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루와 전 여자 친구였던 작사가 최희진씨의 이별 과정을 둘러싼 폭로공방전이 일단락 됐다. 이루의 아버지인 태진아로부터 갖은 모욕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유산까지 종용받았다고 주장하던 최씨가 사과문 형식의 각서를 쓰고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태진아 측은 지난 9월7일 오후 9시20분경 서울 서초동의 법무법인 원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속 시원히 속내를 밝힐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과는 달리 기자회견은 10분만에 졸속으로 끝나 의구심을 남겼다.
작사가 최씨 각서 쓰고 직접 사과…
유사 행동 안 하는 조건, 받아들여
이루의 법률 대리인 조광희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최희진이 이루에게 사과했다. 우리는 사과를 받았기에 최희진이 각서대로 한다면 그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최희진이 쓴 각서를 공개했다.
아버지에 구원문자
최씨 부모가 설득
태진아는 기자회견이 열린 날 오후 법무법인 원에서 변호사와 최희진씨의 부모가 입회한 가운데 최씨로부터 사과문 형식의 각서를 받았다.
최씨는 기자회견에 앞서 일부 취재진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개 숙였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너무 화가 나서 잠시 이성을 잃었다”며 “태진아 선생님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각서에는 “임신 낙태 유산을 하거나 그 과정에서 어떠한 모욕을 했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서 명예를 훼손하고 금전을 요구한 점 깊이 반성하며 가수 태진아와 이루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만일 유사한 행동을 할 경우에는 제가 저지른 명예훼손 협박 공갈 기타 여지껏의 모든 행동에 대해 달게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자숙을 하겠다” “혼란을 끼친 국민들에게도 용서를 구한다” “제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감안해 인간으로 참기 어려운 모욕을 당하면서도 나의 잘못된 행동을 끝까지 인내해준 태진아와 이루에게도 감사드린다” 등의 표현도 등장했다. 각서 끝에는 최씨 본인의 서명과 지장도 있었다.
이날 자리에 동행하기 위해 전라도 광주에서 상경한 최씨의 부모는 태진아에게 “공개 사과에 앞서 개인적으로나마 선생님께 사과하고 싶다”는 말도 꺼냈다.
최씨의 아버지 역시 취재진들에게 지난 6일 딸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직접 보여주며 용서를 구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준 해당 메시지에는 ‘아버지 저 좀 한번만 살려주세요’라고 최씨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태진아는 기자회견 직전 일부 매체를 불러 사과 일체의 과정을 지켜보도록 허락했다.
기자회견은 오후 9시20분경 이루,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수 십여 명의 취재진들이 몰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낙태 종용설 등 재차 폭로성 글을 쓰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던 최씨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조 변호사는 “최씨의 발언 이후 그 동안 사건에 관련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해 왔다”며 “법적 증거 자료를 마련했다는 얘기에 최씨 측에서 심리적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최씨가 이루 측에 명예 훼손한 내용은 이미 인터넷상에 공개된 것과 같고, 그동안 최씨가 보낸 편지나 이메일 등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씨가 용서를 구한 마당에 그 과정에 대해서는 말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각서는 최희진씨의 부모가 그녀를 설득해 데려왔고, 각 측의 동의하에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서명 날인했다”고도 밝혔다.
“이전에도 금품 요구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 변호사는 “용서를 구한 마당에 그런 얘기를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각서, 각 측의 동의하에
본인이 작성, 서명 날인
검은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취재진 앞에 선 이루는 지금까지 아버지 태진아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을 모두 맡기고 침묵했던 이유에 대해 “2년 동안 무대가 그리웠고, 무대를 위해 열심히 앨범을 만들었고, 그 앨범에 참여한 분들이 많다. 너무나 그리웠던 무대라 내가 이런 일로 인해 활동을 못하게 된다면 그 분들의 노고를 저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상황에서도 활동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루는 이어 “이번 일로 인해 좀 더 성숙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많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밝은 소식으로 찾아뵙는 이루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씨가 제기했던 교제 및 유산설 등과 관련해 속 시원히 속내를 밝힐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단 10분만에 졸속으로 끝나 허무함을 남겼다. 이루와 함께 최씨를 공갈 협박했다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태진아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의구심을 남겼다. 최씨는 회견장을 찾았지만 그녀의 입을 통해서는 단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그녀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에 대한 해명도 없이 문서화된 각서만이 공개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좁은 사무실에 몰렸던 80여명의 취재진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루“이 상황에서도 활동하려 노력”
기자회견 10분만에 끝나 의구심 남겨
한편 기자회견 후 최씨는 또다시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사과가 아닌 화해라는 글을 올렸다. 이루 측이 사과했다고 말한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최씨는 8일 오전 7시57분 자신의 미니홈피 게시판에 ‘정정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자신의 각서에 대해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고 밝혔다.
최씨는 “어젯밤 법무법인 원에서 태진아 선생님과 저희 부모가 만나 것 사실입니다. 그러나 몇몇 단어나 문맥에 의해 그 뜻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바로잡고 싶습니다”며 “제가 이루에게 일방적인 사과한 것 아닙니다. 화해죠.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고 화해는 그동안 서로의 오해와 앙금을 푸는 것인데 어떻게 같겠습니까?”고 자신의 행위가 사과가 아닌 화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어 “그리고 돈, 저 한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며 “저한테 사과문 받아서 이루한테 보여주는 사진들 보셨죠? 이게 태진아의 잘못된 자식 사랑입니다. 이루가 왕자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또 “긴 말하기 힘듭니다. 제가 좀 더 욕을 먹는다 해도 이젠 체력이 달려서 더 싸울 수도 없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현주소인가 봅니다”며 “그래도 지나가는 말로라도 힘내라는 당신 이름, 잊지 않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태진아 측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해프닝으로 보고 있다”며 “상황은 계속 체크 중이고, 최씨가 유사행동 시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한 만큼 문제가 있을 시에는 즉시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품요구 했나’ 질문에
“얘기하고 싶지 않다”
태진아는 아들 이루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하고 있는 작사가 최씨와 약 2주일간에 걸쳐 공방을 펼쳤다. 지난 8월27일 최씨가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폭로 공방전으로 치달았던 이번 사태는 마무리 됐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