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대형사건 맡는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VIP 호위대’ 중수부 부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전국 단위의 대형 사건을 전담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편향 수사로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가 사실상 부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에는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는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새해 첫 대국민 메시지로 ‘부패 척결’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의 ‘사정 수사’ 특별팀이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지난 6일, 2016년 상반기 고검검사급 인사를 통해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별수사단)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거나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의 수사를 전담할 한시적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장과 팀장에 특별수사 분야에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최우수자원을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한시적 TF
중수부 역할

단장에는 지난해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이끌며 육해공의 1조원대 비리를 파헤친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그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원전비리 합동수사단도 이끈 경험이 있다. 이외 단장 아래 1팀, 2팀으로 구성된다.

김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 혜광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부산지검 강력부 마약담당 검사 재직 시절 마약수사 최우수 검사로 선정돼 화려한 이력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 부장검사를 거쳐 대검찰청 검찰기획단장, 대구지검 제2차장검사,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재직 당시 BBK 사건을 비롯해 IBM의 660억원대 납품 비리사건, 제이유그룹 로비사건, 경기도 안성시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시행업자의 정관계 로비사건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으로 근무하며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케이블’ 사용 등 원전과 관련한 각종 비리와 원전마피아를 수사하는 원전비리수사단 단장을 맡아 이명박정부 ‘왕차관’으로 불린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한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납품업체 등 관계자 153명을 재판에 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을 이끌면서 군 고위직 간부를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52명을 구속하고, 최윤희 전 합참의장을 비롯한 장성급 11명(현역 1명·예비역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떨어진 별만 29개에 달한다.

400여일의 활동 기간 동안 합수단이 규명한 비리 금액은 약 1조원이다. 합수단 수사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지난달 있었던 검사장 인사 발표에서 제외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강조해 온 새로운 특별수사 TF(태스크포스팀)의 책임자로 일찌감치 낙점받았다.

김 단장은 강한 추진력을 가졌으면서도 합리적인 리더십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솔선수범하는 스타일로 선후배 검사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대통령 ‘부패 척결’ 새해 메시지
다음날 ‘사정 수사’ 특별수사단 신설


특별수단장 아래 특별수단 1팀, 2팀으로 구성했다. 중수부장 아래 1과, 2과처럼 업무도 비슷하게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에서 1과는 정치인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비리, 2과는 대기업 비리를 주로 맡았다.

주영환 부산고검 검사(연수원 27기)가 1팀장,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연수원 27기)이 2팀장을 맡았다. 이들의 면면만 봐도 1팀에선 고위공직자 비리, 2팀에선 기업 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1팀장을 맡는 주 검사는 인천지검 외사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유병언 일가’ 검거팀을 이끌었고 지난해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단'에 참여한 베테랑 검사다. 주 검사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수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 기소했고,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을 수사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파헤치기도 했다.

2팀장에 임명된 한 부장은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2006년 현대자동차 횡령·배임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또 채규철 전 도민저축은행 회장과 도로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대형 건설사 전·현직 상무급 임원 등을 법정에 세웠다.

특별수사단은 단장-대검 반부패부장-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로 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수사기구 위상도 갖추게 됐다. 검찰은 김수남 검찰총장 직할 특별수사단 신설을 놓고 옛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활이 아닌 한시적 TF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장이 직할하는 지휘체계뿐 아니라, 구성과 규모 면에서도 사실상 대검 중수부 부활이라는 해석이 많다.

기업·공직 수사
전문 검사 배치

중수부 1981년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검찰청의 공직자 비리수사처로 공안부와 함께 검찰의 양대 중핵을 이루어온 핵심 부서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下命)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 · 장영자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한보사건, 김현철씨 비리사건, 이용호게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중 서거로 정권마다 편향 수사 논란이 일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중수부 폐지를 내세웠고, 2013년 4월 중수부를 폐지했다.

특별수사단은 아직 평검사와 수사관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사만 11명 가량인 대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를 비롯 부장검사가 팀장인 2개 팀에는 상황에 따라 각기 4명 안팎의 검사 파견이 추진되고 있어, 수사관까지 최소 30명의 인원이 예상된다. 대검 중수부가 3개과에 총 인원이 70명 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지만, 특별수사단은 인력을 각지 검찰청에서 파견 받기 때문에 언제든 몸집을 불릴 수 있다.

중수부의 기능이 사실상 부활한 데는 청와대 차원의 재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정부패 대응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은 “부패특별수사단은 총장이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지휘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중수부 폐지 후 검찰총장은 눈에 띄게 힘이 빠졌다. 오히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과의 ‘직거래’를 통해 굵직한 하명수사를 진행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특별수사단 신설은 이 같은 상황을 일거에 뒤집기 위한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더구나 사건이 터지면 전국 검찰의 역량을 총결집하던 중수부 때와 달리 최근 검찰의 특수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우려도 특별수사단 신설로 연결됐다.

앞서 김현웅 법무장관도 신년사에서 “특별수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수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부정부패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믿음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의 첫 수사테마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기업비리나 공직비리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의심이 없도록, 중수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 검찰은 각종 사건 처리에서 정권 편향적인 결론이 많았다는 점에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총선, 내년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도 문제다.

중수부와 유사
기획수사 착수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특별수사단 설치가 박근혜정부의 집권 4년차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임기 말로 치닫고 있는 올해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정권의 개혁동력을 확보하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관가와 재계는 첫 번째 타깃이 어디일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빚다가 폐지된 대검 중수부를 꼼수로 부활했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특별수사단이 중수부와 다르다고 말한 점은 ‘한시적 조직’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 부활 논란에 대해 “중수부와 ‘형태’는 같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수부와 같은 법에서 정한 정식 직제기구나 창설조직이 아니라 한시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지시로 급조?
정치적 편향수사 우려


일반적으로 한시적 조직은 특정한 과제가 생겼을 때 만들어지고 업무가 끝나면 해체된다. 하지만 특별수사단은 당장 특정한 과업이 생겨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 물론 전국단위 대형 부패수사, 중수부 해체 후 약해진 수사력 보완 등 과업이 있지만, 이는 ‘한시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중수부 부활 등 비판을 고려해 ‘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일상적인 업무가 주어지는 사실상 상설조직처럼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특별수사단에 대해 “기존 중수부와 겉으로 드러나는 행태는 같지만 운용상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설명한다. 그러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수사력이라는 장점은 살리고, 정치적 중립, 공정성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단이 마땅히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별수사단은 한시적인 기구여서 법률적인 규정이 따로 없다. 대검은 내부 운영지침을 마련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디까지나 내부지침일 뿐이다.

지속적으로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특별수사단은 중수부처럼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지시하는 사건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직속
대형사건 전담

사실상 검찰총장이 좌지우지하는 조직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검찰총장의 지시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수부를 폐지할 때 주요 이유가 된 ‘하명수사’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올해 치러질 총선이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 세력에 치명타를 줄 만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다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min1330@ilyosisa.co.kr> 

 

[김기동은?] 

▲경남 진주(64년생) ▲부산 혜광고 ▲서울대 법대 ▲육군법무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 ▲부산지검 검사 ▲법무부 인권과 검사 ▲서울지검 검사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서울고검 검사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 ▲대검연구관 겸 검찰기획단장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대구지검 2차장검사 ▲대전고검 차장검사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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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