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건 잇달아 무죄' 박근혜정부 검찰 굴욕사

'진실한 사람' 돕는 무리한 기소 남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요즘 정가의 화두는 '진실한 사람'이다. 진실한 사람의 정확한 기준은 박근혜 대통령만이 알고 있다. 소위 '친박'이라고 해서 무조건 진실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청와대의 지침에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도 그랬다. 지난 1년간 검찰은 청와대의 지시에 묵묵히 따랐다. 안 될 사건은 만들어서라도 기소했다. 연이은 무죄 판결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 검찰에는 '진실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외통수에 걸린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정권 눈치를 본 무리한 기소였다"라는 비판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앞두고 가토 다쓰야(49·일본)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칼럼을 썼다가 지난해 10월8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무리한 수사
결론은 무죄

지난 22일 검찰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모순된다"라면서도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 포기의 이유로 ▲가토 전 지국장이 작성한 기사가 허위임이 규명됐고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함을 규명했으며 ▲외교부에서도 한일관계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선처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한일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라며 가토 전 지국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또 아베 총리는 21일 가토 전 지국장과의 면담에서 "고생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본 정부가 이번 사건을 정치적인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검찰의 항소는 곧 한일 양국의 외교적인 마찰로 번질 공산이 컸다. 결국 검찰은 예상대로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포기했다. 1년 넘게 끌어온 재판에서 확인된 사실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를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 전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지난 17일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가토 전 지국장이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고 사생활 의혹을 보도했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를 게재한 것이 아닌 만큼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또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의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대통령의 당일 행적은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라며 "공적인 대통령 업무 수행에 대한 비판에 해당돼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윤회 뜨면
청와대 발끈

역대 정부 가운데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 외국 언론인을 기소한 경우는 없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해 8월3일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련해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을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당시 가토 전 지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나고 있었나?'라는 기사에서 "대통령의 행적이 7시간 가량 파악되지 않고 있다"라며 몇몇 풍문을 전했다. 검찰 수사 결과 풍문은 사실과 달랐다. 의혹의 당사자인 정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한학자 이세민씨와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또 다른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14년 4월16일 박 대통령이 언제·어떤 경로로 세월호 참사를 보고 받았고, 언제·어떤 구조·구난지시를 내렸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 게재로부터 4일 뒤 청와대는 윤두현 당시 홍보수석을 통해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묻겠다"라며 별렀다. 같은 날 보수단체인 사단법인 영토지킴이 독도사랑회는 가토 전 지국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 해 9월15일 검찰은 "정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이씨와 만났다"라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음날(9월16일)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라며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틀 뒤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라는 일본 등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1심 무죄 판결 직후 스스로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 발언으로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청와대는 공식 반응 없이 "외교부 입장을 참고하라"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외교부는 지난 17일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의 이른바 '세월호 물타기' 전략은 법원 단계에 이르러 암초에 부딪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27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인 유병언 일가에 대해 반드시 검거해 사법처리하라"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불호령'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계된 모든 인물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 검찰이 '도피 총책'으로 지목한 오갑렬 전 체코 대사는 지난 9월24일 무죄가 확정됐다. 이날 대법원은 범인은닉과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오 전 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오 전 대사는 생전 유 전 회장의 매제였다.

언론인 가토 다쓰야 명예훼손 무죄
정윤회 문건 연루된 조응천 1심서 무죄
세월호 물타기 통영함 사건 황기철 무죄

검찰은 "오 전 대사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주도했다"라며 그 증거로 ▲이른바 '김엄마' '신엄마'와 연락하고 ▲구원파 신도로 알려진 김모씨에게 은신처(별장)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등의 공소장을 꾸몄다. 유 전 회장은 오 전 대사와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김씨 별장으로 가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검찰은 신도 김씨가 당시 별장을 청소한 행위에 대해 '범인은닉죄'를 적용했다. 청소를 부탁한 오 전 대사에게는 범인은닉 교사 혐의를 씌웠다. 법원은 "범인은닉죄의 경우 예비 또는 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라고 판시했다. 또 '친족 범위 내 가족이 범인은닉 또는 도피죄를 범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151조 2항을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만약 담당검사가 무죄를 예견하지 못했다면 사법고시를 다시 치러야 할지 모른다. 유독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내린 사건에서는 무죄 발생 비율이 높다. 지난 10월5일 방위사업 비리 1호 타깃으로 지목된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9일 "방산·군납비리는 안보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며 "강력히 척결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즉각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을 구성하고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나섰다. 황 전 총장은 이른바 '통영함 비리'에 연루돼 합동수사단의 조사를 받았다.

통영함은 핵심장비인 음파탐지기가 '고철'과 다름없던 까닭에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을 통영함 납품 비리의 몸통으로 보고 그를 구속 기소했다. 직속 부하인 오모 전 해군 대령과 짜고 음파탐지기 선정 과정에서 문서를 조작해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A사 제품을 납품하도록 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부실 납품에)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황 전 총장과 오 전 대령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세월호 탑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책임을 통영함에 떠넘기려던 정부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든가"라고 말했다.

모르쇠 기소
책임은 아몰랑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은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사건에서도 충실히 이행됐다. 지난해 11월28일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정윤회 문건 파문'은 같은 해 12월1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박 대통령은 같은 달 7일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검찰을 압박했다. 수사가 진척되기도 전에 문건의 성격을 '찌라시'로 규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투입된 수사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조준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박 경정이 청와대 내부 문건 17부를 박지만 EG 회장 측에 빼돌렸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에게는 나란히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1월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기소했다.

하지만 1심에서 조 전 비서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행정관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지만 문건 유출과 무관한 수뢰죄가 인정된 형량이었다. 지난 10월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는 정윤회 문건 1부를 제외하고는 남은 16부의 문건 유출에 대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는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보고된 원본이 아니므로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의 핵심은 이른바 '십상시'가 실재하느냐다. 그러나 검찰은 문건 유출 경위에만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조 전 비서관을 찍어 내렸다. "박관천보다 죄질이 나쁘다"라는 언론플레이도 잊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청와대 입장에선 김 총장만큼 '진실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 장악
여론 장악

검찰이 '전가의 보도' 마냥 휘두른 국가보안법은 실제 유죄 판결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다. 지난 9월11일 주한 미국대사인 마크 리퍼트를 흉기로 습격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는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결 받았다. 살인미수 등 혐의만 유죄로 인정된 김 대표는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 10월29일 '국정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유우성씨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판결 받았다. 증거 조작의 공범과 다름없는 검찰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올해 검찰 수사의 '백미'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 6명은 전원 무혐의 처리됐다. 과연 검찰이 가토 전 지국장, 유 전 회장, 조 전 비서관에 대해 화력을 퍼부었던 만큼 '노오력'을 기울였는지는 불분명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