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체 추적 ‘문정영농조합 조합원 갈등’ 내막 1탄

“지금 문정동에서 엄청난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문정동 영농단지에서 엄청난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도 문정영농단지의 조합원들에 의해서다. “조합설립 과정에서부터 정관의 변경, 처분총회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인 절차는 하나도 없고 조합장의 막무가내 식의 독단과 일부 동조세력의 서류조작에 의해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희생 위에 시대행업체만 배를 채우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송파구 문정동 일대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도시개발 사업 부지로 선정, 고시하면서 투기열풍이 분 지역이다. 소위 ‘딱지’라고 불리는 토지매입권이 700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일부 거래의 프리미엄은 1억2000만원까지 갔다. 이러한 열풍 끝에 3개 조합이 결성됐다. 각 조합의 사업지는 문정동 8-1블럭, 8-4블럭, 8-5블럭 등이다.

각 사업지마다 크고 작은 문제와 다툼이 만연했지만 문제의 8-4블럭은 “조합장의 전횡에 의해 조합원들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여러 건의 소송으로 비화되면서 심각성이 고조된 상태다.

설립단계부터
서류조작?

모델하우스 공개 이후 상가 및 오피스텔 분양까지 완료된 시점인데도 “조합을 새로 결성해서라도 조합원들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 말에 출범한 ‘조합원 권리회복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새해 들어 다수의 조합원들이 가세하는 중이다.

비대위는 늦어도 2월 초순까지 현 조합장의 해임과 시대행사와의 계약파기를 위한 총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조합원들의 합류가 이어지면서 그 동안 소문으로만 돌았던 조합장의 전횡 및 시대행사와의 결탁을 증명할 증거와 증인이 확보되고 있다”면서 “반드시 조합원들의 권리를 회복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전횡 논란이 일고 있는 문정동 8-4블럭의 사업주체는 원래 문정영농조합(이하 문정조합)이다. 조합장은 대치동에서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문모(50)씨. 그러나 현재의 사업주체는 시대행사로 선정된 R사다. 문정조합이 SH공사로부터 받은 토지우선매입권을 R사에 양도함으로써 사업주체가 바뀐 것이다. 조합원들은 사업주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의 불법과 전횡이 무수히 자행됐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시각이 단순한 마녀사냥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송파경찰서에 “문정영농조합 설립 당시 조합장의 지시로 25명의 서류와 도장을 위조했다”고 자백한 증인이 나타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자백을 예사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향후의 파장 때문이다. 수사기관으로부터 문서위조가 확인될 경우 위조를 지시한 조합장과 이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법적처벌이 뒤따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조합의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사업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SH공사의 규정에 따라 문정조합의 사업권이 박탈되는 수순이 뒤따르게 된다. 따라서 ‘문정조합 설립 당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자백의 등장은 8-4블럭의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여기에 문 조합장이 조합정관을 손 댄 부분도 SH공사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정관의 기본 기재사항 및 대표자의 직무권한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SH공사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당초 SH공사가 8-1, 8-4, 8-5블럭 조합들에게 ‘대표자 직무권한 왜곡금지’를 못 박은 것은 조합관련 사업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조합장의 전횡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그런데 문정조합은 이 부분에 손을 댔다.
 

변경된 조합정관 11조를 보면 <조합장 및 임원의 직무> 4항 ‘시대행사 선정권(시대행사와 조합의 공동시행계약체결권)’과 5항 ‘시대행사가 개별조합원에게 지급할 조합원 배당금액의 결정권’을 조합장의 권리에 포함시켜 놨다. SH공사가 금지한 행위를 대놓고 저지른 것이다.

조합 처분총회 전
이미 사업권 넘겨

조합 사업에 있어 시대행사 선정과 배당금 조건에 대한 결정은 특정 개인이 결정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금기 사안이다. 조합원 개개인의 재산권이기 걸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중대한 사안은 총회를 개최해서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는 의결을 거쳐야 한다.

조합원들 입에서 “시대행사 선정권, 조합원 배당금액 결정권을 조합장이 갖도록 정관을 변경한 것은 처음부터 조합원들의 권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말이 도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조합원 박모(50)씨는 ‘SH공사 기만설’을 제기하고 있다.

“조합장이 SH공사에 조합설립 당시의 정관만 보내고 이후 변경한 정관은 일부러 감추는 방식으로 SH공사를 기만했다”는 얘기다.   

SH공사가 금지하는 정관변경을 강행한 이후의 조합장의 행보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시대행업체를 세 번이나 갈아치운 것이다. 조합원 김모(52)씨의 말이다. “처음 데려 온 H사와 두 번째 데려 온 U사는 조합원에게 개인당 9000만원 이상의 현금 보상을 약속했다. 그런데 조합장이 그 계약을 파기하더니 최종적으로 R사와 계약했다. R사의 조합원 보상금액은 7000만원으로 세 업체 중 최악의 조건이다. 이게 정상으로 보이나?”

게다가 시대행사 선정과정에서 낯 뜨거운 추문도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정모(46)씨의 증언이다.

“문 조합장이 H라는 업체로부터 뒷돈을 몇 억 받기로 한 모양인데 그것을 예전 임원 한 명이 알고 와서는 엄청나게 따진 적이 있다. 그 돈을 혼자 다 먹으려고 사실을 숨겼냐는 항의였다. 조합장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것을 나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봤다.”

이러한 추문은 현재 ‘문 조합장과 R사가 모종의 대가를 주고받기로 결탁한 것이 확실하다’는 조합원의 판단에 배경이 되고 있다.
 

여기에 조합원들이 제대로 화가 나게 한 사건이 터졌다. 작년 1월 경 “문 조합장이 조합원들 재산을 멋대로 팔아먹었다”는 말이 돌더니 뒤이어 문 조합장이 R사와 체결한 ‘사업권 양수도 계약서’가 공개된 것이다.

처분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는 후 체결됐어야 할 계약이 사전에 계약서로 작성됐다는 것을 예사로 넘길 사람은 없었다. ‘처분총회 무산 시 배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조합원들을 크게 자극했다.

“말이 안 되지만 시대행사 선정권과 조건협상권이 조합장에게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내 동의 없이 맘대로 처분할 권리가 조합장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동의도 없는데 내 재산, 내 권리를 조합장 맘대로 넘기다니, 그런 게 어디 있나. 배임이고 사기다!”

조합원 김모(61)씨가 “조합원들이 조합장과 R사에게 사기 당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리인에게 집 열쇠 맡겼다고 집안 물건을 다 팔아도 된다고 허락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조합원 재산권을 조합장이 독단 매각?
비상대책위 호소에 검찰개입 임박한 듯

사업권 양도 계약서의 유출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조합장을 파면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문 조합장과 그를 따르는 임원들이 “나중에 사후 추인을 받으려 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쉽지가 않았다.

이후 조합장이 개최한 처분총회에 조합원들이 ‘불참 전략’으로 대응한 것이다. 결국 계약서의 추인을 받고자 시도된 처분총회는 세 차례 모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그런데 지난해 4월10일 열린 네 번째 처분총회는 달랐다.

문 조합장이 “직접 참석 17명, 위임장 제출 130건으로 성원이 됐다”고 선포한 이후 R사에게 사업권을 양도하는 계약서의 추인을 강행한 것이다. 개회선언 이후 3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처분총회는 현재 불법 논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처분총회 당시의 동영상을 직접 열람해보니 “정상적인 처분총회가 아니다”는 주장에 수긍이 갔다. 회의장 안에서는 의사발언 중인 감사가 퇴장당하는가 하면 조합의 총무이사는 입장조차 저지당했다. 위임장을 지참한 몇몇 조합원의 입장이 거부되는 장면에서는 “억울하면 소송해!”라고 소리치는 주최 측 사람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물론 이날 입장 거부된 일부 조합임원과 조합원들이 잠자코 있지는 않았다. SH공사로 공문을 보내 “서면동의서에 포함된 인감서류 날자와 동의서 날짜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절차적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처분총회 승인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요청은 수용되지 않았다. SH공사가 8-4블럭의 처분총회를 승인한 것이다. 첨부된 서류 중에 1년 전에 발급한 인감증명서가 무수히 나올 것이라는 주장도 SH공사 담당자를 설득해 내지 못했다.

‘추인 자체가 반칙"
"처분총회도 불법?’

조합원과 조합임원 명의의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처분총회가 승인된 배경은 무엇일까. SH공사 담당자는 “인감증명서 발급 날짜까지 모두 확인했으나 이상이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총무이사 및 운영위원들이 요구한 승인보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또한 “모든 것을 서류로 심사를 할 뿐 이해 관계자의 말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다”며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SH공사 담당자의 답변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합임원과 운영위원의 사전경고와 서면 요청이 있었던 만큼 제출된 회의록의 검증 또한 이뤄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위임장이 조작되었다고 나선 조합원도 5명이나 존재했다.
 

조합원들이 “전화 몇 통 돌려봐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을 SH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안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름 근거가 있는 셈이다.

최소 14일 이전에 소집공고를 하도록 한 정관을 위반한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조합원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문정조합 총무이사 박순임(46)씨는 “앞서 시도됐다 무산된 3차례의 처분총회 과정에서 동일한 필적의 동의서 수 십 장과 1년 전에 발급된 다수의 인감증명서를 직접 목격했다”며 증언에 힘을 싣고 있다.

조합원 상당수는 문제가 많은 처분총회가 승인된 것은 SH 담당자와 조합장 간 혹은 SH 담당자와 R사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가 SH공사 담당자에게 처분총회 관련 서류의 열람을 요청했지만 불허됐다. “조합원이 와도 보여줄 수 없고, 조합임원이 와도 열람이 안 된다”는 것이다. 감사원이나 검찰, 서울시 등의 개입 없이는 조합원들이 SH공사의 승인과정을 검증할 방법이 만무한 상태다.

시대행사 약속 불이행
조합원들 "역차별 발끈"

처분총회를 둘러싼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R사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모델하우스 공개 이후 실시된 사전청약에서 오피스텔과 상가 대부분이 절찬리에 마감된 것이다. 마감 결과 문정조합원들이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분양받은 케이스가 매우 적었다. 일반분양을 한 탓이다. 조합원들이 “10년 넘게 기다린 조합원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다.

“조합장이 제시한 R사의 문건에는 잔금의 상계처리가 약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다. 조합원들에게 상가나 오피스텔을 우선해서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말도 거짓말로 판명됐다. 조합원은 손가락 빠는데 R사는 이번 사업으로 200억원의 수익을 본다. 도대체 누가 이 지경을 만들었겠나?”

한 조합원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은 까닭은 역차별 발언이 꽤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조합원 둘 이상만 모이면 “조합장이 업체로부터 이익을 나누자는 약속을 받고 엄청난 사기극을 저질렀을 것”이란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이러한 추측은 군중심리에 의한 조합원들의 막연한 추측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을 보면 터무니없는 마녀사냥으로 치부하기도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일부 조합원은 문 조합장이 자신과 관련한 여러 소송에서 대형로펌이 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딱지 한 장 가진 사람이 얼마나 이익을 본다고 그 비싼 로펌을 고용해서 대응하겠느냐는 것이다.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R사가 조합장의 변호사 비용을 부담했거나 정산 후 받기로 하고 빌려줬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조합원들의 판단이다.
 

신탁사가 발행한 수익증권이 204명 조합원의 개별 명의가 아닌 문정조합 명의로 통합발행 된 점도 조합원들에게는 야합의 증거(?)로 비춰지고 있다. 조합청산에 들어갈 때까지 조합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조합명의 수익증권이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저지른 의도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조합사무실이 사실상 폐쇄된 것도 의혹 증폭의 요인이 되고 있다. 조합원들이 받은 ‘조합사무실 이전’ 문자를 받아 찾아간 주소지에는 조합사무실이 발견되지 않았다. 건물 구석에 간판 없는 출입문이 하나 있었지만 그나마 잠겨있었다.

현재 조합원들의 시선은 ‘조합장과 R사의 야합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 수준에서 ‘분명히 야합을 했다’는 확신 단계로 이동 중이다. 그러나 정작 의혹의 눈총을 받는 조합장과 R사는 아무런 해명과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에 대해 “어떠한 것도 대답할 말이 없다(조합장)”거나 “귀 신문사의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R사)”는 입장만 알려왔다. “반론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문자에도 일체 반응이 없었다.

문 조합장과 R사가 취재요청을 회피하는 동안에도 비대위는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세력을 불리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원이 조금만 더 모이면 문정조합이 아닌 다른 이름의 조합을 새로 결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3주 이내에 총회를 개최해서 현 조합장의 해임, R사와의 계약 파기, SH공사에 신규조합 신고 등의 수순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정조합이 설립 단계부터 처분총회까지 무수한 절차적 하자와 비리가 있었음이 드러난 만큼 새 조합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조합이 직접 사업을 해야 R사가 도모하고 있는 200억원의 수익이 200여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명분이다.

새 조합 만들어
조합사업 재추진 

한편, 비대위의 행보와 별개로 주목되는 움직임이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검찰에 문정영농조합과 관련한 비리제보가 계속 수집되는 만큼 조만간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언급하고 있다. 감사원 주변에서도 “문정동 사업부지와 관련해서 SH공사에 대한 감사 타이밍을 조율중”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조만간 문정동 일대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 예견되는 이유다.

‘조합장 치고 감옥 안 가는 사람이 없다’는 속설이 문정동 일대에 회자되는 가운데 문정단지 조합장이 예외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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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