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건 잇달아 무죄' 박근혜정부 검찰 굴욕사

'진실한 사람' 돕는 무리한 기소 남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요즘 정가의 화두는 '진실한 사람'이다. 진실한 사람의 정확한 기준은 박근혜 대통령만이 알고 있다. 소위 '친박'이라고 해서 무조건 진실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청와대의 지침에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도 그랬다. 지난 1년간 검찰은 청와대의 지시에 묵묵히 따랐다. 안 될 사건은 만들어서라도 기소했다. 연이은 무죄 판결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검찰에는 '진실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외통수에 걸린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정권 눈치를 본 무리한 기소였다"라는 비판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앞두고 가토 다쓰야(49·일본)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칼럼을 썼다가 지난해 10월8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무리한 수사
결론은 무죄

지난 22일 검찰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모순된다"라면서도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 포기의 이유로 ▲가토 전 지국장이 작성한 기사가 허위임이 규명됐고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함을 규명했으며 ▲외교부에서도 한일관계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선처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한일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라며 가토 전 지국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또 아베 총리는 21일 가토 전 지국장과의 면담에서 "고생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본 정부가 이번 사건을 정치적인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검찰의 항소는 곧 한일 양국의 외교적인 마찰로 번질 공산이 컸다. 결국 검찰은 예상대로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포기했다. 1년 넘게 끌어온 재판에서 확인된 사실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를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 전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지난 17일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가토 전 지국장이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고 사생활 의혹을 보도했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를 게재한 것이 아닌 만큼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또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의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대통령의 당일 행적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라며 "공적인 대통령 업무 수행에 대한 비판에 해당돼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윤회 뜨면
청와대 발끈

역대 정부 가운데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 외국 언론인을 기소한 경우는 없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해 8월3일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련해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을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당시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나고 있었나?'라는 기사에서 "대통령의 행적이 7시간 가량 파악되지 않고 있다"라며 몇몇 풍문을 전했다. 검찰 수사 결과 풍문은 사실과 달랐다. 의혹의 당사자인 정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한학자 이세민씨와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또 다른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14년 4월16일 박 대통령이 언제·어떤 경로로 세월호 참사를 보고 받았고, 언제·어떤 구조·구난지시를 내렸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 게재로부터 4일 뒤 청와대는 윤두현 당시 홍보수석을 통해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묻겠다"라며 별렀다. 같은 날 보수단체인 사단법인 영토지킴이 독도사랑회는 가토 전 지국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 해 9월15일 검찰은 "정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이씨와 만났다"라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음날(9월16일)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라며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틀 뒤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라는 일본 등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1심 무죄 판결 직후 스스로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 발언으로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청와대는 공식 반응 없이 "외교부 입장을 참고하라"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외교부는 지난 17일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의 이른바 '세월호 물타기' 전략은 법원 단계에 이르러 암초에 부딪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27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인 유병언 일가에 대해 반드시 검거해 사법처리하라"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불호령'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계된 모든 인물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 검찰이 '도피 총책'으로 지목한 오갑렬 전 체코 대사는 지난 9월24일 무죄가 확정됐다. 이날 대법원은 범인은닉과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오 전 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오 전 대사는 생전 유 전 회장의 매제였다.

언론인 가토 다쓰야 명예훼손 무죄
정윤회 문건 연루된 조응천 1심서 무죄
세월호 물타기 통영함 사건 황기철 무죄

검찰은 "오 전 대사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주도했다"라며 그 증거로 ▲이른바 '김엄마' '신엄마'와 연락하고 ▲구원파 신도로 알려진 김모씨에게 은신처(별장)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등의 공소장을 꾸몄다. 유 전 회장은 오 전 대사와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김씨 별장으로 가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검찰은 신도 김씨가 당시 별장을 청소한 행위에 대해 '범인은닉죄'를 적용했다. 청소를 부탁한 오 전 대사에게는 범인은닉 교사 혐의를 씌웠다. 법원은 "범인은닉죄의 경우 예비 또는 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라고 판시했다. 또 '친족 범위 내 가족이 범인은닉 또는 도피죄를 범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151조 2항을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만약 담당검사가 무죄를 예견하지 못했다면 사법고시를 다시 치러야 할지 모른다. 유독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내린 사건에서는 무죄 발생 비율이 높다. 지난 10월5일 방위사업 비리 1호 타깃으로 지목된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9일 "방산·군납비리는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강력히 척결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즉각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을 구성하고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나섰다. 황 전 총장은 이른바 '통영함 비리'에 연루돼 합동수사단의 조사를 받았다.

통영함은 핵심장비인 음파탐지기가 '고철'과 다름없던 까닭에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을 통영함 납품 비리의 몸통으로 보고 그를 구속 기소했다. 직속 부하인 오모 전 해군 대령과 짜고 음파탐지기 선정 과정에서 문서를 조작해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A사 제품을 납품하도록 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부실 납품에)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황 전 총장과 오 전 대령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세월호 탑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책임을 통영함에 떠넘기려던 정부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든가"라고 말했다.

모르쇠 기소
책임은 아몰랑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은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사건에서도 충실히 이행됐다. 지난해 11월28일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정윤회 문건 파문'은 같은 해 12월1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박 대통령은 같은 달 7일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검찰을 압박했다. 수사가 진척되기도 전에 문건의 성격을 '찌라시'로 규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투입된 수사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조준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박 경정이 청와대 내부 문건 17부를 박지만 EG 회장 측에 빼돌렸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게는 나란히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1월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기소했다.

하지만 1심에서 조 전 비서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행정관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지만 문건 유출과 무관한 수뢰죄가 인정된 형량이었다. 지난 10월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는 정윤회 문건 1부를 제외하고는 남은 16부의 문건 유출에 대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는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보고된 원본이 아니므로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의 핵심은 이른바 '십상시'가 실재하느냐다. 그러나 검찰은 문건 유출 경위에만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조 전 비서관을 찍어 내렸다. "박관천보다 죄질이 나쁘다"라는 언론플레이도 잊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청와대 입장에선 김 총장만큼 '진실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 장악
여론 장악

검찰이 '전가의 보도' 마냥 휘두른 국가보안법은 실제 유죄 판결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다. 지난 9월11일 주한 미국대사인 마크 리퍼트를 흉기로 습격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는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결 받았다. 살인미수 등 혐의만 유죄로 인정된 김 대표는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 10월29일 '국정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유우성씨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판결 받았다. 증거 조작의 공범과 다름없는 검찰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올해 검찰 수사의 '백미'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 6명은 전원 무혐의 처리됐다. 과연 검찰이 가토 전 지국장, 유 전 회장, 조 전 비서관에 대해 화력을 퍼부었던 만큼 '노오력'을 기울였는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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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