 문제의 주민센터에 대해 감사를 착수했고 감사 결과 실제로 해당 주민센터는 학교 측의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4년 뒤 파견 나온 장학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세상에 드러났다. 하마터면 사건이 더욱더 늦게 드러날 뻔 했다. 17세가 되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누구나 동사무소를 무조건 한 번은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6∼7년은 더 지나야 드러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음은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최씨의 엽기적인 행각이다.

▲아이 죽어 가는데 낮잠 = 아버지 최씨가 최군을 폭행한 건 2012년 11월7일 저녁.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발로 차는 등 잔인한 폭행이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이후 술을 마신 최씨는 아들이 컴퓨터 의자에 앉아 숨져가고 있는데도 같은 방에서 낮잠을 잤다. 다음날인 8일 오후 잠에서 깬 최씨는 아들이 이상하다고 느껴 출근한 아내 한씨에게 전화를 했다. 한씨가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최군이 숨진 뒤였다.

쓰레기봉투에 담아
시신 일부 유기

▲시신 훼손 전 치킨을 = 최씨는 일단 아내에게 딸과 함께 친정 가 있으라고 했고 다음날인 9일 아내는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8시쯤 허기를 느낀 부부는 치킨을 시켜 먹었고 곧이어 사체를 숨기기 위해 훼손하기로 결정한다.

부천 원미경찰서는 지난 20일 중간 수사상황을 발표하며 “시신 훼손 당일 외부에서 치킨을 시켜 먹은 적이 있다는 공통된 진술이 있었다”며 “카드 사용 내역을 통해 훼손 날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들이 죽은 상태에서 허기를 느껴 치킨을 시켜 먹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얼굴은 냉동실에 =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운동용 가방 2개에 나뉘어 담긴 채 발견됐다. 최씨는 시신을 훼손해 봉지에 담아 신체 일부를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버렸다. 신원을 알수 있는 얼굴 부위는 냉동실에 보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최씨는 아들의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이유에 대해 “경찰에 신고하면 상습폭행 혐의가 드러나 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면서 “시신이 부패하면 냄새가 날 것 같아 냉동보관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발각되지 않아 무뎌졌다”고 진술했다. 최군 시신이 발견될 당시 이를 조사한 국과수는 최군의 시신에서 피부 조직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체포 시 대응요령 검색 = 최씨는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 인터넷을 통해 경찰 체포 시 대응요령을 검색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아내 한씨가 경찰에 출석하자 체포 시 대응요령 등을 검색한 결과를 보내주기도 했다.

▲딸은 정상적으로 키워 = 이들 부부가 최군의 여동생인 딸은 학교에 제대로 보냈고 주위 사람들이 볼 때 별다른 문제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왜 유독 아들에게만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의문이다. 최군의 여동생이 다니는 인천 모 초등학교 관계자는 “교사들이 2014년 입학한 최군의 여동생에게서 지난 2년간 학대나 구타 등 범죄피해의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고 특이한 점도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한씨는 남편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사실을 알고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딸의 육아 문제가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친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다. 다친 경우도 있었지만 병원에 간 적은 없었다”면서 “아들이 숨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최군 부모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있다. 성격평가, 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 프로파일러 면담 등의 심리분석조사에서 최씨는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준의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최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홀어머니 아래서 과도한 ‘경제적 가장’의 역할을 요구 받으며 자란 것으로 분석됐다. 최군의 어머니 한씨 또한 부모는 있었지만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임 상태에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최군 부모가 모두 방치와 방임 등의 성장기를 거친 특징이 있고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고립된 삶을 산 것으로 분석했다.

체포시 대응요령 검색
허기져 치킨 시켜먹어

경찰 관계자는 “최군 부모 모두 정상적인 자녀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최군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들에 대한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씨와 아내 한씨는 2003년 11월부터 동거해오다 2005년 5월 숨진 최군을 낳고 혼인신고하게 됐다. 최씨는 당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게임 캐릭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최씨의 지인에 따르면 최씨는 20대 초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었다.

2005년 6월에는 사기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2004년 10월부터는 인터넷 포털과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카페를 만들어 놓고 사제폭탄, 청산가리, 엑스터시 등을 판다고 광고해 이를 보고 연락해온 피해자들에게 43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부모가 모두 구속되면서 혼자 남은 어린 딸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육을 대신할 친·인척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황. 딸 최(10)양은 현재 보호시설에서 돌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와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최양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일시보호시설에 인계됐다. 최양은 지난 14일 어머니 한씨가 경찰에 긴급 체포된 후 곧바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랑 못 받고
자라 그랬다?

이후 16일과 17일 한씨와 최씨가 잇따라 구속되면서 최양은 보호자가 없는 상태가 됐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친·인척 등으로부터는 연락이 없는 상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최양 처럼 일시적으로 보호자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거나 아동학대 등으로 보호자로부터 아동을 격리해야 할 경우 등이 발생하면 아동복지시설인 일시보호시설에서 아동을 보호하게 된다. 이후 상황에 따라 양육대책을 수립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은 최양의 심리 상태와 특성 등을 고려해 위탁가정에 맡기거나 학대피해아동쉼터 보호 등 여러 양육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최양은 현재 특별한 이상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향후 여러가지 상황과 검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거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신 훼손 사건이 발생한 때인 2012년 당시 최양은 5살이었으며 현재는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엄마 아빠가 오빠를 버린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식을 죽여놓고 이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오로지 사건으로 인해 자신들에게 오는 피해가 최소한이 되는 것에만 모든 관심과 정신을 쏟고 있는 듯 하다. 7살짜리 자식을 죽게 한 데에는 자신들도 어려서부터 받아온 학대와 소외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받았왔고 이런 것이 결국 아들을 죽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들을 죽게 하고 그 시신을 엉망으로 만들어 시신 일부를 냉동실에 넣은 채 지내온 기간은 40여개월. 냉장고 앞에서 밥을 먹고 냉장고에 시신이 있는데 평소와 같이 행동했다.

네티즌들은 '인간으로서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짐승들도 제 자식을 죽이는 법은 없는데...' '어떻게 사람의 탈의 쓰고…'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살해한 증거가 없는 최씨에게는 폭행치사죄가 적용됐다. ‘아들을 목욕시키기 위해서 욕탕으로 데려 가던 중 최군이 넘어져 큰 충격을 받아서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최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 것이다.

최군이 죽은 지도 40개월이나 되어 증거를 찾기 힘들다.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최씨의 폭행에 의해 위중한 상태에 빠져 죽게 되었다는 증거를 잡아야 하는데 40개월이 지났기에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다분히 최씨는 이런 것을 노리고 시신을 그렇게 오랫도록 냉장 보관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폭행치사만?
법원 판단은…

그렇다고 살해까지 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이들을 단지 폭행치사죄로만 적용시켜야 할까? 이 사건에 모든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법원도 최대한의 형량을 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에게는 폭행치사 이외에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이 적용될 것이며 이들의 반성 없는 모습에 가중처벌 될것이라 여겨진다. 이 경우 최씨는 최대 37년형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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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