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또 호출 받은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 내정자

‘땜빵 장관’에 나라경제 맡겨도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을 함께할 집권 후반기 5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 나가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교체하고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부처의 후임을 인선했다. 박 대통령은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표적인 ‘친박’인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청와대는 지난 12월21일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유일호 의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유 내정자에 대해 경제정책과 실물경제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정무적 역량을 바탕으로 4개 개혁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관료+정치인
퓨전형 인사

유 내정자는 1955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전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198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입사해 1996년 한국조세연구원 부원장에 부임하기 전까지 7년간 연구 생활을 했다. 김준경 KDI 원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연구를 함께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를 기억하는 관계자들은 유 내정자의 성품을 추켜세웠다. KDI와 펜실베이니아 대학 동문인 한 관계자는 유 내정자에 대해 “귀가 열려 있는 분이다. 권위로 후배를 누르거나 하지 않고 늘 의견을 경청한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갈등을 잘 조절해 낼 수 있는 포용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조세와 재정분야에 통달한 전문가다. KDI 재정팀을 거치며 재정과 지출에 대한 균형감각을 키웠다. 1998년 조세연구원장을 맡아 3년 연속 연구기관 평가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금융학회, 한국경제학회 이사를 거쳤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유 내정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에 거물 야당정치인이었던 유치송 전 민주한국당 총재의 아들이다. 유치송 전 총재는 해공 신익희 선생의 비서 출신이다. 유 내정자 역시 대학시절 유신 반대 운동을 해서 구금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복귀 1개월 만에 또 내각으로
최경환과 비교하면…장악력 떨어져

유 내정자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 19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새누리당 대변인을 거쳐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원내대표일 때 수석 부의장과 의장을 연달아 맡으며 호흡을 맞췄었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유 내정자는 당초에는 ‘친이’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19대 국회에서 친박으로 넘어온 ‘월박’으로 분류된다. 18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다.
 

유 내정자는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가나다’ 순에 따라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과 옆자리에 앉았다. 이 전까지는 박 대통령과 직접적 인연이 없었던 유 내정자는 이 인연을 계기로 승승장구한 것이다. 유 내정자는 박 대통령 당선 이후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경제 부총리 내정자로 관운을 발휘해 이른바 ‘옆박’으로까지 불린다.

유 내정자는 내정 이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잘 이끌어 나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며,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 부총리가 확장적 기조를 이끌었지만, 확장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한 정책은 아니었다”면서도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 내정자의 이번 인선에 대해 논란이 많다. 유 내정자는 ‘총선용 1차 개각’에 포함돼 국토부 장관직을 사퇴하고 지난달 국회에 복귀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다시 내각으로 돌아가게 돼 ‘돌려막기’ 인사가 아니냐고 지적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최측근 실세인 최경환 전 부총리가 이번 개각을 통해 새누리당에 복귀, 당내 친박을 결집시키고 총선 공천경쟁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경환 돌려보내기’ 개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회전문 인사
세번째 요직에

유 내정자는 국토부 장관 재임 시절 부동산 건설과 교통 분야에 취약해 색깔있는 정책을 펴지 못했다. 청와대가 최 전 부총리에 이어 또 친박인 유 내정자를 내세운 것은 기존 정책을 잘 마무리지을 적임자로 본 까닭인 듯하다.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대책, 4대 개혁, 경제관련법안 통과 등 현안이 첩첩이 쌓였다.

무엇보다 유 내정자가 최 전 부총리와 차별화된 정책을 펼칠 공간이 넓지 않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내년 정책 방향은 모두 마련돼 있다. 새 부총리가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내년도 경제 운영의 큰 틀이 담긴 ‘2016년 경제정책방향’은 지난 12월16일 확정·발표됐다. 최 전 부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실렸을 뿐 유 내정자와의 교감은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유 내정자의 이런 행보는 국토부 장관을 맡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재임 시절 국토부 장관이 있느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애초 유 내정자가 총선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국토부에서 오래 일할 생각이 없었다.

유 내정자를 두고 여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경제 위기를 타파하고 꽉 막힌 정국을 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전문성을 찾을 수 없는 총선 지원용 개각”이라며 비판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개각 대상자들을 언급한 뒤 “이번 인사들은 전문성과 명망을 두루 갖춘 인사들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 과제와 4대 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유 내정자에 대해선 “경제통으로 경제 위기에 빠져 있는 현 대한민국을 경제 재도약의 길로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20년 조세·재정 전문학자
4대 개혁에 드라이브 예상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땜질식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라는 것 외에는 별 특징을 찾을 수 없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유 내정자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었다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났던 인물로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기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지난 국토부 장관 청문회 당시 유 내정자는 배우자와 장남의 위장전입 의혹과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자녀가 중·고교 입학을 앞둔 1993년과 1996년 두 차례 서울 강남 8학군으로 위장전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 내정자는 “(위장전입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위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아파트를 5억9900만원에 사들였지만 구청에 취득신고가를 4억800만원으로 축소 신고해 취등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다운계약서 작성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유 내정자 본인과 부인, 장남 명의 재산은 총 8억2697만원이다.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과 이천시 율면 월포리에 합계 4억6184만원 상당 토지와 서울 중구 소공로에 8억1600만원 상당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기조 유지
청문회 쟁점은?

기재부는 이번주 안으로 유 내정자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 내정자가 위장전입 의혹과 다운계약서 작성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 청문회를 통과한 만큼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지 않는 한 청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 내정자에게 바통을 넘겨줄 최 전 부총리는 지난해 6월13일 내정돼 25일 만인 7월8일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min1330@ilyosisa.co.kr> 

 

[유일호는?] 

▲1955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 초빙교수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한국금융학회 이사 ▲한국경제학회 이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대통령자문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18·19대 국회의원 ▲박근혜대통령당선인 비서실장 ▲새누리당 대변인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기사 속 기사> 이준식 사회부총리 내정자는?
자타공인 재테크의 달인  


지난 12월21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내정된 이준식 전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공대 교수 출신이다. 공대 출신이 교육부장관에 임명된 것은 2008년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서울대에서 석사를 마친 후 미국 버클리대에서 열 및 물질전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임용돼 정밀기계공동연구소장, BK21차세대기계항공시스템 창의설계 인력양성산업단장, 마이크로열시스템 연구센터 소장을 거쳐 서울대 연구처장과 연구부총장을 지냈다.

여야가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7일 열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 내정자 부부의 부동산 재산형성과정과 둘째 딸의 한국 국적 포기 등 개인신상 관련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 12월24일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이 내정자는 서울 광진구의 오피스텔을 비롯하여 모두 4곳의 부동산 22억원 가량을 신고했다.

부동산 재산형성 과정 의문
청문회서 뜨거운 쟁점 될듯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이 내정자와 배우자는 서울 광진구의 최고가 주상복합 아파트(76평형)를 비롯해 목동(50평형)과 서초동(22평형 2채) 등에 모두 4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며 “이는 실거래가로 따질 경우 최저 36억2000만원에서 최고 39억3500만원에 이르는 재산 규모”라고 주장했다.

이 내정자는 자신과 배우자의 재산으로 16억6480만원을 신고했다. 부부 공동 명의로 서울 광진구 오피스텔(9억3242만원·기준시가 기준)을, 이 후보자 본인 재산으로 예금과 콘도·골프 회원권 등 9억4342만원을 보유했다. 배우자 명의의 재산은 광진구 오피스텔 외에 서울 양천구 아파트와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2채, 승용차 2대,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 등에 금융기관 채무와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7억2137만원을 신고했다. 동거하는 이 후보자의 모친은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이어 정 의원은 이 내정자의 차녀가 이중국적을 보유하다가 현재는 미국 국적만 갖고 있고, 주민등록상 동거인인 장녀·사위와 손녀도 미국에 장기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조리와 특권이 논란인 가운데 장관후보자의 재산축적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며 “이 후보자의 재산형성 과정은 물론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인사 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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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