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보복행정 논란> 권익위 결정 보니…

“일방적인 대행복구 중단하라”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잔디로골프텔과 전라북도 정읍시 간 갈등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잔디로의 손을 들어준 것. 정읍시가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잔디로의 ‘산지 대행복구 중지’민원에 대해 정읍시에 시정권고하기로 결정했다. 권익위는 최근 전북 정읍시 부전동 1065 외 1필지에서 진행 중인 산지 대행복구를 중지할 것을 의결했다.

보험금 받아가

잔디로는 2011년 8월 유스호스텔 건축 목적으로 정읍 부지의 허가를 받았으나 2013년 9월 취소됐다. 이후 산지복구 공사를 시행하던 중 복구기간이 초과됐다는 이유로 대행복구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전계고 및 의견제출 기회 없이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게 잔디로 측의 주장이다.

잔디로 관계자는 “산지복구가 미완료된 상태에서 정읍시는 대행복구를 한다는 뜻과 그 사유를 문서로 알리지 않았다”며 “그러고선 서울보증보험에 예치해놓은 산지복구비 보험금 11억3400만원을 청구해 전액 받아갔다”고 토로했다.

정읍시는 충분히 기회를 줬다는 입장이다. 당초 1년1개월의 공사기간을 줬는데도 모자라 공사가 지연됐다는 것. 수차례에 걸쳐 복구를 촉구하면서 ‘기일까지 완료하지 못할 경우 대행복구를 할 계획’임을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정읍시 측은 “잔디로가 고지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지 못해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했다”고 맞받아쳤다.

잔디로는 정읍시의 산지 대행복구에 대한 고충을 권익위에 제기했고, 권익위는 잔디로의 손을 들어줬다. 권익위는 정읍시에 시정 권고한 이유에 대해 산지관리법, 행정절차법, 판례 등을 들었다.

산지관리법 제41조 제1조에 따르면 기간 내에 복구를 완료하지 않으면 대행하게 하고 비용을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하게 돼있다. 권익위는 이 규정이 일반적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정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행정목적을 위해 국민의 신체·재산 등에 실력을 가해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고자 하는 침해적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

따라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처분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정절차법 제21조 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엔 미리 ▲처분의 제목 ▲당사자의 성명 또는 명칭의 주소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근거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제출하지 않을 시 처리방법 ▲의견제출기관의 명칭과 주소 ▲의견제출기한 등의 사항을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사전통지·의견제출 기회없이 결정
“위법·부당 판단” 시에 시정 권고

권익위는 정읍시가 잔디로에 이런 내용을 통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전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절차법 제21조 4항은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 ▲법령 등에서 요구된 자격이 없거나 없어지게 된 사실이 법원의 재판 등에 의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 ▲해당 처분이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통지를 안 해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다른 법령 등에서 필요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지 않아도 당사자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등 참조)


권익위는 “정읍시는 잔디로에 행정절차법에 따라 소정의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 기회를 제공했어야 하는데 해당 사항을 통지하지 않았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읍시는 복구기한이 만료되기 약 12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산지복구 착공을 촉구하면서 기한까지 완료하지 못하면 행정대행 집행 계획을 고지한 게 사전통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복구공사를 신속히 완료하라는 의사의 통지로서 효력은 인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기회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잔디로가 복구공사를 50% 정도 진행했고, 복구공사를 수행할 의사를 내비친 점도 권고 이유로 꼽혔다. 권익위는 “허가지의 대행복구 중지를 구하는 잔디로의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허가지의 대행복구를 실시한 정읍시의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잔디로와 정읍시는 청소년 유스호스텔과 온천개발 사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정읍시가 내장산 입구에 추진했던 잔디로의 사업 허가를 갑자기 취소하고 산지 원상복구 명령을 하면서다. 잔디로는 전임 시장 때 정읍시와 투자 협정을 맺어 공사를 시작했지만, 현 김생기 정읍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업에 먹구름이 끼었다.

양측은 온천 사업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잔디로는 정읍시로부터 온천공 개발을 허가 받았으나, 이 또한 갑자기 취소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잘못된 행정절차

세간의 시선은 정읍시 결정에 쏠린다. 권익위의 권고를 받으면 통보받는 날부터 30일 이내에 처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다만 권익위 의견대로 조치하기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를 다시 심의할 수 있다.


<kimss@ilyosisa.co.kr> 

 

[권익위는?] 

행정기관의 부당한 처분이나 불합리한 제도로 권리나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청하면 된다. 권익위는 접수된 민원 내용을 심의해 행정기관에 제도개선 권고 등 시정 조치를 요구한다.

민원이 제기된 행정기관은 관련 자료를 권익위에 제출하도록 요구받는다. 담당 조사관은 사실관계 조사를 마친 뒤 전원위원회나 소위원회에 보낸다. 위원회는 사실관계, 증거 등을 심의한 뒤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한다. 가장 강력한 형태의 처리 결과는 시정 조치·제도개선 권고다.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83개 행정기관이 모두 1904건의 권익위 권고를 받았다. 이 가운데 1618건(85%)에 대해 시정 조치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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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