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을 선언한 김연아(20·고려대)와 브라이언 오서(49·캐나다) 코치 측이 결별 책임을 놓고 팽팽한 ‘진실 게임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서로에게 결별 책임을 떠넘긴 양측은 엇갈린 주장으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공방전의 중심엔 김연아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20·일본)가 있다. 과연 아사다 마오가 양측이 결별하는데 이유가 됐을까.
양측 일방적 결별 통보 주장…‘진실 게임 공방전’ 펼쳐
김연아 “내가 최종 결정” vs 오서“박미희씨로 인한 것”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주)올댓스포츠는 지난 8월24일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는 5월 타 선수의 코치 제의설로 불편한 관계가 됐으며, 23일 오서 코치에게서 더 이상 김연아의 코치를 맡지 않겠다는 최종 통보를 받고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아사다 마오 측과 접촉
양측 이상 기류 돌아
타 선수는 바로 아사다 마오. 오서 코치는 2006년부터 김연아를 지도하며 지난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금메달로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아사다 마오 측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에 이상 기류가 돌았다. 당시 오서 코치는 아사다 측에게서 “코치직을 제안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혔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은퇴설이 나돌 무렵에도 “그가 선수 생활을 지속했으면 한다. 계속해서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김연아와 오서 코치는 각자의 길을 걷게 됐지만 결별의 원인에 대해서는 양측이 엇갈린 진술로 ‘진실 공방’을 펼치고 있다. 오서 코치 측은 지난 8월24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주)올댓스포츠 대표(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에게서 결별 통보를 받았다. 아무런 이유도 듣지 못했으며 결별 결정은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주)올댓스포츠도 이날 오후 서둘러 보도자료를 내고 “이달 초 김연아 측에서 오서 코치에게 공백기를 갖자고 제안했는데 오서 코치가 23일 김연아의 코치를 그만두겠다는 최종 통보를 해 왔다. 김연아 측이 일방적으로 결별 통보를 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서 코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미희 대표가 3주 전에 결별을 알렸다. 결별 결정은 김연아가 아닌 박미희 대표의 선택인 것 같다”며 화살을 돌렸다.
(주)올댓스포츠의 주장에 따르면 오서 코치 측은 김연아 측이 제안한 ‘공백기’를 결별 통보로 받아들인 것이다. (주)올댓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공백기를 갖자고 얘기했을 때 오서 코치도 순순히 동의했다. 말 그대로 잠깐 공백기를 갖자는 의도였는데 오서 코치가 ‘앞으로 김연아를 케어할 수 없겠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오서 코치는 캐나다 최대 일간신문인 <토론토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불참, 내년 월드 챔피언십 참가 등 자신의 미래와 관련된 결정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지만 나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며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조언도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연아가 지난 7월 한국에 머무는 동안 대행사나 연아에게 수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한 번도 답장이 없었다”며 “심지어 언제 토론토로 돌아오느냐는 물음에도 답변이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김연아 측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또 “이 모든 소동은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로 인한 것이다. 김연아는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나도 그렇다”며 책임을 박미희 올댓스포츠 대표에게로 돌렸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지난 8월25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Would you please stop to tell a lie, B? I know exactly what’s going on now and this is what I’ve DECIDED”(B씨 거짓말 좀 그쳐 주실래요.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니셜 ‘B’는 오서 코치의 이름인 브라이언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오후에는 미니홈피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아무 문제없이
훈련만 했을까요“
김연아는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기에 답답해 글을 올린다”며 “딸로서 아무 이유도, 잘못도 없이 비난받는 엄마를 멍청하게 지켜보고 있기는 싫다. 나는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다.
계속 함께하든 헤어지든 내가 최종 결정했다. 이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오서 코치가 경쟁자인 아사다 마오 측으로부터 코치 영입 제의를 받은 것이 결별의 이유가 됐다는 주장에 대해 “선수와 코치가 결별할 수도 있고 나름의 이유는 항상 있게 마련인데 왜 섣불리 언론을 이용해 소식을 알리고, 우리끼리만 알아도 될 과정을 사실도 아닌 얘기로 크게 벌렸는지 실망스럽고 속상합니다”면서 “정말 이유가 한 가지일까요…. 4년간 겉으로 비치는 것처럼 아무 문제없이 즐겁게 훈련만 하고 있었을까요”라고 전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쌓인 앙금이 많다는 얘기다. 쌓여온 앙금은 어떤 것일까.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돈 문제다. 그러나 오서 코치는 “결별 이유가 돈 문제는 전혀 아니다”며 “나는 김연아급 선수를 가르치는 코치 중 보수가 가장 적은 편이다. 시간당 110달러를 받아왔다. 광고 출연으로 얼마간 벌긴 했지만 김연아 측과의 계약은 원래 따로 하지도 않았다”고 밝혀 돈 문제 외에 다른 복잡한 문제가 있음을 내비쳤다.
김연아…안무가 윌슨과는 계약관계 유지
오서…아사다 러브콜 수락 가능성 높아
김연아와 오서 코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피겨 관계자들은 김연아의 발언을 근거로 “4년간 훈련을 해오면서 오서 코치와 김연아 측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을 수 있다. 특히 피겨 목표 설정을 두고 의견차가 있었을 것이다”고 짐작한다. 단적인 예가 올림픽 금메달 이후 나온 오서 코치의 ‘트리플 악셀’ 발언. 오서 코치는 올림픽이 끝날 무렵 국내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언젠가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에 도전했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며칠 후 입국 기자회견에서 “트리플 악셀 발언은 금시초문이다”며 “시도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양측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례다. 다른 피겨 전문가는 김연아의 훈련 방법을 두고 오서 코치와 어머니 박미희씨 사이에 마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연아의 목표 설정, 훈련 지도 방법을 두고 해묵은 갈등이 있었고, 이에 김연아 측은 올림픽 이후 오서 코치와 함께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오서 코치가 먼저 언론에 공개하면서 ‘진실 게임 공방전’이 시작된 것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양측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걸을까. 김연아 측의 말대로 오서 코치가 김연아와의 결별에 적극적이었다면 조만간 아사다의 코치로 일할 가능성이 크다. 오서 코치와 아사다의 매니지먼트사는 IMG로 같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아사다는 현재 새 코치 물색에 혈안이 돼 있다. 당장 내년 3월 도쿄세계선수권대회부터 오서 코치와 김연아가 적으로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피겨 목표 설정 두고
의견차 있었을 것
반면 결별 통보의 주체가 김연아 측이라면 선수 은퇴 후 아이스쇼 전념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김연아는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는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올댓스포츠 측은 “은퇴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김연아는 토론토에서 계속 훈련하면서 새 코치 영입을 심사숙고할 것이다”고 못 박았다.