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특집 7>연예계 ★들의 ‘별별’ 유흥문화 훔쳐보기

“텍가라오케에서 ‘무한 일탈’꿈꾼다”

많은 사람들은 연예인을 좋아하고 동경하며,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스스로 연예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우리 시대에 연예인이란 새로운 ‘영웅’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행보가 TV에 중계되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이라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비록 대중들의 눈을 피해서 놀기는 하지만 그들도 어디선가는 유흥과 화류계의 쾌락을 즐기고 있다. 때로는 불법 도박으로 여가를 즐기기도 하지만 자칫 그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연예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놀까. 유흥가 관계자들을 통해서 ‘그들만의 노는 법’을 집중 취재했다.

연예인들, 대중의 눈 피해 유흥과 화류계 쾌락 즐겨
텍가라오케와 룸살롱 연예인 출입 업소 인기 1순위


연예인들의 유흥 방식은 일반인들과는 비교적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른바 ‘끼’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번 놀아도 더 화끈하고 질펀하게 노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러한 끼를 아무 곳에서나, 그리고 아무하고나 발산하기는 힘들다. 그저 편하게 농담을 하면서 놀고 싶지만, 그 모습이 외부에 비춰지면 오해를 살 여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일탈감과 해방감 속에서 마음껏 놀고 싶은 욕구도 강렬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끼 마음껏 펼쳐…

유흥가에서 그들이 노는 곳으로 선호하는 1순위는 단연 텍가라오케와 룸살롱이다. 텍가라오케는 ‘테크노’와 ‘가라오케’의 합성어이다. 나이트클럽이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일반인들이 함께 노는 장소라면 텍가라오케는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그들만의 파티가 벌어지는 곳이다.

이 텍가라오케는 연예인들이 딱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폐쇄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거기다가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 심지어 텍가라오케에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까지 부를 수 있다. 평소에 알고 있던 자신의 지명인 아가씨를 불러서 놀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자신들이 원하는 노래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텍가라오케 DJ들이 바로 현장에서 노래를 틀어주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무한대의 일탈’을 추구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한 텍가라오케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요즘에 젊은 연예인들 사이에는 텍가라오케가 1순위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남녀 연예인들이 함께 모여서 놀 때에는 텍가라오케 아니면 가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그 모습을 봤을 때 소문이 퍼지는 것은 한순간인데다가 곧바로 다음 날이면 ‘스캔들’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밀폐된 곳에서 자신들만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을 무척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곳에서 이른바 ‘2차’라고 불리는 것도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2차’까지 염두에 두면서 이런 곳에 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저 ‘신나고 가볍게 놀고 간다’는 개념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때로 연예인의 성향에 따라서 ‘하드코어’하게 노는 경우도 많다. 특히 ‘유흥의 끼’가 강하다는 영화배우들은 한바탕 ‘난리’를 치면서 텍가라오케를 제대로 즐긴다는 것. 관계자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보자.

“연예인들은 워낙 끼가 많아서 그런지 정말 그들이 노는 걸 보고 있노라면 배꼽 잡을 때가 많다. 거기다가 술을 먹고 미친 듯이 놀기 때문에 그 자리가 다 끝나면 거의 탈진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제대로 놀고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만큼 함께 자리에 들어가는 DJ들이나 나가요 아가씨들도 정말 재미있고 신나게 놀 뿐만 아니라 다음에도 또 그런 자리를 기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질펀하게 노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 정도나 될까. 물론 이곳에서도 맥주를 먹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값비싼 양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한 병에 백만원 단위가 넘어가는 비싼 양주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찾는 연예인들은 물론 이곳에 출입하는 일반인들 역시 상당한 부유층의 자녀들이 많아 그만큼 ‘노는 물’이 다르다는 것.

이러한 텍가라오케의 경우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연예 기획자 관계자들, 영화사 관계자들, 그리고 방송사 PD나 작가들도 자주 오는 곳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러니까 연예 비즈니스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지명아가씨와 놀 때는…‘2차’보다 ‘하드코어’가 대세
나이대 있는 연예인들 룸살롱에서 ‘도박’판 벌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연예인들이 전부 다 텍가라오케만 가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나이가 든 연예인들의 경우 텍가라오케의 분위기는 낯설고 생경할 따름이다. 따라서 그들이 주로 가는 곳은 바로 룸살롱. 가장 전통적이지만, 또한 밀폐된 공간이 제공되기 때문에 여전히 연예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연예인들이 종종 들린다는 강남의 한 룸살롱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곳에 연예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사람들인지는 절대로 밝힐 수 없다. TV에서 보기만 해도 바로 아는 얼굴들이기 때문에 룸살롱 측에서도 특별히 보안에 주의하고 있으며 나가요 아가씨들에게도 입단속을 철저하게 시키고 있다. 특히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연예인들이 한번 오면 보통 질펀하게 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TV에서는 가정적으로 보이는 유부남들도 한번 젊은 아가씨들을 앉혀주고 술을 주면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연예인들은 주변에 젊은 여성들도 많을 것 같은데, 룸살롱 아가씨들에게 더 ‘환장’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연예인들도 사람인지라 일반 남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이 팁도 후하게 주고 술도 비싼 것을 먹기 때문에 아가씨들도 그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씩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진상을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손님’인데, 진상을 부린다고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룸살롱에서 술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일부 룸살롱 관계자들은 ‘연예인들이 종종 룸살롱에서 불법 도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룸살롱만큼 불법 도박을 하기에 좋은 곳도 없다. 완벽한 밀폐와 보안유지, 그리고 한정된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는 그 공간에서는 사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잘 알 수가 없는 이유에서다. 연예인들의 도박장면을 직접 목격했다는 웨이터 최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일반적인 술 손님인줄 알고 서빙을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테이블에 만원짜리랑 오만원짜리가 수북하게 쌓여있고 정신없이 카드를 돌리고 있었다. 나에게 팁을 주기는 했는데, 얼굴도 안쳐다보더라. 얼굴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금방 연예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업소 측에서는 그런 걸 제재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술값이랑 아가씨 팁만 받으면 그만이지 룸 안에서 무슨 짓을 어떻게 하는지 무슨 상관이겠는가. 어쨌든 그때 처음으로 연예인들이 룸에서 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뒤에 주변의 웨이터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니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룸살롱을 도박장소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꼭 연예인들만은 아니다. 사채업자, 부동자 업자들, 부유층들도 가장 안전한 도박장의 하나로 룸살롱을 꼽고 있는 것. 실제 룸살롱에서 도박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는 사실은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룸살롱이 도박을 하기에는 안전한 장소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룸살롱이 가장
안전한 도박장소?

물론 연예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즐기는 유흥과 가벼운 도박을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은 연예인이 일반인들과는 사뭇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런 점에서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좀 더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인’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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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