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기름값 희비

웃는 정유사 우는 주유소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올해 정유업계는 4사 통합 영업이익 5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주유소업계는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폐업 급증과 함께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일선 주유소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확연한 온도차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국제유가가 연일 바닥을 치고 있다. 통상 유가 하락이 해당 업계의 침체로 이어졌던 전례에 따르면 걱정이 클 법도 하건만 정유사들은 예상 밖으로 담담한 모습이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더라도 별 문제 없다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그러나 일선 주유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형편없는 마진율과 출혈 경쟁으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석유라는 공통분모를 가질 뿐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존재하는 셈이다.

장사 잘했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비약적인 실적 반등을 경험했다. 아직 정확한 4분기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5년 전체를 놓고 볼 때 BIG4 정유사들이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은 유가 하락 속에서도 2015년에 4조6000억원 흑자가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3분기까지 4590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올렸다.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인 2000억원을 합산하면 2015년에 6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7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 2011년 이래 최대치다.

원재료인 원유를 전량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업종 특성상 저유가는 곧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2014년에 약 1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상황은 조금 달랐다.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석유 수요 확대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저유가에 따른 제품 가격 하락은 수요를 증가시켰고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됐다. 중국과 중동의 정제설비 증설이 지연됨에 따라 반사이익까지 누렸다.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손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1년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배럴당 30달러에 접어든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안 보이지만 가격 폭락을 이끈 공급과잉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OPEC 회원국들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급구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충분히 좋은 내색을 할 법 하건만 정유사들은 아직까지 몸을 잔뜩 움츠리는 모양새다. 수익성 개선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중동 및 중국의 정제설비 확충이 마무리되면 정제마진이 다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미국 금리인상의 후폭풍으로 영향을 받을 경우 석유제품 수요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유가 하락 요인이 많지만 상승 가능성을 무작정 배제하긴 힘들다”며 “저유가가 위기만은 아니란 게 판명된 만큼 정유사들이 올해의 분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유사들과 달리 주유소업계는 말 그대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호실적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정유사들의 모습과는 극명히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한국주유소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주유소 갯수는 총 1만2215개로, 4년 전인 2011년 1만2901개에 비해 686개나 감소했다. 현재 휴업 중인 주유소 수는 532개로 나타났다.

정유사 5조대 영업익 ‘보너스 잔치’
뚝 떨어진 마진…위기 맞은 주유소

주유소 줄폐업은 2011년부터 기름값 안정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표면화된 양상이다.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뛰어 넘는 유가 고공 행진이 거듭되던 당시 정부는 기름값 안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공기업이 운영하는 알뜰주유소 건립에 힘을 쏟았다. 사실상 정유사를 상대로 기름값 인하를 요구하기보다 주유소업계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 정책에 힘입어 알뜰주유소는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00개 이상 생겼다. 기존 주유소 운영자들은 알뜰주유소와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인 알뜰주유소로 인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주유소업계가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주유소업계는 영업마진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입장이다. 사상 초유의 저유가로 주유소들이 가격 출혈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휘발유 1리터를 팔아도 겨우 30원을 손에 쥐는 주유소들이 허다하다.

지난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411.7원이다. 이중 세금 874.7원과 정유사에 지불하는 437.4원을 제외하고 나면 99.7원이 남는다. 전주보다 휘발유 값이 10원 더 떨어지면서 마진은 더 떨어졌다.

인건비와 임대료, 유통비용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수중에 남는 돈은 리터당 20~30원 안팎이다. 주유소협회가 산출한 적정 마진인 리터당 100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금액이다.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이마저도 벌기 어렵다. 게다가 올해부터 매출 10억원 이상 사업자를 신용카드 매출세액 공제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의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잇단 줄폐업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싸지면서 손님은 많아졌지만 정작 남는 게 없다”며 “기름값 안정화 정책을 추진할 때부터 일선 주유소들의 희생을 강요하더니 정유사만 배불리고 주유소들은 다 죽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폐업 불가’ 주유소 휴업 느는 이유

폐업이 아닌 휴업을 선택하는 주유소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휴업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폐업비용 때문이다.

폐업을 하기 위해서는 주유탱크 주변 토양오염검사비와 정화비용, 구조물 철거 등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영세 주유소들은 폐업을 꺼리면서 휴업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임대를 추진하더라도 불경기 탓에 여의치 않다.

휴업 주유소가 늘어나면서 또 다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단기간 수익보전을 위해 임대를 줬다가 가짜석유를 유통시키기는 등 범죄에 악용되거나 석유탱크 관리부실이 환경오염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주유소 폐업 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타 업계와의 형평성과 예산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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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