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포구여행 ④전남 고흥군

최고로 소문난 ‘나로도 삼치’ 잡숴보세요~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도항은 예로부터 삼치로 유명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파시가 열렸고, 나로도항을 삼치의 어업전진기지로 삼았다. 일본인들이 참치만큼이나 삼치를 좋아했고, 나로도 삼치를 최고로 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와 수도설비가 들어설 정도로 크게 번성했다.

1970년대 최대 호황 이룬 삼치의 본향
2~3시간 숙성 후 선어회로 즐기는 삼치

삼치 호황은 198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특히 1960~1970년대는 최고의 전성기였다. 나로도항에 정박하는 삼치 배들만 200여척이나 됐고, 배다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삼치 배들이 길게 늘어섰다. 삼치 가격이 좋아 여기저기서 삼치배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삼치 1kg당 당시 돈으로 5000원이었다. 당시 대한전선에서 생산되는 작은 TV 한 대가 3만5000원 정도, 광주광역시의 40평대 집값이 500만원 정도였다 하니 얼마나 호황을 이뤘는지 짐작할 만하다. 파시로 거래되는 삼치 물량만 3~4만kg, 당시 10kg 상자에 담았으니 4000 상자가 나로도항에 쌓였던 셈이다. 상자에 담긴 삼치는 ‘대일무역선’이라 부르던 삼치수출선에 실려 일본에 전량 수출됐다.

지금의 나로도항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삼치의 본향답게 삼치의 명성은 그대로다. 일반적으로 삼치는 대체로 30~ 50cm 정도로 대부분 삼치구이로 먹는다. 이 삼치는 일본어로 ‘고시’라 부르는 삼치새끼로 나로도에서는 삼치 축에도 못 낀다. 적어도 1kg이 넘어야 그나마 삼치라 불리고, 3kg이 넘어야 삼치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다. 5kg 정도 되는 삼치도 ‘중치’ 정도고, 큰 삼치는 1m가 훨씬 넘는 것도 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맛

항으로 들어온 삼치배들은 삼치를 위판장에 부린다. 매일 오전 8시, 오후 2시에 삼치를 비롯해 문어, 적새우, 서대, 닥대 등 다양한 어종의 경매가 열린다. 경매사와 중개인이 삼치를 사이에 두고 수화로 경매를 하는데, 경매인의 눈빛과 중개인의 몸짓이 서로 하나가 되면 삼치의 주인이 가려진다.


나로도항 삼치 경매도 봤으니 이제 삼치를 맛볼 차례다. 삼치를 주로 구이로 맛본 사람들에게는 삼치회라면 다소 생소하다. 삼치는 활어회가 아닌 선어회로 즐긴다. 삼치는 잡히자마자 속절없이 죽고 마는 급한 성격의 물고기다. 따라서 활어로 즐길 수 없는 게 바로 삼치다. 삼치는 경매가 끝나자마자 바로 얼음에 채워져 냉장 숙성에 들어간다. 삼치의 살은 무른 편이어서 실온에 두면 삼치의 성질만큼이나 쉽게 상하고, 냉동을 하면 살이 물러서 씹을 게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2~3시간 정도 숙성을 해야 제대로 된 삼치회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삼치는 겨울철이 제철이다. 4∼6월까지 산란기를 보낸 삼치는 가을부터 월동준비를 위해 살을 찌우기 때문이다.

나로도항 일대에는 순천횟집 등 삼치회를 내는 횟집이 많다. 삼치회는 두툼하게 썰어서 나오는데, 김이나 묵은지를 이용해 먹는다. 김 위에 삼치회를 올린 뒤 양념장을 곁들여 먹거나 묵은지에 삼치회를 싸서 먹는다. 전라도 사람들은 삼치회를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하는데, 과연 맛은 어떨까? 쫄깃한 식감은 활어회에 비해 적지만, 씹을수록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고슬고슬한 밥 한 숟갈에 고추냉이를 조금 얹고 그 위에 삼치회를 올리면 삼치초밥이 된다. 씹을수록 삼치회 특유의 고소한 맛이 훨씬 오래간다. 나로도에서는 삼치회 뿐 아니라 미역국에 삼치를 넣어 끓이는 삼치미역국, 삼치의 껍질을 벗겨 순살로만 만드는 삼치어죽도 만들어 먹는다.

순천횟집 고태민 사장은 12월에서 1월에 나는 3~4kg 정도의 삼치가 가장 맛이 좋으며, 삼치를 직접 구입할 때는 눈 색깔이 선명하고, 아가미가 빨간색인 삼치가 가장 싱싱한 삼치라고 귀띔한다. 회센터에서 삼치를 구입해 일정비용을 내면 삼치회는 물론 삼치구이와 삼치탕까지 한꺼번에 맛볼 수 있으니 미리 문의해 보는 것이 좋다.

간접 우주 체험
나로우주센터

나로도항이 있는 외나로도에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이 있다. 1, 2층으로 구성된 우주과학관에는 우주로 이동하기 위한 기본원리와 우주탐사, 로켓과 인공위성 등을 주제로 전시되어 있으며, 우주과학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1층에는 나로호 발사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나로호 발사통제센터가 있다. 터치게임을 통해 나로호를 직접 발사해보는 게임으로 조립, 이동, 발사 과정을 차례로 거치게 돼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공간이다.

나로도를 나오자마자 왼편으로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마복산의 기세가 등등하다. 마복산의 북쪽 기슭에는 다양한 목재체험과 목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마복산목재문화체험장이 자리잡고 있다. 목재문화전시실, 목재체험실, 편백스파체험실로 구성된 종합체험장과 숙박이 가능한 전통한옥체험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야외공간으로 나뉜다.


목재문화전시실에 들어서면 새소리와 음악소리와 함께 향긋한 목재향이 가득하다. 목재를 이용하는 집과 악기, 가구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나무로 만든 실로폰 소리는 경쾌하면서도 소리가 자극적이지 않아 귀를 즐겁게 한다. 편백스파체험실은 물 없이 즐기는 원적외선 반신욕체험이다. 편백나무로 만들어 향도 좋고, 피톤치드도 맘껏 즐기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원적외선으로 70℃까지 올라가는데, 땀이 나도 끈적이지 않는다. 1시간 이용하는 이용료는 3000원이다.

고흥여행을 마치고 올라가는 길, 해거름녘이라면 중산일몰전망대에 잠시 들러볼 일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우도와 고흥과 보성의 육지사이의 바다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장관을 만난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마복산목재문화체험장→발포역사전시체험관→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나로도항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소록도→거금생태숲→발포역사전시체험관→남열해변, 고흥우주 발사전망대→팔영산자연휴양림→숙박
· 둘째 날: 마복산목재문화체험장→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봉래산삼나무숲→나로도항

관련 웹사이트
· 고흥군 문화관광 http://tour.goheung.go.kr
·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www.narospacecenter.kr
· 팔영산 자연휴양림 www.paryeongsan.com

문의 전화
· 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347
· 고흥우주발사전망대 061-830-5870
·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061-830-8700
· 발포역사전시체험관 061-830-5843
· 마복산목재문화체험장 061-830-5123

대중교통
· 버스: 서울센트럴시티버스터미널에서 하루 5회(08:00~17:30) 운행, 약 4시간 소요. 고흥터미널에서 나로도터미널 약 1시간 간격 운행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고흥터미널 061-833-0009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고흥IC→고흥IC교차로에서 고흥방면 우측방향→한천교차로에서 고흥방면 15번국도로 우회전→연봉교차로에서 점암, 과역 방면 855번 지방도로 좌회전→송산삼거리에서 영남방면 좌회전→해창만삼거리에서 나로도방면 우회전→옥강삼거리에서 나로도방면 15번 국도로 좌회전→봉래교차로에서 나로도항 방면 우회전→나로도항

숙박
· 나로비치호텔: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5-9001
· 우주항공호텔: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5-9631
· 나로호텔펜션: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3-8893

식당
· 순천횟집: 삼치회,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3-6441
· 다도해회관: 회한정식,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061-834-5111
· 유자앤카페: 유자피자, 고흥군 고흥읍 원동남계길, 061-833-4949
· 해지연: 짬뽕, 고흥군 고흥읍 원동남계길, 061-835-9282

주변 볼거리
소록도, 거금도생태숲, 연홍도, 금탑사 비자나무숲, 고흥우주천문과학관, 봉래산 편백숲과 삼나무숲, 능가사, 팔영산자연휴양림, 팔영산 편백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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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