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가 MBC 드라마에 대해 ‘촬영 거부’를 선언했다. 미지급 출연료를 이유로 방송 3사 외주제작 드라마 출연 거부를 선언했던 한예조는 KBS, SBS와는 미지급 출연료 문제 해결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MBC와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자칫 다음주부터 MBC 드라마가 방송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BS·SBS 합의, MBC 조정 중
방송사·외주사 저작권전쟁 여파
한예조는 지난 9월1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촬영거부 출정 기자회견에서 “한예조는 출연료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모든 연기자들의 뜻을 모아 2010년 9월1일자로 MBC와 SBS 외주제작드라마 10편에 대해 전면 촬영거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예조는 “7월31일까지 MBC와 SBS에서 미지급된 출연료가 MBC 22억원, SBS 11억5000만원에 달한다”라며 “우리는 구걸을 하는 것이 아니다. 땀흘려 일한 대가, 마땅히 받아야 할 출연료를 지급해달라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KBS 미지급 출연료 보증 약속
한예조는 이어 “두 번 다시 이러한 문제로 연기자와 스태프가 고통받지 않도록 방송사 측에서 근본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KBS는 1일 한예조에 미지급 출연료 지급 보증을 약속했다. 또 출연료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안전장치에 합의하기로 했다. SBS도 2일 지급 보증과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MBC만 지급 보증을 거부했다. MBC는 곤혹스러워하는 가운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예조는 “미지급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방송 출연을 못하겠다”는 입장이지만 MBC는 “외주제작사에 출연료를 이미 지급한 만큼 이중지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
MBC 측은 “외주제작사에 이미 출연료를 지급한 만큼 미지급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는 외주제작사가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한예조 측은 “출연료 미지급의 책임이 저가로 외주 제작사에 발주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방송사들에게도 있다”며 “방송사가 미지급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시청률이 높은 KBS와 SBS가 한예조와의 협상을 타결하면서 MBC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한 만큼 양측의 협상이 의외로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시청률 경쟁을 펼치는 우리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KBS나 SBS처럼 지급보증을 하는 식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라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저작권 확보전쟁’에서 비롯됐다. 저작권이 없는 외주제작사는 “시청률에서 성공을 거두고도 적자”라고 호소하고 있고, 방송사는 “제작사에 제작비를 지불하고도 저작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 왔다.
양측 의견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콘텐츠진흥원 등 유관 기관 주최의 세미나를 수 차례 개최했지만 이견은 더욱 벌어진 채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외주제작사들의 입장은 절박하다. 이들은 해외수출을 위해 한류스타 캐스팅에 발벗고 나섰고, 이에 따라 일부 톱스타의 출연료가 제작비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다시 제작사의 적자로 돌아가 스태프 및 조연들의 임금을 체불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방송사들은 제작사 간 과열 경쟁에 편승해 저가 발주를 하면서도 톱스타들의 과도한 출연료를 문제삼고 있다. SBS의 한 관계자는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 몇몇 연기자의 출연료로 지급되는 상황에서 제작사가 손해를 보지 않고 제작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KBS의 한 관계자도 “과다한 출연료를 요구하는 일부 연기자 때문에 정작 제작비로 써야 할 돈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한예조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기자 과다한 출연료 탓?
한예조의 파업 경고는 결국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의 저작권 확보 전쟁, 그리고 톱스타의 과도한 출연료 지급의 틈바구니에서 나온 것이다.
한 시청자는 “방송사, 제작사의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파업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시청자가 이들의 싸움에 볼모로 잡히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