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대형사건 맡는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VIP 호위대’ 중수부 부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전국 단위의 대형 사건을 전담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편향 수사로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가 사실상 부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에는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는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새해 첫 대국민 메시지로 ‘부패 척결’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의 ‘사정 수사’ 특별팀이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지난 6일, 2016년 상반기 고검검사급 인사를 통해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별수사단)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거나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의 수사를 전담할 한시적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장과 팀장에 특별수사 분야에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최우수자원을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한시적 TF
중수부 역할

단장에는 지난해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이끌며 육해공의 1조원대 비리를 파헤친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그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원전비리 합동수사단도 이끈 경험이 있다. 이외 단장 아래 1팀, 2팀으로 구성된다.

김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 혜광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부산지검 강력부 마약담당 검사 재직 시절 마약수사 최우수 검사로 선정돼 화려한 이력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 부장검사를 거쳐 대검찰청 검찰기획단장, 대구지검 제2차장검사,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재직 당시 BBK 사건을 비롯해 IBM의 660억원대 납품 비리사건, 제이유그룹 로비사건, 경기도 안성시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시행업자의 정관계 로비사건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으로 근무하며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케이블’ 사용 등 원전과 관련한 각종 비리와 원전마피아를 수사하는 원전비리수사단 단장을 맡아 이명박정부 ‘왕차관’으로 불린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한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납품업체 등 관계자 153명을 재판에 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을 이끌면서 군 고위직 간부를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52명을 구속하고, 최윤희 전 합참의장을 비롯한 장성급 11명(현역 1명·예비역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떨어진 별만 29개에 달한다.

400여일의 활동 기간 동안 합수단이 규명한 비리 금액은 약 1조원이다. 합수단 수사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지난달 있었던 검사장 인사 발표에서 제외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강조해 온 새로운 특별수사 TF(태스크포스팀)의 책임자로 일찌감치 낙점받았다.

김 단장은 강한 추진력을 가졌으면서도 합리적인 리더십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솔선수범하는 스타일로 선후배 검사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대통령 ‘부패 척결’ 새해 메시지
다음날 ‘사정 수사’ 특별수사단 신설


특별수단장 아래 특별수단 1팀, 2팀으로 구성했다. 중수부장 아래 1과, 2과처럼 업무도 비슷하게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에서 1과는 정치인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비리, 2과는 대기업 비리를 주로 맡았다.

주영환 부산고검 검사(연수원 27기)가 1팀장,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연수원 27기)이 2팀장을 맡았다. 이들의 면면만 봐도 1팀에선 고위공직자 비리, 2팀에선 기업 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1팀장을 맡는 주 검사는 인천지검 외사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유병언 일가’ 검거팀을 이끌었고 지난해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단'에 참여한 베테랑 검사다. 주 검사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수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 기소했고,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을 수사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파헤치기도 했다.

2팀장에 임명된 한 부장은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2006년 현대자동차 횡령·배임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또 채규철 전 도민저축은행 회장과 도로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대형 건설사 전·현직 상무급 임원 등을 법정에 세웠다.

특별수사단은 단장-대검 반부패부장-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로 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수사기구 위상도 갖추게 됐다. 검찰은 김수남 검찰총장 직할 특별수사단 신설을 놓고 옛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활이 아닌 한시적 TF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장이 직할하는 지휘체계뿐 아니라, 구성과 규모 면에서도 사실상 대검 중수부 부활이라는 해석이 많다.

기업·공직 수사
전문 검사 배치

중수부 1981년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검찰청의 공직자 비리수사처로 공안부와 함께 검찰의 양대 중핵을 이루어온 핵심 부서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下命)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 · 장영자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한보사건, 김현철씨 비리사건, 이용호게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중 서거로 정권마다 편향 수사 논란이 일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중수부 폐지를 내세웠고, 2013년 4월 중수부를 폐지했다.

특별수사단은 아직 평검사와 수사관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사만 11명 가량인 대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를 비롯 부장검사가 팀장인 2개 팀에는 상황에 따라 각기 4명 안팎의 검사 파견이 추진되고 있어, 수사관까지 최소 30명의 인원이 예상된다. 대검 중수부가 3개과에 총 인원이 70명 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지만, 특별수사단은 인력을 각지 검찰청에서 파견 받기 때문에 언제든 몸집을 불릴 수 있다.

중수부의 기능이 사실상 부활한 데는 청와대 차원의 재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정부패 대응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은 “부패특별수사단은 총장이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지휘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중수부 폐지 후 검찰총장은 눈에 띄게 힘이 빠졌다. 오히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과의 ‘직거래’를 통해 굵직한 하명수사를 진행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특별수사단 신설은 이 같은 상황을 일거에 뒤집기 위한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더구나 사건이 터지면 전국 검찰의 역량을 총결집하던 중수부 때와 달리 최근 검찰의 특수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우려도 특별수사단 신설로 연결됐다.

앞서 김현웅 법무장관도 신년사에서 “특별수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수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부정부패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믿음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의 첫 수사테마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기업비리나 공직비리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의심이 없도록, 중수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 검찰은 각종 사건 처리에서 정권 편향적인 결론이 많았다는 점에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총선, 내년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도 문제다.

중수부와 유사
기획수사 착수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특별수사단 설치가 박근혜정부의 집권 4년차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임기 말로 치닫고 있는 올해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정권의 개혁동력을 확보하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관가와 재계는 첫 번째 타깃이 어디일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빚다가 폐지된 대검 중수부를 꼼수로 부활했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특별수사단이 중수부와 다르다고 말한 점은 ‘한시적 조직’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 부활 논란에 대해 “중수부와 ‘형태’는 같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수부와 같은 법에서 정한 정식 직제기구나 창설조직이 아니라 한시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지시로 급조?
정치적 편향수사 우려


일반적으로 한시적 조직은 특정한 과제가 생겼을 때 만들어지고 업무가 끝나면 해체된다. 하지만 특별수사단은 당장 특정한 과업이 생겨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 물론 전국단위 대형 부패수사, 중수부 해체 후 약해진 수사력 보완 등 과업이 있지만, 이는 ‘한시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중수부 부활 등 비판을 고려해 ‘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일상적인 업무가 주어지는 사실상 상설조직처럼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특별수사단에 대해 “기존 중수부와 겉으로 드러나는 행태는 같지만 운용상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설명한다. 그러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수사력이라는 장점은 살리고, 정치적 중립, 공정성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단이 마땅히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별수사단은 한시적인 기구여서 법률적인 규정이 따로 없다. 대검은 내부 운영지침을 마련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디까지나 내부지침일 뿐이다.

지속적으로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특별수사단은 중수부처럼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지시하는 사건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직속
대형사건 전담

사실상 검찰총장이 좌지우지하는 조직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검찰총장의 지시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수부를 폐지할 때 주요 이유가 된 ‘하명수사’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올해 치러질 총선이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 세력에 치명타를 줄 만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다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min1330@ilyosisa.co.kr> 

 

[김기동은?] 

▲경남 진주(64년생) ▲부산 혜광고 ▲서울대 법대 ▲육군법무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 ▲부산지검 검사 ▲법무부 인권과 검사 ▲서울지검 검사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서울고검 검사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 ▲대검연구관 겸 검찰기획단장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대구지검 2차장검사 ▲대전고검 차장검사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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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