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현수막 대란

“건물 막으면 장사는 어떻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선거사무소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으로 일부 업주와 선거사무소 간 잡음이 일고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의 현수막은 크기도, 갯수도 제한이 없어 일조권이나 영업권이 침해당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지난 12월21일 안산천혜그레이스빌딩 입주자와 이혜숙 국회의원 예비후보간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11월9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천혜그레이스빌딩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입주했다. 이곳은 중앙역, 고잔신도시와의 접근성이 뛰어나 시장과 국회의원 등 당선자를 양성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지역 정계에서는 ‘선거 명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런 가운데 이 예비후보는 내년 총선 후보자 등록을 마친 지난 12월16일 이곳 건물 벽면에 대형 현수막 2개를 설치했다.

곳곳서 갈등 폭발

하지만 이 현수막이 이곳 3∼5층에 있는 웨딩홀 외벽을 가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웨딩홀 측은 현수막 때문에 일조권 침해는 물론 웨딩홀이 마치 정치 성향을 띤 것으로 오인받아 예약 취소가 줄을 잇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웨딩홀 측에 따르면 이 예비후보 측이 현수막을 걸기 전부터 수차례 찾아왔으나 3∼5층을 소유한 천모씨가 지난 19대 총선 기간에 현수막 거는 것을 허락했다가 입었던 영업적 피해를 생각해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예비후보 측이 이 거절을 무시하고 직원이 퇴근한 시각에 현수막을 걸었다고 증언했다.


웨딩홀 관계자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비상탈출구와 주방의 환풍구까지 현수막으로 가려지면서 안전사고의 걱정까지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월17일에는 웨딩홀 주방 종업원이 면도칼로 현수막 일부를 훼손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또 웨딩홀 측이 12월19일 밤 크레인을 동원해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면서 이 예비후보 측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 예비후보 측은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예비후보는 “저는 적법하게 입주 점포주 과반이 넘는 분들과 상인회장의 동의를 받았다. 그런데 제 현수막을 다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제가 게시하기 몇 시간 전에 웨딩홀에서 갑자기 제작하여 파란색 현수막을 달아서 방해한 것이다”라며 “설사 잘못된 현수막이라 해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떼어내야 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현행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구분소유자의 과반수로 관리단 집회의 의사를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선거관리위원회 측으로부터도 사전 검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모씨는 “3∼5층은 내 소유인데 내가 안 된다고 말을 했고 관리 사무실에도 허락을 안 받고 밤에 몰래 올라와 현수막을 거는 게 어떻게 적법한 절차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사이트에는 갑자기 생겨난 선거사무실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당구장 주인의 글이 올라왔다.

당구장을 운영 중인 B씨는 동의 없이 설치된 예비후보자의 대형 현수막 때문에 자신의 당구장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건물 5층에 선거사무실이 들어오면서 입주자의 동의도 없이 주말 새벽 기습적으로 벽 3면에 현수막이 설치된 것이다. 이에 창문에 붙어있던 당구장 로고와 네온싸인, 창틀에 설치된 환풍기 등 모든 것이 막히고 실내는 햇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암흑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본격 선거운동…건물외벽 사진 두고 잡음
“법적 문제없다” 피해 고스란히 입주민에

B씨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겠다고 나오신 분이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아도 되는것이냐”며 “오직 자신의 당선만을 위해 지역주민의 생존권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이런 무대뽀 같은 인물이 어떻게 지역발전에 기여를 하겠습니까”라며 분노했다. 또 그는 “정치보다는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인성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하며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이에 논란이 된 현수막의 주인공 안성욱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처음에 건물주와 건물에서 영업을 하시는 분들께 양해를 구했고 합의를 본 후 올렸던 사항 이었다”라며 “현재 상가에 영업하시는 분들께 다른 방안으로 합의점을 찾아 현재는 좋은 분위기에 합의가 마무리 되었다”고 밝혔지만 이 글은 각종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져나가 세간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권 현수막 논란은 2014년 총선 때에도 있었다. 지난 2014년 대형 현수막으로 인한 피해를 당했다는 A씨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때문에 곤란한 경험을 했다. 건물 외벽을 뒤덮은 국회의원 후보의 대형 현수막 때문에 자신의 영업점 일부가 가렸기 때문이다.

가로 30m, 세로 20m의 거대 현수막 때문에 일조권 침해는 물론 영업점을 찾아오는 고객까지 위치를 찾지 못해 혼란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A씨는 해당 선거사무소에 “현수막이 창문과 간판을 가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자 그제서야 현수막을 비껴달았다”며 “아무리 선거기간이라지만 햇빛을 가리고 영업을 방해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거리에 나가보면 곳곳에 후보자들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한개의 현수막이 건물 2~3층을 뒤덮는 것도 있고 한 건물에 여러개의 대형 현수막이 걸린 곳도 많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지역에는 어김없이 대형 현수막이 건물 외벽에 내걸려있다. 이러한 대형 현수막은 건물주와의 협의 하에 내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건물주는 “선거사무소가 입점하면서 현수막 문제로 관계자가 찾아와 양해를 구했다”며 “나라의 일꾼을 뽑는데 협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선거사무소 아래층에서 영업점을 운영하는 세입자는 “관계자가 선거기간만 현수막을 달겠다며 조금만 불편해도 이해해달라며 찾아왔는데 거절하기도 곤란했다”고 말했다.

훼손시 오히려 처벌

실제로 건물을 가리는 대형 현수막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해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자의 선거운동 사항 중 현수막에 대해선 크기나 갯수 등에 제한이 없으며 선거사무소와 해당 업주간의 협의사항일 뿐 일조권 침해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실정이다”라며 “오히려 임의로 현수막을 옮기거나 훼손하는 등 허용된 선거운동을 정당한 사유없이 방해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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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